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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재능흡수-57화 (57/257)

57화. 연말 시상식 (1)

백수희는 은우와 함께 루루 스테이크에서 나오고 있었다.

“맛있었어. 은우야?”

“니에. 니에. 니에. 니에. 니에.”

“자, 이제 그럼 장난감 가게로 가 보자. 혹시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은우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굥룡 변신 쟝난걈.”

“그래, 눈냐가 젤로 비싼 걸로 사 줄게.”

장난감 가게에 도착하자 백수희가 점원에게 말했다.

“공룡 변신 장난감 좀 보여주세요.”

“요새 그게 제일 잘 나가요. 여기요. 여기 이렇게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사실 세 제품 다 굉장히 잘 나가요. 하나는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고 하나는 초식 공룡 트리케라톱스, 마지막 세 번째는 나는 공룡 프테라노돈이에요. 어떤 걸로 드릴까요?”

은우는 점원이 내놓은 세 가지 공룡 장난감에 마음을 빼앗겼다.

‘와 이거 공룡이 로봇으로 변신도 된다. 지난번 준수가 빌려준 건 티라노사우루스였는데 트리케라톱스랑 프테라노돈도 멋진데.’

백수희가 은우에게 물었다.

“은우야, 맘에 들어?”

“니에. 니에. 니에. 니에. 니에.”

은우는 고민 중이었다.

‘셋 다 맘에 드는데 뭘 고르지?’

그때 백수희가 점원에게 말했다.

“세 개 다 주세요.”

은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빠는 한 번에 한 개씩만 사라고 했었는데 백수희 누나는 다 사 주네. 너무 좋다. 백수희 누나.’

백수희는 은우의 장난감을 손에 한가득 들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턱시도를 맞추러 가보실까요? 월드 스타님.”

백수희는 은우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성수동의 한 개인 양복점으로 향했다.

“도착했어요. 월드 스타님.”

은우는 가게 앞에 놓인 입간판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 국제 기능 올림픽 14연패. 양복 명장 백인수. 드라마 ‘소문난 양장점’ 기술지원 및 자문.

‘아주 유명한 곳인가 보구나. 누나가 여기서 내 양복을 맞춰주려고 하나?’

백수희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말했다.

“저 왔어요. 아빠.”

은우는 깜짝 놀랐다.

‘아빠라고. 저분이 백수희 누나 아버지이신가.’

은우의 앞에는 흰 머리에 인자한 미소를 짓고 계신 할아버지가 서 계셨다. 날씬한 체형에 안경을 끼고 체크 무늬 가디건을 입고 있는 그 모습은 매우 세련되면서도 푸근해 보였다.

“수희 왔구나. 이 아기가 은우구나. 듣던 대로 매우 귀엽네.”

“안녕하떼여. 햐비.”

은우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럼 여기는 백수희 누나 아버님이 운영하시는 양복가게? 그렇다면 백수희 누나 아버님은 양복 디자이너신가.’

백수희가 백인수에게 말했다.

“아빠, 은우 연말 시상식 때 입고 나갈 양복 맞추러 왔어요. 저랑 동반 입장하기로 했으니까 세상에서 제일 멋있게 만들어 주셔야 해요.”

백인수가 은우를 보며 말했다.

“은우는 뭘 입어도 멋있어 보일 아기구나. 비율이 예사롭지가 않아. 아기치고 손발이 긴 거 보니, 나중에 키도 많이 크겠다.”

은우는 생각했다.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드는 할아버지네. 어쩜 그렇게 좋은 말씀만 해주세요. 처음부터 백수희 누나 아버님이라서 마음에 들었는데 점점 더 좋아지네요. 할아버지.

전 이번 생에서는 할아버지가 없었는데, 할아버지란 게 이런 건가 싶네요.’

백인수는 줄자를 가지고 와 은우의 팔과 다리를 꼼꼼히 쟀다.

은우는 그동안 마네킹들이 입고 있는 정장을 둘러보았다.

‘마네킹마다 이름이 적혀있네. 저건 15대 대통령이 입으신 옷, 저건 장군의 쌍라이트의 배우 김돌석이 입었던 것, 저건 베아트리체의 연인에 나왔던 배우 유산하가 입었던 옷.

와, 대단하구나. 할아버지는.’

백인수가 은우에게 물었다.

“다 됐다. 수희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못하는 게 없다고. 월드 스타가 우리 양복점 옷을 입어준다니 영광인데.”

은우는 백인수의 칭찬에 부끄러워졌다.

“아이, 챰. 햐비도.”

백인수가 은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니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주었다.

