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40화 (40/257)

40화. 월드 스타를 향하여 (1)

창현의 전화벨이 울렸다. 백수희였다.

“창현 씨, 혹시 은우 소속사 생겼나요?”

“아니요. 아직이요. 그렇지 않아도 요새 그것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저는 잘 모르는 분야다 보니 어려워요. 물어볼 사람도 없고. 처음엔 너투브 쪽 소속사를 생각했는데, 이제 은우가 드라마도 찍고 영화도 찍게 되니 그런 소속사는 작은 것 같고 어렵네요.”

“창현 씨, 제 소속사 대표님이 은우를 한번 만나보고 싶으시다는데, 한번 만나보시겠어요? 저희 소속사 대표님 ‘그녀는 너무 미웠다’를 부르셨던 가수이시기도 해요. 강라온 대표님요.”

창현은 생각했다.

‘강라온이라니. 힙합, 소울 등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작곡가이자 가수 아닌가. 레이니와 캣걸스 등 유명한 가수들도 키워냈고. 계약을 하든 안 하든 은우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야.’

***

‘위대한 목소리 : 더 파리넬리’의 개봉일.

은우는 창현과 함께 팝콘을 사고 있었다.

“아이론맨!!”

은우는 창현에게 아이론맨 캐릭터가 그려진 콜라 통을 사 달라고 조르는 중이었다.

“알았어. 이제 드디어 히어로물의 시기인가.”

창현은 은우가 자동차와 공룡을 넘어서서 영화의 히어로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신기했다.

“머쪄. 피용, 피용. 피슝!”

은우는 팝콘과 함께 받은 캐릭터 콜라 통에 있는 아이론맨을 한참 쳐다보았다.

‘뚜껑에는 아이론맨 인형도 붙여져 있고, 진짜 멋지다. 나도 나중에 이런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은우는 자신이 아이론맨이 된 상상을 하고 있었다.

“아임 아이론맨.”

전작의 흥행 때문에 아이론맨의 마지막 대사는 거의 모든 남자 아이들이 외우는 대사가 되었다.

그때 은우를 유심히 보던 한 여성이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은우 아니에요?”

창현은 마침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은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이은우임니댜.”

대답과 함께 번쩍 드는 오른손.

오른손은 전에 천사들의 집에서 횡단보도 교육을 받은 뒤로 생긴 버릇이었다.

“아, 귀여워. 손드는 것 봐.”

여자의 옆에 서 있던 다른 여자들도 함께 소리를 질렀다.

“거봐. 내가 은우 맞다고 했잖아.”

“와, 실물이 훨씬 귀엽다. 저 볼 좀 봐.”

옆에 있던 친구들이 호들갑을 떨자, 먼저 말을 걸었던 여자가 정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도 예의를 지켜야지. 은우도 저렇게 예의 바르게 말하는데.

누나는 직장인인데 ‘내일도 사랑해’ 때부터 팬이었어. 은우야. 지난번 뮤지컬도 보러 갔었고. 이번에 영화도 은우가 나온다고 해서 보러왔어. 만나게 돼서 영광이야.”

옆에 서 있던 친구들도 말을 보탰다.

“은우야, 이번 영화 잘될 거야. 느낌이 좋아. 파이팅.”

“백만 가자, 은우야. 그런데 사진 좀 찍어주면 안 될까?”

아까부터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던 여성분이 말을 꺼냈다.

“조아요.”

은우가 흔쾌히 허락했다.

창현이 스마트폰을 받아들고 은우와 팬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은우는 팬들의 한가운데 서서 귀 옆에 양손으로 브이를 붙이고 밝게 웃고 있었다.

“오, 은우 포즈 좀 봐. 너무 귀엽다. 우리도 이렇게 해 볼까?”

“은우는 귀여운데 우린 민망스러운 거 아니야?”

“민망스러워도 은우가 하는 건데, 빨리 따라해.”

