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22화 (22/257)

22화. 세상의 모든 은우를 위해 (5)

은우가 촬영장에 도착하자 스태프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아이고, 꼬마 신사네.”

“영국 신사 같다.”

“나보다 더 멋진데.”

평소 중후함으로 이름난 멋진 중년의 남자 배우 정후석이 은우를 칭찬했다.

은우는 촬영장의 꽃이었다.

“은우야, 좋은 기사가 났던데.”

촬영감독이 은우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형석 판사가 은우를 사랑이법에 적용대상으로 판결한 기사가 오전 중에 난 것이었다.

“은우야, 은우야!!”

백수희가 은우에게 달려오며 축하를 건넸다.

‘요즘 들어 촬영을 하지 않는 날에도 자꾸만 은우의 생각이 난다니까.’

백수희는 뛸 듯이 기뻤다.

‘은우 때문에 지난달부터 천사들의 집에 후원도 시작했는걸.

미혼모와 미혼부들의 삶이 나아졌으면 좋겠어.’

촬영장은 은우의 기사로 인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오늘의 촬영장면은 공교롭게도 은우의 생일잔치 장면.

어린이집 선생님이 친구들에게 은우(준호)의 생일을 소개해 주었다.

“여러분. 오늘은 우리 어린이집 풀잎반 친구, 준호(은우)의 생일이에요. 모두들 축하해 줍시다.”

“와아아아아.”

아기와 어린이 배우들이 손뼉을 마구 쳤다.

은우는 돌아다니며 백수희가 마련해 준 선물용 떡을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아기들이 먹을 수 있도록 작게 포장된 꿀떡이었다.

은우가 노래를 불렀다.

“쑤쑤 너머가능 꿍떡(술술 넘어가는 꿀떡)

꾸처럼 다라서 꿍떡(꿀처럼 달아서 꿀떡)”

은우는 노래를 부르면서 생각했다.

‘지금이 새로운 재능을 써볼 기회야.’

[그리스의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유머 레벨 1

- 0 / 1000]

PD는 은우의 노래에 깜짝 놀랐다.

‘대본에도 없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다니. 애드리브가 대단한데.

게다가 극의 전개에도 무리가 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워.

너무 신나고. 근데 왜 이렇게 웃기지.

웃긴 가사도 아닌데 들을 때마다 웃음이 나네. 자꾸만 춤추고 싶잖아.’

신기한 건 아기들의 반응이었다.

아기와 어린이 배우들이 은우의 노래를 듣더니 일어나서 앙증맞게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었다.

“뀨울떡, 뀨울떡.”

그 말이 재밌는지 아기와 어린이 배우들은 그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은우가 그것을 보더니 즉석에서 꿀떡춤을 추기 시작했다.

밀고 당기는 꿀떡춤.

꿀떡을 주고받듯이 옆의 친구와 손을 주고받는 것이 포인트.

쉬운 동작 탓인지 아기들이 춤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카메라 감독도 어깨가 으쓱으쓱했다.

‘춤추고 싶다. 꾸울떡 꾸울떡.’

촬영순서를 기다리며 구경하고 있던 정후석도 자신도 모르게 팔다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오, 선배님. 지금 춤추시는 거예요?”

옆에 서 있던 백수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정후석 선배님은 회식 자리에서도 한 번도 춤을 춘 적이 없으셨는데.’

열정적인 꿀떡송이 끝이 났다.

은우는 노래를 부를 때마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올라가는 숫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스의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유머 레벨 1 – 350 / 1000]

‘전국 노래 경연대회 때랑 비슷해. 사람들이 서로 감정을 주고받고 있어서 숫자가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 게다가 여기 스태프들이랑 출연진을 모두 합하면 70명 정도의 사람이 함께 있으니까.’

다음 장면은 은우가 친구들 앞에서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장면이었다.

“생일 축하해요.”

“후우~”

은우가 힘차게 바람을 불었고, 초는 한 번에 꺼졌다.

선생님이 은우에게 물었다.

“준호 소원 빌었어요?”

“네.”

“뭐라고 빌었어요?”

