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월드 스타를 향하여 (2)
그때 저편에서 강라온 대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은우 아버님, 은우야. 반가워요. 수희 씨. 고마워.”
강라온 대표는 은우를 보면서 생각했다.
‘신이 인간으로 태어나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 발연기를 해도 어느 정도 시청률이 나올 수밖에 없겠다. 이런 걸 보면 참 세상은 불공평하다니까.’
백수희가 강라온에게 말했다.
“대표님, 왜 그렇게 은우 얼굴을 한참 보세요? 하긴,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죠? 저도 깜짝 놀랐다니까요. 은우가 너무 귀엽고 잘생겨서요. 근데 은우는 외모 말고도 특별한 게 있어요. 전 지금도 은우만 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잠이 잘 와요. 대표님도 곧 있으면 은우의 매력에 푹 빠지실 거예요.”
“그런 게 중요하지. 스타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매력이 있어야 해. ‘위대한 목소리’는 이미 음악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꽤 입소문을 타고 있더라고.”
“오늘 보고 왔는데 우리 은우 정말 멋있어요.”
강라온 대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뛰어난 재능에 뛰어난 외모, 이 아이다.
내가 찾던 월드 스타야.’
강라온 대표는 은우에게 물었다.
“은우야, 넌 어떤 스타가 되고 싶어?”
은우는 생각했다.
‘눈빛이 빛나고 말투가 힘이 있어.
보자마자 어떤 스타가 되고 싶냐고 묻다니. 지독한 워커홀릭일 거야. 이 사람.
추진력도 있어 보이고.
아마 이 사람은 자신이 찾고 있는 사람이 나인지 궁금하겠지?
나는 이미 전생에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칭호를 들었던 사람이야.
내가 하고픈 건 그것보다 더 대단한 것.’
은우가 대답했다.
“세샹을 뱌꾸는 스탸.”
강라온 대표는 놀랐다.
‘이 질문은 내가 아이돌 면접 때마다 물어보는 질문인데 보통은 누구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거나, 감동을 주는 배우, 늘 새로워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데.
고작 네 살인 아이가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았어.
은우는 꿈의 크기가 다르다.
은우를 잡아야 해.’
강라온 대표가 말했다.
“은우야, 내가 니가 원하는 꿈에 다가서도록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니? 내가 가진 모든 시간과 능력을 동원해서 네 꿈을 이루도록 도울게.”
강라온 대표는 은우에게 무릎을 꿇었다.
백수희가 강라온 대표를 보고 놀라서 소리쳤다.
“대, 대표님.”
창현도 놀라서 소리쳤다.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은우는 강라온 대표를 보며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파리넬리 앞에 있는 것은 스페인의 여왕 이사벨 파르네시오였다.
이사벨이 수행원에게 말했다.
“잠시 물러가라. 짐이 파리넬리와 하고픈 말이 있다.”
수행원이 방을 빠져나갔다.
이제 방 안에 남은 것은 파리넬리와 이사벨 둘뿐이었다.
갑자기 이사벨이 무릎을 꿇었다.
파리넬리는 당황했다.
“여왕님, 여왕님. 이러시면.”
이사벨이 말했다.
“파리넬리, 짐은 자네의 목소리에 감동하였다네. 자네의 목소리는 전 유럽을 통틀어 어쩌면 몇백 년의 세월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일 수도 있겠지.
자네가 벌어들이는 돈도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네.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부탁은 매우 어려운 부탁이고, 자네가 수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도 생각하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자네에게 강요할 생각 역시 없다네.”
파리넬리는 긴장했다.
‘대체 어떤 부탁을 하시려기에.’
이사벨이 말을 이었다.
“나의 남편이자 스페인의 왕인 펠리페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며칠 전에는 자살을 하려고 시도했다가 시녀에 의해 발견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어.
짐은 이를 더 이상 두고 보기가 힘들다.
짐은 자네의 목소리가 왕의 우울증을 낫게 할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외부 활동을 멈추고 스페인 궁전 안에서 짐과 펠리페를 위하여 매일 노래해 주기를 간청하는 바이다.
짐은 짐의 능력 안에서 최대한 자네를 위한 물질적 보상을 해 줄 것을 약속한다.”
파리넬리는 생각했다.
‘이미 나는 1년에 오천 파운드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팬들이 내게 주는 선물까지 합한다면 그 이상이지. 이름난 귀족 가문이라고 할지라도 벌어들이기 힘든 금액이지.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재물을 이미 다 이루었다.
하지만 내가 타고난 신분은 귀족들과는 달라. 나는 내가 타고난 신분을 벗어나고 싶어.
어쩌면 여왕은 나를 위해 그것을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파리넬리가 대답했다.
