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37화 (37/257)

37화. 너투브 요리왕 (3)

강라온은 은우의 전국 노래 경연대회 영상을 보고 있었다.

“우리 이렇게 지금처럼만.

더 바라지 않아도

지금 이렇게 서로를 사랑해요.”

창현의 목소리 위에 더해지는 은우의 화음.

그리고 이어지는 3단 고음.

“아아아아~~~~~~ 아~~~~~~ 아~~~~~~~~”

강라온은 입을 벌린 채 경악했다.

‘이것이 아기의 목소리라고. 내가 키운 가수들 중에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가수가 있었던가.’

다음 영상은 창현이 부르는 열정의 트위스트.

“차차차 신이 나게 흔들어요. 차차차 우리 함께 흔들어요.”

은우가 엉덩이를 흔들며 아장아장 추는 춤을 보며 강라온은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영상 속의 은우가 더운지 스카프를 벗어 던지자 관객에 서 있던 팬들이 스카프를 받았다.

강라온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어떻게 하면 팬들이 열광할지 알고 있어.’

은우가 춤을 추다가 갑자기 꽝하고 넘어졌다.

‘아이구, 이를 어째.’

강라온은 안타까운 마음에 은우를 안아주고 싶어졌다.

그런데 영상 속의 은우는 씩씩하게 일어나더니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강라온은 큰 감명을 받았다.

‘저렇게 어린 아기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어. 아이돌들도 빗속에서 춤추다 미끄러지기도 하고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 못 하기도 하는데 대단하다. 저 아기는 스타로서 준비된 아기야.’

강라온은 홀린 듯, 은우의 다음 영상을 클릭했다.

다음 영상은 은우의 내일도 사랑해 영상.

화면 속에서 백수희와 은우가 함께 김밥을 싸고 있었다.

“엄마, 터져써요.(엄마, 김밥이 터졌어요.)”

밝게 웃는 은우.

‘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나도 저런 아들 한 명만 있었으면.’

강라온은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기가 없었다.

HO 엔터를 세운 뒤 매일 일만 하고 있었고, 일이 재밌어서 아기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정말 사랑스러워. 아마도 전 국민이 나와 같은 맘 아닐까. 그런데 영상을 보면 볼수록 저 아기를 내가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가수로. 연기도 잘하지만, 노래만큼 천부적인 것은 아니니까. 저 아기는 분명 가수야. 하지만 이제 고작 4살. 저렇게 어린 아기가 음반을 낼 수 있을까?’

강라온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

“오느리 요리는 아뺘와 햐깨 하능 꾜먀김뺩.”

창현과 은우가 카메라를 보며 밝게 웃었다.

“우리 아뺘 요리 쨩 자래요.”

[은우포에버] : 와, 아빠 잘생겼다. 역시 유전자의 힘.

[꼬마고마] : 잘생기긴 했는데 은우가 더 잘생겼잖아요. 아무리 봐도 은우는 유전자 몰빵임.

[상무] : 엄마가 누군지 모르잖아요. 엄마 얼굴을 봐야 유전자 몰빵인지 아닌지 알지.

[서밋] : 은우 앞에서 왜 엄마 얘기하고 그래요? 은우 엄마는 없는 거예요. 애 버리고 간 엄마는 엄마가 아님.

[전상아] : 엄마 얘기하지 말아요. 괜히 울적해지려 그래. 은우 보면서 힐링하고 있었는데.

“우리 은우는 김밥을 참 좋아하는데요. 질리지 않게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 주고 있어요. 특히 애기들이 왜, 캐릭터 김밥 같은 걸 좋아하잖아요. 소풍 때 싸주면 인기 만점이기도 하고요.”

[치킨 살해범] : 캐릭터 김밥 싸주려나 봐. 나도 캐릭터 김밥 누가 싸줬으면.

[꼬마고마] : 은우 아버님 도시락 많이 싸보셨나 보다. 애기들 취향 잘 아시네.

[옥이] : 진짜 저건 어린이집 보내본 사람만 안다고요. 요즘은 도시락 싸기도 보통 힘든 게 아니에요. 애기들이 친구 도시락 보고 와서 어떻게 어떻게 싸달라고 요구한다니까요.

[편하개] : 오늘 배워뒀다가 남친 도시락 싸줘야겠다.

“김밥의 맛은 밥이 좌우하시는 거 아세요? 약간 꼬들꼬들하게 지은 밥을 준비해 주시면 좋구요. 사실 맛도 맛이지만 색깔이 있는 밥을 하면 캐릭터 김밥을 만들 때 매우 유리합니다. 이뻐 보이거든요. 색깔이 있는 밥을 만들기 위해 저는 컬러쌀을 이용했어요. 가격대가 조금 있지만, 색깔밥을 준비할 수 있는 좋은 팁입니다. 제가 강황을 넣어서 노란색 밥을 지어봤는데, 조금 번거롭더라구요.”

