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너투브 요리왕 (2)
영탁은 은우의 너투브에 달린 수많은 댓글에 놀랐다.
[a46] : 내일도 은우 라방 보고 싶당.
[선미엄마] : 은우 요리 매일 볼 수 없나요. 제발.
[엠보스] : 꼬마요리사 컨셉 좋은 거 같아요.
[아젤리아] : 어제 우리 아기도 은우 방송 보더니 같이 소꿉장난하고 대화도 하고 좋아하더라구요. 또래 아기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방송!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은데 방송을 더 해야 하나?’
영탁이 창현에게 말했다.
“창현아, 어제 방송 반응이 너무 좋아. 댓글도 그렇고.”
“그럼 더 해야 하나? 다들 방송을 더 해달라고 해서.”
“그래, 그럼 오늘도 방송할까?”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은우가 이번 영화를 계기로 해외 팬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 같으니까 영어 자막도 넣어보자.”
“그래. 영어 자막. 일단 최지은에게 연락해서 급하게 오늘 자막을 넣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볼게.”
“그리고 은우 단독 방송이랑 나랑 함께 하는 방송의 컨텐츠도 잘 짜야 할 것 같아. 함께 했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으면 함께 하고, 아니면 은우 단독 방송도 좋을 것 같아.”
“은우가 생각보다 요리 방송을 아주 잘하더라고.”
“그래, 나도 부엌놀이 장난감으로 하는 요리 방송이 실제로 요리를 하는 방송보다 더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어.”
***
“귿묘닝.”
은우가 장난감 부엌 안에 서 있었다.
[은우눈나] : 장난감 부엌 처음 봐요. 와 실감 난다. 가스레인지도 있고, 개수대도 있고. 실제 부엌이랑 똑같네요.
[은우채고] : 은우가 서 있으니까 비율도 딱 맞는 게 은우 동화 속 왕자님 같아요.
“아치믈 머겨야 대요. 샤라믄.”
[의디딩] : 또 나왔다. 아줌마 말투.
[은] : 저 말투 매력적이야.
[안테] : 따라 하게 되는 말투. 혼자 있을 때도 음성 지원돼요.
“메뉴능 햄벼겨, 팬케이크임니댜.”
[검은냥냥이] : 아침부터 햄버거 먹는구나. 은우야. 대단하다.
[alalald] : 지난번 쿠키, 시금치 조합에 이어 특이한 은우 식성.
[머서미기] : 은우가 햄버거 좋아하나 봐요. 보통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해 준다고 하지 않나요?
[수영선수] : 저도 아침에 삼겹살 먹습니다. 왜 안 되나요? 아침부터 먹을 수도 있지?
[서밋] : 와 은우 요리사 모자 쓴 거 봐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dark] : 스파이더맨 앞치마도 너무 이쁨. 저거 취저인데 대체 어디서 산 거야. 은우야 쇼핑 정보 좀 알려줘.
“뷰를 켜고 빵을 구어요. 버텨를 너으세요.”
은우가 장난감 프라이팬에 빵 모형을 넣고 굽고 있었다.
[n2827_ys] : 애기들 부엌놀이는 모두 모형으로 하는 거구나. 안전하긴 하겠다.
[진호] : 모형 가지고 저렇게 진지한 거 너무 귀엽지 않아요?
[우키히] : 은우가 입으로 패티 굽는 소리 내는 거 봐요. 소리 실감 나네요.
[어퍄치] : 매일 은우와 소꿉놀이 하네요. 우리.
[도윤이아빠] :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매일 힐링하는 기분.
은우가 구워진 빵에 패티를 올렸다.
“아, 내 정신 뱌. 상치!”
은우가 장난감 야채 모형을 들고 왔다.
[꼬마고마] : 누가 자꾸 탈출하는 은우 정신 좀 잡아주세요.
[편하개] : 은우야 괜찮아. 누나는 아무거나 줘도 잘 먹어.
은우가 햄버거 모형을 완성했다.
“짜짠. 안셩. 아, 아니야. 햐냐갸 빠져떠.”
갑자기 은우가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loveEunwoo] : Wow, so fantastic. and so cute. (와, 너무 환상적이고 귀여워요.)
[월드스타이은우] : 이제 외국 사람도 라방 보나 봐. 세계로 뻗어가는 은우.
[희라짱] : 은우 갑자기 사라졌어요. 어디 간 거지?
