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34화 (34/257)

34화. 재능을 지휘하다 (4)

은우는 오랜만에 떡볶이집에 들렀다.

떡볶이집은 여전히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여기서 춤도 추고 노래경연대회도 나가고 했었는데.’

이탈리아에 나갔다 오니, 갑자기 지나간 일들이 마치 오래전처럼 느껴졌다.

“와, 은우다. 아슈크림 차차.”

학생들이 은우를 알아보았다. 몇몇 학생들은 아슈크림 춤을 따라 추기도 했다.

“랄톡에서 봤어. 그 춤 너무 귀엽더라.”

“형아도 아슈크림 좋아해. 은우야.”

은우는 예전에도 유명했지만, 랄톡의 인기와 함께 더 핫해져 있었다.

“아아아악!! 은우야.”

여전히 열정 떡볶이의 가장 큰 단골 최지은이 학교가 끝나자마자 떡볶이집에 들어서면서 은우를 알아보고 돌고래 소리로 인사를 했다.

“너너너너, 초록창 실검에 이탈리아어 잘하는 아기로 떴던 거 알아? 은우는 한국에 없었지만, 한국에 없는 동안에 더 유명해졌다고. 참, 그리고 우리 팬클럽이 드디어 지하철 광고를 했어.”

최지은이 휴대폰을 찾아서 은우에게 지하철 광고를 보여주었다.

“팬클럽에서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서 한 광고야. 예전에 노래경연대회 때 공룡 옷 입었던 사진이랑 이번에 파리넬리 위대한 목소리 영화 찍을 때 파리넬리 분장을 한 사진을 넣어서 만들었어. 지금 3호선 압구정역과 7호선 강남구청역에 광고가 들어갔어.”

“와, 너뮤 머쪄요.”

은우는 늘 아빠의 차만 탔기 때문에 지하철 광고를 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사비를 들여 광고를 해주는 팬들의 정성이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더 여씨미 햐게씀니다.”

은우가 배꼽 인사를 했다.

“은우야, 이미 넌 멋져. 사실 내가 남들 보기에 밝아 보였을지 몰라도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재미있는 일도 없었는데. 네 팬이 되면서부터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기고 즐거운 일들이 생겼어.

그리고 엄마한테 잔소리 들으면서도 널 위해서라면 힘이 나서 뭐든지 하고 싶어.

한국에서도 훌륭했지만, 이번에 이탈리아까지 가서도 촬영 잘하고 와서 너무 기특하고 말이야. 정말 멋지다. 이은우.”

은우는 팬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제 팬이 된 걸 후회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할게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슈퍼스타가 될게요.’

***

은우는 오랜만에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였다.

“은우야.”

혜린이가 달려와 은우를 안아주었다.

“고생 마나쪄.”

혜린이는 엄마에게 들어서 은우의 판결 과정을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은우와의 일 이후로 아버지가 찾아오지 않아, 혜린이의 엄마와 혜린이는 조금 더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은우에게 너무 고마워.’

혜린은 은우를 잘 챙겨주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오늘 뱌댜까에 조개 쟈브러 강대.”

지호가 텅 빈 젤리 통을 들고 말했다.

“뱌댜까?”

“응, 개뻘.”

은우가 다시 물어보자 시우가 대답했다.

알록달록한 래시가드를 입은 아기들은 멀리서 보기에도 귀여웠다. 은우는 거미 인간 래시가드를 입고 있었고, 시우는 파란 펭귄 래시가드를 입고 있었다. 공주 마니아 혜린이는 백설공주 래시가드를 입고 있었다. 각자 손에는 자기가 잡을 조개를 넣을 젤리 통을 들고서.

“쟈아, 츄뱌한다. 츄울발.”

9인승 승합차에 탄 아이들은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렀다.

“아빠, 고먀어요. 내 겨테 이떠져여. 아빠, 고먀어요. 우리갸 이떠요.”

“굠 네 먀리갸 유치워네 이떠. 언니굠, 오빠굠, 애기굠.”

