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45화 (45/257)

45화. 월드스타를 향하여 (6)

은우는 지능검사를 받으러 창현과 함께 와 있었다.

창현은 장미나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은우가 또래보다 지능이 높은 거 같아요. 지능지수 검사 결과도 교육에 반영할 수 있으니까요.’

창현은 역시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땐 아이큐검사밖에 없었던 거 같은데. 내 아이큐가 100이었나. 나는 중간도 못 가는 아이큐였던 거 같은데.

은우는 천재일 수도 있다니.

하지만 이탈리아어를 하는 것도 그렇고, 장미나 선생님 말에 따르면 종이접기나 만들기도 너무 잘하고. 그런 것들이 전혀 평범하지가 않으니까.

은우를 진짜 열심히 키워야겠다.’

한편 은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빠, 이 모든 게 사실은 제가 가진 비밀 때문이라고요. 저는 천재가 아니에요. 아빠가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

지능 검사할 때 쓸 수 있는 재능이 있나.

안 되면 재능을 불러와야 하나.’

인자한 웃음을 짓는 여선생님이 은우를 검사실로 안내했다.

“자, 아버님은 여기서 기다리시면 되구요. 은우는 이쪽으로 가서 검사지를 하게 될 거예요.”

은우는 아빠와 떨어져서 검사실로 들어갔다.

은우는 선생님이 준 검사지를 들여다보았다.

‘다행히 애기들 거라 그런지 많이 어렵지는 않구나.

당근은 토끼랑 연결 짓고 뭐 그런 거네.

미로찾기도 있잖아.

오, 나 미로찾기 좋아하는데. 재미있다.

이번엔 셈하기네.

나 수학에 약한데.

근데 다행히 덧셈, 뺄셈 정도만 묻는구나.

이 정도면 재능이 없어도 충분하지.

난 이미 파리넬리로 살았던 77년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는걸.’

긴장했던 것과 달리 지능검사는 어렵지 않아, 은우는 표정이 밝았다.

검사를 끝내고 검사실 앞에 앉아 있는 창현에게 달려갔다.

“아빠.”

창현이 은우를 안아주었다.

1시간 뒤, 드디어 검사결과가 나왔다.

선생님이 창현과 은우를 앞에 두고 검사결과를 말씀해 주셨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은우가 받은 검사는 한국웩슬러 지능검사이고, 전체 지능지수는 155로 상위 0.1프로 최우수 중에서도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어요.”

은우는 예상 밖의 결과에 어안이 벙벙했다.

‘술술 풀리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역시 전생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건가.’

창현은 싱글벙글 입이 찢어질 것 같았다.

‘역시 내가 생각한 대로야. 우리 은우는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외국어도 잘하고, 못하는 게 없지.

이제 지능지수까지 높다니.

자기가 잘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자식이 잘되는 것.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복을 받은 사람이야.’

선생님의 말이 이어졌다.

“세부 항목 중에서 가장 높은 건 언어 이해예요. 백분위가 99.8. 거의 백에 가까워요. 저도 이런 아기는 처음 봅니다.”

“이탈리아에 가자마자 이탈리아어를 했다니까요. 제 자식이어서 자랑하는 게 아니고, 은우는 정말 천재 같아요.”

창현은 자신도 모르게 신이 나서 말하고 말았다.

“여기 보시면 전체적인 지표가 워낙 좋기는 합니다. 유동 추론, 작업 기억, 처리 속도도 다 백분위가 99를 넘어서고 있어요.

영재교육이 필요한 아기입니다.”

은우는 생각했다.

‘전생에서 내가 받은 수많은 음악교육과 문학에 대한 교육들을 생각해 보면 이런 결과도 무리는 아니지. 하지만 아빠가 갑자기 나에게 너무 많이 공부를 시키려고 하면 곤란한데. 나는 노래 부르는 게 더 좋아.’

창현이 대답했다.

“예상보다 더 대단한 결과네요. 서울대생 슈퍼스타나 하버드생 슈퍼스타도 기대해볼 만하겠는데요.”

***

창현은 영탁에게 은우의 지능검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언어가 상위 99.8프로래. 믿어져?”

“대단하다. 그동안 우리가 느낀 게 전부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렇지. 그래서 그렇게 못하는 게 없었던 것 같아. 이탈리아어도 척척하고 말이야.”

“부럽다. 이창현. 나도 은우 같은 자식 있으면 진짜 여한이 없겠다. 잘생겼지. 똑똑하지. 게다가 돈도 잘 벌지. 이제 은우 수입이 니 수입보다 많아지는 거 아닐까? 겨울나라 2 OST라니.”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언제까지나 은우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남고 싶어. 은우가 번 돈을 쓰지는 않을 거야.”

