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67화 (67/257)
  • 67화. 위문 공연 (5)

    늘푸른 태권도장의 차가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

    은우가 소리치기 시작했다.

    “사범님, 요기요.”

    차가 멈추고 차에서 주원이, 민재, 승현이, 하율이, 현우가 내렸다.

    “굥룡 변신 로봇!”

    “우리갸 갼댜. 추울동.”

    아이들은 태권도 동작과 공룡 변신 로봇 멘트를 섞어서 하고 있었다.

    김마리아 수녀님이 웃었다.

    “힘이 넘치는 아기들이네. 역시 태권도를 배워서 그런지.”

    “있다 잘해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사범이 김마리아 수녀님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애들은 존재 자체가 축복인걸요. 잘하지 못하는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워요. 걱정하지 마세요. 잘하든 못하든 애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느끼고 생각하고 자랄 테니까요.”

    그때 한 대의 차가 늘푸른 태권도 차 옆으로 멈추어 섰다.

    은우가 길동의 차를 알아보고 외쳤다.

    “길똥이 횬아.”

    길동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우리 은우 가는데 형아가 빠지면 섭하지. 오늘은 매니저 아니고 은우 아는 형으로 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 회사에 보고 안 해도 괜찮아.”

    “횬아, 교먀어요.”

    은우가 길동의 다리에 매달려 감사 인사를 했다.

    이태석 신부님과 창현이 일행 곁으로 달려왔다.

    “다들 모였군요. 이제 올라갈까요?”

    위문 공연을 하기로 한 곳은 소아암 병동의 복도였다.

    이태석 신부님이 말씀하셨다.

    “병원 측에서 따로 준비된 공간이 없다고 하시기도 했고, 사실 몸이 아프면 멀리 나오는 것도 무리일 수가 있어서요. 링거를 꽂고 있는 아기들도 있고 아기들이 체온 변화에 신경을 써야 하기도 한다고 해서 복도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사범님께는 미리 전화로 안내를 드리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오늘은 대단한 공연보다는 서로 함께 어우러지고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해요.”

    “네.”

    어린이집 아기들과 태권도장 아기들이 힘차게 외쳤다.

    그 소리가 너무 우렁차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였다.

    은우는 명석이의 병실로 찾아갔다.

    은우가 병실로 들어가자마자 명석이가 은우를 알아보았다.

    “은유야.”

    “명서갸.”

    은우도 명석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명석이는 털실로 짠 모자를 쓰고 있었다.

    “진쨔 와네. 엄먀. 내 뀨미 이러져떠요.”

    명석이가 엄마를 보며 밝게 웃었다.

    은우가 명석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 패니 돼 져서 거마어. 칭규야.”

    명석이가 밝게 웃으며 손을 잡았다.

    “그래, 칭규야.”

    “져기 아페 칭규들이 노래 불려주러 와떠. 태건도도 하고 공룡변신 로봇 공연도 할 거야. 겨울나라 2 노래도 뷰르고. 가치 가쟈.”

    명석이의 눈이 커다래졌다.

    “공룡변신 로봇?”

    “으응”

    명석이가 병실의 다른 아기들에게 말했다.

    “애듀라, 공룡변신 로봇 보러 가쟈.”

    남자 아기들은 공룡변신 로봇 때문에, 여자 아기들은 겨울나라 2 때문에 복도로 나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병실 복도가 아기 환자들과 보호자들로 가득 찼다.

    창현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있는 이은우의 아빠 이창현입니다.

    오늘 저희가 여기 있는 여러분들을 위해서 작은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전문적인 공연은 아니지만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은우가 말을 이었다.

    “뱍슈 먀니 쳐 주떼요. 걈샤함니댜.”

    사람들은 은우의 귀여운 배꼽 인사에 박수를 쳤다.

    태권도 사범 찬규가 마이크를 잡았다.

    “늘푸른 태권도 유치부 학생들입니다. 저희 태권도장은 4-5살 학생들이 특히 많은데요. 여기 있는 승현이는 3살이라 가장 어린 친구입니다. 사실 저희 태권도장이 위치한 동네가 맞벌이 부모님이 많으셔서 다른 태권도장보다 어린 아기들이 많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소개와 함께 하얀 태권도복을 입은 승현이, 민재, 하율이가 자리에 섰다.

    가장 잘하는 현우가 맨 앞에 섰다.

    “태건.”

    힘차게 하는 지르기.

    박자가 제각각이다.

    가장 어린 승현이는 박자를 놓치고 다른 형들이 지르기를 다 마치자 뒤늦게 주먹을 내질렀다.

    “하하하하.”

