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미술 재능 (2)
은우가 집에 왔을 때 창현을 꽃꽂이를 하고 있었다.
“아뺘, 이건 머예요?”
창현 대신 영탁이 삼촌이 대답했다.
“은우야, 아빤 꽃꽂이 시작했대. 저기 봐. 저거 큰 거 아빠가 만들어 온 거다.”
거실 한쪽에는 커다란 대형 꽃꽂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또 해?”
은우는 아빠가 저렇게 커다란 대형 꽃꽂이를 완성하고도 또 꽃꽂이를 하고 있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창현이 대답했다.
“꽃이 있으면 식욕도 좋아지고 집안 분위기도 밝아진다고 해서.
그리고 우리 있다 라방할 때도 잘 보이는 곳에 두려고.”
은우는 서운했다.
‘꽃이 이쁘긴 하지만 2개는 좀 많아. 게다가 내가 집에 왔는데 아빠는 반갑게 맞아주지도 않고. 꽃꽂이만 하고 말이지.’
은우가 창현에게 말했다.
“아빠, 이제 이거까지먄 땩 햐고 더는 하지 먀!”
창현은 당황했다.
“은우야, 꽃 예쁘지 않아? 아빠가 은우 기분 좋게 지내라고 만드는 건데.”
영탁이 웃음을 터트렸다.
“저거 딱 니 말투잖아. 은우 혼낼 때 니 말투. 기억 안 나?
은우가 장난감 거실에 어지럽히거나 레고 조립 같은 거 더 한다고 땡깡 부리면 너도 저렇게 말하면서.”
창현은 당황했다.
“내가 그랬었나?”
영탁이 웃었다.
“역시 아기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니까. 아마 은우가 니가 꽃꽂이하느라고 자기랑 놀아주지도 않고 그래서 화난 거 같은데. 그치 은우야?”
은우는 당황했다.
‘역시 영탁이 삼촌은 눈치가 빠른데. 말 안 해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어.
혹시 영탁이 삼촌도 재능창을 가지고 있나?
어떻게 감추지. 감추는 재능을 가져와야 하나?’
은우가 고민하다가 말했다.
“음, 그르면 영탁이 샴촌 꺼랑 보리 꺼도 햐냐씩 먄드러 줘.”
창현은 배꼽을 잡고 웃고 있었다.
“그래, 은우야. 아빠가 너 집에 왔는데 아는 척 안 해서 미안해.”
영탁이 시계를 보고 외쳤다.
“앗, 7시네. 라방 시작할 시간이야. 어서 준비들 해.”
드디어 라방이 시작되고 하나, 둘 시청자들이 입장하였다.
[바비다라] : 오오, 드디어 시작인가. 일주일 동안 라방만 기다려왔다.
[덕짱드래곤] : 오늘 회사에서 실적 때문에 스트레스 왕창 받았습니다. 편의점 맥주 사다 놓고 은우 방송 기다리는 중이에요.
창현이 카메라에 대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화사한 분위기에서 인사를 시작합니다.
여러분, 색깔이 식욕에 영향을 주는 거 아세요?
혹시 다이어트하는 분이 계신다면 집안 분위기나 식탁을 보라색이나 파란색으로 꾸미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반대로 노란색이나 주황색 같은 색깔은 식욕을 촉진한다고 해요. 식사를 맛있게 하고 싶으시다면 식탁 주변을 노란색이나 주황색으로 꾸미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오늘 저희는 식탁 주변을 노란색과 주황색 꽃으로 장식해 보았습니다.”
[은우체고] : 아버님, 갑분 진행 욕심 있으시네.
[은우띵작] ; 아버님, 꽃꽂이 좀 하시는데. 식탁 주변 너무 예뻐요.
[메밀] : 아버님, 지금 음식 자신 없으니까 꽃으로 때우시려는 건가요?
은우가 인사를 했다.
“안녕햐떼요. 이묘, 땸톤, 눈나, 형아들. 오늘부텨 재롱이들이라고 부를께요. 재롱이들 안녕.”
[아기부터시작] : 맙소사, 지금 은우가 팬들 이름 붙여준 것임? 레알?
[소화제대신은우영상] : 우리 이제 은우 앞에서 재롱 피워야 하는 건가?
[철수누나] : 왜요? 귀여운데요. 재롱이들. 어린이집 느낌 뿜뿜나고. 우리 다 같이 어린이집 가방 메나요?
[조장훈] : 귀엽긴 하네요. 일단 은우가 지어준 거니 대답합시다. 네, 재롱이 여기 있어요!
“오느리 메뉴는 댤교냐.”
은우가 요리사용 빵모자를 쓰고 달고나 세트를 들고 외쳤다.
창현이 국자를 들고 말했다.
“은우는 새로 나온 달고나 만들기 세트로, 저는 옛날 방식으로 달고나를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홍삼젤리] : 은우 요리사 모자 너무 귀여움. 요정 같지 않나요?
