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
스마트탄(Smart Bomb)과 고기방패들
퓨슝! 슝! 대전차 로켓탄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다.
본부인 보이드(Void) 정문에는 20명에 이르는 블랙스컬(Black Skull) 조직원들이 있었다.
만약 전방에있는 경계초소에서 연락을 받았다면 20명은 충분히 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스릴 대원들의 잠입과 암살은 정확했다. 적이 눈치챌 사이도없이 공격했고 능숙하게 접근했던 것이다. 그러자 전방 경계초소들은 차례로 무너졌고 적들은 아무런 대비도 못했다.
갑작스런 파공성과 불꽃.
“저건 뭐야?”
“로켓탄이다.”
“피해라!”
몇명이 소리치며 경고했다.
그러나 발사된 로켓탄은 쾌속으로 쇄도했다.
모여있던 적들의 중앙에서 폭발했고 거대한 화염이 솟구친 것이다.
콰콰쾅! 콰쾅! 이바노프의 부대들은 한꺼번에 4~5발의 로켓탄을 연속으로 발사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것은 첫발이 실패해도 후속타의 로켓탄들이 적들을 확실하게 궤멸시키도록 만든 것이다.
“예상대로군요.”
“상대의 숫자가 많다해도 실전에서는 3류에 불과한 갱조직일 뿐입니다.”
김태천이 대답했다.
전투에서 병력의 숫자가 중요한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대등한 실력과 전투력을 지녔을때의 상황이다.
특히 현대전은 다양한 무기들을통해 변화무쌍한 전술이 가능했다. 따라서 실전으로 단련된 미스릴 대원과 블랙스컬(Black Skull)과는 전투력에서 상대가 안되었던 것이다.
로켓탄 공격으로 혼란에빠진 적들을향해 이바노프의 부대원들이 돌진했다. 자동소총과 기관총을 퍼부었고 소나기처럼 퍼붓는 탄환속에서 적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
“데시카 대장님. 적들의 습격입니다.”
“장소와 방향은?”
“정문쪽입니다.”
“경계초소들이 그 주변에 있는데 사전에 포착을 못했다는 것인가?”
“현재로서는 상황을 모르겠습니다.”
“부하들을 모두 동원해라.”
“알겠습니다.”
지시를받은 부하가 달려나갔다.
데시카가 측근들과 뛰쳐나갈려고 시도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트란이 외쳤다.
“데시카 돌격대장. 지금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될 상황이요.”
“신중하게? 이미 적들이 쳐들어 왔는데 느긋하게 손가락이나 빨고있으란 뜻인가? 그것보다 당신도 서둘러 전투에 나서야 되는거 아닌가? 설마 우리들이 여기를 무조건 지켜줄것이란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이요.”
트란이 대답하며 미간을 꿈틀거렸다.
그는 하이브 본부인 보이드(Void)의 경비를 담당한 책임자였다.
이전에 헝가리에서 전멸당한 헬하운드(Hell Hound)부대가 베르곤의 직속이라면 트란은 스탠리의 직속부하다.
그리고 트란이 스탠리에게 받은명령은 이것였다.
블랙스컬(Black Skull)을 최대한 이용하라는 것.
그것은 다시말해 전투가 개시되면 블랙스컬을 총알받이나 기타등등으로 이용해 아군의 피해를 줄이라는 뜻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미쳐서 날뛰는 데시카를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데시카는 이런 트란의 말을 단번에 무시하면서 행동했다.
‘이놈이 뭔가 눈치라도 챈건가?’
트란이 흠칫할때 데시카가 신호했다.
주변에있던 부하들이 권총을 뽑았다.
트란이 반사적으로 대응했지만 늦어버린 뒤였다.
탕! 타탕! 트란의 가슴에서 선혈이 솟구치며 뒤로 쓰러졌다.
같이있던 트란의 부하도 시체가 되었다.
입에서 피를뿜으며 헐떡이는 트란의 가슴을 밟으며 데시카가 비릿하게 조소했다.
“네놈들이 우리를 고기방패로 쓸려는 속셈을 모를거라 생각했나?”
“크윽. 이놈이!”
“이번 전투가 끝난뒤에 하이브는 우리들이 차지한다. 네놈은 저승에서가서 그걸 지켜보도록.”
냉소하던 데시카가 트란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었다.
“데시카 대장님. 이렇게해도 될까요?”
“어차피 상관없다. 적들에게 죽었다고하면 되니까. 그리고 이것은 보스의 뜻이기도 하다.”
“그렇군요.”
부하들이 대답했다.
