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9화 (9/257)

9화. 소문난 분식집 (4)

은우는 파드와가 아닌 다른 전생을 기억하면서부터 빠르게 어휘력과 사고력이 증가하였다.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도는 선율들.

노랫소리들.

악보들.

박수갈채와 환호의 기억.

은우는 자꾸만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

“기해무기치 기해무기치(김해물김치 김해물김치).”

“맙소사, 은우 지금 창현이 니가 개사한 김해 물김치 부르는 거야?”

“응. 발음이 정확하진 않지만, 음은 정확해.”

“원래 아기들은 동요밖에 못 부르는 거 아니야? 너무 어리잖아.”

“아마 다른 아기들은 그럴 거 같은데. 근데 저 노래 말고도 내가 부른 노래들을 전부 따라 하고 있어.”

“생각해 보니까 우리 말야. 은우한테 뭘 가르친 기억이 없잖아. 너투브 영상 녹음할 때도 노래를 그냥 한 번만 들려주면 외워서 부르곤 했잖아. 근데 이건 동요도 아니고. 은우 천재 아닐까?”

절대음감.

은우는 타고난 절대음감이었다.

거기에 소환된 전생의 기억이 은우에게 풍부한 경험치까지 더하게 만들었다.

은우는 몸은 아기지만 머릿속은 더 이상 아기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까 빠른 것 같아. 특히, 음악 쪽으로는.”

창현은 그런 은우의 미래가 기대되면서도 조금 두렵기도 했다.

‘처음엔 은우가 아름다운 목소리를 타고났다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점점 지내면서 보니, 은우는 목소리만 타고난 게 아니라 음악적인 다른 능력들도 가지고 태어난 것 같아.

은우가 나 같은 아빠가 아니라 능력 있는 아빠를 만났더라면.

고아인 아빠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할아버지, 할머니 일가친척들의 사랑도 듬뿍 받으며 자랐을 텐데.

배우는 것도 훨씬 많았을 테고.’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는 듯, 은우가 창현에게로 기어와 입을 맞추었다.

“아쁘아.”

은우의 침이 창현의 볼에 잔뜩 묻었다.

창현은 어느새 빙그레 미소짓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된 뽀뽀는 할 줄 몰라서 이렇게 침만 잔뜩 묻혀놓는다니까 늘.

그것조차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영탁이 은우와 창현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진짜 너무 아름다워서 방해하기 싫긴 한데. 우리 알바생 새로 뽑아야 하지 않을까?”

“나도 그 생각하긴 했었어. 우리 둘로는 이제 좀 버거운 것 같아.”

“맞아. 아무래도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려면 이 상태로는 힘들어.”

“개업한 지 이 주밖에 안 돼서 좀 불안하긴 한데. 괜찮겠지?”

“오픈발 아니고 떡볶이 진짜 맛있다니까. 걱정하지 말고 더 뽑아보자.”

은우도 응원한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이팅.

은우는 새로운 재능에 대한 기대로 벅찼다.

‘이 주 만에 벌써 9573이나 모았으니. 아마 내일이면 다섯 번째 미션을 성공시킬 수 있겠다.

미션을 완성하면 재능이 어떻게 바뀔까?’

창현과 영탁이 재료를 챙기는 동안, 은우는 보리와 함께 마루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멍무이, 멍무이.”

은우는 보리를 쓰다듬었다.

보리는 은우를 핥아 주었다.

“헤헤 가안지러.”

한참 보리와 장난을 치고 있는데 마루 옆 다용도실에서 빛나는 물체가 보였다.

‘저 아름다운 빛은 뭐지.’

은우는 빛을 따라 기어갔다.

그 빛의 끝에는 귀여운 토끼 인형 하나가 있었다.

창현이 중고물건을 정리하면서 은우가 쓸만한 것들을 남겨둔 것이었다.

은우는 본능적으로 토끼 인형의 귀를 들었다.

[그리스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우라. 레벨 1 - 0/1000

당신을 본 사람들은 당신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은우의 눈앞에는 아름다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보였다.

아프로디테는 온몸이 빛으로 이루어진 여신이었다.

눈이 부셔서 은우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프로디테가 은우에게 입을 맞추었다.

“나의 축복을 받는 자여, 너는 너를 만나는 모든 자들에게 관심을 받을 것이다.”

은우는 달라진 기분에 깜짝 놀랐다.

‘뭐지 이 기분은? 갑자기 천사가 된 것 같잖아. 몸이 가벼워진 것 같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것 같기도 해. 이 재능은 소유하자마자 기분이 좋아지는 건가.’

보리는 은우가 전보다 더 좋아졌다.

‘은우에게서 빛이 나고 있어.

은우가 너무 아름다워 보여.

눈을 뗄 수가 없잖아.’

보리는 은우에게로 가 뽀뽀를 퍼부었다.

은우는 보리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숫자를 보았다.

‘5. 보리가 나를 아름답다고 느끼기 시작했어. 마음이 변하니 표정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네.’

재료 준비를 마친 영탁이 옷을 갈아입다가 은우를 보고 창현에게 물었다.