[sally] : 라방 중 방장 탈주. 카메라 따윈 관심 없는 은우. 우린 뭐하나요? 이제. 우리가 대신 주방놀이 해야 하나요?
은우가 키친타올을 들고 등장했다.
“크닐냘 뻔해땨. 휴우.”
은우가 장난감 프라이팬을 닦았다.
[은우눈나] : 아, 프라이팬 쓰고 꼭 닦아야죠. 중요합니다. 여러분.
[의디딩] : 우리 은우 섬세한 남자네.
은우가 과일 모형을 가지고 와 물에 씻으며 말했다.
“가이른 모몌 조치요? 마니 드세요.”
은우가 포도, 사과, 딸기를 씻어 쟁반에 담았다.
“아, 그리교 횬아, 눈나 변비 이떠요? 요플레도 드떼요.”
은우가 요플레를 가지러 냉장고로 달려갔다.
[어파치] : 이번엔 냉장고 갔다. 하도 사라지니까 이제 안 봐도 알듯.
[비타민 D] : 은우가 그래도 팬들 많이 챙겨주네요. 그런데 요플레는 주방 세트에 모형이 없나?
[블랙믹스] : 저는 아침마다 요플레 먹고 변비를 이겨냈어요. 여러분. 은우가 좋은 정보 주네요.
“안셩. 마디께 머거요.”
[은우포에버] : 와 은우가 차려준 아침이에요. 여러분 같이 먹어요.
[편하개] : 다들 혼밥하지 마시고 라방 와서 은우가 차려주는 아침상 받으세요.
[longsaw] : lovely breakfast. lovely morning. (사랑스러운 아침 식사 덕분에 사랑스러운 아침이 됐어요.)
***
오늘은 ‘위대한 목소리 더 파리넬리’의 예고편 영상이 공개되는 날.
은우도 보리와 함께 영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우는 자신의 전용 탭으로 초록창을 켰다.
드디어 올라온 영상.
이번 예고편의 메이킹 영상은 1, 2, 3부로 나누어져 있었다.
크리스토퍼는 은우가 영화의 흥행을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파리넬리의 일생을 3등분하여 3가지 메이킹 영상을 내놓았다.
1편은 파리넬리의 어린 시절로, 오롯이 은우가 주인공인 영상이었다.
‘내 운명은 내가 만드는 것’이 깔리고.
파리넬리가 아버지인 살바토레에게 처음으로 노래를 배우는 장면.
살바토레가 잠들었을 때, 살바토레의 미완성 악보를 완성시키는 장면.
피아니스트인 알베르토와의 대결.
G선으로만 연주했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인 안드레아와의 대결 장면이 이어졌다.
‘내가 출연한 영화가 드디어 세상에 나오는구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와 다른 기분이야. 드라마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떨린다.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은우는 밑에 있는 전체 예고편도 클릭하여 보았다.
피아노 건반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 고양이가 만들어내는 멜로디 위로 겹쳐지는 은우의 목소리.
곧이어 흘러나오는 은우가 부른 ‘음악의 신은 나와 함께’.
“으마그 신은 냐와 함께.
어뗜 운명이 냘 갸로마떠라도 두렵찌 안죠.”
깔리는 자막.
역사상 가장 위대한 카스트라토.
사람들의 심장을 훔친 그의 노래보다 더 열정적인 그의 이야기가 온다.
이어지는 영상 속.
살바토레가 파리넬리의 천재성에 놀라는 장면.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안드레아를 이기는 장면.
그의 스승 포르포라가 파리넬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
그리고 음악을 위해 거세를 선택하는 파리넬리.
전 유럽을 돌며 순회공연을 하고 무대에서 노래하는 파리넬리를 보며 쓰러지는 여성들.
‘마치 내 전생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것 같아. 그래, 파리넬리였을 때의 삶도 행복했었어. 노래가 있었으니까. 이번 생에서는 더 큰 슈퍼스타가 될 거야.’
보리가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멍멍!(잘 들어봐.)”
- 세상에 저 아기가 한국 아기라는데? 와 맙소사. 노래 완전 잘한다.
- 성인 배우는 보이지도 않고 아역만 보이네. 같은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 저 아기 ‘내일도 사랑해’에 나오는 은우잖아요. 은우 모르세요?
- 오늘부터 1일. 바로 팬 할게요.
- 근데 한국 아기가 이탈리아어를 어떻게 저렇게 잘 말함? 혹시 저 아기 천재 아님? 멘사 가입시켜야 할 거 같은데.