이제까지 그들은 하이브를 상전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행동대장인 데시카가 하이브의 간부를 순식간에 해치우는 모습에 당황한 것이다.
처음에는 망설였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사태를 파악했다.
지금 하이브는 엄청나게 약해진 상태다.
그때문에 평소에는 깔보던 블랙스컬(Black Skull)에 손까지 벌렸을 정도니까 말이다.
따라서 기회가 왔을때 최대한 이용하는게 중요했다.
그리고 하이브는 자신들을 고기방패나 총알받이를 이용할려는 속셈까지 있었다.
이것은 용서 할수없는 행위다.
“지금부터 우리들이 주역이다.”
데시카가 외치며 부하들을 대동했다.
얼마후 그의앞으로 동원된 부하들이 모여들었다.
***
“실장님. 예상대로 블랙스컬이 병력을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위치는 어디입니까?”
“정문쪽에서 멀지는 않습니다.”
박광석이 헤드셋으로 보고했다.
얼마후 테블릿-PC 를통해 화면이 나왔다.
이 화면과 영상은 CIA-가 운영중인 정찰위성을통해 파악된 것이다. 그리고 박광석팀의 중계를통해 내쪽에 전달된 것이다.
하이브의 본부인 보이드는 견고한 요새다.
두터운 장벽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고 여기를 통과하는건 오로지 정문쪽만 가능했다.
하지만 첫번째 단계에서 정면돌파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것은 적이파놓은 함정을향해 스스로 뛰어드는 것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대신에 적의주력이 밖으로 뛰쳐나오도록 하는것이 목표다. 그 과정에서 적에게 최대한 많은타격을 주는것도 필요했다.
“정찰위성에서 좌표가 전송되었습니다.”
“저놈들에게 확실한 공포를 줄수가 있겠군요.”
이바노프가 대답하며 준비하였다.
첫번째 공격은 정문에대한 로켓탄 발사와 총격이다. 이것으로 정문에있던 적들은 상당부분 궤멸된 상태다. 하지만 내부에서 적들이 뛰쳐나오며 보강되고 있었다.
따라서 지금 정문을 돌파하는건 아군에게 위험했고 엄청난 피해가 생긴다. 다만 이바노포 부대는 정문을향해 공격하는 것처럼 위장전술을 사용했다.
끼릭! 끼리릿! 이바노프 부대원들이 대구경 박격포의 각도를 조종했다. 나에게서 입력받은 좌표에따라 사거리와 발사각을 조정한 것이다.
그것이 완료되자 포탄을 장전했다.
퉁! 투퉁! 대구경 박격포에서 포탄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쉬이잉!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포탄들이 적들의 머리위로 쇄도했다. 조금전 발사된 박격포의 포탄들은 정교하게 셋팅된 스마트탄들이다.
근접신관을 사용했고 지상에서 일정한 높이에 하강하면 자동으로 폭발하는 것이다.
그것도 적들의 머리위에 폭발하며 수천개의 파편들을 사방으로 뿌리는게 가능했다.
“포탄이다. 산개하라!”
당황한 데시카의 부하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공중에서 지상으로 낙하하던 스마트포탄과 탄두의 근접신관이 작동했다.
쾅! 콰콰쾅! 공중에서 폭발하는 포탄들!
아래쪽에있던 4~50명의 블랙스컬(Black Skull)들이 파편의 소나기를 맞았다.
“크악!”
처절한 비명소리가 연속되며 시체가 사방으로 굴러다녔다. 기세좋게 나섰던 데시카의 표정이 굳어진다.
자신의 부하들이 순식간에 고깃덩이로 변하는 모습. 공포에질린 데시카의 부하들이 사방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조금전까지 하이브 간부의 충고를 무시하며 우쭐거렸던 그였다. 적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위치를 알아냈는지 확인조차 힘들었다.
“데시카 대장님. 이대로가면 우리들은 전멸하고 말것입니다.”
“전진해라! 계속해서 한곳에 있으면 또 당한다.”
그나마 눈치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그의 지시에따라 부하들이 나아갔고 조금전의 자리로 다시 10여발의 박격포탄이 떨어졌다.
미처 피하지못한 2~30명이 시체로 변하였다.
“이렇게 된이상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외부에서 우리를향해 이짓을한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린다.”
“반드시 복수해야 합니다.”
부하들이 소리쳤다.
여기에 있으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채 전멸당한다.
적의 원거리공격은 정확하게 자신들의 위치를 찾아냈다. 조금이라도 틈을보이면 한번에 수십명의 부하들이 쓸려나갔다. 따라서 데시카가 선택할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실장님. 적들이 정문을향해 돌진해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번째 작전을 시작해야 겠군요.”