    승현이의 지르기를 보고 링거를 옆에 달고 있던 여자 아기 하나가 웃었다.

    그 웃음을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도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이어지는 태권도 시범.

    두 번째는 발차기.

    “태건도.”

    힘차게 하는 발차기.

    높이가 제각각이다.

    승현이는 이번에는 발차기를 하다가 발이 꼬여서 넘어지고 말았다.

    “으아아앙.”

    승현이는 아프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울음을 터트렸다.

    옆에서 보고 있던 김마리아 수녀님이 승현이를 안고 가서 달랬다.

    태권도 사범 찬규가 말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후의 시범은 하율이, 민재, 현우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그때 은우가 태권도복을 갈아입고 현우 옆에 자세를 취하고 섰다.

    “이어지는 시범은 격파입니다. 격파에 준비된 송판은 이미 중간 부분이 절단돼 있으니 보시는 분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치부 아기들이라 재미 위주로 준비한 공연입니다. 또 여기 있는 친구들은 이거 보고 함부로 따라 해서는 안 됩니다.”

    하율이, 민재, 현우, 은우의 앞에 송판이 놓였다.

    현우가 우렁차게 기합을 넣었다.

    “아악.”

    기합과 함께 하율이, 민재, 현우, 은우가 한쪽 발로 송판을 세게 밟았다.

    현우와 민재의 송판만이 부서졌다.

    하율이와 은우는 다시 한 번 기합을 넣었다.

    “아악.”

    다시 한 번 세게 내리치는 발길질에도 하율이의 송판은 부서지지 않았다.

    하율이는 발로 송판을 살짝 밀었다.

    그러자 송판이 부서졌다.

    “와아아아아아.”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는 하율이.

    은우는 손으로 송판을 잡아서 쪼갰다.

    “와아아아아아.”

    주변 사람들이 소리를 치며 환호해 주었다.

    환자복을 입고 있던 아기들도 다 같이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해 주었다.

    격파 공연이 끝나자 이태석 신부님이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늘푸른 태권도장 친구들의 멋진 공연 잘 봤습니다. 특히 가장 어린 승현이랑 격파를 성공시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하율이와 은우 정말 멋있었습니다.

    어떤 시범 공연보다 마음을 졸이며 즐겁게 봤습니다. 그리고 함께한 친구들 모두 너무 예쁘고 귀여웠습니다.

    다음 공연은 저희 어린이집 친구들이 준비한 노래 메들리입니다.”

    혜린이와 연아가 프릴이 달린 원피스를 입고 앞줄에 섰다.

    뒤에는 시우, 준수, 지호, 은우가 공룡 변신 로봇 망토를 두르고 섰다.

    “겹쨍이 토먀툐, 토먀툐.”

    혜린이와 연아가 왼쪽으로 살금살금 걷는 고양이 흉내를 내며 춤을 추었다.

    시우, 준수, 지호, 은우는 오른쪽으로 살금살금 걷는 고양이 흉내를 내며 춤을 추었다.

    “나는야, 어듀미 무서어.

    나는야, 주샤가 무서어.

    나는야, 슈영이 무서어.

    나는야, 고양이갸 무서어.”

    무서워할 때마다 아기들은 양손으로 눈을 가렸다가 펴는 안무를 했다.

    환자복을 입고 서 있는 아기들이 안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보호자들의 마음이 뭉클했다.

    ‘한창 저렇게 춤추고 노래할 나이인데 병원에만 있느라 한 번도 그걸 못했지. 우리 아가 웃으니까, 춤추니까, 노래하니까 너무 예쁘구나.’

    명석이도 노래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나는야, 고양이갸 무서어.”

    노래는 어느덧 2절로 접어들었다.

    “하지먄 토먀토능 혼쟈갸 아니야.

    우리는 혼쟈갸 아니야.

    무서울 땐 칭규를 불러요.

    감쟈야, 오이야, 우리 함께 해.

    우리는 용감햔 채소들.

    모든지 할 뚜 이떠요.

    우리는 용걈한 채소들.”

    환자복을 입은 아기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희망의 신 루딘의 긍정의 선택 레벨 1 0/1000

    당신의 노래를 들은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서 긍정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은우는 환자복을 입은 아기들의 머리 위에서 숫자가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10, 20, 25, 명석이의 머리 위에서는 35나 떴어.

    그리고 아기들 옆에 서 있는 엄마, 아빠의 머리 위에도 숫자가 뜨기 시작했어.

    아기들의 숫자보다 작은 숫자긴 하지만.

    3, 5, 4. 그래도 모두들 조금씩 희망을 보고 있는 거야.’

    은우는 힘을 내서 더 크게 노래했다.