“네, 여왕님. 여왕님의 명을 받들도록 하겠습니다.”
이사벨라가 파리넬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짐은 평생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다.”
은우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은우의 앞에는 강라온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우가 강라온에게 대답했다.
“녜에 녜에 녜에 녜에 네.”
***
거실에서는 영탁과 창현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창현아, 이 커피 진짜 맛있다. 우리 이거 이름 뭐라고 지을까?”
“그러게. 근데 진짜 은우가 빠뜨린 달고나가 커피 맛을 이렇게 바꿀 줄이야. 은우야 이 커피 이름 뭐라고 지을까?”
은우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음, 댤고냐 켜피.”
영탁이 대답했다.
“좋다. 달고나 커피.”
창현이 말했다.
“근데 달고나가 조금 쓴 맛이 있어서인지 우유를 좀 더 많이 부어야 맛있는 거 같아. 레시피상.”
영탁이 말을 이었다.
“달고나 라떼. 달고나 라떼 어때? 그렇게 이름 지으면 되겠다.”
창현도 맞장구쳤다.
“그래, 달고나 라떼. 딱 어울리는 이름 같아.”
“진짜 이건 세기의 실수 같아. 이렇게 맛있는 실수라니. 아무래도 이 레시피를 라방에 참여한 사람들과 공유해야겠어.”
“우리 커피숍에도 신메뉴로 내놓는 건 어때? 이 정도면 반응 좋을 거 같은데. 다른 커피숍엔 없는 메뉴기도 하고.”
“좋은 생각이야. 당장 시작해 보자. 별다방에서 베트남 연유 라떼를 처음 들여와서 돌체 라떼 돌풍을 일으켰던 것처럼 우리도 달고나 라떼도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 메뉴 진짜 성공할 거 같아.”
“젤라또에 이어 달고나 라떼까지. 우리 은우 대단한데 진짜. 좋은 아이디어는 모두 은우로부터 오네.”
“참, 이번에 ‘열정’이라는 브랜드로 떡볶이랑 커피숍, 베이커리를 함께 묶어서 프랜차이즈로 법인화할까 생각 중이야.”
“프랜차이즈는 맛을 균일화하는 게 중요하니까 레피시 개발에 더 힘써야겠다.”
“응, 베이커리는 까를루초 할아버지의 젤라또와 코르시니 할머니의 크루아상 반응이 좋아서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커피숍은 후발주자이기도 하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는 유럽 쪽에서 선호하는 커피랑은 달라서 무작정 수입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더라고. 오늘 달고나 라떼를 만든 것처럼 특색있는 메뉴가 많이 필요할 거 같아.”
영탁이 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은우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녜에 녜에 녜에 녜에 네에.”
창현이 영탁에게 말했다.
“참 영탁아, 우리 라방 말이야. 다음엔 시청자 초청 방송을 해 볼까 하는데, 어떤 컨셉이 좋을까?”
“요새 ‘나는 셰프다’ 재밌던데. 그거랑 비슷하게 너랑 은우랑 경쟁하는 컨셉으로 해 보면 어때? 재료부터 고르는 걸로.”
“재밌겠다. 좋은 생각이야. 그럼 일단 장소 섭외가 중요할 거 같은데, 그 장소 좀 찾아서 섭외해 줘.”
“해 주떼요. 땸툔.”
은우는 라방 시청자들을 실제로 만날 생각에 신이 났다.
***
“걈샤햠니댜.”
은우는 차례로 들어오는 팬들에게 쿠키를 나눠주고 있었다.
은우의 선물을 받으며 들어오는 팬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있었다.
“오, 은우체고님.”
“오, 의디딩님 반가워요.”
팬들은 각자의 대화명이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걸고 있었다.
“이렇게 뵙게 될 거라곤 생각 못 했네요. 라방에서 자주 대화하다 보니 처음 뵀는데도 낯설지가 않아요.”
“저도요. 은우 덕분에 또 이렇게 좋은 인연을 얻어가네요.”
팬들끼리도 웃음꽃이 피고 있었다.
“근데 이 스튜디오 매우 좋네요..”
“여기 혹시 거기 아니에요? 그 서바이벌 요리 프로 했던 곳. 아무리 봐도 거기 같은데.”
“그쳐? 그 ‘나는 셰프다’ 거기 나왔던 스튜디오 같아요. 여기 조리대랑 저 뒤에 아마 재료실이 있을 텐데. 그 재료실에서 요리 재료 고르는 거, 그거 완전 재밌는데.”
“맞아요. 요리 재료 잘못 가져오면 아무리 요리 잘하는 셰프도 망하잖아요.”
“지난번에 그래서 그 중식의 대가 김전복님이 고전하셨는데.”