[치킨살해범] : 달고나라니 예전에 엄마 없는 빈집에서 달고나 하다가 국자 다 태운 기억난다.
[편하개] : 치킨살해범님 슬퍼요. 엄마 없는 빈집이라니.
[치킨살해범] :슬플 거까지야. 맞벌이하셔서 초등학교 때부터 목에 열쇠 걸고 다니는 열쇠 소년이었거든요.
[서밋] : 앗, 저희 엄마도 맞벌이하셨어요. 식당 하시느라.
[아라진] : 다들 추억 소환 중인가 봐요? 은우 덕분에. 그런데 새로 나왔다는 달고나 만들기 세트는 어떨지 궁금하긴 하네요.
[바비다라] : 요즘 진짜 물건 잘 나와요.
[안테] : 저희 아기랑 해봤는데 물건이 잘 나온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저희는 4번째에나 성공했거든요.
영탁이 말했다.
“은우아빠에겐 10분을, 은우에겐 15분을 주겠습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달고나를 완성하세요.”
영탁이 스톱워치를 켰고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은우가 고체연료에 동국자를 올리고 설탕을 녹이고 있었다.
‘설탕이 타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높이 조절을 잘해야 해. 그리고 소다를 넣기 전보단 넣은 후가 더 잘 탈 수 있고.’
은우는 아빠와 함께 연습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색깔이 커피색으로 변하면 쟁반 위에 설탕을 뿌리고 달고나를 만든다.’
은우의 침착한 대처에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은우는 빠르게 곁눈질로 아빠의 속도를 보았다.
창현은 어느새 달고나를 다 만들고 별 모양 누름판을 누르고 있었다.
[정수] : 은우 집중하는 거 봐요. 입술 모았어. 우리 아기도 집중하면 저런데.
[레디] : 악, 입슐 녀뮤 기여어.
[해피베어] : 캡쳐하고픈 장면이다. 찐이다. 찐.
[프링] : 은우, 아빠 속도도 체크하는 거 봐요. 눈동자 움직이면서. 멀티 플레이어임.
[두부] : 저 작은 손으로 하는 거 봐요. 신기해요. 금방이라도 망칠 것 같은데 망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은우는 생각했다.
‘안 되겠어. 아무래도 재능을 불러와야겠어.’
[그리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투시력 레벨 1]
‘휴우, 재능을 불러오니 확실히 편하긴 하구나. 그런데 여전히 아빠가 더 빠르네. 아무래도 이건 진 건가.’
[뚜네] : 달고나 먹고 싶다. 집에 설탕이랑 소다 있나 찾아봐야지.
[옥이] : 은우가 만든 달고나 하나만 받아봤으면.
창현이 달고나를 완성했다.
영탁이 말했다.
“은우 아빠의 기록은 9분 45초입니다.”
은우가 설탕을 더 뿌리고 그 위에 별 모양을 찍기 시작했다.
[걸그룹 전문가] : 은우가 만든 별 모양 좀 봐요. 와, 진짜 잘 나왔다.
[사무엘] : 저거 시청자들에게 나눠주고 별 모양 제대로 살려서 떼 낸 사람 응모합시다.
[뱅오] : 지난번에 말한 시청자 모아서 하는 라방 한 번 갑시다.
[무무] : 갑시다!!!
영탁이 외쳤다.
“은우 완성. 은우의 기록은 12분 30초입니다. 자, 그럼 이제 만든 작품을 비교해 볼까요?”
카메라가 은우가 만든 달고나와 창현이 만든 달고나를 비췄다.
[비비] :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데. 우리 틀린 그림 찾기 하나요?
[덕짱드래곤] : 비슷한 거면 은우가 잘한 거 아닌가요? 은우가 훨씬 어리잖아요.
[밤도깨비] : 그쳐. 은우는 이제 4살인데 훨씬 잘하는 거죠.
[하리보] : 은우 승리. 승리.
영탁이 말했다.
“10분간 드릴 테니 시청자분들은 게시판에 들어가셔서 공지사항 확인 후 게시판에 이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남겨 주시면 집계해 보겠습니다.”
은우는 순간 놀랐다.
‘잊고 있었어. 아까 시작할 때 내가 아빠보다 시간을 5분이나 더 가진걸. 진 게 아니었네. 이럴 수가.’
달고나 만들기의 승자를 가리는 시간, 영탁이 말했다.
“게시판 확인 결과 은우 1523표, 은우 아빠 123표로 은우가 이겼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계속 달고나 만드는 방송을 보고 계시니 달고나 드시고 싶으시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자, 효과음 나갑니다. 오늘 시청자분들 중에 10분을 추첨하여 은우아빠와 은우가 함께 만든 달고나를 집으로 보내드립니다.”
[서밋] : 헉, 소원이 이루어지다니.
