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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재능흡수-28화 (28/257)

28화. 세상이여, 내가 간다 (2)

드디어 무대의 막이 오르고, 관객석의 첫 줄에는 은우의 인기를 증명하듯 내로라하는 유명한 연예부 기자들이 앉아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벌써 헤드라인이 떠다니고 있었다.

‘최연소 뮤지컬 배우의 탄생’

‘10분 만에 매진된 티켓 파워. 실력으로 입증하다.’

막이 열리고 까만색 마법 망토를 걸치고 마술지팡이를 든 은우가 입장했다.

“와”

뮤지컬 공연장에서는 조용히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들 은우의 귀여운 모습에 매료되고 말았다.

‘어떤 소원이라도 이뤄줄 것만 같은 모습이잖아.’

‘은우야, 난 이미 널 본 걸로 소원을 이루었어.’

은우가 무대 중앙에서 혼자 앉아서 울고 있는 사자에게 말을 걸었다.

“사자야. 사자야. 왜 울고 이떠?”

“엄마가 자꾸 마스크를 쓰라고 하잖아. 답답한데 말이야.”

“먀스크갸 먀니 다댜퍄지?”

“응,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미세먼지가 있다고 하잖아. 그래서 엄마랑 싸웠어.”

은우가 사자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워준다.

이때 깔리는 오프닝 넘버.

은우가 밤하늘을 보며 노래한다.

“우린 읻꼬 이떠더.

걈샤한 줄 몰랴찌.

세상에 댱연햔 거슨 업죠.”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맑고 고운 은우의 목소리.

‘와, 이건 진짜 소름이다.’

‘사람 목소리가 어쩌면 이렇게 고울 수 있지.’

‘어른인 나도 마스크 쓰는 것이 이렇게 답답한데. 아기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자연은 소중한 것이었는데.’

그때 돔형의 천장에 푸른 풀밭이 나타났다.

“와.”

작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제작한 국립극장의 최첨단 장비. 홀로그램이었다.

무대 뒤에서는 영상기사가 분주하게 밤하늘의 영상을 만지고 있었다.

“햐느렌 마는 이야기들.

꼳드리 츄믈 츄고

뱌랴미 노래를 불러요.

우린 언제나 드꼬 이써.

모듀이 이야기를.”

[올림포스의 천마 페가수스의 시인의 상상력 레벨 1. - 18 /1000]

은우는 손을 뻗어 요술 지팡이로 천장의 꽃들을 춤추게 했다. 은우에게 생명을 받은 빨강, 분홍, 노랑, 보라색 꽃들이 꽃잎을 흩날리며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었다.

‘꽃들이 바람에 맞춰 춤을 추고 있어.’

풀잎들이 긴 팔을 뻗어 꽃잎들 사이로 푸르름을 더했다.

‘봄날의 꽃밭에 앉아있는 거 같아.’

그때 은우가 손에 든 민들레 꽃을 불었다. 은우는 꽃씨를 불면서 자신의 삶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아빠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주었을 때.

노래 경연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했던 때.

많은 사람들의 응원으로 호적을 받게 되었을 때.

우리 삶엔 늘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들이 있어요. 잊지 말아요.’

민들레 꽃씨가 바람을 타고 관중석을 떠다녔다.

“후우.”

꽃씨는 자신이 가고픈 사람에게 가서 안겼다.

“우리는 읻꼬 사라쬬.

너뮤 마는 것드를.

세상은 이러케 아름댜운데.

당신의 누늘 보아요.

빈나고 이쨔나.

우리 모두가 빈나고 이써요.”

신수경의 머리카락 위에 민들레 씨앗이 내려앉았다.

신수경은 15년 전으로 돌아갔다.

작은 옥탑방 안에서 라면을 먹는 신수경.

‘이번 달 생활비도 빠듯하네. 언제쯤 이 라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그나저나 오늘이 오디션 결과 발표날인데. 어떻게 됐을까.’

그때 그녀의 휴대폰에서 문자 알림음 소리가 났다.

- 뮤지컬 ‘초록마녀’에 주인공 ‘릴리’ 역으로 캐스팅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신수경은 신이 나서 먹던 라면도 잊어버리고 옥탑방에서 방방 뛰었다.

“아싸, 아싸.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모든 신들 감사합니다. 엄마, 나 이제 떴어!”

“옥탑방에서 방방 뛰면 어떻게 해요. 아래층이 다 울리잖아요.”

보다 못한 아래층 아저씨가 올라와 항의를 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기뻐서요.”

은우의 노래를 듣는 신수경의 눈가에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

관객들의 머리, 손등, 어깨 위로 떨어진 민들레 꽃씨는 관객들에게 저마다의 추억을 일깨워주었다.

‘대학에 합격했을 때, 뛸 듯이 기뻤는데.’

‘우리 아기가 처음 걸음마를 뗀 날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어머님 수술이 잘돼서 한고비 넘겼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얼마나 다행이던지.’

관객들의 볼은 행복의 빛깔로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

[올림포스의 천마 페가수스의 시인의 상상력 레벨 1. - 1000 /1000]

은우는 생각했다.

