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화 (1/257)

1화

. 프롤로그 + 재능흡수 (1)

아프리카의 한 폐광.

‘아무리 찾아도 금이 나오지 않아.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어린아이들이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금을 찾고 있었다.

그중에는 어린 동생을 고무대야에 넣고 끌며 일하는 파드와도 있었다.

‘일주일째 물밖에 마시지 못했어. 그나마 어제는 동이라도 주워서 케미기샤에게 빵을 사 줄 수 있어서 다행이지.’

파드와는 전쟁으로 인해 엄마와 아빠를 잃었다. 세상에는 5살짜리 동생인 케미기샤와 8살인 파드와뿐이었다.

‘아, 너무 어지러워.’

파드와의 뼈와 가죽만 남은 팔다리가 흔들렸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어…….’

결국, 8살의 파드와는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케미기샤…….’

파드와는 눈을 감는 순간에도 동생을 걱정했다.

***

파드와의 죽음을 두고 세계의 신들이 모였다.

먼저 그리스, 로마의 죽음의 신 타나토스(신화 속에서 아이의 모습으로 나옴)가 앙증맞은 날개를 접으며 입을 열었다.

“저 아이에게 평온한 죽음을 선물하지 못해 미안하군.”

힌두교의 죽음의 신 마하 칼리가 11개의 머리에서 검은 혀를 길게 늘어뜨리고 10개의 팔다리로 무기를 휘두르며 말했다.

“왜, 저 아이를 도와주지 않았지, 아무도? 왜 신들은 이렇게 무능력하지?”

북유럽 최고의 신 오딘이 한쪽만 남은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게 왜 신의 탓인가? 인간들에겐 이미 충분한 곡식이 있네. 유럽과 미국, 아시아에는 곡식이 남아돌지만, 아무도 아프리카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지. 매해 어마어마한 곡식을 바다에 가져다 부을지언정 말이야. 결국, 저 아이를 죽인 건 인간의 욕심이야.”

이집트의 사랑과 풍요의 신 하토르가 권능의 뿔을 뽐내며 말했다.

“자자, 그럼 우리 저 아이를 상대로 인간들을 시험해 보세. 어떤가?”

내기를 좋아하는 신들은 모두 동의했다.

그때 한국의 삼신할미(아이를 점지해주는 신)가 한복을 입고 쪽진 머리에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아이를 제가 데려가지요.”

그러자 타나토스가 아이의 어깨 위로 내려와 앉으며 말했다.

“내가 저 아이에게 축복을 내리지.”

마하 칼리가 10개의 팔다리에 들려져 있던 무기 중 하나를 삼신할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나도 저 아이의 편에 서겠어.”

그리하여, 8살의 슬픈 생을 마감한 파드와는 삼신할미의 손에 이끌려 환생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

현경은 8시간째 진통 중이었다.

‘모든 게 이창현 때문이야.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

간호사가 아기를 현경에게 안겨주며 말했다.

“잘생긴 왕자님이네요. 3.2킬로.”

현경은 아기를 쳐다보지 않았다.

‘아기 때문에 내 인생이 꼬였어.’

창현은 아기를 안았다.

‘너무 작아서 꼭 안을 수도 없네. 꼭 다칠 것만 같잖아. 내 소중한 아가. 난 아버지 없이 자랐지만, 내 아기에게만은 꼭 좋은 아버지가 돼줄 거야.’

***

출산 후 3일이 지났다. 창현은 아기와 현경을 데리고 퇴원을 하기 위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병원에 갔는데 현경이 없었다.

“202호 대박이(태명) 산모 어디 갔어요?”

“아까 밖으로 나가던데. 사복으로 갈아입고. 뭐 좀 산다고 하시면서요.”

창현은 혼이 나가서 병원 근처 편의점을 뛰어다녔지만, 현경은 없었다.

- 뚜르르르 뚜르르르르.

창현의 옷이 온통 땀으로 젖었다.

‘왜 안 받는 거지? 아기는 혼자 있나?’

창현은 죽을힘을 다해 병원으로 뛰었다.

“다행히 별일 없었구나. 걱정했어.”

창현은 아기를 안고 울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지만, 결코 널 포기하지 않을게.’

창현은 연락이 되지 않는 현경이 원망스러웠다.

창현은 힘이 쭉 빠진 몰골로 홀로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응애, 응애.”

창현은 아기가 왜 우는지 몰라 답답했다. 창현은 맘카페에 글을 올렸다.

- 아기가 계속 우는데 왜 우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100일의 기적] : 분유 언제 주셨어요? 배가 고파서 울 수도 있고. 기저귀는 확인해 보셨죠?

[도치맘] : 아기가 태어난 지 며칠이나 됐어요? 위의 것 다 확인해도 우는 거면 병원에 가보셔야 할지도.

[내가대신울고싶다] : 잠투정일 수도 있어요.

