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6화 (16/257)

16화. 전국 노래 경연대회 (3)

열정 떡볶이에는 오늘도 손님들이 가득했다.

순대송의 인기 때문인지, 너투브의 인기 때문인지. 은우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창현과 은우가 들어서자 손님들이 은우를 알아보았다.

“은우야, 너투브 보고 왔어. 이거 전국 노래 경연대회 나갈 때 가져가.”

쇼핑백에는 탬버린이 들어있었다.

“감사합니다.”

창현이 은우 대신 인사를 하고, 탬버린을 흔들어 주었다.

오, 저 반짝반짝 빛나는 신나는 악기는 뭐지.

“아아아아아.”

은우는 탬버린으로 손을 뻗었다.

창현이 은우에게 탬버린을 쥐여주자 은우가 탬버린을 흔들었다.

‘와, 악기에서 마구 리듬이 떨어지는 것 같아.

게다가 햇빛을 받으며 반짝이잖아. 보석처럼.’

은우는 탬버린의 마력에 푹 빠졌다.

은우는 한 손에 야무지게 탬버린을 흔들며, 엉덩이를 움직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탬버린의 박자에 맞춰서.

“노래가 들어갑니다.”

손님 중 한 명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어주었다.

이 상황에 딱 어울리는 노래.

'리듬을 타고'였다.

“살랑살랑살랑 살랑살랑살랑 춤을 춰요. 리듬에 맞춰.”

은우는 그 곡이 딱 마음에 들었다.

‘오, 악기만큼이나 재밌는 노래다.

근데 이 악기 좀 봐. 흔드는 속도나 방향에 따라 소리가 조금씩 달라지네.

이렇게 흔들면 촤르르 소리가 나고

저렇게 흔들면 촬촬촬 소리가 나고.’

은우는 탬버린을 흔들면서 그것을 배워갔다.

탬버린을 흔드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은우의 춤도 조금씩 발전해나갔다.

처음에는 엉덩이만 흔들었지만, 점점 팔도 움직이고 다리도 방향을 비틀 수 있게 되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댄스.

탬버린에 맞춰 은우의 스텝도 조금씩 늘어갔다.

은우에게 탬버린을 선물한 여자 손님이 외쳤다.

“모두 하께!!”

이미 은우의 예선전 영상은 너투브에서 인기 영상이 되었기 때문에 은우의 모두 하께 멘트는 팬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었다.

여자 손님과 그 친구들이 은우의 옆에서 함께 엉덩이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26개월 아기와 30대의 여성들이 함께 엉덩이 댄스를 추었다.

실룩실룩실룩.

거기에 더해지는 은우의 탬버린.

“촤르르르르르르르르.”

은우는 타고난 리듬감으로 탬버린을 지배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가사를 잘 살릴 수 있을까.

‘살랑살랑살랑’이라는 가사 재미있네. 발음은 어렵지만.’

물론 은우는 머릿속에서 가사를 완벽히 이해했지만, 26개월 아기의 혀는 그것을 다 표현하지는 못했다. 은우는 살랑을 사랑과 비슷하게 발음했다.

하지만 은우는 가사를 다 부르지 못하더라도 소리높여 노래를 불렀다.

“싸라싸라싸라.”

이어지는 아이컨택.

은우는 손님들의 눈을 바라보며 흥을 유도했다.

은우와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은 자신도 흥이 나서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26개월 아기의 열정에 매료되었다.

은우가 춤을 마치고 땀을 흘리고 있을 때, 떡볶이집 안에 있던 군인 하나가 은우에게 다가왔다.

“이거 입어볼래?”

쇼핑백 안에서 나온 것은 초록색 꼬리와 지느러미가 달린 공룡 모양 바디슈트였다.

창현이 은우에게 공룡 옷을 입혀 주었다.

그때 은우의 눈앞에 새로운 신이 보였다.

여신의 어깨에는 올빼미가 앉아있었다.

여신은 머리에 쓴 관에서 올리브를 따 먹으며 말했다.

“신들의 가호를 받는 아이야.

내가 너를 축복하노니, 너는 나의 권능을 이어받아

화술로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할지니.

너의 말을 듣는 자 싸움을 멈추지 않는 자가 없고

너의 말을 듣는 자 설득을 당하지 않는 자가 없고

너의 말을 듣는 자 행복해지지 않는 자가 없을 것이다.”

[그리스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화술.

레벨 1 – 0/1000

당신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당신의 화술에 매료되고 설득됩니다.]

은우는 아테나가 여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있고 거만한 모습을 가진 것에 놀랐다.

