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3화 (13/257)

13화. 첫 방송 출연 (4)

은우가 카메라를 보고 밝게 웃었다.

‘이번 생에서 처음으로 받는 상이네.

반짝이는 유리로 만들어진 감사패가 너무 예쁘다.’

문열이 상패의 문구를 읽었다.

“귀하께서는 아름다운 음색과 심금을 울리는 감동으로 골목의 제왕에 출연하여 순대의 판매 증진과 순대 유통 업계에 크게 기여한 것을 인정하여, 한국 축산 부산물 중앙회에서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이 패를 드립니다.”

은우는 신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박수를 쳤다.

“내꼬 내꼬.”

은우의 내꼬 소리에 열정 떡볶이 안의 손님들과 골목의 제왕 스태프들은 자지러졌다.

‘세상에. 은우는 자신이 귀여울 포인트를 알고 있는 걸까.

어쩌면 저렇게 심장 터질 것 같은 행동들만 골라서 하지?’

영만이 외쳤다.

“부상도 있습니다. 순대 상품권 100만 원권.”

은우와 창현이 함께 상을 받았다.

“자, 수상소감 한마디 하실까요?”

영만이 은우에게 물었다.

은우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갔다.

‘아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수상소감이라고 하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잠깐만 정리 좀 하고. 아아.’

은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쁘아, 눈나, 하미, 사라하니.(저를 아껴주신 가족분들과 팬분들께 진심으로 큰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해요.)”

짧은 멘트였지만, 은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하트가 새겨졌다.

김태우 PD는 은우를 보면서 생각했다.

‘아무리 어린 아기라지만 끼를 타고났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마음을 움직인단 말이지.

대체 뭘까, 저 아이.’

영만이 진행을 이어갔다.

“훌륭한 소감이었습니다. 앵콜로 오늘의 은우 군을 있게 한 노래, 순대송을 듣겠습니다.”

은우가 순대송을 시작했다.

“나 쪼아하니 쑤대. 나 사라하니 쑤대. 아아아아아아아.”

[그리스 음악의 여신 칼리오페의 감동. 레벨 1 - 870/1000]

그러자 최지은과 그의 친구 4인방이 옆에 서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최지은이 하트를 손으로 만들어 날렸다.

그의 친구 4인 방은 얼굴 밑에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었다.

쉽지만 절도 있고 힘 있는 동작.

으샤으쌰하는 열정까지.

카메라 감독은 생각했다.

‘이 가게는 손님들까지도 열정이 넘치네.

이 불타는 분위기 뭐야. 가요 프로그램 1위 한 분위기잖아.’

덩달아 은우도 신이 나서 더 크게 노래를 불렀다.

“나 쪼아하니 쑤대. 나 사라하니 쑤대. 아아아아아아아.”

카메라 감독은 생각했다.

‘은우가 음을 지난번보다 많이 높였는데. 신이 났는지 음이 올라갔어.

똑같은 순대송이지만 남자 키를 여자 키로 변경한 것 같은 느낌의 순대송이 됐어.’

김태우 PD는 깜짝 놀랐다.

‘아기들의 목소리가 어른보다 높긴 하지만, 저렇게 안정적으로 고음을 처리하다니.

게다가 키를 바꾸었는데도 음을 틀리지 않잖아.

저건 상대음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 자연스럽게 곡조를 옮겼어.

보면 볼수록 놀라운 재능이야.’

은우는 사람들 머리 위에 떠오르는 숫자가 빠르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스 음악의 여신 칼리오페의 감동. 레벨 1 – 1000/1000]

‘음악 재능은 춤과 함께 쓰면 더 숫자가 커지는구나. 나 혼자 노래를 부를 때보다 최지은 누나와 친구들이 춤을 추니까 사람들이 더 흥겨웠는지 숫자가 더 빨리 올라갔어.’

촬영이 끝나고 골목의 제왕팀은 열정 떡볶이에서 회식을 했다.

“자, 오늘 법인카드 있대. 많이들 먹어.”

정우리 작가가 스태프들에게 말했다.

스태프들은 ‘열정 떡볶이’ 편의 고무적인 시청률에 힘입어 이후에도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 보니 이후의 시청률 역시 올라온 상태였다.

김태우 PD도 프로그램에 순대송과 같은 다양한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다.

정우리 작가가 테이블에 앉아 순대를 한 입 먹었다.

[이집트의 음식의 신 소카리스의 행복의 주문 레벨 3

먹는 사람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주문

먹는 사람은 무엇을 먹든 자신의 가장 행복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정우리의 눈앞에는 갑자기 자신이 상을 받고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제 드라마를 많이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열연해 주신 배우분들과 스태프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이 상은 다음 작품을 더 열심히 쓰라는 채찍으로 알겠습니다.”

