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6화 (6/257)

6화. 소문난 분식집 (1)

가져온 물건이 빨리 빠지는 바람에 저녁 7시쯤 장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창현과 영탁은 김미자가 운영하는 순대국밥집으로 갔다.

오늘은 식사를 마치고 나서 김미자의 가게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은우는 김미자를 보자마자 힙시트에서 내리겠다고 야단이었다.

“하미. 하미.”

김미자도 은우를 보자마자 신이 났다.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만나는 것처럼 미자와 은우는 애절했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데.”

평소와 같이 김미자는 창현과 영탁에게 순대국밥을 2그릇 가져다주었다.

“가게 메뉴는 정했어?”

김미자의 물음에 창현이 대답했다.

“분식집을 하려고요. 알려주신 주소를 지도로 찾아보니 근처에 고등학교가 하나 있더라구요. 그리고 청계천이 가까운 편이어서 주말에 직장인들이나 연인들 데이트 코스로도 적당할 거 같아서요. 소개해 주신다는 순대는 분식집에 사이드 메뉴로 필요하니 신세 좀 지겠습니다.”

김미자는 그사이 업종 선정까지 마친 창현의 부지런함에 놀랐다.

‘확실히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어. 그사이에 어떤 층을 타켓으로 할지도 생각해 놓았다니. 게다가 내가 서운하지 않도록 순대에 대한 언급도 하다니.’

김미자는 갈수록 창현이 마음에 들었다.

***

은우와 루카스는 함께 티비를 보고 있었다.

은우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핑크 사자였다.

은우는 신이나서 티비를 따라 하였다.

“뚜르르르 어흥 뚜르르르 어흥.”

노래를 싫어하는 루카스였지만, 은우가 하는 노래라면 아름답게만 들렸다.

은우가 노래를 부르면 루카스는 꼬리를 박자에 맞추어 흔들었다.

은우는 ‘뚜르르르’를 할 때는 어깨를 으쓱으쓱하고, 어흥 할 때는 무섭다는 표시로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때 영탁이 창현에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너무 귀여운데 빨리 저거 찍어봐.”

창현이 은우의 핑크 사자 영상을 찍었다.

“은우 목소리 말야. 아기라고 하기엔 너무 예쁘지 않냐?”

영탁이 창현에게 말했다.

“맞아, 날 닮아서 그래.”

“물론 니 목소리도 좋긴 한데, 은우 노래 부를 때 목소리는 그 정도가 아니야. 뭔가 마력이 있는 목소리라고.”

은우는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았다.

‘노래를 부를 때면, 자꾸만 어디선가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분명 이건 파드와의 기억은 아닌데. 아, 내가 멋진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어. 그런데 옷이 너무 이상해. 남자 옷 같기도 하고 여자 옷 같기도 한 우스꽝스러운 옷이야. 내가 노래를 부르니 여자들이 쓰러지고 극장의 표가 연일 매진이 되네. 대체 이건 언제의 기억일까.’

힌두교의 죽음의(시간과 변화를 관장함) 신 마하 칼 리가 은우에게 준 선물은 2번의 전생을 기억하는 것이었다.

***

창현은 일주일 동안 자신만의 특제 소스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비법 소스로 떡, 오뎅, 소시지, 햄, 버섯, 라면을 넣고 부대찌개 떡볶이를 만들었다.

은우는 아빠의 정성 어린 결과물이 어떨지 매우 궁금했다.

‘아빠, 제가 비록 맛을 볼 순 없지만, 분명히 맛있을 거라고 믿어요.’

영탁이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와, 군침 도는데.”

“우리 대박 나겠다.”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다.”

“대체 너 못하는 요리가 뭐냐? 된장찌개보다 더 맛있으면 어떻게 해. 이러다 우리 번호표 나눠주는 거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모두 우리 가게를 기억하고 멀리서부터 찾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은우는 창현의 머리 위로 새로운 미션창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두 번째 미션 - 완성된 떡볶이로 손님들의 만족도를 채워보세요. 0/1000]

‘야호, 아빠의 맛이 인정받았구나. 이제 손님들이 와서 맛있게 드셔주는 것만 남았네.’

영탁이 말을 이었다.

“일단 전단지부터 만들어야겠어. 우리 구제시장 손님들 중에 분식집을 오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백수희 씨처럼 말이지.”

“그래, 일단 기존 손님들로부터 유입이 생기는 게 중요하니까 재밌게 만들어보자.”

“참, 백수희 씨 별스타 확인해 봐야지. 은우는 잘 나왔나.”

백수희의 별스타에 접속하니 백수희와 창현, 은우의 사진 아래로.

2번째 찾은 동묘 구제시장. 자장면 먹고 싶어 우는 아기로 이미 저보다 더 유명한 것 같은 은우.

은우 아빠가 이제 중고용품 장사를 접고 떡볶이집을 시작하신다고 해요.

은우를 보시려면 이곳으로 가 주세요.