    두 번째 노래는 겨울나라 2 OST.

    특별히 이 공연을 위해 김 마리아 수녀님이 영어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해 주어 이번에는 우리말 가사로 공연을 하게 되었다.

    “눈쌰우믈 해 본 져기 인냐요?

    빈나던 칭구의 우슴을 기억하냐요?

    뾰득뾰득 소리 나던 눈밥끼 노리.

    따뜨타던 겨울냘.

    행보캐던 우리들.”

    혜린이, 연아, 시우, 준수, 지호, 은우는 김마리아 수녀님이 나눠준 전기로 된 촛불을 들고 환자복을 입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 섰다.

    은우는 명석이 옆에 섰다.

    “추위갸 와됴 두렵찌 아냐.

    행보캐던 겨울을.

    우리는 모듀 기억해.

    따뜨태던 겨우를.”

    아기들은 함께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희망의 신 루딘의 긍정의 선택 레벨 1 – 729/1000]

    은우는 명석이와 함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은우는 다른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어, 연아의 머리 위에도 7이 떴네. 혜린이 누나 머리 위에도 8이 떴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머리 위에 숫자가 뜨고 있어.’

    은우는 사람들의 변화에 놀랐다.

    이어지는 다음 노래는 공룡변신 로봇.

    망토를 입은 시우, 준수, 지호, 은우가 로봇이 된 양 진지한 표정을 부르기 시작했다.

    “유이는 지규를 지키러 온 굥룡들.

    백악기에서 깨어나 현대로 와따.

    우리를 막을 쟈 엄따.

    사일런스 뱍샤 비켜.

    그 어뗜 음묘됴 우리를 마글 슈는 엄떠.”

    시우와 준수는 언제 챙겼는지 플라스틱으로 된 광선 검까지 꽂고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은우는 비장한 표정으로 팔을 사선으로 내리며 외쳤다.

    “합체에.”

    병동에 서 있던 모든 남자 아기들이 다 함께 외쳤다.

    “합체에.”

    시우, 준수, 지호가 은우의 옆에 서서 합체하는 흉내를 냈다.

    아기들은 모두 진짜로 지구를 구하는 양 진지한 표정이었다.

    병동에 서 있는 어른들은 그런 아기들의 순수함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녀석들. 진짜 열심히 하네.

    그래, 지금은 로봇이 되어 열심히 사일런스 박사와 싸우렴.

    그렇게 예쁜 꿈을 꾸며 찬찬히 크렴.

    이 어른들이 그런 너희의 꿈을 지켜줄게.’

    은우는 어른들의 머리 위에서 숫자가 가파르게 커지는 것을 보았다.

    ‘15, 17, 20 레벨업이다.’

    [희망의 신 루딘의 긍정의 선택 레벨 2 – 0/10000

    주변의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할 경우, 서로를 위해 행동하는 힘이 커집니다.]

    태권도장 사범 찬규가 마이크를 잡았다.

    “준비한 공연이 다 끝났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아쉬울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막춤 댄스 타임.”

    휴대용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변비탈출 송.

    변비가 심하면 사과를 먹어. 변비가 심하면 요구르트를 먹어.

    그래도 안 나으면 변비약을 먹어.”

    명석이가 노래를 듣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변비래.”

    옆에 서 있던 다른 환자복을 입고 있던 아기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똥이 안 냐오나뱌.”

    김마리아 수녀님은 생각했다.

    ‘오랜 시간 아기들을 돌보고 있지만, 도대체 알 수가 없다니까. 저 나이 때는 왜 똥 얘기만 들으면 좋아하는지.’

    아기들이 마구 웃는 가운데 찬규가 막춤을 추기 시작했다.

    다리를 정신없이 양옆으로 떠는 개다리춤.

    길동도 뛰어들어 갈비뼈로 기타를 치는 춤을 선보였다.

    아기들은 정신없이 박수를 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막춤을 선보였다.

    “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간호사는 생각했다.

    ‘이 병동이 이렇게 웃음소리로 가득 찬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아기 환자들은 늘 볼 때마다 안쓰러웠는데 오늘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아기들은 너무 뛰어서 몸에서 땀이 날 지경이었다.

    이태석 신부가 말했다.

    “아쉽지만 오늘 공연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아 병동의 친구들에게는 작은 선물이 준비돼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길동과 태권도 사범 찬규가 낑낑대며 선물 상자를 들고 등장했다.

    이태석 신부와 김마리아 수녀, 길동과 찬규가 환자복을 입은 아기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와, 공룡변신 로봇이다.”

    “와, 루루 공쥬댜.”

    아기들은 각자의 선물을 안고 만족한 표정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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