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1화 (11/257)

11화. 첫 방송 출연 (2)

영만과 문열은 진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젊은 친구가 참 싹싹해. 음식이 나오는 동안 다른 테이블 손님들과 잠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영만과 문열 다른 테이블로 이동한다.

“떡볶이 맛이 어때요?”

“여기 떡볶이가 정말 와따입니다. 사실 제가 여기 떡볶이를 먹고 성적이 올라서 지금 친구들한테 쏘는 중인데요. 정말 돈이 안 아까운 떡볶이라고 할 수 있어요.”

“떡볶이를 먹고 성적이 올라요?”

“아, 그게 저도 이해는 잘 안 되는데, 여기 떡볶이를 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요. 전에는 사실 제가 부모님이 나쁜 머리를 물려줘서 공부 못한다고 부모님 탓도 해보고요, 학원 선생님이 못가르쳐서 그렇다고 학원 탓도 해보았는데, 늘 나아지는 게 없고 성적이 늘 그 자리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여기서 떡볶이 먹으면서 생각이 바뀌어서요. 이번엔 다른 사람 탓하지 않고 열심히 했더니 성적이 올랐습니다.”

“10등이나 올랐다니까요. 반에서 25등이었는데 15등 했어요. 얘네 엄마가 신나서 오늘 카드 줬어요.”

“나 엄카 가진 여자야.”

사기로 한 친구가 어깨를 으쓱으쓱한다.

주변 친구들이 다 같이 웃는다.

“오, 대단한 떡볶이집이네요. 이 떡볶이집 매력이 뭔가요?”

“일단, 떡볶이가 맛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카메라 앞으로 뛰어드는 최지은.

“아, 제가 여기 오픈했을 때부터 단골인데 이 떡볶이집에 가장 큰 매력은 은우입니다. 여기 있는 요 아가요. 이미 저희 학교에 팬클럽도 결성돼 있습니다. 제가 회장입니다.”

자연스럽게 은우를 비추는 카메라.

[그리스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우라 레벨 2 - 0/10000

당신을 본 사람들은 당신의 아름다움에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뽀얀 피부와 앙증맞은 손발, 오물거리는 작은 입술

오늘 입은 노란색 꿀벌 옷은 은우의 귀여움에 결정타를 날렸다.

은우와 눈이 마주친 영만과 문열이 눈이 하트로 변했다.

은우는 영만과 문열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숫자를 보았다.

‘예술가 할아버지가 10, 처음 본 할아버지가 9.’

카메라 감독 역시 은우를 보자마자 은우가 너무 귀여워서 카메라를 놓칠 뻔했다.

“꿀벌 옷이 너무 귀여워요. 몇 살이죠?”

은우가 작은 손가락을 하나 펴서 숫자 이를 만든다.

“아, 두 살이에요.”

창현이 대신 대답했다.

은우의 작은 손짓 하나에 주변의 공기가 화사하게 변했다.

떡볶이집 안 사람들은 모두 은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은우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숫자를 보고 있었다.

‘카메라 감독님 8, 저기 서 있는 저 누나는 12,

첫 번째 테이블에서만 25네.

이젠 10000이라는 숫자도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구나.’

영만과 문열의 얼굴에 퍼지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미소.

그때 갑자기 은우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 쪼아하니 쑤대. 나 사라하니 쑤대. 아아아아아아아.”

김태우 PD가 배경음악으로 깔기 위해 열심히 연습시켰던 그 곡 순대송이었다.

[그리스 음악의 여신 칼리오페의 감동. 레벨 1 - 0/1000

당신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당신의 감정에 매료됩니다.]

순대송의 선율을 타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은우가 느끼고 있는 행복과 기쁨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은우는 노래를 부르다가 문득 배가 고프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창현과 영탁이 촬영 온다고 정신이 없어서 분유 시간을 놓쳤기 때문이다.

“꼬르르륵.”

은우의 배 속에서 소리가 났다.

‘아, 배가 고프다. 그러고 보니 순대는 어떤 맛일까.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지만, 분명히 맛있는 맛일 거야.’

은우는 파드와가 아닌 다른 전생의 기억을 찾으면서 이미 성인 정도의 사고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다만 은우의 어린 몸이 그것을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아직 어눌하고 느린 혓바닥과 입모양이라든지.

힘이 없어 걸을 수 없는 다리라든지.

빨리 움직일 수 없는 손가락이라든지.

은우는 생각했다.

‘전생의 기억 어디에도 순대라는 음식은 없지만,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라는 음식은 분명 맛있는 음식일 거야.

김미자 할머니 집에서는 국밥으로도 팔고, 우리 가게에선 떡볶이랑 같이 파니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뽑은 순대.’

은우의 입안에 침이 고였다.

은우의 감정은 노래를 타고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전달되었다.