그리하여, 네 사람은 모두 은우의 전매포즈인 양 귀 옆에 브이자 붙이기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창현은 은우와 함께 극장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위대한 목소리 : 더 파리넬리’는 음악 예술 영화라서 그런지 관객의 대부분이 성인이었다.

간혹 10대가 있긴 했지만, 은우와 같은 어린아이는 보기 힘들었다.

‘지난번 ‘별을 사랑한 아기 마법사’ 공연 때는 어린아이 관객들이 많았는데. 전부 어른들만 있으니 어떻게 평가할지 떨리는데……. 아까 만났던 사람들은 원래부터 내 팬인 것 같았지만, 내 팬이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은우는 미묘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일도 사랑해’ 때는 드라마라서 시청자 반응을 눈앞에서 보진 못했었는데, ‘별을 사랑한 아기 마법사’ 때는 눈앞에서 바로바로 반응을 보여주니까 그 반응으로 힘이 나기도 했었어.’

은우는 ‘별을 사랑한 아기 마법사’ 공연을 떠올렸다.

‘그땐 진짜 관객들로부터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았어. 그 에너지를 받아서 노래를 더 잘 부를 수 있었지. 잊을 수 없는 그 환호.’

은우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변의 관객들의 말들이 들려왔다.

“이 영화 우리나라 아기가 나온다는데. 너 알아, 그 아기?”

“장난해. 너 그 아기가 아니라. 이은우 님이거든. 이은우. 앞으로 월드 스타가 되실 분이야.”

“야, 노래가 장난 없더라. 난 그렇게 노래 잘하는 아기 처음 봤어.”

“나두. 세상에 무슨 아기가 어른도 부르기 힘든 노래를 어른보다도 더 잘해. 난 OST만 듣고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창현은 주변 관객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은우는 아직 어린데 나쁜 말을 듣고 상처받을까 봐 걱정이야.’

창현은 초능력이라도 생긴 양, 멀리서 들리는 소리라도 더 잘 듣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불이 꺼지고 광고가 시작되었다. 선글라스를 낀 한 여자가 비어있던 은우의 옆자리로 와서 앉았다.

‘누군데 극장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지.’

은우는 옆자리의 여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아. 눈나?”

백수희가 대답 대신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쉿!”

은우는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백수희가 창현에게 눈짓으로 인사를 했다.

‘누나가 오니까 뭔가 마음이 든든하고 좋은데.’

은우는 마치 자기편이 한 명 더 늘어난 것 같은 기분에 신이 났다.

‘누나가 와 줘서 정말 기쁘다. 그런데 누나한테는 아빠가 연락한 걸까?’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첫 장면은 은우가 고양이와 함께 피아노에 앉아 피아노를 치는 장면.

고양이가 장난처럼 발로 치는 피아노 선율에 은우가 허밍으로 선율을 만들어 낸다.

“따따 따따 따따 따.”

“음음음 음음음음음.”

고양이는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올리며 골골송을 부른다.

관객들의 시선이 은우와 고양이에게로 집중된다.

“와, 귀엽다. 아기 좀 봐.”

“고양이랑 너무 잘 어울려.”

은우는 여자 관객들이 낮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

영화가 끝나고 백수희가 말문이 막힌 듯 멍하니 허공을 보며 은우에게 말했다.

“은우야, 진짜 멋지다. 저 제이크라는 배우 내가 진짜 좋아하는 배우인데, 제이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잘하다니. 내가 이런 은우와 연기를 했다 이거지. 미리 싸인 받아놔야겠는데. 나보다 더 유명해지겠어.”

은우는 어색해서 웃음을 지었다.

“그냥. 열띠미 해떠요.”

“뭐야, 그 반응은 마치. 공부 잘하는 애한테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해요?’라고 물으니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라는 말을 들은 것 같잖아. 은우, 이렇게 비인간적인 사람이었나.”

“헤헤. 지인짜예요.”

“그래. 지인짜다.”