파이팅!

백수희의 글 아래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

- 아, 그 자장면 아기. 너무 귀여워.

- 나 그 영상 백 번도 넘게 봤는데.

- 별스타 영상은 짧은데 저 아기는 너투브 안 하나?

“그래 맞다. 너투브가 있었지.”

“핑크 사자 영상 올려보자.”

***

창현과 영탁은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자,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바겐세일이에요.”

재활용마켓에서 사 온 중고물품들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오늘 남은 물품들을 정리하려고 했다.

“총각, 이제 더 이상 여기서 장사 안 해요? 그럼 이제 은우도 못 보겠네.”

주방용품을 사러 오던 단골 아주머니가 서운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저희가 분식집을 하게 돼서요. 참, 여기 전단지가 있으니 이걸 가져오시면 특별히 서비스를 드리겠습니다.”

“떡볶이네. 우리 딸이 떡볶이 좋아하는데. 우리 딸이랑 한 번 갈게요. 우리 딸도 은우를 보고 싶어 해.”

아주머니는 그릇과 냄비를 사서 돌아갔다.

“여기 양복 못 사서 서운해서 어떻게 해요?”

단골 여고생이 울상이었다.

“대신 떡볶이 먹으러 와. 떡볶이 서비스 줄게.”

“저 여기 고등학교 다녀요. 친구들 데려갈게요. 아침에 은우 너투브에 올라온 거 봤어요. 어쩜 그렇게 노래를 잘 불러요. 깜짝 놀랐어요. 이쁜 줄만 알았더니. 노래도 잘하고 노래자랑 나가도 되겠어요.”

창현은 은우를 칭찬하는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백수희 씨 별스타 보고 왔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휴 다행이다. 그래도 살 수 있어서 양복 있죠?”

“오, 이 집 물건 좋은데 세일 하네.”

인터넷과 입소문으로 퍼진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평소보다 2배의 물량을 가지고 갔는데도 저녁 6시에 물건을 다 팔았다.

준비해 온 전단지도 동이 났다.

“일찍 끝났네.”

김미자가 은우를 받아 안으며 말했다.

“평소보다 물건을 두 배 더 가져왔는데 다 팔아서 기분이 좋아요. 하하하.”

창현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총각들이 워낙 싹싹해서 그래. 이거 다 먹고 고사 지내러 가자.”

창현이 은우의 너투브를 확인했다.

아침에 올렸는데 벌써 구독자가 천 명이었다.

- 아기 너무 귀여워요. 백수희 언니 별스타 타고 왔어요.

- 얘가 그 자장면 먹고 우는 아기 맞죠? 얼굴사이트에서 타고 왔어요.

- 아기가 무슨 노래를 저렇게 잘해. 가수보다도 목소리가 이쁜 듯.

- 으쓱으쓱할 때 미치겠다. 나두 사자가 무서워 아가야. 누나도 눈 가리고 싶다.

- 일상이 숨 쉬면서 귀엽기인가 봐. 숨만 쉬어도 귀엽네. 쟤는.

- 아기와 강아지라니. 맙소사 숨 막히는 투 샷. 근데 똥개인데 귀엽네.

- 이 노래를 저희 아기가 듣더니 울다가 멈추네요. 신기해요.

- 저희 아기도 울음이 멈췄어요. 더 긴 영상 없나요. 영상이 짧아서 아쉬워요.

- 우리 아기만 그런 줄 알았더니 아니네요. 이 영상 덕분에 짧은 평화가 찾아왔어요. 초보 엄마 좀 도와주세요. 긴 영상 부탁드려요.

영탁이 창현에게 말했다.

“우는 아기에게 효과가 있나 보다. 우는 아기 달래는 영상만 제대로 만들어도 승부를 걸어볼 수 있겠어.”

***

다음 날, 아침부터 창현과 영탁은 분주했다.

메뉴판에 있는 메뉴는 전골 떡볶이, 부대 떡볶이, 순대, 그리고 야채 및 오징어 튀김, 그리고 상추에 싸 먹는 상추 튀김, 음료로는 사이다, 콜라, 쿨피스, 그리고 직장인들을 위한 두 종류의 맥주가 준비돼 있었다.

오늘 준비한 재료는 100인분.

분식집 오픈 시간은 평일에는 오전 11시.

주말은 오전 10시.

아무래도 주말 장사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0시가 다가오자 창현과 영탁은 긴장이 되었다.

‘과연 몇 명이나 찾아줄까?’

10시 10분이 되자, 들어온 첫 번째 손님.

근처 고등학교를 다닌다고 했던 여고생이 4명의 친구를 데리고 왔다.

“애들아. 빨리 들어와. 여기 그 아기가 있다니깐. 떡볶이도 먹고 아기도 보고 좋잖아. 어서 와.”

“와 너투브에서 본 것보다 더 귀엽다. 핑크 사자 노래 너무 귀여워.”