정우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드라마를 쓴다고?’

하지만 방금 자신의 눈앞에 스쳐 간 환영에는 뭔지 모를 확신이 스며있어서 무시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뭔가 상상할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들어 만족감, 성취감 같은 거.

드라마를 쓰면 이런 기분일까? 하지만 난 예능 작가로만 5년 동안 일해 왔는데.’

정우리는 계속 혼잣말을 되뇌이고 있었다.

은우는 소카리스의 재능의 레벨업에 놀라고 있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니 대단한데.

언젠가 나도 미래를 보고 싶긴 하다.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김태우 PD는 식사는 뒤로한 채 은우를 돌보고 있었다.

“은우야. 이게 삼촌이 미국에서 직구한 미키마우스 옷이란다. 은우가 입으면 너무나 이쁠 거야.”

김태우 PD는 은우의 팔과 다리에 옷을 끼우고 모자도 씌웠다.

“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미키마우스네.”

김태우 PD는 자신도 모르게 아기 같은 웃음소리를 냈다.

‘귀여운 꼬리와 두 귀라니. 헤헷.’

은우는 옷을 입자마자 자신의 눈앞에 선 새로운 신을 보았다.

수염을 잔뜩 기르고 금발 머리를 풀어헤친 근육질의 백인이 망치를 들고 나타났다.

남자의 음성은 굵고 단단했다.

“나는 북유럽 천둥의 신 토르다.

내가 가진 천둥의 권능으로 너를 축복하노니.

너는 나의 권능을 이어받아

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천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북유럽의 천둥의 신 토르의 천둥

레벨 1 - 0/1000

사람들의 마음속에 천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른 재능과 결합하여 사용 가능.

사용하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서 레벨이 올라갈 수 있다.]

은우는 토르가 준 재능이 마음에 들었다.

‘천둥이라니. 이걸 다른 재능과 결합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원래 걸그룹 덕후였던 김태우 PD는 은우를 만나기 전 이미 다양한 곡들을 선별해 놓은 상태였다.

“자 그럼 오늘은 얌얌송을 시도해 볼까.”

김태우 PD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켰다.

“케이크를 얌얌. 떡볶이를 얌얌.”

앳된 10대의 걸그룹 멤버 희라가 노래를 부르며 귀여운 율동까지 곁들이고 있었다.

은우는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다.

‘얌얌이 포인트구만.

근데 가사가 발음하기가 너무 어려워.

왜 아기의 혀는 발음하기에 적당하지가 않을까.’

고민하던 은우가 노래를 시작했다.

“아아아아 얌얌. 아아아아 얌얌.”

은우는 노래를 부를 때 얌얌에 포인트를 주었다.

얌얌에는 손가락을 야옹하는 거 같은 안무도 넣고 윙크도 했다.

[북유럽의 천둥의 신 토르의 천둥 레벨 1 – 0/1000]

은우는 김태우 PD의 머리 위로 떠오른 숫자 7을 보았다.

‘다른 재능과 결합하지 않아도 혼자서도 감정의 정도를 크게 할 수 있는 재능이구나.’

김태우 PD는 은우의 얌얌에 쓰러졌다.

‘맙소사. 이렇게 귀여운 얌얌이라니.

그런데 지난번 순대송과는 다르다. 이상하게 얌얌의 여운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네.

귓가에서는 계속 은우의 목소리가 메아리치고 눈앞에서는 은우의 야옹하는 앙증맞은 손가락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잖아.

와, 진짜 이제 걸그룹 덕질은 때려쳐야지.

걸그룹보다 훨씬 훌륭한 감동을 주는 은우가 있으니까.’

***

영탁과 창현이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보리는 마루로 나가 꼬리를 쳤다.

“우리 보리가 웬일로 사료를 다 먹었네.”

영탁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보리는 자율배식을 해서 늘 밥그릇에 사료가 있었지만, 한 번도 다 먹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보이, 보이. 마므아.(보리야. 맘마 다 먹어서 잘했어.)”

은우가 보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창현은 마루에 놓인 찬장에 은우가 오늘 받은 감사패를 진열해 놓았다.

“우리 은우 진짜 멋지다. 이렇게 빨리 상도 받고. 아빠가 더 분발해야겠는걸.”

“멍멍”

보리가 신이 나서 영탁에게 안아달라는 표시로 짖었다.

영탁이 보리가 감사패의 글씨를 볼 수 있도록 안아주었다.

보리는 이제 한글을 읽을 수 있었으므로 감사패의 의미를 알아챘다.

‘은우가 상을 받았구나. 역시 은우는 보통 아기가 아니지. 이렇게 어린 나이에도 상을 받다니.’