백수희가 은우의 말투를 흉내 내며 은우의 옆구리에 간지럼을 태웠다.

“헤헤.”

은우가 웃는데 뒷자리의 관객이 주의를 주었다.

“메이킹 영상 봐야 하니 조용히 해주세요.”

은우는 웃음을 참으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영화가 끝났으니 나갈 만도 한데 끝까지 다들 열심히 봐 주는구나.’

메이킹 영상 속.

첫 번째 장면.

은우가 안드레아와 G선의 대결을 마치고 카메라가 꺼지자,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치는 장면.

“나 아슈크림 머글 거야.”

아이스크림을 들고 세상 행복한 웃음을 짓는 은우.

스크린에 가득 잡히는 은우의 눈웃음.

두 번째 장면.

은우가 파리넬리의 성인역을 맡은 주연 배우인 크리스와 함께 저음 대결을 펼치는 장면.

크리스가 먼저.

“아(라).”

은우가 이어서

“아(솔).”

크리스.

“아(파).”

은우.

“아(미).”

점점 힘들어 보이는 크리스의 눈빛.

크리스.

“아(레).”

은우.

크리스.

“아(도).”

옆에서 심판을 보던 음악 감독 에릭이 말했다.

“크리스 안 내려갔어. 은우 승.”

크리스는 겸연쩍은 얼굴로.

“은우야, 너무 잘하는 거 아니야? 고음도 잘하면서 저음까지 잘하면 어떻게 해.”

관객들의 웅성거림.

“세상에 저 은우라는 아기는 영화에서 보니 고음도 소름 끼치게 잘 부르던데, 저음까지 저렇게 내려가다니.”

“근데 크리스도 브로드웨이 출신이라 노래 정말 잘하는데 지다니.”

“맞아. 원래 성악 전공자라서 클래식 영화에서 단골로 주연을 맡았었어. 왜 그 뮤지컬을 영화화한 ‘고양이들’에서도 주연을 맡았었잖아.”

“그치. 크리스는 ‘고양이들’이 인생작이었지. 그걸로 떴으니까. 나도 그 영화에서 보고 팬이 됐어.”

“나도 원랜 크리스 보려고 왔었는데, 크리스 보러 와서 은우 팬이 돼서 나가는 거 같아.”

“사실 크리스는 이번 영화의 모든 음악을 다 부른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 파리넬리가 워낙 음역대가 높은 가수라서 그걸 다 소화할 수가 없었대. 그래서 컴퓨터가 여가수의 노래와 합성했다고 하는데, 은우는 다 소화했다고 하더라구.”

“아까 그 노래가 전부 다 실제로 부른 거였구나. 대단하다. 진짜. 나 갑자기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지는데.”

영화관에서 나온 은우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백수희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은우 못 본 세 달 사이에 완전 멋있어졌다. 키도 많이 크고 연기도 늘고. 영화에서 보니 드라마에서 볼 때랑은 또 달라 보이더라. 티비보다 스크린이 더 잘 받는 얼굴이십니다.”

백수희가 장난으로 은우에게 존댓말을 하며 놀리고 있었다.

“이러다 눈나보다 잘 나가시는 거 아닙니까. 월드 스타님. 누나가 피자를 사겠습니다. 앞으로 잘 봐주십시오.”

“와, 피쟈. 피쟈.”

은우는 창현과 백수희와 함께 피자집으로 들어왔다.

종업원은 세 사람을 생일파티를 하는 패밀리실로 안내했다.

창현은 당황해서 종업원에게 물었다.

“생일잔치 예약 안 했는데요.”

백수희가 창현에게 속삭이듯 대답했다.

“곧 있으면 대표님이 오실 거예요.”

긴장한 창현과 달리 은우는 신이 나서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고르고도 먀띠고 포데도 먀띠고 스테크 피자도 먀띠고.”