“용돈이다. 맛있는 거 사 먹으렴.”

은우는 백인수가 건네는 오만 원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용돈이라니. 아빠나 영탁이 삼촌이 아닌 사람이 나에게 용돈을 준 적은 없었는데. 게다가 저건 천 원짜리도 아니잖아. 저렇게 큰돈을 받아도 되나?’

은우는 한참이나 머뭇거렸다.

보다 못한 백수희가 은우에게 말했다.

“은우야, 어서 받아. 원래 어른들이 명절날이나 그런 때 돈 주시는 거야. 다음에 은우 가지고 싶은 장난감 생기면 저걸로 사면 되겠다.”

“감샤함니댜.”

은우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에 돈을 받았다.

“녀석, 인사성도 참 밝지.”

백인수가 그런 은우를 보며 미소 지었다.

***

이철이 은우에게 슈퍼보이즈를 소개했다.

“은우야, 오늘 너랑 같이 연습하게 될 슈퍼보이즈 형들이야. 원랜 리허설 때만 잠시 볼 수 있는 거지만. 쌤이 인맥을 동원해서 잠시나마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형들은 오래 있진 못할 테니까, 잠시지만 빨리 맞춰 보도록 하자.”

슈퍼보이즈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 태원이 은우에게 인사를 했다.

“니가 은우구나. 위대한 목소리 보고 감동 받았어. 너 연기 완전 잘하더라.”

서브 보컬 성수가 은우의 볼을 만졌다.

“와, 너 왜케 귀여은. 정말 너무 이쁘은. 내 동생하은.”

옆에 서 있던 메인 래퍼 지석도 은우에게 말을 걸었다.

“겨울나라 2 OST도 대박이었어. 고음 잘 올라가서 좋겠다. 너무 부러웠어.”

서브 보컬 성수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귀여워서 어쩌나, 이렇게 귀여워서 어쩌나.”

은우는 생각했다.

‘정말 멋있다. 다들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 게다가 저 패션들 좀 봐. 반지랑 팔찌, 그리고 목걸이까지. 그런데 저건 뭐지?’

은우는 지석의 목에 적힌 이상한 글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성수의 손목 위에도 비슷한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은우가 지석에게 물었다.

“횬아, 이게 뭐예요?”

“아, 이거 문신이라는 건데. 예쁘게 보이려고 예쁜 모양을 새긴 거야.”

“아아.”

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이집 친구들도 저런 걸 붙이는 걸 본 적이 있어. 풍선껌 먹으면 들어있는 건데, 스티커. 형들도 풍선껌 좋아하나 보다. 다음에 만날 땐 풍선껌을 선물로 줘야지.

그런데 저거 너무 멋진데.’

은우는 슈퍼보이즈의 옷차림을 유심히 보았다.

‘백수희 누나가 말해준 것도 그렇고, 또 슈퍼보이즈 형들도 그렇고 아무래도 연말 시상식 때 어떤 옷과 액세서리를 할지 연습이 끝나고 고민해 봐야겠어.’

이철이 말했다.

“자, 그럼 인사는 이쯤하고 다들 연습해 볼까? 1절은 슈퍼보이즈가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되고, 2절은 은우 솔로 무대. 중간중간 랩만 지석이랑 현우가 도와주면 돼.

일단 은우 솔로 부분부터 맞춰 보도록 하자.”

이철이 음악을 틀었다.

“넌 항상 사랑스러워.

넌 너무 아름다워.

5월의 햇살보다도 더 빛나는”

은우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메인 보컬 태원은 은우의 춤을 보고 놀랐다.

‘아까까진 귀엽기만 했는데 음악이 나오자 달라졌어. 네 살짜리 아기가 과연 춤을 출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이돌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실력이잖아. 표정까지 달라졌어. 가사에 집중하고 있어. 저 표정은 가사를 이해하고 있단 거야.’

이어지는 랩.

메인 래퍼 지석이 은우의 옆에서 랩을 하기 시작했다.

“넌 나의 영혼의 빛. 오랫동안 꿈꿔왔던 나의 이상형.

난 네게 모든 것을 걸어. 걸어.

이제 모든 것은 바뀌어. 바뀌어.

넌 나의 지구. 난 네 주위를 맴도는 달.

우린 함께 걸어. 걸어.

끝나지 않을 이 길을. 따뜻한 빛이 함께 하는 이 길을.”

은우는 지석에게 자연스럽게 동선을 양보하면서 춤을 추었다.

이철은 놀랐다.

‘동선 지정을 한 번 더 다듬긴 해야겠지만, 저건 타고난 센스야.

