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35화 (35/257)
  • 35화. 너투브 요리왕 (1)

    은우는 7시에 일어나 목 풀기 노래를 하고 있었다.

    “기여운 뜌르르르르 배뷰른 뚜르르르

    행보칸 뜌르르르 아기 샤쟈.”

    영탁이 하품을 하면서 방에서 나왔다.

    “자동 알람이 따로 없어. 졸린데 더 잘 수도 없고.”

    창현이 영탁에게 말을 건넸다.

    “미안하다. 편히 자지도 못하고.”

    “미안하긴. 우리 집에서 제일 어린 아기가 제일 일찍 일어나니 나도 일찍 일어나야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신기하다. 난 저 나이 때 안 저랬던 거 같은데.”

    “나도 신기해.”

    “크게 될 사람은 떡잎부터 알아보는 거지. 우리도 커피 한잔하고 할 일을 찾아보자.”

    영탁이 기지개를 켜며 커피머신에 캡슐을 넣으러 갔다.

    “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은우의 목 풀기 노래의 목록은 점점 다양해져서 오페라의 도입부도 추가된 상태였다.

    ‘요즘 노래도 좋긴 하지만, 역시 목 풀 땐 오페라가 최고야. 몇만 번을 부른 노래라 익숙하기도 하고.’

    은우는 전생의 파리넬리였던 시절을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내 왕년의 인기는 전 유럽을 씹어먹을 정도였는데. 더 노력해서 전생보다 더한 인기를 끌어야지.’

    30분 정도의 곡 트레이닝을 마친 뒤, 은우는 아기용 의자에 앉아 창현, 영탁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창현이 은우에게 시금치를 주면서 말했다.

    “은우야, 시금치 많이 먹으면 키도 많이 크고 힘도 세지고.”

    은우는 창현의 말에 깜짝 놀랐다.

    “히미 그러케 쎄져요?”

    “그러엄. 예전에 뽀빠이 아저씨도 시금치 많이 먹고 알통이 울퉁불퉁 나오고 그랬어. 그치 영탁아?”

    영탁은 마음속으로 갈등이 일었다.

    ‘뽀빠이가 시금치를 많이 먹는 건 기억이 나는데. 그런데 시금치를 많이 먹어서 근육이 생겼던 거야? 그건 확인된 정보가 아닌 거 같은데.

    시금치는 풀인데 근육이 생기겠어? 고기를 먹어야 근육이 생기지.

    그치만 지금 뭔가 상황상 아니라고 했다간 창현이가 싫어하겠지.’

    영탁은 별수 없이 창현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그러엄. 시금치 먹으면 힘이 세지지.”

    “그니까 은우야, 편식하고 그러면 안 돼. 자꾸 인스턴트만 먹고 고기만 먹으면 변비 생겨.”

    “네에.”

    은우가 갑자기 전투적인 자세로 시금치를 먹기 시작했다.

    은우가 다 먹은 시금치 접시를 내밀며 말했다.

    “더 주떼요.”

    영탁이 놀라서 말했다.

    “그걸 다 먹은 거야?”

    창현이 시금치를 더 주며 말했다.

    “우리 은우 금방 뽀빠이 되겠네.”

    은우는 생각했다.

    ‘정답은 늘 가까이에 있다더니. 시금치라는 쉬운 정답을 두고.

    시금치만 있으면 아레스의 체력도 다시 불러올 수 있을 거야.’

    창현이 영탁에게 말했다.

    “우리 너투브 채널에 요리하는 영상을 추가해 보는 거 어떨까?”

    “좋은 생각이야. 니 요리 실력을 썩히기엔 아까워.”

    “직장인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 요리를 잘 못 해도 망하지 않는 레시피. 일주일간 재어두면 좋은 레시피. 뭐 이런 식으로 구성해보면 어떨까 싶은데.”

    “좋다. 우리 가게 홍보도 될 테니까.”

    “뭐, 시작은 그냥 재미 삼아서 해 보는 거야. 나도 계속 레시피 연구는 해야 하니까.”

    “그럼 시험 삼아 라방 어때?”

    “라방?”

    “응 정식으로 올리기 전에 기존 너투브 독자들에게 인사도 할 겸, 반응도 볼 겸. 올려보자. 편집 안 해도 돼서 좋을걸.”

    “한번 해 볼까?”

    “레시피는 뭐로 하지?”

    “은우가 좋아하는 봉골레 파스타 어때? 지난번에도 먹었지만, 니가 만든 봉골레 정말 맛있어.”

    “그럼, 난 재료 준비할게. 넌 촬영 준비 마저 해 줘.”

    “아빠, 며하게요?”

    “아빠가 은우에게 봉골레 만들어 주려고. 참, 그리고 요리하고 먹는 걸 은우 팬들에게 보여줄 거야.”

    “팬드레게요?”

    은우는 눈이 동글동글해졌다.

    “어셔 해요, 아빠!”

    은우는 생각했다.

    ‘팬들을 실시간으로 방송을 하면서 볼 수 있다니 신난다. 영화 촬영을 마치고 오니 팬들을 본 지가 오래된 거 같아.