“은우 말야. 어딘가 달라진 거 같지 않아? 뭔가 오늘따라 더 잘생겨 보이는데.”

“그러게. 매일 보는 얼굴인데. 컨디션이 좋은가?”

은우는 방긋 웃었다.

‘아빠의 머리 위에는 숫자 10이, 삼촌 머리 위에는 숫자 7.

확실히 아빠 눈에 내가 더 이쁜 건가? 우리 아빠도 고슴도치인가.’

***

영탁의 차가 열정 떡볶이 앞에 도착했다.

“오늘도 파이팅.”

“오늘은 200인분이다. 파이팅.”

영탁과 창현이 파이팅을 외치자, 은우도 작은 손을 들어 외쳤다.

“이티!!”

은우는 아직 어려운 몇몇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피읍 발음이 그러하였다.

맹현수의 부장인 박 부장이 다른 부장들을 데리고 열정 떡볶이로 들어서고 있었다.

“우리 나이에 무슨 떡볶이야? 순대국밥집이나 가자.”

영업부 김 부장이 툴툴거렸다.

“저 옆에 족발집 어때? 족발 좋지 않아?”

회계부 이 부장도 다른 집으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꿋꿋이 박 부장은 주장하고 있었다.

“아니, 한 번만 먹어보라고. 진짜 맛있다니까.”

은우는 박 부장을 보며 미소 지었다.

‘지난번에 만족도가 12나 나왔던 아저씨네. 그래서 새로운 손님을 데리고 왔구나.

아저씨, 저만 믿으세요.’

창현은 새로 업그레이드된 메뉴판을 내놓았다.

메뉴판에는 부대 전골 떡볶이 반반 메뉴와 모듬 튀김이 추가돼 있었다.

박 부장이 주문을 했다.

“부대 떡볶이 3인분, 전골 떡볶이 2인분, 모듬 튀김 2인분, 상추 튀김 2인분, 순대 2인분요.”

5명의 부장 사이에는 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때 은우가 노래를 불렀다.

“기해무기치 기해무기치(김해물김치 김해물김치)”

“무슨 애기가 노래를 저렇게 잘해?”

박 부장이 은우를 쳐다보았다.

순간, 박 부장에 눈에 하트가 그려졌다.

‘내 평생 저렇게 예쁜 아기는 처음이야.’

평소에 아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박 부장이었지만, 은우를 안아보고 싶어졌다.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그럼요.”

창현이 은우를 박 부장에게 안겨주었다.

은우는 박 부장의 머리 위에 뜬 숫자 5를 바라보았다.

‘시작은 5구나. 더 올려봐야지.’

은우는 박 부장에 무릎에 앉아 환하게 웃었다.

“아쁘아. 아쁘아.”

“에고 이쁘라.”

어느새 박 부장의 머리 위에 새로운 숫자 3이 추가되었다.

김 부장도 은우와 눈이 마주쳤다.

‘빛이 나는 아기라니.

천사인가.

이 기분 좋은 향기는 뭐지?’

김 부장도 은우에게 홀딱 반했다.

“호로로로로로”

김 부장은 은우를 웃게 만들려고 웃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부장도 은우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하프 소리는 뭐지?

저 아기한테서 나는 건가.

마치 천사들의 호위를 받는 것처럼 빛이 나네.’

이 부장도 은우에게 홀딱 반했다.

이 부장도 은우의 시선을 끌려고 웃긴 표정을 지으며 은우의 이름을 불렀다.

“은우야, 여기 봐라. 여기 봐라.”

순식간에 오십 살이 다 된 부장들이 은우의 시선을 끌려고 단체로 우스운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은우는 부장들의 머리 위에 떠오르는 숫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재미있네. 숫자가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감정이 바뀔 때마다 올라가는구나.

5명의 아저씨들한테서 62나 되는 숫자를 얻었어.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저씨.’

은우는 그사이에 다른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첫 번째 테이블에서 8, 두 번째 테이블에서 9, 세 번째 테이블에서 10.

다섯 번째 미션 성공이다.’

[세 번째 미션 - 완성된 떡볶이로 손님들의 만족도를 채워보세요. 10000/10000]

은우는 눈앞에서 소카리스의 행복의 주문이 레벨업되는 것을 보았다.

[이집트의 음식의 신 소카리스의 행복의 주문 레벨 2 - 0/1000

먹는 사람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주문

먹는 사람은 무엇을 먹든 자신이 현재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감사의 마음으로 인해 현재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게 된다.]

은우는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생각했다.

‘마지막 미션창 완수가 레벨을 완성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구나.

2단계 레벨부터는 미션창이 없어지고 내가 가진 다른 재능들과 동일하게 레벨업하나 보다.

그런데 소카리스의 재능을 아빠에게 빌려주었기 때문에 아프로디테의 재능이 먼저 나를 찾아온 걸까?

아빠가 미션창을 완수하기 전에 다른 재능이 먼저 찾아왔으니’

은우는 재능을 빌려준 적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창현이 떡볶이를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올려주었다.

“떡볶이 나왔습니다.”

김 부장은 요즘 영업부의 실적 악화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새로 온 부하직원들도 일을 잘하지 못했다.

진퇴양난.