은우는 무대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구나.

지석과 시선 교환을 하는 것도 너무 자연스럽고 좋은데.’

지석은 생각했다.

‘은우와 함께 무대를 하니 너무 즐거운데.

나도 모르게 자꾸 웃게 돼.

처음엔 몰랐는데 부르다 보니 가사가 마치 은우를 표현한 것 같잖아.’

이어지는 서브 래퍼 현우의 랩.

“난 널 항상 기다려왔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너를.

너를 만나기 전 내 생활은 지쳐. 지쳐.

그저 모든 걸 견뎌 견뎌. 버텨 버텨.

하지만 너를 만나 이제 나는 희망을 꿈꿔.

오랫동안 잊었던 그 단어를 마음속에서 꺼내.

이제 나는 너와 함께 걸어. 걸어.

희망의 길을 걸어. 걸어.

끝나지 않는 이 길을.”

현우는 랩을 하며 은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긋방긋 웃는 은우를 보니 정말 세상의 모든 희망을 다 안고 있는 아이 같다.

널 보니 세상은 정말 아름다운 곳처럼 느껴져.

은우 넌 그저 빛이야.’

무대 연습이 끝나고 은우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슈퍼보이즈가 은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은우, 수고했어.”

“몰랐는데 한숨 쉬는 거 보니 긴장했었나 보네. 근데 춤출 땐 너무 즐거워 보여서 몰랐어.”

“내가 널 춤꾼으로 인정할게. 브로.”

은우는 슈퍼보이즈가 자신에게 하는 말들이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졌다.

“걈샤햠니댜. 횬아들. 너뮤 머디뗘요.”

슈퍼보이즈는 크게 웃었다.

“우리보고 멋있다니 우리가 더 고마워해야겠는걸. 은우 춤출 때 정말 ‘체고’.”

슈퍼보이즈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은우가 메인 래퍼 지석에게 물었다.

“횬아, 래븐 어떠케 햐는 거예요? 너뮤 머디뗘요.”

은우는 처음 본 랩에 매료되었다.

‘실제로 들으니까 훨씬 멋있어. 랩은 내가 살던 18세기에는 없었던 건데. 음악이 그만큼 다양하게 발전했다는 거겠지. 곡조보다 리듬이 우선시 된다니. 새로운데.

나도 저렇게 랩을 잘할 수 있을까.

해보고 싶다.’

지석이 웃으며 대답했다.

“은우야,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랩도 빨리 배울 수 있어.

사실 비슷한 부분이 더 많거든. 그리고 랩을 잘하고 싶으면 가사를 써 봐.”

은우는 지석의 말을 듣고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놀랐다.

‘가사를 써보라고? 난 아직 한 번도 가사를 써본 적이 없는데.

파리넬리일 때도 노래만 불렀지. 작곡을 하거나 작사를 하는 건 늘 형이 했었어.

그런데 가사를 쓰면 정말로 랩을 잘하게 될까?’

옆에 있던 메인 보컬 태원이 지석에게 말했다.

“니 말이 맞기는 한데. 은우는 고작 네 살이라고. 네 살 아기에게 가사를 쓰라는 건 너무 어려운 조언 아니야?”

옆에 있던 서브 보컬 성수도 거들었다.

“은우야 너는 그냥 숨만 쉬어도 돼. 그럼 다 돼. 그래도 너무 귀엽고 이뻐. 그냥 무대에 가만히 서 있어도 사람들이 널 바라보면서 행복해할 거야.”

서브 래퍼 현우가 말했다.

“은우야, 천천히 해도 돼. 너에겐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있잖니. 네 살에 연말 시상식 무대에 서다니 부럽다. 우린 연습생 기간만 4년이나 보냈는데. 그치? 지훈아?”

메인 댄서 지훈이 대답했다.

“그치? 그래도 우린 운이 좋은 거잖아. 그러다 고꾸라지는 그룹도 많아서. 진짜 난 데뷔한 그 날이 꿈만 같았어. 은우야 근데 춤은 이미 잘 춰서 더 배우고 싶지 않니?”

은우가 대답했다.

“횬아, 츔도 뎌 배유고 시퍼요.”

지훈이 은우를 안으며 말했다.

“그래, 안 배우고 싶다고 하면 이 형아가 서운할 뻔했다. 형도 은우에게 가르쳐 줄 게 있어야 재미가 있지. 은우도 자주 보고. 은우야. 우리 자주 보자. 알았지?”

은우는 생각했다.

‘슈퍼보이즈 형들은 너무 멋있고 친절하구나. 저렇게 멋진 형들과 무대에 선다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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