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전국 노래 경연대회 (4)
1절이 끝나고 2절이 시작되자 관객들이 후렴구를 따라서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지구가 그리워.
왜 그땐 몰랐을까. 우리가 살고 있던 지구가 소중한 곳이라는 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우린 달라져야만 해.
남은 시간이 길지 않아
달라져야만 해. (은우의 화음)”
은우가 발을 구르자
사회자 김해도
은우의 팬들도
정일영 일병과 정준기 이병도
영탁도
김미자도
장 요셉피나 수녀님도
촬영을 하던 스탭들도
관객들도
다 함께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우와 함께 관객들의 어깨에, 이마에, 머리에 앉아있던 나비가 화음을 넣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구도 듣지 못했던 천상의 소리였다.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은 일렁이는 감동을 안고 모두가 자리에 서 있었다.
사회자 김해가 정신을 차리고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서 있는 은우와 창현에게 인터뷰를 하기 위해 다가왔다.
[그리스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화술. 레벨 1
– 420/1000]
“뭔 노래를 그리 잘해? 이름이 뭐야?”
은우가 공룡 흉내를 내며 입을 크게 벌리고 손가락을 세워 발톱처럼 만들며 말했다.
“크아오.(크라노사우르스)”
관객들은 은우의 귀여운 표정과 손동작에 쓰러졌다.
객석에서 은우의 팬들이 대신 이름을 외쳤다.
“은우요!!”
“이름도 멋있네. 평소 환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지구, 아야해.(지구가 많이 아파요.)”
“지구가 깨끗해지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지지, 앙대요.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해요.) 오애오애 지내.(물건을 오래 써요.)”
“박사네, 박사야. 은우는 어떻게 환경보호를 실천해?”
“지지, 주어요.(쓰레기를 주워요.)”
“자 여러분, 이 작은 아기도 쓰레기를 줍는다고 합니다. 우리도 환경보호를 실천해야겠습니다. 모두 근처에 떨어진 쓰레기가 있는지 한 번만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객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웠다.
전국 노래 경연대회는 무대가 끝나고 난 후 쓰레기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다양한 쓰레기도 많았고, 노래를 들으며 음식을 먹다가 그대로 버리고 가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은우의 인터뷰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은우의 팬들도 자신들이 들고 온 하늘색 풍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풍선이 예쁘긴 하지만 쓰레기가 되지는 않을까.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은우의 팬들은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풍선은 아무래도 쓰레기가 되니까 다른 걸로 통일하는 게 좋겠어요.”
“모자 어때요?”
“좋아요. 실용적이고 들고 다니기도 쉽고.”
“그럼, 모자로 결정. 땅땅땅.”
“은우의 뜻을 본받아서 앞으로 쓰레기도 우리가 주웁시다.”
“맞아요. 부끄럽지 않은 팬이 돼서 스타의 이름을 빛내야죠.”
은우의 무대가 끝난 뒤,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최우수상.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부른 이은우, 이창현 부자. 앵콜송을 듣겠습니다.”
은우와 창현은 다시 한 번 쥬라기 시대의 공룡이 되어 노래를 불렀다.
[그리스 음악의 여신 칼리오페의 감동. 레벨 2
- 4000 /10000]
[북유럽의 천둥의 신 토르의 천둥 레벨 2 -
520/10000]
사람들은 자신들이 쥬라기 시대에 와 있는 듯한 환상을 느꼈다.
나무의 크기가 건물보다도 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울창한 밀림.
그 아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 숲이었다.
원시의 생명력.
미세먼지 때문에 늘 마스크를 쓰던 사람들은 너무나도 깨끗한 공기에 감탄하였다.
그리고 자연을 경외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였다.
장 요셉피나 수녀는 은우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
‘신이시여.
가장 낮은 곳에 태어난 아기에게 가장 큰 재능을 주신 것. 이것도 당신의 뜻입니까.’
은우는 재능들이 숫자가 빠르게 찬 것에 놀라고 있었다.
[그리스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화술. 레벨 1
– 780/1000]
[그리스 음악의 여신 칼리오페의 감동. 레벨 2
- 6000 /10000]
[북유럽의 천둥의 신 토르의 천둥 레벨 2 -
780/10000]
‘많은 사람이 함께 있으니 숫자가 올라가는 속도가 매우 빨라.