[그리스 음악의 여신 칼리오페의 감동. 레벨 1 - 0/1000]

영만은 문득 순대가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최지은도 순대가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카메라맨도 순대가 먹고 싶었다.

열정 떡볶이 안의 모든 사람의 머릿속엔 순대만이 가득했다.

은우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떠오르는 숫자를 보았다.

‘10, 3, 5, 7.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숫자가 크면 클수록 내 감정이 전이된 정도도 큰 거 같은데.’

은우는 숫자가 클수록 배가 고픈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원래 조금만 듣고 끊으려던 은우의 순대송은 1절을 다 듣고서야 끝이 났다.

물론 누구도 그 노래가 지루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노래가 끝난 뒤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천사 같은 은우의 목소리와 순대.

순대가 너무 먹고 싶다는 감정!

영만이 자리로 돌아가며 말했다.

“떡볶이가 나온 것 같은데. 이제 가서 식사를 할까요?”

두 사람은 테이블에 차려진 전골 떡볶이 부대 떡볶이 반반 세트에 모듬 튀김 세트를 먹었다.

문열은 생각했다.

‘노래 때문에 배가 고파서인지 평소보다 더 맛있네. 하지만 이상하게 먹어도 먹어도 순대가 먹고 싶다는 생각만은 사라지지가 않아.’

영만도 생각했다.

‘순대를 먹어야만 해.’

결국, 영만과 문열은 동시에 외쳤다.

“순대 1인분 추가요.”

창현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를 가져다주었다.

문열은 순대를 먹기도 전에 침이 고였다.

‘이상하다. 평생 내장이 맛있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는데.

난 순대만 겨우 먹었으니까.

비주얼도 그렇고 맛도 약간 비린 거 같아서.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맛있게 보이지.’

문열이 소금을 찍은 허파를 입안으로 넣었다.

“와 진짜 고소하네요. 너무 맛있어요.”

문열이 순대의 맛에 감탄하며 허파에 이어 간을 집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다니. 오소리감투는 징그러워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오늘 한 번 시도해 볼까? 와, 너무 맛있다.’

영만은 문열의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랐다.

‘30년 동안 문열이 순대 내장을 먹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대체 무슨 일이지?

이 집 순대가 그렇게 맛있나? 나도 한 번 먹어봐야지.’

그 모습을 보고 문열의 30년지기 친구 영만도 깜짝 놀라 젓가락을 들었다.

순대를 한 입 먹자마자 퍼지는 고소함.

“이 집이 떡볶이 맛집이 아니라 순대 맛집이네. 제가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순대는 처음 먹어봅니다.”

2번 카메라가 주방에서 부지런히 순대를 썰고 있는 창현의 손을 클로즈업했다.

이미 열정 떡볶이 안의 다른 학생과 손님들도 모두 순대를 주문한 상태였다.

3번 카메라는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먹고 있는 순대를 찍고 있었다.

영상을 찍고 있는 카메라 감독들의 머릿속에도 순대 생각이 한가득이었다.

‘한 입만 먹어봤으면.’

그때 눈치 빠른 최지은이 나섰다.

“자, 카메라 감독님도. 아.”

최지은이 먹여주는 순대를 카메라 감독이 받아먹었다.

‘입 안에서 퍼지는 고소한 풍미.

천국의 음식 같다.’

초딩 입맛을 가진 카메라 감독은 과자와 돈까스 같은 것만 좋아하던 자신이 갑자기 순대를 맛있게 느끼기 시작한 것이 놀라웠다.

‘아, 그런데 더 먹고 싶다.

촬영만 아니라면.’

다른 카메라 감독들의 입 안에도 침이 고였다.

촬영하는 동안 모든 테이블에서 순대를 추가하는 바람에 순대가 다 팔리고 말았다.

그동안 열정 떡볶이에서 순대는 가장 마지막에 떨어지는, 없으면 아쉽지만, 있어도 그닥 눈에 띄지 않는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였다.

그랬던 순대가 은우의 순대송의 힘을 빌어 일등 메뉴로 등극을 한 것이었다.

카메라 감독들은 투덜거렸다.

“아, 끝나고 다른 분식점에라도 가서 순대를 먹어야겠어.”

촬영은 순대 매진과 함께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은우는 완성된 미션창을 보며 뿌듯했다.

[이집트의 음식의 신 소카리스의 행복의 주문 레벨 2 - 1000/1000

‘칼리오페의 재능과 결합하니 행복의 감정이 올라가나 봐.

오늘 식당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행복함을 느꼈어.

다른 날과는 달리 실패가 없었어.

재능의 결합 좋은데.’

***

김태우 PD는 서브 PD와 함께 쿵짝이 맞아 은우의 장면을 중점적으로 자막으로 살리고 있었다.