“앙대용. 비미리에용.”

[그리스의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유머 레벨 1 – 530 / 1000]

은우의 한 마디에 모두들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번 농담은 완전 히트 쳤는데. 반응이 좋아서 숫자가 계속 올라가네. 하긴 사람들이 웃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웃어대니까. 확실히 웃음은 서로에게 전염되는 거 같아. 웃음 파도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

PD는 은우의 능력에 감탄을 표했다.

‘오늘 생일잔치 장면은 대본상에서는 그냥 지나가는 장면일 뿐이었는데, 은우가 그 장면을 생기있게 살려냈어. 생각지도 못한 애드리브를 통해서.

이제 고작 3살이라고 했나, 4살이라고 했나? 대단한데.

연륜이 있는 배우도 작가가 쓴 대본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 이상을 하지 못하는데, 연기를 잘하는 것을 넘어 양념을 치듯 밋밋하던 장면을 살려놓았어.

대체 저 아기는 뭘까.

어쩌면 내가 이번 드라마에서 만난 가장 큰 행운이 은우일지도 모르지.’

***

촬영이 끝나고 나서 케이크를 받았다.

그것은 제작진이 은우의 가정법원 판결을 축하하며 미리 준비한 케이크였다.

“은우야,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을 환영해.”

백수희가 은우에게 케이크를 가져다주었다.

“걈샤함니댜.”

은우가 의젓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정말 잘됐어.”

스태프들 모두가 은우를 응원했다. 정우리 작가는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아니, 정 작가 울어? 은우도 안 우는데.”

“너무 감동해서.”

정우리 작가는 아예 휴지까지 가져다 놓고 코를 팽팽 풀면서 울었다.

“앙대요. 울다가 울며는 엉덩이에 엉덩이에.~~~(안 돼요. 울다가 울면 엉덩이에서 털이 나요.)”

[그리스의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유머 레벨 1

- 830/1000]

은우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웃었다.

“은우가 엉덩이에서 털 난다는데, 정 작가 엉덩이에 털 나면 시집은 가겠어?”

정우리 작가는 울다가 웃다가 정신이 없었다.

은우는 정우리 작가의 머리 위에서 계속 올라가는 숫자를 보며 생각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저렇게 웃을 수도 있구나. 뭔가 영혼까지 털린 느낌인데. 덕분에 레벨업이네.’

[그리스의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유머 레벨 1

- 1000/1000]

***

이형석 판사는 은우와 창현의 팬들로부터 많은 감사 메일을 받았다.

- 감사합니다. 판사님, 복 받으실 거예요.

- 판사님, 존경합니다. 은우 평생에 가장 큰 선물이에요.

메일을 읽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 똑똑똑.

“누구세요?”

“판사님, 밖에 택배가 잔뜩 와 있어요. 좀 나가 보세요.”

“뭐라고?”

이형석 판사는 놀라서 문을 열고 나갔다.

그곳에 꽃다발이며, 박카스가 잔뜩 쌓여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어떻게 알아냈는지 모르겠는데, 그 아기 팬들이 보낸 거예요. 이번에 판사님께서 사랑이법 적용해 주신 그 아기요.”

“은우.”

사무장은 깜짝 놀라 이형석 판사를 바라보았다.

“판사님, 이름을 다 기억하시고.”

“그래, 그런 거 안 좋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내가 조금 변해가나 봐.”

이형석 판사는 생각했다.

‘그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법이 사람의 마음 곁에 서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구나.’

***

“이 집에 택배가 너무 많이 와서 이름이 외우게 됐어. 이은우. 맞죠?”

“택배가 너무 많이 와서 죄송해요. 힘드시죠?”

“힘들긴요. 드라마 잘 보고 있습니다. 은우 호적 생긴 거 축하해요. 파이팅!!”

택배 아저씨가 오늘도 은우의 집에 한 무더기의 택배를 내려주고 사라졌다.

은우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택배 상자에 창현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이러다 집이 은우 선물로 터지는 거 아닐까?’

은우는 택배 상자 앞에 앉아서 포장을 뜯고 있었다.