무대에 선다는 건 여러모로 좋은 일인걸.’
***
은우는 김미자와 장 요셉피나 수녀님으로부터 받은 선물 때문에 신이 났다.
김미자는 은우에게 어린이집에 메고 갈 예쁜 파란 펭귄 가방을 선물하였다.
장 요셉피나 수녀님은 은우가 신고 다닐 귀여운 반짝이 불빛 신발을 선물하였다.
그 신발은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발에서 불이 번쩍하였다.
“띠띠빠빠 띠띠빠빠.”
은우는 신발이 마음에 딱 들었다.
‘불이 반짝반짝하는 게 마치 자동차 헤드라이트 같잖아.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처럼 내 맘에 딱 드는 신발이야.’
은우는 전국 노래 경연대회 최우수 메달을 목에 차고, 파란 펭귄 가방을 메고 신발에서 나는 불빛을 즐기며 콧노래를 불렀다.
“따따따따따따따 딩동댕동.”
은우는 오늘 무대에서 느낀 벅참을 잊을 수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따라부르고
자신을 따라 춤을 추던 그때.
그것은 파리넬리의 기억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은우는 신에게 감사드렸다.
‘다시 태어나길 잘했어!
나는 전생의 파리넬리보다 더 유명한 슈퍼스타가 될 거야.
파드와였을 때도 가수가 되고 싶었었고, 내 꿈은 저저번 생에서도, 저번 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가수야!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할 거야.
아직도 무대에서 내 노래를 따라부르던 사람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어.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
아, 아직도 가슴이 쿵쾅거려.’
은우는 오늘 받은 소중한 선물을 꼭 안고 잠이 들었다
내일 어린이집에 가서 다시 친구들을 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렜다.
‘빛이 나는 내 신발을 모두들 부러워하겠지?’
은우가 이런 생각을 하며 잠이 들 때,
은우의 작은 발 옆에는 보리가 몸을 돌돌 말고 잠을 청했다.
***
은우는 어린이집 갈 생각에 신나서 일찍 일어났다.
‘어제 선물 받은 파란 펭귄 가방이랑 빛이 나는 신발, 전국 노래 경연대회의 메달을 가져가고.
또 자랑할 게 뭐가 있지?
가만있자, 꼬마곰 젤리를 가져갈까?
또 뭐가 있지?
아, 보리!
보리라면 친구들이 부러워할 거야.’
은우는 보리 앞에 파란 펭귄 가방을 열어 놓았다.
“보이, 가아자.(보리야, 어린이집에 같이 가자.)”
은우는 가방 지퍼를 열고 자꾸만 보리에게 들어가라고 했다.
보리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 보고 들어가라고 저길? 저 좁은 곳에?’
창현이 은우에게 말했다.
“은우야, 보리는 커서 가방에 들어갈 수 없어. 어린이집은 은우 혼자 가는 건데, 보리는 여기 있어야지.”
“보이, 은우, 여나, 준쑤, 지오, 헤이, 시우 모두 하께.(보리랑 은우랑 친구들이랑 다 같이 놀 거야.)”
“다 같이 노는 건 좋은데, 어린이집에 강아지가 가도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수녀님한테 여쭤봐야 할 거 같아. 잠시만 기다려.”
창현이 김마리아 수녀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녀님, 은우가 어린이집에 강아지를 데리고 가고 싶어 하는데요. 안 되죠?”
“강아지가 사나운가요?”
“물거나 하진 않지만, 사실 은우가 아침부터 하도 고집을 부려서요. 수녀님도 힘드실 거 같고. 전 안 데려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은우가 강아지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 저도 강아지를 좋아하니 오늘 하루만 데려와 보세요. 힘들면 제가 다음엔 절대 안 된다고 할게요.”
창현은 예상과 다른 수녀님의 대답에 놀라 보리에게 당부를 했다.
“보리, 가서 말썽 피우면 안 된다.”
보리는 답답했다.
‘말썽은 내가 아니라 다른 애기들이 부리겠지. 나도 애기들 많은 데 가는 거 싫다고.’
창현은 은우의 가방에 보리의 장난감과 사료, 간식도 넣어주었다.
“보이, 딩동댕동. (보리 최고야.)”
은우는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었다. 뛸 때마다 발에서 불빛이 반짝반짝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 김 마리아 수녀님이 은우의 새 신발을 칭찬해 주셨다.