“선배님 순대송 너무 멋진데요. 이 아기는 천사 아닙니까? 아니, 글쎄 얘를 눈앞에서 실제로 보셨어요? 영상으로만 봐도 너무 이쁜데. 저도 열정 떡볶이 출근 도장 찍고 싶습니다.”

“내가 애기 아빠한테 들었는데, 너투브도 있더라고. 여기야 여기. 어서 구독해. 근데 이 순대송을 들었더니 이상하게 순대가 먹고 싶네. 빨리 편집실로 배달 좀 시켜봐.”

“두말하면 잔소리죠. 저도 순대가 너무 먹고 싶었습니다.”

정우리 작가는 우연히 스마트폰을 보다가, 김태우 PD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은우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스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우라 레벨 2 - 230/10000]

정우리 작가는 그날 은우를 한 번도 정면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영상을 통해 은우의 눈과 마주치게 되자, 갑자기 마음속에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감정이 샘솟았다.

“코라 시뗘 시뗘 시뗘 호짜 시뗘 시뗘 시뗘

아아아 아아 오노 아아아 아아 오노.”

정우리 작가는 방송국 로비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은우의 영상을 보며 밀크송을 따라 하고 있었다.

“정우리, 뭐해?”

김태우 PD가 정우리를 아는 척했다.

“아, 아니에요.”

정우리는 김태우 PD에게 들키지 않도록 재빨리 스마트폰을 숨겼다.

“뭐 혼자 좋은 거 보는 거야?”

“아, 더 블랙이에요. 더 블랙. 제가 더 블랙 팬클럽이잖아요.”

“그래, 더 블랙이 대단하긴 하지. 많이 봐.”

다행히 김태우 PD는 큰 의심을 하지 않고 사라졌다.

“더 블랙보다 더 좋은데. 골목의 제왕 그만두고 베이비가 돌아왔다 작가나 할까.”

뱉어놓은 말 때문에 내색할 순 없었지만, 이미 은우의 팬이 되어버린 정우리였다.

***

촬영과 함께 준비한 250인분의 음식도 동이 났다.

게다가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순대가 매진이었다.

내일은 순대를 더 많이 떼와야겠다고 창현은 생각했다.

창현은 오랜만에 고아원의 수녀님께 전화를 드렸다.

“수녀님, 저 창현이에요.”

“어, 그래 창현아. 전화 한 번 없더니. 잘 지내? 연락 좀 하지. 여기 승민이랑 진주가 너를 그렇게 찾는데 한 번도 안 오고.”

“죄송해요, 수녀님. 제가 사는 게 바빴어요.”

창현은 수화기를 잡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쏟고 있었다.

힘들다는 생각 없이 잘 버텨왔는데, 갑자기 수녀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났다.

‘수녀님 너무도 그리웠어요.

제가 8살 때 숙제 안 하고 거짓말했을 때도 수녀님만은 저를 믿어주셨죠.

혼내는 대신 주셨던 자두 맛 사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조건 없는 신뢰가 살면서 많이 그리웠어요.

몇 번이나 연락을 드리고 싶었는데. 저 말고도 많은 보육원 아이들의 엄마이시니, 저까지 힘들게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창현은 내색을 하지 않으려 애쓰며 물었다.

“신부님은 잘 지내세요?”

“이제 많이 늙으셔서 허리가 아프신데. 그래도 잘 지내셔. 우리야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고 실천해야 할 천사들의 말씀이 있으니까. 창현아, 언제 시간 되면 한 번 들르렴. 따뜻한 밥 한 그릇 해 줄게. 애기 키우기 힘들지 않아?”

“아기가 너무 이뻐요. 저 혼자라면 용기가 안 났을 일들도 잘 해내고 있어요. 좋은 아빠가 돼야죠.”

“아이고 기특해라. 내 기도를 들어주셨구나, 하느님이. 모든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더니. 감사합니다.”

전화기 너머로 터지는 수녀님의 울음소리.

“은우가 아직 출생신고를 못 했다며?”

“동사무소에도 여러 번 물어봤는데, 혼인신고도 안 한 상태인 데다 아기 엄마가 없어서 안 된대요.”

“그러면 용인에 천사들의 집이라고 내가 아는 수녀님이 운영하시는 미혼모 시설이 있는데, 수녀님 연락처를 줄 테니 연락을 해보렴. 아마 그곳에선 받아주실 거야.”

“네, 감사합니다.”

“사랑한다. 늘 힘내고.”

창현은 전화를 끊은 후에도 자꾸만 눈물이 났다.

우는 창현의 옆에서 은우가 눈물을 닦아 주었다.

“아쁘아. 아야. 아야.”

은우는 창현이 울어서 속이 상했다.

‘아빠, 울지 말고 웃어요. 저는 아빠가 웃을 때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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