‘레벨업이군. 이렇게 빨리 숫자가 올라갔다는 건 관객들도 감동을 했다는 거겠지.

부디 큰 감동을 느끼고 가셔야 할 텐데.’

커튼이 닫히고 조명이 꺼졌다.

커튼 뒤에서 무대 장치가 바뀌고 다시 커튼이 열렸다.

무대에는 펭귄이 앉아서 울고 있다.

은우가 펭귄에게 다가가 말했다.

“펭기나, 펭기나. 왜 울고 이써?”

“그러니까 말이지.”

이어지는 펭귄의 노래.

“제발 나를 놓아줘.

한땐 사랑했지만 더 이상은 아닌걸.

이제 추억으로 남아야 할 우리.

어릴 적부터 함께 했던 아름다운 시간들. 그것마저 사라지지 않게.”

은우가 펭귄에게 묻는다.

“너무 슬프게따. 내갸 이로해 쥬께.”

이어지는 은우의 노래.

“친구야, 마으믈 여러.

세상엔 아직 히망이 이써요.

빋빵울이 챵무늘 두드릴 때

섬유 유연제를 너은 빨래가 먈라갈 때

늗자믈 자고 이러나 침대 위에서 발가라글 꼼지락거릴 때 나는 행보케.”

관객들은 하나하나 노래 가사와 은우의 행동에 감정을 이입하고 있었다.

‘아, 은우 작은 발가락 꼼지락거리는 것 보고 싶다.’

‘은우와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는 걸 보고 싶다.’

‘은우야, 누나가 섬유유연제 넣어서 빨래해 줄게.’

이어지는 은우와 펭귄의 대사.

“펭기나, 기부니 조금 나아져써?”

“응 니 위로를 듣고 기분이 좋아져써. 아, 잠깐만 배가 배가 배가.”

“어어어어어어..... 배갸 아퍄?”

“뿌우우우우웅!”

리얼한 효과음으로 터지는 방귀 소리.

아기 관객들 신이 나서 ‘꺄르르꺄르르’ 웃음이 터지고, 어른들은 대놓고 웃지 못하지만 ‘피식피식피식’ 웃고 있다.

얼굴이 빨개진 펭귄이 은우에게 사과를 한다.

“아, 미안해. 배가 너무 아파서. 사실 내가 변비가 있었거든. 아까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그 친구는 바로 똥이었어.”

“똥이라고? 맙소사.”

은우가 펭귄의 말을 듣고 어이없어한다. 하지만 곧 펭귄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듯이 토닥토닥인다.

“변비는 진짜 큰 고통인 거 가타. 나도 어릴 적에 장이 안 좋아서 비피더스를 마니 먹었대.”

“응, 세상엔 좋은 이별도 있는 것 같아. 다신 만나지 말았으면 해.”

“나도 비러줄게.”

특히, 변비를 가지고 있는 관객들은 은우의 말로부터 큰 위로를 받았다.

‘은우라면 나의 사소한 고민들도 다 이해해 주겠구나.’

‘우리 귀여운 은우도 변비를 겪었었구나. 많이 힘들었겠다.’

‘은우가 이겨낸 것처럼 나도 변비를 이겨내 보겠어.’

다음 울고 있는 친구는 토끼.

은우가 토끼에게 가 말을 건넸다.

“토끼야, 토끼야. 왜 울고 이떠?”

“이가 썩어서 너무 아픈데 치과에 가기가 무서워서 울어.”

“그래도 가야 해. 냐중에 가면 더 아퍼.”

“아아아아아~~~ 이빨을 미리미리 닦을걸.”

이어지는 은우의 노래.

“용기를 내. 칭구야.

듀려운 건 당연해.

뮤셔운 건 당연해.

하지만 우린 이겨낼 슈 이떠.

시자카는 쟈근 용기가 피료할 뿌니야.

내갸 너의 손을 쟈뱌 줄게.

너는 혼자갸 아니야.”

[올림포스의 천마 페가수스의 시인의 상상력 레벨 2. - 0 /10000

당신이 상상하는 것을 당신이 원하는 사람들 앞에 시각, 청각, 촉각, 후각으로 느껴지게 할 수 있습니다.]

은우는 사람들 사이로 반딧불이를 날려 보냈다.

‘어서 가서 사람들에게 용기를 나눠주렴.’

은우의 바람을 담은 반딧불이가 관객석 사이 사이를 날았다.

‘와아, 반딧불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특수효과인지 진짜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누가 이곳에 반딧불이를 풀어놓았을까.’

‘특수효과라면 너무 실감 나는데.’

‘너무 아름다워.’

반딧불이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지친 일상을 버틸 용기를 얻었다.

‘얼마 전 최종 면접에서 면접관에게 뼈아픈 말을 듣고 자존심이 상했었는데, 은우의 위로를 듣고 나니 용기가 생긴 것 같아.’

‘여자 친구가 헤어지면서 모진 말을 해서 다시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세상은 넓고 절반은 여자지.’

‘재수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었는데, 그래도 끝까지 열심히 해야겠어.’