끊임없는 동요 메들리를 따라부르며, 은우는 행복해진 기분을 느꼈다.

‘촬영도 즐겁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구나. 일이 아니라 놀기 위해 부르는 노래도 좋아.’

은우는 친구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너무나도 정겹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만난 은우를 정겹게 바라보는 김마리아 수녀님은 은우를 바라보며 빙긋 웃고 있었다.

‘아기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는 영혼을 깨끗하게 하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은우의 노래는 단연 귀에 들어와. 못 들은 사이에 노래가 더 발전한 것 같아. 파리넬리 영화를 찍고 와서 그런 것일까.’

운전석에 앉아 있는 이태석 신부님도 오랜만에 아기들과 함께 떠나는 이 여행이 너무도 즐거웠다.

수녀님과 신부님도 일상에 지쳐있었지만,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보람된 일이 있었다.

‘은우로 인해 미혼부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은 정말 보람찬 일이었어. 덕분에 우리 천사들의 집도 많은 응원을 받고 후원도 늘고. 무엇보다 여기 있는 이 아기들의 미래가 지금보다 밝아지겠지. 매해가 올해 같다면 좋을 텐데.’

이태석 신부는 사람들의 편견에 지쳐가던 자신이 은우로 인해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말할 순 없었지만, 점점 힘에 부치고 있었어. 신의 말씀을 전해야 할 내가 신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었었으니까. 은우는 어쩌면 신이 내게 주신 응답일지도.’

이태석 신부는 은우를 세상 누구보다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슈녀님 갼식 업떠요?”

연아가 배가 고픈지 수녀님께 물었다.

수녀님이 가방에서 베이비 요거트를 꺼내서 아기들에게 주었다.

“와. 내갸 젤류 죠아하는 거네.”

연아가 박수를 쳤다.

아기들은 나란히 앉아 베이비 요거트를 나눠 먹었다.

동그란 핑크색 모양의 과자가 오물조물하는 아기들 입에 들어가고 있었다.

‘노래도 듣고, 맛있는 간식도 먹고. 신난다.’

은우도 점점 신이 났다.

그때 라디오에서 갑자기 ‘시장 아기’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엄마가 시장에 열무 팔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잠이 들다가

금 간 창문 사이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울다 지쳐 잠이 듭니다.”

노래를 따라부르려던 혜린이가 베이비 요거트를 손에 든 채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엄먀 어디 가떠. 왜 안 온대. 엄먀~”

준수도 울기 시작했다.

“아기 뷰땅해. 준슈도 승퍼.”

지호도 울기 시작했다.

“엄먀 업뜨면 얀대요. 엄먀.”

이태석 신부님은 놀라서 황급히 라디오를 껐다.

‘전부 다 미혼모나 미혼부의 아기들이다 보니, 엄마, 아빠가 없어지는 것에 예민하구나. 이 어린 아기들이 겪었을 상처를 생각하면.’

다시 한번 신부로서의 소명을 생각하는 이태석 신부님이었다.

***

드디어 도착한 서해안의 바닷가.

수녀님이 연아, 준수, 시우에게 장화를 신겨주었다.

“난 누나니까 내가 신어야지.”

가장 큰 혜린이는 자기 장화를 신더니, 은우 신발도 신겨주겠다고 난리였다.

“은우야. 이리 와 봐. 누나가 신겨주께. 아이 이쁘다. 은우.”

은우는 안 본 사이 달라진 혜린이의 태도가 부담스러웠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이 누나가? 하지만 내가 싫다고 하면 상처받겠지? 에휴, 참아야겠군.’

혜린이는 은우에게 장화를 신겨주더니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아구. 이뻐라. 우리 은우.”

“혜리이 눈나. 엉동이는 왜 때려.”

“기여워서. 배도 기엽게 나오고.”

은우는 혜린이가 배도 만질까 봐서 젤리 통을 든 채 도망을 갔다.

은우가 달리기 시작하자, 나머지 아기들도 영문을 모른 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아, 뱌리 이땅해.”