‘이렇게 체크해야 할 게 많다니. 엄마들은 대체 아기를 어떻게 키우는 걸까. 근데 아기는 어른처럼 분유를 3번만 먹으면 되나?’

창현은 아기의 기저귀를 확인하고 분유 먹은 시간을 체크했다.

‘신생아의 분유 텀은 3-4시간. 분유를 아까 5시간 전에 줬으니까 배가 고팠겠구나. 몰랐었어. 이렇게 자주 먹여야 하는지. 미안해. 아가.’

창현은 아기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아기가 된 파드와는 분유를 타는 창현을 보며 생각했다.

‘이상해. 엄마는 어디에 있지? 분명 날 낳아준 엄마가 있을 텐데. 왜 아빠만 있는 거지?’

창현은 아기를 혼자 두고서 일을 나갈 수가 없었다.

‘큰일이야. 병원비에, 기저귓값에, 분윳값에. 하지만 불안해서 아기를 혼자 둘 수도 없고.’

창현은 결국 식당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죄송해요. 사장님. 아무래도 오늘부터 배달일을 못할 것 같아요. 아기를 봐 줄 사람이 없어서요. 혼자 둘 수도 없고.”

“사흘이나 쉬게 해줬는데 결국 그만두겠다고? 그럴 거면 일찍 말을 하던지.”

전화기 너머의 사장님은 화가 단단히 났는지 노발대발이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기를 혼자 둘 수가 없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창현은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

5달이 흘렀다.

평소 음악을 좋아하던 창현은 아기에게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표정 좀 봐. 우리 아기. 넌 음악을 표정으로 표현하는 구나.

내 아기지만 너무 예뻐.”

아기는 빠른 곡이 나오면 정신없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이 음악 정말 신난다. 그래도 제일 신나는 건 아프리카 음악인데. 북소리에 맞춰 발을 빠르게 동동 구를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았었지.’

창현이 말했다.

“우리 아가, 발이 빠른 게 육상 선수가 되려나. 춤추는 것 같기도 하고 그건 대체 뭐니?”

- 꼬르르륵.

아기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6개월쯤 되면 하루에 3-5번 정도만 줘도 된다고 하던데. 넌 정말 성장이 남다른 것 같아. 남들보다 많이 먹고. 이제 이유식도 먹여야 하는데.”

창현은 아기를 볼 때면 너무나 예쁘고 행복했지만 밀려드는 고지서를 볼 때면 걱정이 앞섰다.

‘전기요금이 3달치 밀려있어. 분유도 한 통 뿐이고. 이유식을 만들려면 장을 봐야 하는데 장을 볼 돈도 없네.

이제 더 이상 대출도 되지 않겠지? 이미 카드론까지 다 당겨서 쓴 상황이니 더 이상 답이 없어.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담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기만 맡길 수 있다면 다시 배달일이든 택배든 할 수 있을텐데. 아기를 맡길 곳을 찾아봐야겠다.’

창현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

그러자 아기가 창현의 볼을 만지며 웃었다.

아기는 생각했다.

‘아빠, 힘내요. 내가 있잖아요.’

창현이 말했다.

“한숨 쉰다고 달라질 건 없지. 뭐라도 찾아보자.”

창현은 동사무소로 갔다.

“6개월 정도 된 아기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있을까요?”

“영유아 전담 가정 어린이집이 있죠. 저희 동네에는 이렇게 세 곳이 있는데, 일단 입소 가능한지 알아보셔야 할 거예요.”

“한부모 가정 지원 같은 것도 되나요? 양육비 보조 수당 같은 것도 있다던데.”

“조건만 맞으시면 요즘에는 다양한 지원을 받으실 수 있어요.”

“제가 지원 대상이 될까요?”

창현은 한 줄기 희망을 걸고 동사무소 직원을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수당이라도 나오면 분윳값이랑 기저귓값 걱정은 안 해도 될 텐데.’

창현의 서류를 살펴보던 동사무소 직원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죄송하지만, 혼인신고가 안 된 상태라 받으실 수 있는 지원이 없네요. 일단 혼인신고부터 하셔야 할 거예요.”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경이 사라져버리자, 창현은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혼인신고를 할 걸. 나중에 근사하게 결혼식도 하고 혼인신고도 해야지 하고 미루기만 하다가.’

현경은 전화번호를 바꿨는지, 이제는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몇 달이나 버틸 수 있을까. 당장 원룸 월세도 못 내서 보증금을 까먹고 있는데. 아기 분윳값과 기저귓값은 한 달에 얼마지?’

창현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고아원에서 자란 19년의 세월.

수녀님을 엄마, 신부님을 아빠라고 부르며 자랐다.

두 분은 잘 대해주셨지만, 부모 없는 설움이 어떤 것인지 창현은 너무나도 잘 알았다.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잘하지도 못했다.