“시니 냐! 시니 냐! 시니 난다. 시니 냐!”

창현은 좁은 집이 걱정이었지만, 은우는 팬들로부터 오는 선물을 뜯을 때마다 너무 신이 났다.

은우가 포장을 뜯자, 택배 안에서 아기용 자동차 포르쉐가 나왔다.

은우가 포르쉐를 만졌을 때 새로운 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 발을 절고 있는 그리스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한 손에는 망치, 한 손에는 집게를 들고 나타났다.

“신들의 가호를 받는 아이야.

너는 나의 권능을 이어받아

너와 관련한 모든 것을 황금비율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너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을 것이며

너처럼 되고 싶은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리스의 건축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황금비율 레벨 1 – 0 / 1000

자신과 관련한 모든 것이 황금비율로 보이게 된다.

사용하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서 레벨이 올라갈 수 있다.]

‘황금비율이라.

아프로디테가 선물한 아우라에 견줄만한데.’

은우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빠빵!”

은우가 포르쉐를 마당에 내려놓고 시승식을 했다.

은우가 핸들을 돌리자, 보리가 신이 나서 옆에서 같이 뛰었다.

이미 마당에는 벤츠,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세계의 명차가 다 갖추어져 있었다.

우연히 마당에 나온 영탁은 은우를 보고 감탄했다.

‘은우가 타고 있으니 아기용 자동차인 포르쉐가 진짜 포르쉐처럼 중후하고 비싸 보이는데. 아, 나도 사고 싶다.

나도 저런 차를 타면 달라 보이지 않을까. 내 삶도 고급스러워지지 않을까.’

창현도 영탁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은우가 탄 차를 보니 너무 멋진걸.

우리 차 너무 오래됐는데 바꾸고 싶다. 요즘 같은 수입이면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니야, 내 정신 좀 봐. 돈을 모으면 분점부터 차려보기로 했는데, 차라니.’

깜짝 놀라 마음을 다잡는 창현이었다.

영탁과 창현이 은우를 보며 감탄했다.

“와, 은우가 베스트레이서네.”

은우는 자동차를 보며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슈퍼스타가 돼서 저 차들을 모두 진짜로 살 거야!

이번 생에서도 슈퍼스타가 될 거야! 파리넬리보다 더 크고 위대한!’

꿈에 불타는 은우였다.

***

창현은 너투브로 열심히 강아지 미용하기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보리가 털갈이하는 철이 돼서 온 집안에 털이 날려서 고민이었는데, 물어보니 애견샵에서 미용을 하면 5만 원이나 든다고 하고.

너무 비싸. 내가 직접 해야겠어.’

창현은 인터넷으로 주문한 애견용 바리깡을 들고 미용을 하기 시작했다.

보리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멍멍멍!(아, 그냥 돈 아끼지 말고 애견샵에 가자고. 저 바리깡 너무 무섭게 생겼어.)”

보리는 절규했지만, 창현은 알아듣지 못했고 미용은 시작되었다.

창현은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동영상에서 본대로 비교적 자르기 쉬워 보이는 등부터 시작하는 거야.’

보리는 결국 포기하고 순순히 등을 내주었다.

“끄응.”

창현은 동영상에서 본 것들을 생각하며 천천히 미용을 하고 있었다.

‘5센티 정도 남게. 너무 짧지는 않게. 적당한 길이로 밀어줘야지.’

갑자기 보리가 조금 몸을 움직였다. 순간, 바리깡이 보리의 등을 파고들었다. 보리의 등에 쥐 파먹은 것 같은 동전 모양 구멍이 생겼다.

‘아, 침착해야 해. 괜찮아. 괜찮아. 털 길이를 조금만 짧게 하면 구멍이 사라질 거야.’

창현은 보리의 털을 더 짧게 미용하기 시작했다.

‘오른쪽 귀가 짧은 것 같아. 아니 왼쪽 귀도 짧네. 이제 균형이 맞다. 좀 짧긴 하지만.’

한참 동안 씨름한 결과, 보리의 미용이 끝났다.

“짜짠.”