발이 자꾸 푹푹 빠지자, 아기들은 달리는 것을 멈췄다.

“갯벌은 바다에 잠겨있던 땅이라서 빨리 달릴 수가 없어.”

수녀님이 아기들을 말리며 말했다.

“아, 여기 좀 뱌. 이거 뱌뱌 응?”

준수가 옆으로 가는 작은 게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건는 게 이땅해.”

지호도 게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여프로 걷쟈냐. 요로케 요로케.”

지호가 게가 걷는 것을 흉내 냈다.

“요로케 요로케.”

시우도 게가 걷는 것을 흉내 냈다.

“아 너뮤 재미떠.”

연아도, 혜린이도 함께 꽃게 흉내를 냈다.

‘이걸 춤으로 만들면 재미겠다. 어서 찍어달라고 해야지.’

은우는 친구들과 자신의 모습을 찍어서 랄톨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녀님, 신부님. 우리 좀 찌거 주떼요.”

이태석 신부님이 스마트폰을 꺼내 아기들을 찍기 시작했다.

‘무작정 춤만 출 수는 없고. 여름이고 바닷가니까 거기에 어울리는 단순한 노래 없을까.’

은우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너무 어려운 노래 말고 이미 알고 있는 멜로디에 가사만 바꾼 것이라야 해. 친구들도 같이 불러야 하니까.’

은우는 고민하다가 ‘멋쟁이 달려’란 동요를 바꿔보기로 했다.

“칭구들갸 갸치 온 뱌댜까.

내 먀음 설레어

콩딱콩딱

콩딱콩딱

첨 만난 꽃게 칭규

여프로 오락까락

오락까락

냐능 여프로 댜리꺼야.

냐능 여프로 댜리꺼야.

모듀 하께 박뚜쳐.

둠칫둠칫

둠칫 둠둠칫.”

은우가 노래를 부르자 연아, 준수, 지호, 혜린, 시우가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노래와 함께 곁들이는 꽃게춤.

검지와 중지로 브이 표시를 만들어 머리 위에 올리고 위아래로 까딱까딱 흔드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아기들이 하니 귀여움이 백 배 더해졌다.

은우는 생각했다.

‘모든 영상은 빛이 들어가야 예쁘니까 빛의 신의 재능을 불러와야겠어.’

[이집트 태양신 라의 빛 레벨 1 – 851 /1000]

“냐능 여프로 댜릴 거야.”

하는 가사에서는 모두 옆으로 걸었다.

“정말 귀엽다.”

찍는 이태석 신부도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은우는 재능창이 변하여 레벨업하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이집트 태양신 라의 빛 레벨 1 – 1000 /1000]

‘잘 가. 빛의 재능. 내가 집중력을 더 길러서 언제든 너를 불러오도록 해 볼게.’

아기들은 어느새 조개잡이에 열중해 있었다.

“와, 이거바. 조개가 숨신다. 뻐끔뻐끔.”

준수가 조개 숨 쉬는 것을 자랑하자, 지호는 자기가 잡은 조개를 자랑했다.

“이거 바라. 냐는 이만크미냐 쟈뱌떠.”

“내갸 자븐 건 이따만큼 크다.”

시우는 자기가 잡은 조개가 가장 크다고 자랑 중이었다.

은우도 어느새 젤리 통 하나에 가득 조개를 주웠다.

‘조개를 많이 주웠으니까 저녁에 집에 가서 아빠랑 영탁이 삼촌 주면 좋아하시겠지. 와 바닷가는 좋구나. 놀기도 하고, 먹을 것도 생기고.’

기뻐할 아빠와 영탁이 삼촌 생각에 신이 나는 은우였다.

‘그러고 보니 보리는 먹을 수 있을까. 보리는 생각보다 못 먹는 음식이 많던데. 아무래도 다음번에 영탁이 삼촌한데 보리 간식을 따로 사달라고 부탁을 해야겠어.’

말이 통하게 된 뒤로 부쩍 투정이 늘은 보리에게 무언가 사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은우였다.