    아마 팬들도 나를 보고 싶어 했겠지? 나도 팬들을 위해서 뭔가 만들어줘야겠어.’

    은우는 쿠키 만들기 재료를 챙겨왔다.

    영탁이 은우를 보고 물었다.

    “은우야, 이걸로 뭐하게?”

    “큐키 먄드러요. 팬들 션뮬.”

    “감동적인데. 그림 나오겠어. 근데 이건 만들기 세트라서 먹진 못할 텐데. 창현아, 은우가 진짜 쿠키를 굽는 게 좋을까? 아님, 그냥 이대로 장난감 세트로 하게 내버려 둘까?”

    “진짜 쿠키를 만들려면 내가 도와줘야 할 텐데 너무 정신없을 거 같아. 오늘은 만들기로 하자.”

    영탁이 촬영 시작을 알렸다.

    창현과 은우가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횬아, 눈나, 땀툔, 이모. 안녕하떼요.”

    은우가 두 손을 모으고 배꼽 인사를 했다.

    은우의 등장과 함께 실시간 채팅방은 난리가 났다.

    [북그여우] : 나 오늘 계 탔다. 세상에. 은우 봤다.

    [은우눈나] : 요즘 너투브 영상 안 올라와서 슬퍼하고 있었는데 실물 영접이라니. 이게 웬일인가요?

    [황선규] : 저 손 곱게 모으고 인사하는 것 좀 봐. 은우야, 주소 좀 찍어봐. 이모가 그리 갈게.

    창현이 말을 이었다.

    “오늘은 은우와 함께 하는 봉골레 파스타 만들기를 하겠습니다.”

    [은우도 사랑해] : 꺅, 나 봉골레 파스타 좋아하는데. 은우가 만들어 주면 좋겠다.

    [은우넬리] : 은우야 내가 만들어 줄 테니 넌 먹어주기만 해도 돼.

    [광어] : 은우야, 안 본 사이 더 귀여워지면 어떻게 해?

    댓글창은 은우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었다.

    “은우는 팬드를 위해셔 큐키를 먄드려요.”

    옆에서 은우가 쿠키 세트를 펼치고 있었다.

    [유찬종] : 저거 유아용 세트인가 봐. 찰흙으로 만드는 거 같은데.

    [선비님] : 찰흙이 아니라 칼라 점토 같은데요. 색깔이 여러 가지잖아요.

    [은우체고] : 너무 귀엽다. 우리 은우. 팬들 위하는 마음 좀 봐.

    은우가 칼라 점토를 꺼내어 반죽하고 있었다.

    “뽕고레, 뽕고레, 뽕고레,

    초코큐키, 쵸쵸쵸쵸.

    초코큐키, 쵸쵸쵸쵸.”

    은우는 신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즉석에서 만들어 부르고 있었다.

    [밍키 누나] : 노래 부르는 거 너무 귀여워서 미쵸.

    [bay] : 쿠키 만드는 저 작은 손 좀 봐.

    [의디딩] : 초콜릿 열심히 콕콕 찍는다. 아 귀여워.

    은우가 여러 개의 쿠키 틀을 카메라에 앞에 대고 물었다.

    “큐키는 뮤뜬 모양으로 해꺄요?”

    [oldboy] : 우리 은우 하고픈 거 다 해.

    [yoomza] : 누나 얼굴 모양.

    은우는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러케 햐게요.”

    은우는 쿠키 반죽을 조금씩 떼서 여러 개의 쿠키 틀에 조금씩 넣었다.

    토끼 모양 쿠키.

    강아지 모양 쿠키.

    곰 모양 쿠키.

    돌고래 모양 쿠키.

    “아이교 내 졍시니야.”

    은우는 방으로 가서 장난감 찻잔 세트를 가져왔다.

    ‘팬분들에게 차도 같이 대접해야 하는데.’

    [미니마우스] : 방송하다가 카메라 밖으로 나가는 방송.

    [초코큐키] : 악, 이게 뭐야. 탈주인가요?

    [뮤민] : cctv라도 돌려서 현재 위치 확인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maka] : 은우야. 내 정신도 좀 챙겨줘.

    [n3791_db] : 우리 은우 귀여운 외모에 갑자기 쏟아지는 아줌마 말투라니. 매력 터지는데 오늘.

    은우는 장난감 찻잔 세트를 가지고 와서 카메라 앞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마디떠요. 드뗘 보떼요.”

    은우는 장난감 접시 위에 자신이 만든 쿠키를 가지런히 놓았다.

    [우키히] : 아, 너무 귀엽다.

    [n2827_ys] : 우리 은우 티타임에 초대된 건가요?

    [꼬마고마] : 은우야 이런 티타임이라면 매일 올 수 있어.

    [서머시기] : 같이 보고 있던 저희 조카가 갑자기 너무 좋아하면서 은우랑 같이 티타임하고 있어요. 집에서요. 아기들은 통하나 봐요.

    은우는 차를 따르고 마시는 흉내를 냈다.

    “쓰읍. 냠냠냠냠.”

    은우의 천연덕스런 연기에 댓글 창은 난리가 났다.