지난번에 보았던 칼리오페나 아프로디테와는 다른 중성적인 이미지였다.

‘근데, 이걸 어디서 시험해 보지?’

그때 은우의 눈에 떡볶이를 먹으며 냉랭하게 앉아있는 한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그 커플은 은우가 춤을 출 때에도 유일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커플이었다.

‘싸운 건가.’

은우가 커플의 테이블 근처로 걸어갔다.

은우를 보고 남자가 아는 척을 했다.

은우도 남자에게 아는 척을 했다.

“아야?(왜 화났어?)”

“누나가 지금 기분이 나쁘대. 형이 누나 마음을 상하게 했어. 여기 있는 다른 누나가 이쁘다고 쳐다봤어.”

“때찌(왜 그랬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그래서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했는데, 누나 마음이 안 풀려.”

“바부. 때찌.(바보같이 왜 그랬어? 그래도 계속 미안하다고 해야지.)”

“그러게. 형이 참 잘못했다. 왜 그랬을까?”

“눈나 사라하니?(형은 누나 사랑해?)”

“그럼 사랑하지. 누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러는 건 아니야. 그 여자는 형이랑 말해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때지. 때찌. 때지.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면 나쁜 사람이야.)”

은우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남자를 계속 때렸다.

그 모습이 너무 웃기고 슬퍼서 결국 여자가 살짝 웃었다.

은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눈나, 효아, 사라하니. (누나, 형이 누나를 사랑한대.)”

은우는 여자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토탁토닥했다.

그리고 여자의 손 위에 입을 맞추었다.

“지내.(사이좋게 지내.)”

결국, 여자가 은우를 보며 웃었다.

“으이구, 이 바보야.”

남자친구를 향해서는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

서운한 마음이 터져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스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화술.

레벨 1 – 50/1000]

‘오, 정말 효과가 있네. 게다가 다른 재능보다 숫자가 올라가는 정도도 매우 큰 거 같아.’

은우는 새로 얻은 재능의 놀라운 효과가 만족스러웠다.

***

드디어 전국 노래 경연대회 본선 날이 아침이 밝았다.

김미자가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순대국밥집의 문을 잠궜다.

“어디가?”

옆에서 중고 가전제품을 파는 백씨가 물었다.

“우리 은우, 은우가 전국 노래 경연대회 본선에 나가. 우리 은우가 순대송도 히트시키고 슈퍼스타야. 슈퍼스타. 덕분에 우리 순대국밥집 매상도 얼마나 올랐다고. 오늘도 보나 마나 우승을 하겠지. 택시.”

“살다 살다 김미자 할머니가 택시 타는 꼴을 보네. 저 자린고비 할머니가.”

최지은은 제작한 플랜카드를 엄마 차에 싣고 본선 장소로 오는 중이었다.

“너투브에 올렸지. 오늘 올 수 있는 사람 다 오라고. 너네 반짝이 옷 입었어? 응원도 중요한 거 알지? 오늘 확실히 보여줘야 해. 우리가. 은우 팬덤이 어떤 것인지를.”

“아이고 그 열정으로 공부나 좀 해. 너 이번에 성적 떨어지면 은우고 뭐고 얄짤없어. 3개월 동안 용돈도 안 줄 거야.”

사실, 최지은은 오늘 엄마의 지원을 받기 위해 다음 기말고사에서 성적을 80점대로 올리기로 약속을 한 상태였다. 평소 최지은의 점수가 60점대였던 걸 감안하면 거의 기적이 필요한 상태였다.

“알았다고. 올리면 될 거 아냐.”

하지만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우선 오늘이 중요한 최지은이었다.

***

전국 노래 경연대회이 열리는 상천대학교 아트홀은 응원의 열기로 가득 찼다.

아침부터 무대 근처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다양한 카드를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최지은도 카드를 걸고 4인방과 함께 응원할 장소를 물색했다.

“저기, 여기가 은우 팬들 모임인가요?”

하늘색 풍선을 든 10대 소녀가 수줍게 물었다.

“네, 너투브 보고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제가 닉네임 레쥬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저는 풍뢰전사입니다.”

속속들이 하늘색 풍선을 든 은우의 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김성훈 일병의 친구인 정일영 일병과 정준기 이병도 있었다.

영탁과 승민, 김미자, 장 요셉피나 수녀도 함께했다.

장 요셉피나 수녀는 오늘 처음 본 은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눈빛 속에서는 사랑스러움과 안쓰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창현과 영탁, 승민을 비롯하여 이십 년의 시간 동안 천여 명의 아이들을 가슴으로 낳아서 길러온 그녀였다.