“뚜르르르 어흥.”

여고생이 은우를 흉내 내며 노래를 불렀다.

“난 몇 번이나 봤는지 몰라. 우리 엄마는 동생 안 낳아주나. 은우 같은 동생 있으면 내가 진짜 공부 잘할 수 있는데.”

여고생들은 은우 옆에서 한창 웃고 사진을 찍더니 전골 떡볶이와 순대, 상추 튀김을 주문하였다.

창현은 전골 냄비 안에 떡, 라면, 버섯, 양배추, 파를 넣고, 준비한 소스와 육수를 부어서 테이블로 가져다주었다.

이미 테스트하면서 몇백 번은 먹어보았지만, 가게를 열고 손님의 반응을 기다리니 긴장이 되었다.

은우는 미션창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되었다.

‘만족도를 숫자로 볼 수 있겠지?’

여고생들이 떡볶이를 먹으며 말했다.

“완전 맛있다. 우리 있다 밥도 볶아 달라고 하자.”

은우는 여고생들의 머리 위에 뜬 숫자를 보았다.

‘3, 5, 4, 2 각자 느끼는 만족도가 다르긴 하구나.’

창현은 여고생의 아이디어에 무릎을 쳤다.

‘맞다, 밥도 볶아서 팔 수 있는데 그 생각을 차마 못 했군.’

영탁은 창현의 말을 듣고, 바로 김미자의 가게로 밥을 빌리러 갔다.

“상추 튀김도 환상적이에요.”

영탁이 빨리 움직여준 덕에 창현은 여고생들의 테이블에 볶음밥을 해 줄 수가 있었다.

떡볶이 소스에 참기름과 김, 옥수수와 밥을 넣고 볶다가 마지막에는 치즈를 뿌렸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사라져도 모를 맛이야.”

“이건 서비스.”

영탁이 서비스로 쿨피스를 3개 주었다.

“감사합니다.”

여고생들의 합창.

은우는 순간 여고생들의 머리 위에 새로운 숫자가 떠오른 것을 보았다.

‘2, 1, 1, 2. 서비스도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구나.’

곧이어, 손님들이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은우의 별스타나 백수희의 별스타를 보고 온 손님이거나, 구제시장 단골손님들이었다.

영탁은 가게 앞에 문구를 붙였다.

신장개업.

개업일 당일 음료수 서비스 테이블 당 하나(맥주 제외).

지나가던 회사원 맹현수는 주말인 오늘도 출근을 했다.

‘주말에 쉬어본 게 언제지? 계속되는 실적의 압박과 부장의 잔소리. 하아 힘들다.’

좋은 봄날의 날씨도 현수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집에 가서 혼밥을 하기도 그렇고. 회사 근처 식당은 마음에 안 들고. 배는 고프고.’

그러던 맹현수의 눈에 새로 생긴 분식점이 보였다.

열정 분식점.

신장개업 음료수 서비스.

‘떡볶이는 별론데. 배가 너무 고프니 일단 배라도 채우고 볼까.’

현수는 들어가서 부대 전골 떡볶이와 순대를 주문했다.

은우는 정장을 입고 피곤한 몰골로 가게에 들어선 현수에게 눈이 갔다.

‘저 아저씨 많이 피곤해 보여. 우리 가게에서 위로를 얻고 다시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현수는 배가 고파 익자마자 허겁지겁 떡볶이를 먹었다.

‘그런데, 이 맛은 뭐지?’

현수는 갑자기 군대 시절로 돌아갔다.

‘그때 진짜 힘들었었는데. 집에 너무도 가고 싶었지.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서 면회 오셨을 때가 생각난다. 내 평생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었어. 이상하게 부대 전골 떡볶이에서 그 맛이 나네.’

현수는 좋아하지도 않는 떡볶이를 싹싹 긁어먹고, 추가로 오징어 튀김과 맥주를 주문하였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부장의 잔소리도 실적의 압박도 다 잊히는 것 같았다.

‘그래, 힘들었던 군 생활도 지나간 것처럼 지금 이 순간도 다 지나갈 거야.

근데 이 떡볶이 가게 묘하네.

내 기분을 바꿔 놨어.’

은우는 현수의 머리 위에서 뜬 숫자를 보았다.

‘15. 다행이다. 아저씨 표정도 많이 밝아졌어. 힘들고 스트레스 쌓이는 날 맛있는 음식만큼 위로가 되는 게 없죠? 아저씨. 힘내요.’

은우가 현수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부붑.”

현수는 갑자기 들리는 아기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웬 귀여운 아기네. 아기가 나를 보고 웃잖아. 내가 아기가 웃어줄 외모는 아닌데.

이상하게 아기들은 나만 보면 울곤 했었지. 내가 그렇게 못생겼나.

암튼 아기가 웃어주니 기분은 좋다.

이 가게 여러 가지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줬어.’

현수는 가게를 나서면서 직장 동료들에게 카톡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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