“은우, 신발이 멋지구나.”
“따따따따따따따 딩동댕동”
“어제 텔레비전 봤어. 장 요셉피나 수녀님이 은우가 정말 대단했다고 하시더라. 메달도 멋지네. 최고.”
은우는 수녀님이 메달을 알아봐 주셔서 신이 2배로 났다.
은우가 보리와 함께 어린이집에 나타나자 은우의 예상대로 보리는 슈퍼스타가 되었다.
“멍무이, 멍무이.”
“기여워. 기여워.”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기들은 보리를 둘러싸고 보리가 귀엽다며 야단이었다.
하지만 보리는 멘붕이었다.
‘전생에도 그렇고 늘 조용한 게 좋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시끄럽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아기들에게 둘러싸이다니. 이건 꿈일 거야!’
김마리아 수녀님의 대처로 조금 정신이 돌아온 보리였다.
“얘들아, 강아지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와서 만지는 거 안 좋아해. 귀여워도 조금만 참자. 한 번에 한 명씩만 쓰다듬어 줘야 해.”
요즘 어린이집에는 스티커북이 유행이었다.
좋아하는 캐릭터의 스티커북을 사면 스티커가 많이 들어있고, 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덕택에 아기들은 저마다 스티커북을 들고 다녔다.
스티커북 이전에도 풍선껌이며 빵에 부록으로 들어있는 스티커 때문에 이미 어린이집의 벽지와 문은 스티커 천국이었다.
혜린이는 보리를 보자 강렬하게 스티커를 붙여주고 싶은 열망을 느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푼젤 스티커를 붙여주면 예쁘겠다.’
혜린이가 라푼젤 스티커를 보리의 이마에 붙였다.
“아이, 예쁘다.”
혜린이는 신이 나서 박수를 쳤다.
옆에서 그것을 본 시우가 자신이 좋아하는 백설공주 스티커를 보리의 목에 붙였다.
“아이, 이뽀.”
시우는 보리가 귀엽다는 의미로 보리의 등을 쓰담쓰담하며 말했다.
준수는 폴리 스티커를, 지호는 핑크 사자 스티커를, 연아는 겨울왕국 스티커를, 은우는 파란 펭귄 스티커를 붙였다.
어느새 보리의 등은 스티커로 알록달록해졌다.
“아, 이뽀.”
아기들은 보리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도 된 듯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아기들 눈에는 정말로 보리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리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슬펐다.
‘세상에 이게 뭐야? 등에 이상한 스티커를 잔뜩 붙인 꼴이라니.
아기들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아침에 여길 따라오는 게 아니었어.
절대 못 간다고 떼를 썼어야 했는데.’
보리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났다.
“휴우.”
“얘들아, 뭐 하는 거야? 강아지가 얼마나 힘들면 한숨을 쉬겠어.”
김마리아 수녀님이 재빨리 달려와 보리의 등에 붙은 스티커를 떼 주었다.
“앙대, 앙대, 이쁘아.”
아기들은 수녀님이 보리의 등에서 스티커를 하나씩 뗄 때마다 자신들의 예술작품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서 아쉬움에 소리를 질렀다.
“자자, 알았어. 오늘은 간식을 조금 일찍 먹자꾸나.”
김 마리아 수녀님은 아기들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시선을 돌리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아기들이 좋아하는 간식은 아기들의 기분을 업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김 마리아 수녀님이 그릇에 담긴 쌀밥(뻥튀기)과 우유를 가지고 왔다.
‘언제쯤 아기들에게 좋은 간식을 맘껏 먹일 수 있을까?
천사들의 집은 늘 빠듯하니까.
그래도 은우가 천사들의 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은우 아빠가 너투브 수익을 조금씩 후원해줘서 다행이야.’
아기들은 신이 나서 보리와 스티커 사건은 잊어버리고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리는 그곳에서 천국을 맛보았다.
‘아기들은 간식을 먹으면서 자꾸 흘리네.
쌀밥도 떨어뜨리고 우유도 흘리고
쌀밥도 맛있지만, 우유는 너무 맛있어.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레엘루야!!’
보리의 귀 주변에서 종소리가 났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따라오길 잘했네.
앞으로도 종종 따라와야겠네.’
금세 다시 마음이 변한 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