창현은 보리의 미용이 처음치고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털 길이가 똑같아. 좀 짧긴 하지만. 시원하고 좋지. 털은 금방 자랄 텐데.’

반면, 보리는 좌절하고 있었다.

“끼잉낑잉(뭐야, 털이 너무 짧게 잘려서 핑크색 속살이 다 보이잖아. 마치 생닭이 된 기분이잖아).”

굴욕감을 느끼는 보리였다.

‘아, 속상해. 털이 예전처럼 자라려면 몇 달은 걸릴 텐데. 아무도 날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보리는 너무 속이 상해서 혼자 집으로 들어가 두 발로 눈을 가렸다.

하지만 창현은 보리의 그런 마음을 알지 못한 채, 자신감에 휩싸였다.

‘음, 내가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지. 부업으로 애견미용이라도 해볼까.’

근거 없는 자신감에 취한 창현의 눈에 은우가 들어왔다.

‘아, 은우 머리도 잘라주면 좋지 않을까?

어떤 스타일이 좋을까?’

창현은 스마트폰으로 아기 헤어스타일을 몇 가지 검색해서 살펴보았다.

‘추억의 헤어스타일 바가지 머리.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스타일이라고.

별다른 기교 없이 일자로만 잘라주면 된다.

오, 이거 좋은데.

내가 어릴 때도 유행했던 것 같아.

그래, 바가지 머리로 하자.’

창현은 은우에게 비옷을 입히고 아기용 소파에 앉혔다.

“자, 손님. 어떤 스타일로 잘라드릴까요?”

뜬금없이 시작된 미용실 설정 놀이.

은우는 평소에도 아빠와 설정 놀이를 많이 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대답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머찌게 해쥬떼요.”

“네네, 손님.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배우님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창현은 분무기로 은우의 머리에 물을 뿌린 다음, 가위로 천천히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직선으로만 자르면 돼.’

창현은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으니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은우가 갑자기 움직였다.

‘또, 한쪽이 짧아져 버렸네.

끄응, 조금 더 짧게 잘라서 일자를 맞추면 되지.’

창현은 일자로 맞추기 위해 은우의 머리를 조금 더 잘랐다.

‘자르고 보니 여전히 반대편이 짧은 것 같잖아. 어쩔 수 없지. 반대편 머리를 더 잘라야지.’

몇 번을 더 그렇게 자르다 보니 은우의 앞머리가 거의 다 사라져가고 있었다.

‘아뿔싸, 이걸 어쩌지? 완벽한 일자는 아니지만 여기서 멈춰야 해.

잘못하다간 앞머리가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어.’

창현은 어쩔 수 없이 가위를 멈추었다. 은우의 앞머리는 딱 일 센티가 남아있었다.

씻고 나오던 영탁이 은우의 머리를 보고 난리가 났다.

“이창현, 뭐야? 너 대체 은우 머리를 어떻게 한 거야? 촬영해야 하는 애 머리가 이게 뭐야?”

은우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머리를 보고 놀랐다.

‘헉, 머리가 진짜 짧은데. 하지만 걱정하지 마요. 아빠, 제가 누군가요?’

은우는 즉시 헤파이스토스가 선물한 재능을 발휘했다.

[그리스의 건축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황금비율 레벨 1 – 0/1000]

은우가 방긋 웃으며 영탁을 바라보았다.

“아, 그러니까 머리는 진짜 이상한데. 이상하게 귀엽네. 다른 사람이 했으면 분명 망한 머리인데, 진짜 귀엽네. 어찌 이리 잘생겼냐. 은우야. 너 진짜 잘생겼다.”

영탁이 은우의 외모에 감탄하며 말했다.

은우는 빙긋 웃었다.

창현은 속으로 ‘다행이다’를 외치고 있었다.

‘은우의 머리는 한눈에 봐도 망친 건데.

그래도 은우가 진짜 잘생기긴 했단 말야. 저 머리조차 귀여워 보이다니.

내 아들이지만 증말 귀엽다.’

은우는 창현과 영탁의 머리 위로 뜬 숫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15, 20. 숫자를 보니 아빠가 머리를 많이 망치긴 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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