사면초가.

요즘 김 부장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떡볶이를 한 입 먹자마자 김 부장의 마음이 바뀌었다.

‘아 너무 맛있다.

부하직원을 탓하기 전에 내가 직접 발로 뛰어야겠어.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었는데.

현재보다 우리 회사의 비전을 만들어가야겠어.

애들도 건강하고 나도 건강하고 집안도 화목하고 나는 참 가진 게 많은 사람이야.

가슴을 차오르는 뿌듯함.

이 음식은 대체 뭐지?’

김 부장이 식사를 마치고 카드를 내밀었다.

“잘 먹었습니다. 계산은 내가 할게.”

“아니야, 김 부장. 내가 할게. 내가 낸다고 했잖아.”

“이렇게 음식값이 아깝지 않은 음식점은 처음이야.”

부장들끼리 서로 계산을 하겠다고 카드를 내미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결국, 계산은 김 부장이 했다.

김 부장은 문을 나서면서 바로 다시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다음에 우리 부서 애들도 사줘야겠어. 다들 맛있어할 거야.’

은우는 미션창이 변한 것을 보았다.

[이집트의 음식의 신 소카리스의 행복의 주문 레벨 2 - 5/1000

‘방금 나간 다섯 명의 아저씨들은 모두 행복한 마음을 가지게 되셨구나.’

점심시간에는 또 대기표를 나눠주었다.

이제 열정 떡볶이는 기다려서라도 먹고 싶은 맛집이 된 것이었다.

4시가 지나자, 최지은과 친구들이 왔다.

“오빠, 이거 보셨어요? 은우 자장가 영상, 초록창 동물 공감 코너에 떠 있어요. 아기와 강아지의 케미란 제목으로요. 보셨어요?”

창현은 어제 너무 바빠서 영상을 업로드한 뒤 그 뒤의 조회 수를 보지 못했다.

은우의 자장가 영상이 동물 공감 코너에 소개되면서 반려인들의 마음을 산 것이다.

덕분에 조회 수가 이전보다 더 크게 올라온 것이었다.

- 아기가 아기한테 노래를 불러준다. 둘 다 너무 귀여워.

- 강아지 코 고는 소리 봐요. 저거 보니 나도 졸리네. 근데 이거 강아지한테도 효과가 있네요. 듣더니 우리 강아지도 잠들었어요.

- 노래 듣다가 저도 잠들었어요. 요새 불면증이 심했었는데, 잠 와서 너무 기뻐요. 성인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 아기가 너무 노래를 잘해서 놀랐어요. 다른 노래도 듣고 싶네요. 제가 지금껏 태어나서 들어본 목소리 중 가장 아름답네요.

- 너투브 찾아가서 구독 눌렀어요. 제가 외출하면 강아지가 자꾸 하울링을 해서 고민이었는데, 나갈 때 한 번 틀어줘 보려고요. 효과 있으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초록창 동물 공감 코너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

놀라운 반려인들의 힘이던가.

초록창의 힘이던가.

은우의 너투브 구독자가 하룻밤 사이에 만 명이 늘어나 있었다.

“은우 노래가 강아지들에게도 효과가 있나 봐요. 수익 신청은 하셨어요? 수익이 꽤 될 것 같아요. 이제부터 채널 잘 키워보세요.”

최지은은 창현에게 채널아트 꾸미는 법, 동영상 시간 정하는 법 등을 알려주었다.

“참, 오빠 제가 그때 얼굴 사이트에 올린 오빠 김해 물김치 노래요. 그거 터졌어요. 좋아요가 만 개가 붙었어요. 저희 학교 애들이 그 노래 흥얼거리고 다녀요.”

“저도 자꾸 성수대교 말고 김해 물김치 가사가 떠올라요. 중독성 쩔어요. 다른 노래도 또 만들어 주세요.”

창현은 생각지 못했던 노래의 인기에 놀랐다.

최지은의 얼굴 사이트의 힘인지, 학생들의 하교 시간에도 대기표를 나눠주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은우를 알아보고, 창현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

저녁 8시 열정 떡볶이는 당일 가져온 재료를 모두 소진하여 영업을 종료하였다.

“오늘도 200인분을 다 팔았네.”

“그치, 우리 둘이선 이 이상은 무리야.”

“알바생이 오면 300인분도 가능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은우는 바뀐 미션창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집트의 음식의 신 소카리스의 행복의 주문 레벨 2 - 130/1000

‘이백 인분의 음식을 팔았는데, 생각보다 미션의 숫자는 많이 채우지 못했어.

물론 한 사람이 2인분을 먹은 경우도 있긴 할 거 같은데.

하긴 전에 루카스를 던졌던 할머니처럼 마음을 닫으면 재능이 아예 통하지 않기도 하니까.

우리 가게에 온 모든 사람들이 행복함을 느끼면 좋을 텐데…….’

그때 가게의 전화벨이 울렸다.

“네 열정 떡볶이입니다.”

“bbs 골목의 제왕입니다. 저희가 열정 떡볶이를 촬영하려고 전화 드렸는데요. 먼저 간단히 만나 인사드리고 촬영날짜를 잡았으면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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