“그래야지. 은우가 번 돈이니. 그리고 우리 ‘열정’ 체인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고. 열심히 해보자. 파이팅.”

보리가 은우의 발밑에 와 말을 걸었다.

“멍멍(무슨 일 있어? 표정이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네. 지능검사 결과도 잘 나왔다면서 왜 그래? 내가 좀 풀어줄까? 배방구 한 번 할래? 아님 터그 놀이 어때? 오랜만에. 너는 힘이 세져서 좋고 난 재밌어서 좋고.)”

“미아내. 보이. 오늘 죰 피건해.”

은우가 방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보리가 졸졸졸 따라갔다.

“멍멍(무슨 일이야? 안 좋은 일 있었어?)”

“보이, 영어 갸샤가 너무 어려어.”

“멍멍(그럼, 내가 가르쳐 줄까?)”

“아니, 재능을 뷸려올꺄 해. 그게 편햐겨등.”

“멍멍(아니, 언어가 상위 99.8프로인데 왜 재능이 필요해? 신이 그러라고 너한테 재능을 준 게 아니야. 재능 때문에 게을러지면 그게 신의 가호를 받는 사람이 할 짓이야? 그러면 재능 없이도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아? 그리고 집에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니 강아지가 있는데 대체 왜 재능을 불러오겠다는 거야. 오늘부터 나랑 같이 특훈이다.)”

***

보컬 트레이너 황미열은 ‘겨울나라 2의 OST’ 악보를 들고 있었다.

‘처음부터 고음으로 시작하네. 악보 자체가 고음에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면 안 될 노래야.

클라이막스에 고음이 많이 실리는 발라드의 경우는 가수가 조금 준비라도 하고 들어갈 수 있는데, 이건 뭐 성악도 아니고.

이 곡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 몇 명이나 될까?’

황미열은 강라온이 한 말을 떠올렸다.

‘은우가 캣걸스가 못 이룬 내 꿈을 이뤄줄 거야. 지금은 스콜피온 엔터테인먼트가 키운 탑 보이즈가 전 세계를 아우르고 있지만, 나도 꼭 그에 못지않은 전 세계적인 스타를 키울 거라고.

그래서 우리 HO 엔터테인먼트가 세계 제일의 회사로 거듭나는 거지.’

탑 보이즈가 세계적인 그룹이 된 뒤, 유독 스콜피온 엔터테인먼트에 예민해진 강라온이었다.

‘캣걸스도 레이니도 다 실력이 모자라서 미국 진출에 실패한 게 아닌데. 실력도 중요하지만, 실력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한 게 연예계 아닌가. 그게 뭐라고 딱 단정 지어 말할 순 없지만.

근데 은우라는 아기는 이제 네 살이라면서 이 노래를 어떻게 부른다는 거지?’

황미열은 은우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는 평소에 노래를 하지 않으면 게임만 하는 게임덕후였다.

‘일단 디즈니에서 보낸 가이드 노래를 한 번 들어볼까.’

황미열은 파일을 클릭했다.

“두 유 워너 메이크 어 스노우볼? 두 유 워너 메이크 어 윈드?”

맑고 밝은 음이 오디오를 타고 흘러나왔다.

‘이 정도 높은음을 이렇게나 편안하게 소화하다니. 이럴 땐 여자들 음역대가 정말 부럽단 말이야.

역시 디즈니야. 아이들도 한 번에 듣고 좋아할 만한 멜로디.

영화 보고 나서 들으면 스토리의 힘까지 더해져 헤어나질 못하겠네. 나도 이런 곡 한 번만 불러봤으면 좋겠다.’

황미열이 한창 곡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있을 무렵, 은우가 영어 선생님인 장미나와 함께 들어왔다.

“안녕하떼여. 떤댕님.”

황미열은 은우를 처음 본 뒤 할 말을 잃었다.

‘세상에 혀짧은 소리는 머야 대체.

근데 너무 귀엽잖아.

난 원래 아기 안 좋아하는데.’

장미나가 황미열에게 말했다.

“오면서 차에서 은우가 몇 번 가이드 테이프를 들었는데, 곧잘 따라 하더라구요. 확실히 가사만 외울 때보다는 나은가 봐요.”

은우는 생각했다.

‘선생님, 제가 그동안 보리랑 얼마나 연습했는지 아세요. 보리가 성격이 보통 집요한 게 아니라서 저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고요. 수학 문제 풀듯이 가사를 외우게 시켰단 말이에요.’