- 저거 진짜 사람 목소리 맞나요? 어떻게 저렇게 올라가요? 저거 합성 아닌가요? 요즘 하도 기술이 좋아서.
- 은우 ‘전국 노래 경연대회’ 영상 찾아보시면 은우 목소리라는 걸 확신하실 수 있습니다. 밑에 링크 달게요.
- 와 더 어릴 때도 노래 완전 잘하네요. 지리네.
- 우리 모두 개봉 날 보러 갑시다. 저 아기 나중에 할리우드를 접수하는 거 아닐까요?
“멍멍!(무슨 댓글이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이 계속 달린다. 목 아파.)”
“거마어. 이제 그만 일거도 대. 수고해떠.”
은우는 자신을 향한 응원에 힘이 났다.
“멍멍!(와 초록창 실검창에도 영화 제목이 나오기 시작했어.)
3위. 위대한 목소리 더 파리넬리 예고편
7위 파리넬리 아기
10위 은우 전국 노래 경연대회
12위 파리넬리
15위 은우 꽃게춤
근데 꽃게춤은 뭐니?
너 언제 꽃게춤 췄어?”
“어, 내가 칭구드리랑 춰떠.”
“멍멍!(이거 클릭해 봐.)”
은우가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창을 클릭하자 새로운 창에서 동영상이 나왔다.
“우리는 지금 이 새로운 현상에 대하여 매우 놀라고 있습니다.
보시는 영상은 일주일 전 캘리포니아의 해변가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같은 춤을 추고 있는데 일명 꽃게춤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영상]
기자 : 언제부터 이 춤을 추게 됐나요?
10대 소년 1 : 오늘 친구들이랑 여기 왔다가 랄톡을 통해서 보고 따라 하게 됐어요.
10대 소년 2 : 춤이 너무 쉽고 재밌어요. 한 번만 봐도 할 수 있어요.
랄톡은 10대와 20대가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로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랄톡 서비스의 특징은 이렇게 처음 들어가자마자 짧은 30초가량의 영상이 보인다는 점인데요. 젊은 세대들은 여기에 자신이 추는 춤과 노래 등을 올리며, 재밌는 놀이문화를 새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은우는 밑에 달린 댓글을 읽었다.
- 와, 이제 은우가 미국에서도 유행을 이끌어나가네.
- 은우, 진짜 힙하다.
함께 댓글을 읽던 보리가 말했다.
“멍멍!(그나저나 실검에 은우 관련 키워드가 대체 몇 개가 뜬 거야. 완전 인기스타인데.)”
***
- 유명 그룹 맨스씩스의 리더 ‘이남희’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
HO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강라온은 머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기껏 열심히 데뷔시켜놨더니 마약이라니. 마약이라니.
아이돌이 마약을 하면 어쩌자는 거야.
나머지 멤버들은 어쩌라고 대체.’
강라온의 머릿속에는 맨스씩스를 연습시켰던 3년의 시간들이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3년 동안 학교도 잘 못 가고 연습만 했으면서 대체 왜 이런 식으로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리는 거니?’
화가 났지만 이제 와 돌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강라온은 맨스씩스 기사 밑에 달린 다른 실검 순위에 눈이 갔다.
- 3위. 위대한 목소리 더 파리넬리 예고편.
‘이건 뭐지? 대체. 무슨 영화길래? 외국 영화가 우리나라 실검 순위에 떴지?’
강라온이 ‘위대한 목소리 더 파리넬리 예고편’을 클릭하는 순간 초록창은 연관검색어로 다른 검색어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 연관검색어 : 파리넬리 아기, 은우 전국 노래 경연대회, 파리넬리, 은우 꽃게춤
‘이렇게 많은 연관 검색어를 가지고 있다니. 대체 어떤 아기이지?’
강라온은 호기심을 안은 채, 위대한 목소리 더 파리넬리의 예고편을 클릭하였다.
“으마그 신은 냐와 함께.
어뗜 운명이 냘 갸로마떠라도 두렵찌 안죠.”
강라온은 순간 멍해져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저렇게 대단한 노래를 할 수 있다니.’
강라온은 파리넬리 예고편 1, 2, 3을 순서대로 클릭하였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어. 은우는. 스크린 안으로 관객을 끌어당기고 있어.
처음에는 목소리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주얼과 표정까지 완벽해.
게다가 관객을 동화시키고 있어.
연기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연기한다.
이런 아기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니.’
강라온은 어느새 맨스씩스의 일을 다 잊어버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