가수가 되는 꿈을 꾼 적도 있었지만, 현실을 깨닫곤 그만두었다.

대학도 가지 못하고 통닭집과 배달일,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했다.

그나마 수입이 괜찮았던 것은 배달일. 하지만 아기를 안고서는 할 수가 없다.

창현은 아기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절대 아기를 나처럼 키울 수는 없어.’

창현은 친구인 영탁을 불렀다. 영탁은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베스트프렌드였다.

“너 혼자 이 애를 어찌 키울까 싶다. 이현경 나쁜 년.”

“애기 듣는데 엄마 욕하지 마.”

“답답해서 그러지. 너 이제 26살이야. 앞날이 창창한데 처음 한 연애가 꼬여서는. 아기 인생도 아기 인생인데 니 인생은?”

“아기 인생이 내 인생이야.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아. 아기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는 게 내 꿈이야.”

영탁은 창현의 말을 듣자 이해하면서도 마음이 답답했다.

‘나랑 친해진 것도 니가 왕따 당하던 날 도와주었기 때문이지. 어쩜 그렇게 똑같니? 변하지도 않고. 니 인생 너를 위해 살아야지.’

영탁이 물었다.

“이름이 뭔데?”

“은우. 빛날 은. 해돋을 우. 해처럼 빛나게 살라고. 난 너무 외롭게 산 거 같아서. 아기는 사람들에게 사랑도 많이 받고 밝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해서.”

영탁이 은우를 보며 말했다.

“무슨 남자아기가 이렇게 이쁘게 생겼지? 너랑 닮았는데, 은우는 정말 눈처럼 하얗다.”

“아붑~”

은우는 그 부분이 제일 신기하고 신났다. 아프리카에서 살던 때와는 다른 백옥같은 흰 피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매우 마음에 드는 은우였다.

“아부부부부.”

“배 고프단 소리야. 은우가 다른 아기들보다 많이 먹거든.”

은우는 전생의 기억 때문인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창현이 분유를 타와서 물려주자 은우는 곧 행복한 표정이 되었다.

“나도 배고프다. 치킨 시키자.”

영탁의 말에 창현은 고민하고 있었다. 은우가 집에 온 뒤 라면으로만 버틴 창현이었다.

“걱정 마. 임마,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내가 살게. ”

창현은 영탁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영탁아 나랑 고물 팔아보지 않을래?”

“고물?”

“응, 사람들이 안 입는다고 내놓은 옷이랑 가방이랑 그런 거. 가끔 가전제품 같은 것도 내놓던데. 저어기 도깨비 시장가서 팔아보면 어떨까 하고.”

“장사한 적 없잖아. 나도 장사는 해 본 적이 없어서 자신 없는데”

“그치. 나도 너처럼 배달일을 하거나 안되면 택배 상하차 알바라도 하면 좋은데. 혼자 은우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더라고. 은우가 엄마가 없어서 출생 신고를 못 하니 어린이집도 못 가고.”

영탁은 창현의 입장이 딱하면서도 고민이 되었다.

‘중고 물건을 팔아서 얼마나 남을까? 게다가 오래된 물건을 수거하고 하루 종일 서서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그때 치킨이 왔다. 은우는 태어나서 처음 맡아보는 영롱한 향기에 정신을 잃었다.

‘이 냄새는 뭐지?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나는 음식이 있다니.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향기를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는데…….’

은우는 자신도 모르게 치킨 앞으로 빠르게 기어갔다.

“아아아아아아아.”

“안 돼.”

창현이 은우를 안았다.

“애기도 맛있는 건 아나 보다. 하긴 이게 얼마나 맛있는 냄새겠어? 안 그래, 은우야.”

“아붑.(제발 한 조각만 먹을 수 있다면…….)”

“조그맣게 잘라서 주자.”

“안 돼. 아직 소화를 못 시켜.”

“그래도 너무 먹고 싶어 하잖아.”

“아부붑.”

은우는 창현을 향해 계속 웃으며 손가락질했다.

‘제발, 한 조각만. 제발…….’

창현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이 결국 치킨의 튀김옷 부분을 벗겨 내고 살을 손톱만큼 작게 잘라서 은우의 입에 넣어주었다.

순간, 은우는 눈앞에서 별이 반짝였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다니. 이런 음식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었다니.

이걸 매일 먹고 살고 싶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1일 1치킨을 해야지.’

영탁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있었다.

‘매달 나가는 월세가 40만 원. 식비, 통신비, 담뱃값을 합친 고정 지출이 70만 원.

수입이 없어도 3-4달은 버틸 수 있겠네.

내가 살면서 한 번은 최창현, 니 은혜 갚으려고 했으니까. 지금이 그때인가 보다.

사는 게 별거냐? 남자는 의리지.‘

영탁은 결심을 굳혔다.