황미열이 장미나에게 말했다.

“아직 한국말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 거 같은데 영어가 될까요?”

장미나가 대답했다.

“디즈니 측에서는 발음이 아기 같은 건 상관이 없다고 했다나 봐요. 하지만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서 불러야 하긴 하는 거죠. 그걸 우리가 도와주는 거구요.”

황미열이 대답했다.

“전 보컬 트레이너지, 가사 외우는 걸 도와주지는 않아요. 물론 가수들도 가끔은 가사를 틀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어린 아기를 가르친 적은 없다구요.”

황미열은 난감했다.

‘시옷 발음도 제대로 못 하는 아기에게 영어로 된 노래를 부르게 하라니. 나보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거야? 뭐야?’

장미나가 대답했다.

“일단 한번 들어보세요. 은우는 보통 아기가 아니니까요. 영어 가사에 관한 건 제가 책임지니 걱정 마시고요.”

황미열은 일단 속는 셈 치고 음악이나 틀어줘 보기로 했다.

“뭐, 일단 들어나 보죠.”

황미열이 반주가 녹음된 파일을 누르자 오디오에서 기계임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박자를 놓치지 않고 은우가 노래를 시작했다.

“두 유 어너 메이크 어 뜨노우볼? 두 유 어너 음음음 음음음?”

황미열은 은우의 노래를 듣자마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옷 발음도 제대로 못 하는 아기가 음정은 정확하다. 저 높은음을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처리하는 것 좀 봐. 자연스럽게 게다가 독보적인 음색. 맑고 깨끗해.’

장미나가 말을 이었다.

“거봐요. 첫 줄 가사는 완벽하게 외웠어. 두 번째도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가사만 외울 때보단 빠른 거 같네요.”

황미열은 생각했다.

‘강라온의 눈이 틀리지 않았어. 은우는 아기라서 완벽한 거야. 이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라면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할만해.’

***

KJ 엔터테인먼트의 홍보팀의 이 대리가 홍보팀장에게 은우의 필모그래피를 읊어주고 있었다.

화면에는 은우의 사진이 들어간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함께 띄워지고 있었다.

“이은우. 2016년 2월 18일생. 올해 나이 네 살. 만으로는 세 살.

1살 때 너투브 채널을 개설하여 ‘갓난아기 잠재우는 노래’로 구독자를 끌어모음. 현재 이 채널이 너투브에서 구독자가 50만 명에 육박하는 큰 채널로 성장해 있습니다.

2살 때 우연히 아빠가 운영하는 열정 떡볶이가 골목의 제왕이라는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짐.

골목의 제왕은 은우가 출연한 편에 시청률이 두 배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때 순대송으로 전국 축산물 부산회에서 주는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이게 인생 최초의 상이고요.

순대송으로 초록창 실검 순위를 장악한 것을 시작으로 활동할 때마다 실검 순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듣고 있던 홍보팀의 신입사원 김혜란이 말했다.

“저도 그때 순대송 들었다니까요. 나 싸랑하니? 순대. 나 쪼아하니? 순대.

저게 저렇게 한 줄로 요약돼서 그렇지 그때 당시에 장난 아니었어요. 그쳐?”

새로온 인턴 김길우도 맞장구쳤다.

“제가 그때 그 노래 때문에 순대를 얼마나 많이 사 먹었다구요. 진짜 저 노래 순대마약송이에요. 순대 협회에서 상 줄만 하다니까요. 매출이 뛰는 게 얼마나 힘든데, 전국 단위 매출이 뛰다니.”

이 대리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좋은데. 다 좋은데.

브리핑하던 건 끝까지 하자고 좀.”

김혜란이 대답했다.

“아, 죄송합니다. 팀장님. 제가 그만 너무 흥분해서. 제가 진짜 은우 너투브도 그렇고 업어 키운 것처럼 열심히 팬질했거든요. 그래서 너무너무 감정이 이입돼서. 죄송합니다.”

이 대리가 괜찮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니, 뭐 죄송할 거까진 없고. 발표가 한 번 끊어지면 맥이 끊겨서 그렇지. 자자, 그럼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전국 노래 경연대회에 아빠와 함께 출연하여 전국 노래 경연대회 역사상 최연소 최우수상의 기록을 세웁니다.

이때 부른 곡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라는 개사곡인데, 이민호의 원곡인 ‘처음처럼’보다 좋다는 게 함정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들려드릴 순 없지만, 꼭 한번 들어보십시오.

정말 음색이 놀랍도록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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