“아, 마디게따, 뺠리 머꼬 시퍼요.”

“아빠가 계란지단이랑 당근, 시금치를 준비해 뒀으니 이제 김에 넣고 싸기만 하면 되겠네요. 같이 해볼까요? 아빠가 여기 시범으로 한 줄 말아놓았어요.”

“녜에 녜에 녜에 녜에 녜.”

“아빠랑 김밥 말기 시합할까?”

“녜에 녜에 녜에 녜에 녜.”

은우는 조그마한 손으로 김밥을 말기 시작했다.

[그리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투시력 레벨 1]

‘아빠 미안해요. 하지만 있는 재능을 썩힐 수는 없잖아요.’

은우가 눈을 감자 아빠가 김밥을 마는 장면에 선명하게 눈앞에 그려졌다.

“이뻐져랴, 마디뗘져라.”

[은우포에버] : 저게 맛있어지는 주문인가.

[은우채고] : 우리 은우 손 야무진 거 봐요? 저게 네 살짜리 손입니까.

[은우눈나] : 우리 집 애기는 장난치다가 망쳐만 놓던데. 집중력이 좋은가 봐요.

[의디딩] : 은우가 만든 거 먹고 싶다.

은우 집중하느라 인상 쓴 거 봐요. 아이 귀여워.

[검은냥냥이] : 은우야 누나는 그냥 안 말고 재료만 줘도 행복해.

“자, 이제 끝.”

카메라 너머에서 시간을 재고 있던 영탁이 외쳤다.

[loveEunwoo] : Wow, Jesus. (오, 하느님 맙소사.)

[풍뢰전사] : 은우랑 아빠가 비겼네요. 맙소사.

[진성] : 그렇지만 은우의 나이를 생각하면 은우가 이긴 거 아닌가요?

[해비베어] : 맞아요. 은우는 이제 고작 네 살인데. 은우가 이긴 거죠.

[로랭] : 이긴 것도 이긴 건데, 네 살짜리가 저렇게 김밥 마는 거 실화죠? 저렇게 꼼꼼하게 쌀 수 있나요?

[레디] : 우리 은우 요리 서바이벌 같은 데 내보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양파] : 은우는 요리 천재입니다. 여러분!

영탁이 말했다.

“은우 아버님, 채팅창 보니 시청자분들 의견은 은우가 승리인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도 은우가 이긴 것 같네요. 누가 보면 제가 연습시킨 줄 알겠어요. 무슨 꼬맹이가 이렇게 김밥을 잘 말아. 누구 닮아서 이래? 대체.”

“아빠, 다마떠요.”

“하하하하하하하.”

창현이 웃자 영탁이 말했다.

“져도 기분 좋겠다. 정말 부러워. 나는 언제 저런 아들 하나 낳을 수 있을까?”

[꼬마고마] : 마자. 은우 삼촌, 은우 볼 때마다 결혼 생각 간절하시겠네.

[커피우유] : 은우 삼촌, 저 유부녀인데 결혼한다고 다 저런 아들 낳는 거 아닙니다. 저희 애는 은우랑 동갑인데 미친 네 살 돼서 죽을 것 같습니다.

[아라진] : 저도 조카 이뻐하지만, 저희 조카는 저 정도 아니에요. 은우는 보통 아기가 아닙니다. 적어도 아빠분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 것.

[은우포에버] : 근데 은우가 만든 김밥 정말 먹어보고 싶네요.

[은우하이] : 저도요. 언제 라방 말고 팬들 한 번 모아서 생방 합시다. 생방.

[하율이엄마] : 맞아요. 추진해 봅시다. 단체 팬미팅 겸. 요리 생방 고고!

***

은우는 시금치 그릇 앞에서 분노에 차 있었다.

‘이상해. 시금치를 매일 많이 먹었는데도 아레스의 체력이 돌아오질 않잖아.’

은우는 재능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집트의 음식의 신 소카리스의 행복의 주문 레벨 3 – 1205 / 100000]

‘이건 아빠에게 넘겨서 레벨업 중인데.

3단계라 그런지 숫자가 크긴 크네.

저 재능을 채울 때까지 다른 재능을 불러오지 못한다는 건 너무 절망적인데.

시금치가 정답이 아니었다니.

아빠가 나에게 거짓말을 한 걸까?’

은우는 혼란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보리가 말했다.