“딱 한 달만 해보자. 근데 너 차는 있냐?”

“아니.”

“차도 없이 어떻게 주우러 다녀?”

다음 날, 영탁은 창현의 집 앞에 2008년에 출시된 소형차를 끌고 나타났다.

창현은 차를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아직 굴러가?”

“아는 사람한테 1달만 쓰고 산다고 하고 빌렸어. 돈이 없으니까.”

영탁과 창현의 주된 타겟은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단독주택 앞에 내놓아져 있는 재활용품들이었다. 그중에서 상품 가치가 있는 것을 골라야 하니, 잘사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를 돌 수밖에 없었다.

그때 영탁의 눈에 의류수거함이 들어왔다.

“우리도 저런 거 하나 놓아두면 좋을 텐데. 저건 구청에 승인받아야 할까?”

“아마 그렇겠지. 저런 거 하나 놓아두면 정말 좋겠다.”

“부러워해봤자 달라지지도 않는 거. 일이나 하자.”

창현과 영탁은 동네를 돌면서 옷과 신발, 가방 같은 것들을 수거했다.

5시간을 돌고 나니 제법 많이 쌓였다.

“집으로 갈까?”

영탁이 창현에게 심란한 마음을 숨기고서 말했다.

‘오늘 주운 물건들 중 가격이 나가 보이는 것들은 가방 4개뿐.

남자 양복 2개는 괜찮아 보였지만, 나머지 물건들의 상태는 알 수 없어.‘

영탁이 수거한 물건들은 차의 뒷좌석과 트렁크에 넣었다.

그때 뒷좌석에 놓인 한 벌의 옷이 은우의 눈에 들어왔다.

회색의 낡은 법복(스님들이 입는 옷)

은우는 그 옷에 고사리 같은 손을 가져다 댔다.

그 순간, 인자한 눈빛을 한 할머니가 5층의 석탑 앞에서 합장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청아한 목탁 소리.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향냄새.

낭랑한 스님의 불경 소리.

[부처님의 염화미소 - 말로 전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일.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선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달함.

단, 의도가 나쁠 때는 발휘되지 않음.]

“아붑~~~”

은우는 부처님의 염화미소를 보는 순간, 전생의 엄마의 미소를 떠올렸다.

까만 얼굴의 엄마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순박하게 웃는다.

‘따스하고 따스했던 우리 엄마. 엄마…….’

창현이 은우를 보며 말했다.

“은우야. 무슨 일 있어?”

순간, 눈이 마주친 은우와 창현.

‘은우의 눈에서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가 보여.

아니, 저것은 어머니의 미소 같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미소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너무 어릴 때 어머니와 헤어져서.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가 스르르 녹는 기분이야.

갑자기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뿐해졌어.’

은우는 창현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숫자를 보았다.

‘어, 이상하다. 아빠의 머리 위에서 2라는 숫자가 빛나고 있네. 저건 뭐지?’

영탁도 은우와 눈이 마주쳤다.

‘이 기분은 뭐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 평화롭고 행복한 기분은?’

영탁은 고물을 주우러 다니면서 느꼈던 걱정과 심란한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

‘그래, 우리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할 거야.’

은우는 영탁의 머리 위에서도 숫자가 떠오른 것을 보았다.

‘영탁이 삼촌 머리 위에는 3 이건 뭘까? 왜 숫자가 떠올랐지?

왜 숫자가 다르지.‘

그때 은우의 앞에 새로운 미션이 떠올랐다.

[부처님의 염화미소를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평화를 전하라. 5 / 1000]

‘아, 그러니까 아빠와 영탁이 삼촌 머리 위에 떠 있던 숫자는 각자가 느낀 평온함이었구나.

아빠보다 영탁이 삼촌이 숫자가 더 컸던 걸 보면, 영탁이 삼촌이 스트레스가 더 많았나 보다.

그런데 1000이라는 숫자를 언제 다 채우지?‘

은우는 머릿속이 바빠졌다.

***

창현과 영탁은 창현의 집으로 와 수거한 물품들을 분류했다.

가방과 신발을 닦고 옷은 다림질을 했다.

같은 물건이라도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 창현의 생각이었다.

“내일 아침 8시에 집으로 올게. 같이 동묘 구제시장으로 가보자.”

장사 첫날을 앞두고 창현은 여러 가지 생각 속에서 잠이 들었다.

뒤척이는 창현을 보며 은우는 생각했다.

‘아빠 나만 믿어요. 다 잘 될 거예요.’

삼신할미가 잠든 창현과 은우를 창밖에서 보고 있었다.

부처님의 능력이 깃든 오래된 옷을 그곳에 놓아둔 것은 삼신할미였다.

‘난 그저 부처님의 심부름을 한 것뿐이니. 타나토스가 내린 축복의 힘이 여러 가지로 유용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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