‘무기력증이 너무 심해져서 오늘 이 공연을 보러 오기까지도 많이 힘들었었는데 보러 오길 잘한 거 같아. 이제 용기를 내서 친구들도 좀 만나고 해야겠어.’

객석의 사람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용기의 불꽃이 일어났다.

마지막 무대는 사자, 펭귄, 토끼가 모두 함께 모여 은우와 함께 춤을 추며 노래하는 무대.

귀여운 동물댄스.

은우가 귀엽게 엉덩이를 흔들고 두 손으로 귀를 만들어 쫑긋거린다.

마지막에는 다 같이 손을 모아 하트를 완성한다.

‘오, 은우 춤도 잘 추는데.’

‘언제 저걸 저렇게 연습했지.’

‘작은 발이 리듬을 타는 게 너무 귀엽잖아.’

‘악 우리 은우는 항상 똑같은 티만 입네. 프리티 큐티. 어쩜 늘 귀여워.’

은우가 움직일 때마다 관객들이 눈이 함께 움직였다.

은우는 프로답게 얼굴은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정말 무대를 사랑하고 있어. 은우는.’

이셀린은 어느덧 자신을 만날 때보다도 더 성장한 은우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다 큰 성인 배우들에게서도 쉽게 찾기 힘든 집중력이야. 우리와 공연을 함께 준비한 한 달 동안 이렇게 성장하다니 놀랍군.’

은우의 열정이 관객석으로 퍼져 나갔다.

은우는 사자, 펭귄, 토끼와 함께 마지막 노래를 시작하고 있었다.

“우린 꾸믈 꾸어쬬.

녀무 아름댜운 꿈.

밤하느레 슈노아진 져 마는 별들처럼.

우리의 먀음소글 빈내고 이떠요.”

돔형 극장의 지붕에 수놓아지는 별들.

‘와아, 별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별을 본지도 오래됐구나.’

‘매일 야근하다 보니 건물에서 일하고, 다시 지하철 타고 퇴근하고. 해도 달도 본 지 오래였어.’

‘인생이 길지 않은데 뭘 그리 아등바등 살았나.’

[올림포스의 천마 페가수스의 시인의 상상력 레벨 2. - 1050 /10000]

은우가 별자리의 신들을 불러왔다.

첫 번째로 나타난 것은 북두칠성을 빛내는 한국의 토속신 칠성동자.

일곱 명의 아기 동자가 알록달록 예쁜 색동 한복을 입고 나타냈다.

“우리가 북쪽 하늘을 채울게.”

이미 은우에게 시인의 상상력을 선물했던 페가수스도 ‘달그닥달그닥’ 말발굽 소리를 내며 힘차게 달려왔다.

“날 빼놓으면 섭섭하지. 내가 반대편 북쪽 하늘을 채울게.”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안드로메다 공주가 머리를 숙여 공손하게 인사하게 말했다.

“저도 밤하늘을 밝혀드리지요. 페가수스의 곁에서.”

은우는 별자리의 신들과 함께 돔형의 천장에 별을 밝혔다.

‘와아, 진짜 밤하늘을 보는 것 같아.’

‘서울에선 주변 불들이 밝아서 별이 잘 안 보였는데. 실제 밤하늘보다 훨씬 잘 보인다.’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거 같아.’

‘저 별자리가 페가수스자리인가 봐.’

‘저 별자리가 안드로메다인가 봐.’

은우가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

“살메 지친 샤럄들.

쉬고 시픈 샤럄들.

이쳐진 꿈들을 생가케 바요.

크지 아나도 개챠냐.

대댠하지 아나도.

밤하느리 별드리 매일 뜨는 거처럼

매일 자꼬 기여운 꿈드를 꾸면서 사라요.

당시는 이미 충분히 머찐 샤럄.

충분히 샤랑스러운 샤럄.”

은우의 노래에 감동한 칠성동자가 알록달록한 색동 한복을 입고 ‘얼씨구 절씨구’ 춤을 추었다.

페가수스도 앞발을 들고 ‘히이이이잉’ 크게 울음을 울었다.

안드로메다 공주는 우아하게 왈츠를 추었다.

[올림포스의 천마 페가수스의 시인의 상상력 레벨 2. - 9200 /10000]

‘신들이 직접 와 주어서인지 효과가 대단한데. 관객들은 알까?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그들의 춤은 사람들에게는 반짝임으로 보였다.

‘아, 눈물 나.’

‘별들이 내게 속삭이는 것만 같아.’

‘오늘따라 별이 너무 밝다.’

‘그래 꿈은 꼭 큰 게 아닌데.’

‘생각해 보면 괜찮은 인생인데 왜 늘 불만만 많았을까.’

관객들은 천장의 별을 보며 그리고 은우의 노래를 들으며 각자의 가슴 속에 꿈으로 빛나는 새로운 별 하나를 얻었다.

***

공연이 끝난 뒤, 은우는 대기실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예전에 파리넬리일 때는 2시간 동안 풀로 부르는 오페라 공연도 끄떡없었는데, 아기로 태어나니 이렇게 짧은 공연도 숨이 차는구나. 아기의 몸은 불편해.

어떻게 하면 이걸 좀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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