보리는 은우의 볼을 핥았다.

영탁이 창현에게 물었다.

“참, 창현아. 내일 우리 동네에서 전국 노래 경연대회 한다는데 나가보지 않을래?”

“경연대회?”

“내가 저녁 먹으러 승민이랑 태화당에 갔다가 거기 주인아저씨가 나간다고 하시길래. 너도 나가면 좋을 거 같아서. 요새 너투브 영상 녹화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너 노래 많이 늘었어. 진짜 예전이랑 달라졌다니까.”

창현은 노래 부르는 것 자체는 좋아했다. 하지만 등수를 매기고 심사평을 듣고 그런 일에 자신이 없었다.

‘나가서 또 차가운 거절의 말을 듣게 되면 어쩌지.’

창현이 오디션에 떨어졌던 과거를 떠올리고 있을 때 영탁이 말을 이었다.

“너 우리 가게에서 개사한 노래 틀고 그런 것도 다 노래가 좋아서잖아. 니 노래 혼자 듣기 아깝다니까. 은우도 보통 아기가 아닌 건 우리 너투브 시청자들도 다 알고. 무엇보다 내가 듣기에 니 노래가 정말 많이 늘어서 아까워서 그래.”

고민하는 창현 앞에 영탁이 반짝이 자켓을 내밀며 말했다.

“내가 오랜만에 구제 시장 가서 샀어. 은우 것도 있어. 왜 구제 시장에 황병승 아저씨 있지. 그분도 나가신대. 그냥 재미 삼아서 한 번 나가봐. 잘 돼서 카메라 타면 가수 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고. 떨어져도 우리 떡볶이 가게 홍보는 되지 않을까? 부담 갖지 말고 한 번만.”

***

다음 날 점심때, 창현은 반짝이 자켓을 입고 은우와 함께 종로구청 8층 대강당에 서 있었다.

강당의 무대 위에는 전국노래자랑 종로구 편 예선이라고 적힌 플랜카드가 있었다.

현장접수를 하는 사람이 창현의 순서를 알려 주었다.

“808번. 거의 마지막이시네요.

아마 저녁때가 돼서야 차례가 될 테니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세요.”

은우가 창현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 아빠 긴장하나.’

은우가 창현의 볼을 쓰다듬었다.

“아쁘아.(긴장하지 마요, 아빠. 잘 될 거예요.)”

무대 위 테이블에는 작가 한 명과 담당 PD 한 명이 앉아있었다.

이윽고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전 국민이 다 아는 그 노래.

“따따따 따따 따따 전국 노래 경연대회.”

창현은 어려서부터 즐겨듣던 그 노래에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였다.

은우도 어깨를 들썩거렸다.

‘뭔가 되게 유치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인데.’

노래가 끝나자 작가가 마이크를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저희 전국 노래 경연대회 예선 편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보통 예선 심사만 4-6시간 걸려요. 오래 걸리니 번호와 이름만 말씀해 주시고 바로 노래를 불러주시는 센스를 발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예선전은 선곡이 진짜 중요합니다. 너무 흔한 노래를 하셔도 떨어지고, 너무 흔하지 않은 노래를 하셔도 떨어집니다. 1차 예선은 무반주로 이루어집니다. 자, 긴장을 풀기 위해 지금 당장 무대로 올라와서 춤을 추시는 분 중 5분을 뽑아 가산점을 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무대로 우르르 달려나가는 사람들.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열정의 트위스트다.

혼신의 힘을 다해 춤을 추는 사람들

“자, 탈춤 추신 할아버지, 트위스트 추신 중년의 남성분, 개다리춤 춘 초등학생, 섹시한 웨이브를 선보인 여고생, 막춤을 춘 아주머니. 자, 이렇게 다섯 분 내려가시기 전에 저에게 번호표 보여주시면 되겠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예선.

무대 위로 올라간 키가 큰 20대의 청년은 록을 좋아하는지, 더운 날씨에도 가죽바지와 재킷을 입고 있었다.

“참가번호 1번. 김강민입니다.”

청년은 떨리는지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시작했다.

“불과 같은 나의 청춘. 타오르는 나의 청춘. 내 청춘을 너에게 바쳐.”

듣고 있던 담당 PD가 생각했다.

‘음정이 불안정하고 발성이 좋지 않아.’

마이크를 든 담당 PD가 불합격을 알렸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청년은 창피한지 얼굴을 가린 채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창현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30초 듣고 바로 불합격을 알리다니, 그 정도로 못 부르진 않은 것 같은데. 티비에서 보던 것과는 많이 다르네.

노래 실력보다 선곡이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그럼 대체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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