박광석팀이 보낸 정찰보고를 확인하며 이바노프와 김태천에게 신호를 보내었다. 보이드 내부에서 견디지못한 적들이 스스로 뛰쳐나오는 것이다.
다만 이 방법에 걸려든것은 블랙스컬(Black Skull)이였다.
전투경험이많은 하이브 용병들은 철저하게 은폐하며 박격포탄의 공격을 피해냈던 것이다.
“예상대로 하이브 놈들은 만만치 않군요.”
“지금 그들의 숫자가 적다는것이 우리에게는 행운이지요.”
“맞습니다.”
김태천이 동의했다.
첫번째로 블랙스컬을 전멸시키고 그뒤에 나머지 하이브의 잔적들을 상대한다.
이것이 작전의 핵심이였다.
“블랙스컬 놈들이 뛰쳐나온다. 두번째 작전 준비!”
“알겠습니다.”
이바노프의 지시에따라 대원들이 움직였다.
조금전까지 스마트포탄의 박격포를 조작하던 인원들은 신속하게 장비를 철수했다.
얼마후 정문이 열리면서 레드스컬이 각종 차량에 탑승한채 돌진해 나왔다.
그에따라 이바노프는 작전상 후퇴를 시작했다.
하지만 적들에게 뻔히보이는 철수는 제대로된 함정을 만들수 없었다.
따라서 적당하게 반격을 가하면서 유인하는게 핵심이다. 이바노프의 부대는 이것을 정교하게 해내었다.
***
“놈들에대한 추격은?”
“아직도 진행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대장님. 하이브 본부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거 같습니다.”
부하들이 말했다.
여기에대해 데시카의 미간이 꿈틀거린다.
블랙스컬의 전투부대를 총동원해서 나왔다.
처음에는 쉽게 끝날것으로 생각했는데 적들은 반격을 가하면서 천천히 물러났던 것이다.
“어느정도나 멀어진 것인가?”
“대략 15km가 넘습니다.”
“......”
데시카가 침음성을 삼켰다.
15km정도라해도 차량으로는 금방이다.
하지만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이제는 자신이 유인작전에 걸렸다는걸 느꼈다.
“다시 복귀한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부하들도 안심했다.
보이드 내부에서 박격포탄에 맞으면서 동료들이 당했지만 그래도 보이드는 강력한 요새다.
그에반해 여기는 방어할만한 장소가 없었다.
얼마후 데시카의 전투부대가 철수를 준비할때.
탕! 타탕! 원거리 스나이핑이 개시되었다.
프리먼이 지휘하는 미스릴 부대의 스나이퍼팀이 실력을 발휘했다. 스나이퍼팀의 저격은 차량을 운전중이던 적들을 정확하게 노렸다.
이미 좁은길로 들어왔던 적들이고 선두와 후미의 차량들을 집중공격했던 것이다.
이렇게되면 적들은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뒤로 후퇴하기도 힘들다.
“앞뒤가 막혔습니다.”
“전원 하차해서 대응해라.”
데시카가 외쳤다.
부하들이 차량에서 하나둘씩 내렸다.
이런 적들을 노리고 나탈리와 CIA-팀원들이 준비를 개시했다.
끼릭! 딱! 나탈리가 크레모어의 버튼을 눌렀다.
콰콰쾅! 거대한 폭발이 연달아 작렬하며 차량에서 내리던 적들을 덮쳤다.
첫번째 기습은 크레모어를 이용해서 실시했고 두번째 공격이 시작되었다.
“대전차 로켓탄 발사!”
“지옥을 맛보여주마.”
조준을마친 CIA-의 팀원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쇄도해 들어오는 로켓탄에 블랙스컬의 차량들이 폭발했다. 엄청난 화염속에서 비명이 터지고 불길에 휩싸인 적들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것이 저놈들의 본실력이란 말인가?”
부하들이 전멸당하는 과정에서 데시카가 절망했다.
좌우측면에서 돌진해가는 미스릴 대원들이 공격을 개시했다. 겨우남은 몇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데시카가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발악도 얼마가지 못했다.
“부하들을 놔두고 혼자만 살겠다는 것인가?”
데시카의 앞에 나타난 프리먼-
그가 냉소를 지었다.
꿈틀거리던 데시카가 자동소총을 겨누면서 반항했다.
타타타! 하지만 프리먼은 지면으로 몸을 날리면서 대응했다. 프리먼의 자동권총이 정확하게 데시카의 이마를 관통하며 시체로 만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