“오, 근데 오늘 뭐 하려고 우릴 여기로 초대한 걸까요? 혹시 요리 대결?”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근데 요리 대결을 하면 상대가 될까요? 은우는 겨우 네 살이고, 은우 아버님은 이미 유명한 맛집 사장님이시잖아요.”
“저도 열정 떡볶이 단골인데 그 집 떡볶이 무지 맛있어요. 그치만 저는 은우 아버님 요리가 아무리 맛있어도 은우가 만든 요리를 고를 거예요.”
“전 잘 모르겠어요. 맛없는 거에 정말 약하거든요.”
“은우에 대한 사랑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예요? 의디딩님?”
팬들의 대화를 듣던 영탁은 생각했다.
‘역시 이 스튜디오를 보는 순간 다들 ‘나는 셰프다’를 떠올리는구나. 그럴 줄 알고 아예 ‘나는 셰프다’ 사회를 보셨던 김수원 성우님을 초청해와서 다행이야.
스튜디오도 빌리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잘 성사돼서 다행이고.
오늘 라방에서 팬분들도 좋은 추억을 만들고 가시면 좋겠다.’
창현은 샌드위치를 포장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영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 끝났어?”
“거의 다해가.”
“어서 빨리 나가봐. 팬들 입장 끝나가. 여긴 내가 마무리할게.”
창현이 문을 열고 나오자 의자에 앉은 팬들이 창현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은우 아버님, 반가워요.”
스튜디오 안에 초대된 팬들은 20명.
모두 은우의 라방을 실제로 본다는 감격스러움에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은우는 요리사 모자를 쓰고 귀여운 앞치마를 두른 채 창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빠, 뺠리 와요.”
창현이 서둘러 은우의 옆으로 갔다.
김수원이 진행을 시작했다.
“자, 이제부터 라방을 시작합니다. 여러분들은 간단한 호응만 해 주시고 평소처럼 편하게 있으셔도 됩니다.”
팬들이 술렁였다.
“저기 저분 나는 셰프다에서 나왔던 그 목소리 아니야? 맞지?”
“맞아요. 김수원 성우님. 와 진짜 스튜디오도 그렇고 분위기 난다. 우리 정말 요리 서바이벌에 초대된 기분인데요.”
“저까지 긴장되네요.”
은우가 말했다.
“오느리 메뉴는”
팬들도 함께 따라 했다.
“오느리 메뉴는.”
은우는 자신도 모르게 싱긋 웃었다.
‘팬들이 내 말투를 따라 하니까 너무 웃기다. 이렇게 반응하고 호응해 주는구나. 왜 방송을 하는지 알 것만 같아. 방에서 아빠랑 둘이서 방송할 때랑은 달라. 심장이 뛰는 것만 같아.”
은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느리 메뉴는 묠랴요임니댜.”
팬들의 시선이 은우를 향했다.
“몰라요란 요리도 있었어?”
“은우, 장난꾸러기.”
은우가 다시 말했다.
“오느리 메뉴는 안 갸르쳐 쥬지임니댜.”
팬들이 말했다.
“은우 장난치나 봐요. 표정이 지금 딱 재밌어 죽겠다인데.”
“살살 눈웃음치면서 웃는 거 봐요. 아고 귀여워.”
김수원이 웃으며 진행을 이어갔다.
“오늘은 예상하신 대로 요리 서바이벌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은우와 은우 아버님은 각자 만들고 싶은 요리를 생각하신 후에 재료실의 재료를 가져오시면 됩니다. 재료실에서 가져온 재료로만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재료실에서 재료를 꺼내는 시간은 두 사람 다 10분 안에 결정을 해야 합니다. 조리 시간은 은우에게 10분을 더 주도록 하겠습니다.
다 만든 후에 여기 계신 팬분들이 요리를 직접 드시고 평가를 해 주실 것입니다.”
은우는 생각했다.
‘일단 쉬운 것을 만드는 게 좋은데, 그나마 쉬운 게 팬케이크. 음 그게 좋겠다. 코코아를 우유에 타서 같이 드릴까.’
김수원이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시간을 잴 테니, 은우와 은우 아버님은 재료실로 가서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 짹깍짹깍
초침 소리를 들으며 은우는 바구니를 들고 재료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재료실로 들어가자마자 은우의 앞에 과자가 보였다.
‘어, 이거 내가 좋아하는 과잔데 왜 재료실에 있지?
오, 맙소사, 다른 과자도 있네. 과자가 너무 많잖아.
이야, 여기 초콜릿도 있고, 또 오오 마시멜로도 있고,
스키틀즈도 있고, 와. 와.’
은우는 신이 나서 정신을 잃고 바구니에 과자를 종류별로 담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김수원이 말했다.
“남은 시간은 2분 30초, 2분 30초입니다.”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