[무민] : 은우는 우리의 지니인가봉가
[은우포에버] : 하고 싶은 걸 최대한 많이 말해 봅시다. 이뤄질지도 모르잖아요.
영탁이 말했다.
“자, 은우아빠는 오늘 승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은우가 생각보다 빠르고 정확히 만들어서 놀랐습니다. 저랑 몇 번 연습했는데 연습할 때보다도 더 잘했네요. 우승은 무조건 은우라고 생각합니다.”
영탁이 말을 이었다.
“우승자는 달고나를 받은 시청자를 추첨하게 됩니다.”
은우는 팬들에게 나눠줄 달고나를 하나 들고 있었다.
“땸톤, 이겨 녀뮤 마디뗘 보이는데 조금먄 머겨됴 대요?”
[서우] : 어서 먹어. 은우야. 우리 은우가 먹고 싶으면 먹어야지.
[현진이엄마] : 세상에 은우 좀 봐. 우리 아들 같으면 그냥 먹었을 텐데 물어보고 먹는 것 좀 봐. 예의도 바르지.
[두산이이긴다] : 우리 은우는 그런 아기입니다. 예의 바른 아기.
영탁이 말했다.
“참, 제가 추첨에 정신이 없어서 시식을 깜빡했군요. 그럼 만든 달고나를 함께 시식해 보겠습니다.”
은우가 달고나를 깨물었다.
- 아사삭.
[그리스의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생동감 레벨 1]
[두부] : 와, 소리 미쳤다. 방금 소리 들으셨어요? 다들?
[인절미] : 달고나 깨 먹을 때도 소리가 나는 줄 첨 알았네요. 확실한 asmr인데요.
[뉴비] : 달고나 꼭 받고 싶어요. 너무 맛있어 보인다.
은우는 모니터 앞으로 손을 뻗어서 달고나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다 손이 미끄러져 달고나를 떨어트렸다.
하필이면 달고나가 떨어진 곳은 영탁이 타 놓은 커피 위였다.
‘앗, 망했다. 이걸 어쩌지?’
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핑크공듀] : 헉헉, 맙소사 맙소사. 어떻게 해요?
[븝미쨩] : 은우가 그런 건 괜찮습니다. 쿨하게 젓가락으로 건져봅시다.
[준수] : 건져서 먹으면 별 탈 없을 듯요. 아니면 커피를 새로 타세요. 달고나만은 꼭 살려야 합니다.
창현이 말없이 새로 커피머신을 눌렀다.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집에 커피 캡슐도 많이 있으니까요.”
영탁이 진행을 계속했다.
“그러면 달고나 맛도 봤으니 추첨을 하겠습니다. 자, 뽑아볼까요?”
은우가 대화명이 적힌 쪽지가 든 작은 통 안에 손을 넣어서 종이를 뽑았다.
영탁이 은우가 뽑은 종이를 읽었다.
“은우체고, 두산이이긴다, 돼지엄마, 의디딩 …….”
[돼지엄마] : 복권 안 사길 잘했네요. 어제 꿈에 나온 돼지들아, 너무 고마워.
[의디딩] : 아자, 아자, 가즈아.
[편하개] : 달고나, 날아갔네. 은우가 만든 거라 꼭 받고 싶었는데.
[은우포에버] : 엄마, 나 당첨됐어. 아파트 단지라도 돌면서 자랑해야겠어요.
***
“걍냐온 대표님, 걈샤함니다. 져 일뜽 해또요.”
은우가 밝게 웃으며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강라온은 무대 아래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좋겠어. 강대표. 지난번 맨스씩스 때의 불명예를 씻는군. 내가 먼저 발견했어야 했는데.”
DO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도진우가 아쉬운 듯 인사를 건넸다.
‘역시 고생한 보람이 있어. 내가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하지.’
강라온은 뿌듯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나는 은우를 가수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이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결국 내가 은우를 가수로 만든 건가? 아무래도 이상한데.’
순간, 강라온은 잠에서 깨었다.
‘휴우, 꿈이었다니. 아무래도 안 되겠어. 후회할 것 같으면 시도해 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일단 은우를 만나보고 결정해야겠어. 가만있어봐. 그래. 백수희. 은우와 같이 내일도 사랑해에 출연했던 백수희가 우리 회사 소속이었지.’
강라온은 백수희에게 전화를 했다.
“대표님.”
백수희가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수희야, 혹시 너 이은우 아니? 내일도 사랑해에 출연했던데.”
“그럼요. 은우 잘 알죠. 왜요? 대표님. 우리 은우, 캐스팅이라도 하시게요?”
“은우 아직 소속사 없지?”
“내일도 사랑해 촬영 때까진 없었어요. 물어봐 드릴까요?”
“응, 은우를 내가 좀 만나봤으면 해서.”
“그럼 제가 연락해 볼게요.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