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2화 (12/257)

12화. 첫 방송 출연 (3)

창현과 영탁은 은우의 너투브 영상을 찍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최지은의 말대로 영상 업데이트를 한시라도 빨리해야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영상은 아빠와 아기가 함께 부르는 노래.

은우는 이미 창현이 개사한 노래 전곡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었다.

“김해 물김치 이 맛에 담긴 아름다운 비밀이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밥을 퍼서 반찬 있냐고

나는 지금 김해 물김치 김해 물김치”

은우는 창현의 가사를 따라 하지 않고

귀여운 아기 목소리로 ‘음음음음’하면서 화음을 넣었다.

영탁은 은우의 화음 솜씨에 감탄했다.

‘나는 음악 시간마다 노래를 배웠는데도 화음을 넣지 못하는데. 저 어린 은우는 어떻게 화음을 넣는 거지? 아직 걸음마도 완벽하지 못한 아기가?

게다가 창현의 노래도 좀 달라졌어. 감정이 풍부해진 것 같기도 하고.

노래에 생기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창현이가 가수 지망생일 때 저렇게 불렀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그렇게 연습해도 발전이 없더니.

행복하면 노래도 더 잘 되나?

은우가 복덩이인가?

행복하면 노래도 더 잘 되는 것인가.’

은우의 평화로운 화음에 보리가 꼬리를 흔들었다.

영탁은 놓치지 않고 보리도 영상에 넣었다.

‘초록창 동물 공감 코너에 소개된 뒤로 보리의 팬도 늘어났어.

게다가 보리가 한창 개린이 시기라서 보여줄 것도 많고 귀엽기도 하고.

물론 집에서는 이갈이 시기라서 문이며 신발이며 다 물어뜯어 놓는 사고뭉치가 됐지만.’

***

다음 날부터 은우의 순대송이 들어간 골목의 제왕 예고편이 방송되었다.

다른 맛집 프로 PD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김태우 PD와 카메라 감독 등 골목의 제왕 팀들은 누구보다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저거 언제 적 유행한 오이송이야?”

“그러게. 유치하게 가사만 바꿨네.”

“아, 배고파. 순대 먹으러 가지 않을래?”

“그러고 보니 순대 먹은 지 오래됐다.”

“여기 순대 파는 데 어디 있어?”

“나도 몰라 검색해 보자.”

그리고 전국의 순대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와, 시청률 3프로 돌파야. 이게 다 은우 덕이지.”

김태우 PD는 신이 나서 싱글벙글이었다.

“좋겠어, 김PD. 시청률이 1.5프로나 상승하다니. 무슨 마법 부렸어?”

“맛집 프로가 실검 장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실검도 장악하다니.”

“여기 봐. 순대송이 10위, 순대송 아기가 13위야. 대단한데.”

“다음번엔 우리 팀에도 아기를 데려와야 하려나.”

주변 PD들은 하나같이 김태우 PD를 부러워했다.

김태우 PD뿐 아니라 골목의 제왕팀 전체가 신이나 있었다.

***

경쟁 맛집 프로그램 월요미식회의 기획 회의.

담당 PD가 골목의 제왕에 대해 언급하며 말했다.

“우리도 이번에 순대 특집 한 번 가자고.”

“지난번 골목의 제왕 열정 떡볶이 편 방송 이후에 순대 매출이 2배가 올랐고, 전국의 순대국밥, 순대볶음집들이 재조명받고 있어요.”

“신림동 순대 골목 등 전국의 순대 골목들도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순대 맛집 지도라는 것도 등장했대요.”

팀원들의 말을 듣는 담당 PD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일단 순대 특집 잡아서 가자고. 근데 말야. 우리도 따라가지만 말고 트렌드를 선도해야 하지 않겠어? 이번 순대 특집 끝나고 각자 기획안 하나씩 가져와 봐.”

듣고 있던 팀원들 중 한 명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아기 때문인데, 사람들이 전부 다 순대송을 들을 때마다 순대가 먹고 싶다고 말한다구요.”

“네, 저도 그 노래 들어봤는데 무슨 마법이라도 씌었는지, 그 노래만 들으면 배가 고파지고 머릿속에 순대 생각만 나더라구요. 저도 그날 순대볶음 사 먹었어요.”

“난 떡볶이집에 갔었어.”

“그 아기 너무 귀엽지 않아요? 노래도 너무 잘하던데.”

담당 PD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우리도 그런 아기를 데려오라고.”

팀원이 대답했다.

“하지만 우린 맛집 프로인데요.”

***

“와. 구독자 10만 명 돌파야.”