“다 맛있으면 종류별로 다 시켜야겠네. 근데 다 먹을 수 있겠어? 이 조그만 배에 그게 다 들어가?”

백수희는 은우가 귀엽다는 듯 볼록 나온 배를 살짝 찔렀다.

“아니, 먀니 몬 멍는데 자꾸 머꼬 시퍼셔.”

“은우 먹고 싶으면 다 못 먹어도 괜찮아. 이것저것 시켜. 눈나가 사줄게.”

은우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르곤 졸라 피자와 스테이크 피자, 봉골레 스파게티와 케이준 샐러드를 주문했다.

‘언제나 고르는 건 너무 어려워. 먹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나는 결정장애인가 봐.’

은우는 슬라임 카페에서 파츠를 고르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도 딱 이랬다니까.’

드디어 피자가 나왔다.

“와 맛있겠다.”

백수희가 피자를 잘라서 은우의 접시에 먼저 놓아주었다.

“많이 먹어. 은우야. 우리 월드 스타님. 참, 그리고 보니 나 크리스 사인 한 장 받고 싶었는데 나중에 은우한테 부탁해야겠다. 은우, 할리우드를 나보다 먼저 진출하고 대단해.”

백수희가 피자를 먹으며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희 회사 대표님께서 은우를 정말 만나보고 싶어 하세요. 대표님이 미국에 대한 강한 갈망이 있으셔서. 전에 그 캣걸스도 미국 진출시키시고 그러셨거든요.”

“아, 기억나요. 저도 캣걸스 무지 좋아했었는데.”

“그때 캣걸스 모르는 사람 아마 대한민국에 없었을 걸요? 근데 그거 아세요? 사실 저도 걸그룹 데뷔할 뻔했던 거.”

“네에, 백수희 씨가요?”

“제가 원래 아이돌 연습생으로 들어왔었는데, 춤이 너무 안 돼서 배우로 전향한 케이스거든요. 노래는 나름 괜찮았는데 말이에요. 물론 은우만큼은 아니지만. 그래서 제가 아이돌 가수들이 즐비한 ‘HO엔터’에 있는 거예요. 덕분에 배우보다 가수를 더 많이 알지만.”

“전 ‘HO엔터’ 소속이신지 몰랐어요. 그래도 ‘HO엔터’는 저 같은 사람도 알 정도로 네임드 회사잖아요. 은우가 ‘내일도 사랑해’를 찍을 때부터 조금씩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위대한 목소리’까지 촬영을 하고 나니 정말 소속사가 필요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가 아니니까 외국은 문화나 제도 같은 게 많이 달라서 시행착오도 겪게 되고. 일단 제가 영어도 못 하고요. 이번엔 은우 팬이자 떡볶이집 단골인 친구가 도와줬는데, 언제까지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고요.”

“은우 미래를 위해서도 전문적인 매니지먼트가 필요할 거예요. 은우라면 고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사실 그동안 몇몇 소속사로부터 연락이 오긴 했었어요. 처음엔 너투브 소속사들이었는데, 뮤지컬에 출연하면서부터는 다양한 소속사들로부터 연락이 오더라구요. 그리고 이번에 ‘위대한 목소리’ 개봉을 앞두고서는 정말 전화기에 불이 날 지경이었어요. 어떻게 번호를 알아냈는지……”

“그쵸. 요새 은우가 핫하니까. 사실 은우는 어느 소속사에 가더라도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저희 소속사가 나쁘진 않아요. 그래서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네, 저도 ‘HO엔터’라면 해외 계약도 잘해 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대답 좋네요. 같은 소속사 식구 되면 좋겠다. 은우야. 그치?”

“네, 눈나.”

“아구 예뻐. 아구 예뻐.”

백수희는 은우가 예쁜지 볼을 살짝 늘여서 잡아당겼다.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데 창현 씨가 싫어하려나. 아, 은우 너무 이뻐.’

백수희는 오랜만에 본 은우가 너무 귀여워 죽을 지경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