    [진호] : 우리 은우 안 먹어도 배부르겠네.

    [검은 냥냥이] : 우리도 다 같이 은우처럼 먹은 척 연기해봐요.

    [RDT] : 냠냠냠냠.

    [coma] : 냠냠냠냠.

    [swn] : 냠냠냠냠.

    은우가 말했다.

    “아, 보이도 쥬야는데.”

    은우가 갑자기 화면 밖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블루스타덕후] : 어, 또, 은우 사라졌다. 어디 간 거지?

    [서글픈] : 조금만 기다려봅시다. 곧 오겠죠.

    은우가 보리를 안고 등장했다.

    “쨔쨘, 이보이임니댜. 세 샬. 기여여요.”

    [초벌비] : 강아지한테 차 주려고 사라졌던 건가 봐요. 어쩜 은우는 마음도 곱지?

    [wlw] : 저 강아지 유명해요. 왜 너투브에서도 같이 나오잖아요.

    [팔각수] : 보리야 너는 매일 은우 봐서 좋겠다.

    은우가 카메라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쟈, 횬야, 눈냐 챠 드떼요. 보이도 며거. 큐키는 쟐 구어져떼여?”

    [도윤이아빠] : 맛있어. 은우야.

    [bay] : 냠냠냠냠.

    [051] : 은우도 맛있어? 차려줘서 고마워.

    [HH] : 어릴 적으로 돌아가 소꿉놀이하는 기분이에요.

    [우가자차] : 오늘 회사에서 힘들었는데 은우 때문에 힐링하네요. 고마워. 은우야. 너무 맛있어.

    “아, 챰. 내 졍시니야.”

    [비타민D] : 우리 은우 정신 많이 찾네요. 오늘.

    [쟈일리톨] : 은우 정신 찾아줘요. 우리. 홍삼이라도 보내줘야 하나?

    은우가 장난감 시금치 모형을 들고 카메라 앞에 나타났다.

    “쨔쟌, 횬아, 눈나. 시금치 먀니 드떼요. 묘메 죠아요. 힘됴 떼지교요.”

    [우키히] : 쿠키랑 차, 그리고 시금치. 이게 무슨 조합이지?

    [고구마녀] : 그러니까요. 대체 뭐지?

    [서머시기] : 은우가 요새 시금치에 꽂혔나 보죠. 근데 보통 아기들은 시금치 싫어하던데. 신기하네요.

    창현은 갑자기 시작된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내 요리보단 은우의 티타임이 인기가 있네. 아무래도 다음 촬영 땐 각자 촬영을 해야겠어.

    은우가 너무 인기가 있으니 내가 초라해지는 기분이야.’

    ***

    창현은 이태석 신부에게 받은 꽃게송 영상을 크리스토퍼에게 전송했다.

    크리스토퍼는 에릭과 함께 영상을 받아보고 기뻐했다.

    “와 너무 귀엽다.”

    “은우는 천부적인 가수야. 이 맑은 목소리 하며, 즉석에서 가사를 바꿔서 부르다니.”

    “근데 이 가사 대체 무슨 뜻이야? 번역해서 자막 달아줘야 하는 거 아닐까?”

    “뜻을 몰라도 일단 표정과 율동이 압권이잖아. 옆에 은우 친구들도 굉장히 귀여운데.”

    “하지만 우리가 은우 친구들도 영상에 올리려면 그들에게도 초상권 관련해서 말을 해두어야 할 거야. 세계적으로 퍼지는 영상이니까.”

    “물론이지.”

    크리스토퍼는 초상권 문제를 해결하고 은우의 꽃게송 영상을 랄톡에 올렸다.

    ***

    캘리포니아의 한 해변가.

    해변 축제를 앞두고 젊은 남녀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모히토를 마시던 10대 소년 하나가 랄톡을 열었다가 은우의 꽃게송 영상을 발견하였다.

    ‘뭐지 이거? 되게 쉬운데 중독성 있네.’

    소년은 자신의 친구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

    “풉. 귀엽네. 바로 출 수 있겠는데.”

    친구가 은우의 꽃게춤을 따라 했다.

    “야, 너 뭐 추는 거야? 그 춤은?”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꽃게춤을 보았다.

    “야, 나도 출 수 있겠다.”

    이렇게 하여 즉석으로 시작된 꽃게춤 퍼포먼스는 물결처럼 사람들을 따라 퍼지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자 해변가에는 불꽃 축제를 보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쥬크 박스에서는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두 유 라이크 댓? 두유 라이크 댓?”

    신나는 비트.

    “세이 요. 세이 유.”

    또 다른 곡이 흘러나왔다.

    “너 이 춤 뭐야? 어디서 배웠어?”

    “몰라. 그냥 옆에 사람이 추길래. 근데 쉽고 재밌지 않아?”

    “그래. 이 해변에도 꽃게가 많겠다. 우린 다 같이 꽃게처럼 옆으로 걸어.”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에게서 시작됐는지 모를 똑같은 춤을 추고 있었다.

    해변가에 모인 수만 명의 사람들이 옆으로 걸어가는 꽃게춤을 추고 있었고, 그 위로 다양한 빛깔의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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