“세상에 꿈만 같다. 10만 명이라니.”

“이게 다 골목의 제왕 때문인가 봐.”

“실검도 도움이 됐겠지. 이렇게 빨리 10만 명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순대송과 밀크송의 풀버전도 올려놓자. 실검에 올라와 있으니까, 사람들이 풀버전을 보고 싶어 할 거야.”

영탁과 창현은 신바람이 났다.

열정 떡볶이 역시 바빠지긴 마찬가지였다.

영탁은 대기 손님을 받느라 바빴다.

“몇 분이세요? 여기 이름이랑 전화번호 남겨주시고요.”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지금 대기 인원이 많아서 1시간 정도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커플은 기다릴지 말지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남자가 말했다.

“한 시간은 너무 긴데. 다른 곳에서 먹을까?”

“그래도 기다리자. 나 꼭 먹어보고 싶었단 말이야.”

영탁이 요구르트를 내밀며 말했다.

“여기 요구르트 드세요. 저희가 갑자기 손님이 너무 많이 오셔서, 다음 주부터는 오래 기다리시지 않도록 알바생을 추가로 고용하려고 해요.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사가 끝나고 영탁과 창현은 그날 매출을 놓고 이야기했다.

“하늘이 노랄 정도로 바빴지만, 기분 짱이었어.”

“나두. 근데 손님들이 오래 기다려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더라.”

“나두. 아무래도 알바생을 고용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기다리지. 몇 명이나 필요할까?”

“일단 고정으로 있는 알바생 2명, 그리고 점심시간과 학생들 하교 시간에는 2명이 추가로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계속 장사가 잘돼서 분점을 내면 좋겠다. 사실 알바생도 알바생인데, 테이블 수가 한정돼 있어서 더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잖아.”

“그래. 열정 떡볶이 2호점. 2호점 내면 너무 행복할 거야.”

“그때까지 열정을 다해 파이팅!!”

은우는 레벨업하게 될 소카리스의 재능이 궁금했다.

‘대체 레벨 3은 음식을 통해 무엇을 보여줄까?’

***

창현은 장 요셉피나 수녀님이 소개해주신 천사들의 집으로 향했다.

김마리아 수녀가 창현과 은우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은우야, 은우는 뭐가 제일 좋아?”

“아쁘아, 보이, 쩨이,(아빠, 보리, 젤리)”

“아이고, 말도 잘해.”

김 마리아 수녀는 은우에게 말도 시켜보고 은우를 잘 관찰해보았다.

다행히 은우는 또래에 비해 발달이 빠른 편이었다.

“똑똑이. 걷기 시작할 때는 너무 오래 힙시트에 있는 것보다는 자꾸 걸어 다니고 돌아다니고 하는 게 좋아. 그래야 다리에 힘이 많이 생겨서.”

“그렇지 않아도 그게 걱정이 됐는데. 아무래도 제가 장사를 하다 보니 혹시 제가 보지 않을 때 다칠까 봐 늘 힙시트를 하고 다녀서.”

“이해해. 일하면서 애 키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 우리 어린이집으로 보내면 이제 아빠도 일하기가 편해질 거야.”

김 마리아 수녀와 창현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은우는 마리아 수녀 근처에 있는 한 여자아기에게 시선을 뺏겼다.

‘저 아기는 누구지. 하얀 피부에 단발머리가 너무 이쁘다.

이마에 앙증맞게 꽂은 꽃핀 좀 봐.

별이 그려진 흰색 티셔츠에 검은색 프릴 레깅스, 핑크색 플랫슈즈라니 너무 귀여워.

여자 아기의 물건은 남자아기의 물건과 다르구나.

예쁘다. 누굴까 저 아기.’

은우는 용기를 내어 여자 아기에게 말을 걸었다.

“아가, 이쁘아. 이쁘아. (이쁘다 아기. 너 이름이 뭐야?)”

“여나. 여나?(내 이름은 연아야. 네 이름은 뭐야?)”

“은우. 이쁘아. 이쁘아.(내 이름은 은우야. 너 이름 이쁘다.)”

연아도 은우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크고 동그란 눈. 귀엽고 앙증맞은 입술. 게다가 목소리가 너무도 고왔다.

은우는 생각했다.

‘연아에게 아프로디테의 재능을 써볼까? 그러면 나를 좋아하겠지? 그런데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재능을 쓰지 않아도 연아가 나를 자연스럽게 좋아할지.’

은우는 고민하다가 또래 친구들에게는 아프로디테의 재능을 쓰지 않기로 했다.