“멍멍!(인생 3회차인 너도 별수 없구나. 딱 봐도 아빠가 니가 편식하니까 한 말 아니야. 하얀 거짓말 몰라? 하얀 거짓말.)”

은우는 보리의 말이 더 혼란스러웠다.

‘거짓말이 하얀색이라고? 거짓말에도 색깔이 있다는 거야?’

보리가 대답했다.

“멍멍!(아니, 좋은 의도로 한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하잖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금치를 먹으면 건강해지긴 하겠지만, 체력이랑은 관련이 없어.

체력을 키우려면 운동을 해야지.)”

은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운동이라고? 역시 전생의 천재 수학자는 남다르군. 아빠보다 똑똑해. 진작 루카스에게 물어볼걸.

아레스의 체력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지.

이제부턴 운동이다!’

은우는 굳은 결심을 했다.

‘그런데 무슨 운동을 해야 체력이 늘지?

운동에 대해 아는 게 없네.’

은우의 고민에 보리가 답했다.

“멍멍!(인터넷에서 보니까 남자 아기들은 다들 태권도장에 다니던데. 너도 한번 가 봐.)”

은우는 샤워를 하고 나오는 창현에게 말했다.

“아빠, 태건도 햐고 시펴요.”

창현은 생각했다.

‘은우가 스스로 학원에 가고 싶다고 한 적은 처음이라 놀라운데. 그것도 언어학원이 아니라 운동을 배우고 싶어 하다니.

이번엔 운동 천재가 되려나’

***

하얀색 태권도복을 입은 은우의 모습은 너무도 귀여웠다.

사범은 은우를 보며 생각했다.

‘사범 생활 30년 만에 이런 안구 정화는 또 처음이네. 우리 태권도장에 아기들이 바글바글하긴 하지만, 이런 외모는 또 처음인걸.’

현우가 사범에게 인사했다.

“태권. 사범님 안녕하십니까.”

은우는 우렁찬 인사에 깜짝 놀랐다.

‘말투도 다르고 목소리도 우렁차네. 덩치도 나보다 좋고. 태권도를 하면 저렇게 되는 건가. 역시 오길 잘했어.

태권도를 하면 아레스의 체력이 없어도 재능을 불러올 수 있을 거야.’

희망을 갖는 은우였다.

사범님이 은우를 소개했다.

“오늘부터 우리 도장에 새로 들어오게 된 이은우다. 서로 잘 도와서 열심히 운동할 수 있도록.”

사범님의 소개에 아기들이 술렁였다.

“아슈크림 챠챠.”

“으마긔 시는 나와 하께.”

꽃게춤을 추는 아기도 있었다.

은우는 아기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인기가 생긴다는 게 이런 거구나.’

사범님이 현우에게 말했다.

“현우가 나와서 찌르기와 발차기 시범을 보이도록.”

“네.”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시작된 현우의 찌르기와 발차기.

은우는 생각했다.

‘어린데도 힘이 느껴진다. 멋있다. 열심히 해서 나도 저렇게 돼야지.’

사범님이 외쳤다.

“다 같이!”

“태권!”

은우도 친구들과 함께 찌르기를 했다.

사범은 은우의 남다른 목소리에 놀랐다.

‘동작은 힘이 느껴지지 않는데 목청이 어마어마하네. 목청만 놓고 보면 올림픽 금메달도 따겠는걸.’

***

창현은 장미나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와 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 은우가 똘똘하단 얘기는 많이 듣는 편인데, 미술은 처음이라 어떨지 모르겠네요.”

“아기들 미술은 정서표현에 도움이 되니까요. 상상력을 길러주는 데도 좋고요. 잘하는 것보다는 즐기는 게 중요하죠.”

창현은 생각했다.

‘일하느라 바빠서 은우 교육에 신경을 못 쓰는 건 아닌가 걱정돼.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 아무래도 엄마 없이 나 혼자 모든 걸 하려니 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은우 또래 엄마들은 되게 열심히 공부해 가며 시키던데.

은우가 재밌어하면 좋겠다.’

창현이 은우의 방문을 열고 말했다.

“은우야, 선생님 오셨다. 아빠가 말했지? 오늘부터 선생님이랑 미술 수업한다고.”

은우가 두 손을 모으고 배꼽 인사를 했다.

“뱐걉뜨미다. 떤댕님.”

장미나 선생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반가워요. 오늘부터 미술 수업을 함께할 장미나 선생님이에요.”

은우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은우 미술 좋아해요?”

“노래가 더 조치만 미술도 조아해요.”

“은우 노래를 참 잘하더라. 선생님도 은우 노래 부르는 영상 봤어요.”

은우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

‘처음 보는 선생님마저 나를 알아보다니. 이제 정말 내가 유명해지긴 졌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