그녀는 평생을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지만, 부모가 없는 아이가 겪는 세상의 풍파를 자신의 힘으로 온전히 막아주기는 힘들었다.

‘자신을 낳은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은우가 받을 상처는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은우와 같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장 요셉피나 수녀는 신의 뜻을 묻고는 했다.

은우는 공룡 의상을 입고 팬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늘 드디어 은우를 영접하는구나.”

“은우야, 나 니 볼라꼬 마산에서 왔다 안 카나. 5시간 걸려서 왔다. 그래도 온 보람 있다 안 카나. 니 실제로 보니까 억수로 귀엽다잉.”

은우는 팬 서비스로 팬들과 사진을 찍어주었다.

은우는 아직 사인을 할 줄 몰랐기에 은우의 팬들을 위해 영탁이 은우의 손바닥을 프린트한 선물을 준비했다.

은우는 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젤리를 나눠주고 있었다.

“눈나, 효아, 감사함다.”

아장아장 걸어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젤리를 건네며 배꼽 인사를 했다.

“악, 아기곰 젤리네. 너무 귀여워.”

“젤리 앞에 은우 손바닥이 프린트돼서 붙어있어.”

“은우 손바닥 스티커 소장각이다. 이거 따로 굿즈로 구매하고 싶다.”

“은우야, 인사를 그렇게 공손하게 하면 누나가 심쿵하잖아.”

은우가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는 팬들이었다.

“전국 노래 경연대회.”

“따따따따따따따~~~”

익숙한 사회자 김해의 목소리로 전국 노래 경연대회가 시작되었다.

사회자 김해는 걸쭉한 입담과 친근한 이미지로 30년 동안 전국 노래 경연대회의 사회를 도맡아왔다.

무대에는 나나나파티를 부르며 광란의 댄스를 선보이는 군인 팀.

항구의 여자를 구성지게 부르는 중년의 아저씨.

나비의 이별 댄스를 똑같이 복사하며 부르는 60대의 할아버지도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다가온 은우와 창현의 차례.

“자, 마지막 무대는 귀여운 아가와 아빠가 부릅니다. 이민호의 노래 ‘처음처럼’을 개사한 곡이라고 하는데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 다 같이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은우는 공룡 의상을 입고 아장아장 걸어서 무대로 나갔다.

창현도 공룡 의상을 맞춰서 입었다.

무대 위에는 두 마리의 공룡이 포효하고 있었다.

이어서 반주가 흘러나왔다.

원곡은 락 댄스곡으로 남자와 여자의 파트가 나눠져 있었다.

권태기에 접어든 여자가 남자에게 이별을 고하면

남자는 우리가 만났던 처음 그 순간, 설렘의 순간을 떠올리며 소중한 사랑을 지켜나가자고 노래하는 곡이었다.

클라이막스에서 설렘을 심장이 뛰는 것으로 표현한 손동작 댄스로 히트를 쳤던 곡.

창현은 이 곡의 설정을 바꾸었다.

멸종된 공룡이 지구를 그리워하는 곡으로.

곡 속에서 은우는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가, 창현은 기린과 같은 긴 목을 가진 초식 공룡 브라키오사우르스가 되었다.

창현 : 매일 맛있는 풀을 먹었었지.

은우 : 발톱을 드러내며 티라노사우루스가 된 양 포효한다.

크아아앙(음정에 티라노사우루스의 사냥 소리를 실었다.)

창현, 은우 : 그땐 우린 싸우기만 했어. (은우의 화음)

“나는 지구가 그리워.

왜 그땐 몰랐을까. 우리가 살고 있던 지구가 소중한 곳이라는 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우린 달라져야만 해.

남은 시간이 길지 않아

달라져야만 해. (은우의 화음)”

이어지는 클라이막스에는 은우의 발동동 댄스가 이어졌다.

아파하는 지구를 향한 안타까움을 담은 발동동 댄스.

은우는 지구를 향한 마음을 담아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스 음악의 여신 칼리오페의 감동. 레벨 2

- 3100 /10000]

[북유럽의 천둥의 신 토르의 천둥 레벨 2 – 240/10000]

노래를 듣고 있는 관객들 사이로 나비가 날아왔다.

나비는 관객들의 어깨에, 머리에, 이마에 앉았다.

나비가 날갯짓을 했다.

날개짓을 하는 나비의 날개에서 아름다운 금색 가루가 흩날렸다.

관객들은 그 가루에서 메시지를 읽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함께 지켜주세요.”

나비의 메시지가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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