‘친구를 편한 마음으로 사귀는 게 좋으니까. 나랑 친해지고 싶다면 내가 재능을 쓰지 않아도 나와 친구가 될 거야.’

그때 연아가 말을 시켰다.

“저어어기.(저기 예쁜 거 있는데 보러 갈래?)”

연아는 은우에게 놀이방을 가리켰다.

거기 있는 장난감을 은우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연아와 은우는 놀이방으로 갔다.

“짜짜.”

은우는 놀이방에 있는 미끄럼틀과 트램펄린, 장난감을 보고 놀랐다.

‘여긴 신세계잖아. 우리 집과는 비교할 수 없게 장난감이 많다.

파드와일 때는 평생 가진 장난감이 세 개뿐이었는데. 그리고 아직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파드와 이전의 생에서도 장난감에 대해서는 별로 기억이 없어.

아빤 좋은 분이시지만, 늘 바빠서 놀러 간 기억은 별로 없고.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다니. 너무 좋아.’

연아가 자신의 공주 인형을 자랑하며 말했다.

“이거이거.”

하지만 은우는 연아의 인형보다 옆에 있는 로봇이 더 눈에 들어왔다.

은우는 로봇을 들었다.

연아가 은우가 로봇을 드는 것을 보고 소리를 냈다.

“피융. 피슝.”

연아는 자신이 그것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남자 아기들이 로봇을 가지고 노는 것을 많이 보았기에 어떻게 노는지 알고 있었다.

은우는 여자 아기가 로봇을 가지고 저렇게 멋지게 놀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귀여운데 같이 잘 놀아주는 여자라니. 너무 멋지잖아.’

은우는 연아가 너무 좋았다.

***

창현은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 은우를 찾았지만, 은우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놀이방에 갔을 거예요. 아기들은 그곳을 좋아하니까.”

김마리아 수녀님이 창현을 놀이방으로 안내했다.

은우와 연아는 어린이용 방방에 올라타서 방방 뛰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히히히히히히히.”

은우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연아의 귀여운 머리카락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춤을 추었다.

‘방방을 하루 종일 타고 싶어.

몸도 붕붕 뜨고 마음도 붕붕 뜨는구나.

연아는 너무 귀엽고.’

창현이 은우를 불렀다.

“은우야, 집에 가야지.”

은우는 잊고 있던 아빠의 존재가 떠올랐다.

‘아, 아빠 잠시만요. 저 이거 더 타야 해요.

제가 아빠도 좋아하고, 또 열정 떡볶이도 좋아하고.

열정 떡볶이에 있는 영탁이 삼촌, 새로 일하러 온 승민이 형, 최지은 누나도 있지만요.

분명 어제까진 가게가 좋았는데, 오늘은 가게가 별로인 거 같아요.’

은우가 연아의 손을 잡고 더 놀겠다는 듯이 말했다.

“시쪄.”

창현은 처음 보는 은우의 행동에 놀랐다.

‘은우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늘 내 말을 잘 따랐는데.’

김 마리아 수녀님이 창현의 마음을 눈치채고 말했다.

“아휴. 저 때가 되면 다 그래. 저 때가 시기상 의사 표현이 명확해지고, 뭐든지 혼자서 하고 싶고 그럴 때라. 좋고 싫은 게 분명해지는 때라서. 나쁜 게 아니니 너무 서운해하지 마요. 은우야, 오늘은 집에 가고, 수녀님이 아빠한테 잘 말해 뒀으니 이제 은우 여기 자주 와서 놀 수 있을 거야. 연아랑도 자주 놀자.”

은우는 더 놀고 싶었지만, 수녀님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알았어요. 수녀님 오늘만 제가 양보할게요. 원래는 안 되는 건데 제가 인생 3회차라서 봐주는 거예요.’

***

열정 떡볶이 안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영만과 문열이 멘트를 주고받았다.

“자, 지난번 방송 후 순대 열풍을 일으켰던 열정 떡볶이에 와있습니다.”

“네, 그 후로 열정 떡볶이는 소문난 맛집이 됐죠. 저도 여기서 순대의 맛에 눈을 뜨게 돼서, 요즘도 매주 순대를 먹고 있습니다. 오늘 저희가 여기 다시 온 이유는 멋진 순대송을 불러준 은우 군과 새로운 순대의 맛을 알게 해준 열정 떡볶이에 감사패를 전하러 온 것이죠.”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 축산 부산물 중앙회에서 드리는 감사패죠. 방송 이후 전국의 순대 매출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자, 오늘 감사패를 받으실 최연소 슈퍼스타 은우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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