“아빠. 이거 내갸 쟈뱌떠요.”

은우가 집으로 돌아와 잡은 조개를 내밀었다.

“와, 많이도 잡았네, 우리 은우.”

“이거 요리해 주떼요.”

“뭘 해야 맛있을까. 레시피를 좀 찾아보고.”

창현은 스마트폰으로 조개요리를 검색했다.

“조갯국이랑 조개 봉골레 어때?”

이탈리아에 다녀온 뒤, 은우만큼이나 이탈리아에 익숙해져 버린 창현이었다.

‘이상하다니까. 분명 거기 있을 때는 계속 파스타만 줘서 지겹다고 생각했는데. 온 사방에 파스타 피자뿐이었으니까. 그런데 한국에 오니 그 지겹던 음식이 그립네.’

창현은 해감을 하기 위해 조개를 소금물에 넣어 까만 비닐봉지로 싸 두었다.

“자, 이렇게 하면 조개가 밤인 줄 알고 모래를 토해내거든. 이걸 안 하고 먹으면 모래 때문에 먹기 힘들어.”

“아빤 모르는 게 업떠요. 머디떠요.”

“아빠가 맛있게 해줄게.”

창현이 해감된 조개로 조개를 끓이고, 조개 봉골레도 만들어냈다.

음식이 익어감에 따라 집 안에는 맛있는 냄새가 가득 찼다.

“멍멍!!(아, 냄새 좋다. 나도 먹고 싶다.)”

동물과 말하는 재능을 얻게 된 후, 식사시간만 되면 보리의 말소리가 들려서 힘들어진 은우였다.

[올림포스의 동물의 신 판의 동물과의 의사소통능력 레벨 2 - 2683 / 10000]

‘보리랑만 쓰니까 도무지 레벨업을 할 생각이 없나 봐. 매일 듣는 데도 너무나 천천히 숫자가 올라가잖아.

이게 아레스의 체력이었으면 좋겠다.’

은우는 보리의 말을 멈추기 위해서 간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땀툔, 보이 갼식! 보이갸 마디는 거 머꼬 시퍼 해요.”

“보리는 간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사료를 안 먹어서 안 되는데.”

“땀툔!”

영탁이 보리에게도 간식을 주었다.

“멍멍!(고마워. 역시 내 맘을 알아주는 건 너뿐이야.)”

은우와 영탁, 창현도 조갯국과 봉골레를 사이에 두고 식탁에 앉았다.

“자, 뭐부터 줄까, 은우야?”

“아기가 먹기엔 조갯국이 적당할 거 같은데.”

“스퍄게이!”

은우는 봉골레라는 단어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한눈에도 스파게티의 모양새는 알아챌 수 있었다.

“우리 은우도 이탈리아 다녀오더니 입맛이 변했나 보다. 조갯국보다 스파게티를 먼저 고르다니.”

은우는 뭔가 오묘한 기분이었다.

‘아빠, 제가 전생에 이탈리아 사람이었어요. 아빠는 모르시겠지만요.’

창현이 은우를 위해 포크로 봉골레를 돌돌 말아주었다.

은우는 돌돌 말린 봉골레를 한입 물었다.

‘와, 이 맛은’

은우는 너무도 맛있는 봉골레 맛에 깜짝 놀랐다.

‘파리넬리일 때 먹었던 비싼 스파게티보다도 맛있잖아.’

파리넬리였을 때, 은우는 상위 1 프로의 삶을 살았다. 그래서 온갖 비싼 요리도 대부분은 먹어보았다.

‘음식은 역시 손맛인가. 정말 맛있어.’

[이집트의 음식의 신 소카리스의 행복의 주문 레벨 3 – 0 / 100000]

먹는 사람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주문

먹는 사람은 무엇을 먹든 자신의 가장 행복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은우는 순간 자신이 미국 음악 시상식인 ‘MTV 어워즈’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수많은 청중들. 화려한 조명. 그리고 내 노래. 그런데 이 노래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인데?

파리넬리에 수록된 곡도 아니고.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곡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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