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71화 (171/300)

# 171

블러드 차일드(Blood Schild) (02)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로비츠-

지금까지 그는 카르텔 회의에 참석하며 꽤 당당했다.

그것도 당연했다.

워싱턴에서 로비조직인 미네르바를 가동시키며 제약회사 카르텔의 힘을 과시했다.

그리고 이것을통해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

심지어는 루벤의장도 로비츠에 대해서는 다른 카르텔 멤버들보다 더 신뢰할 정도다.

그런데 이번실패로 모든것이 무너졌다.

만약 여기서 문책의 희생양을 찾게된다면 자신은 첫번째 대상이다.

그리고 평소에 로비츠에대해 감정이 좋지않았던 카르텔 멤버들도 조소를 보내었다. 이제까지 카르텔이 미네르바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엄청난 자금들은 대부분 멤버들로부터 나왔으니 말이다.

“역시 이번사건은 미네르바의 책임자인 로비츠가 결정적인 실패를 했기에 벌어진 상황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소.”

루벤의장이 말을끊으며 나섰다.

사이먼 회장의 표정이 약간 구겨진다.

자신은 카르텔에서 랭킹 1위를 하고있고 나머지 멤버들도 그앞에서는 굽신거린다.

이후에 루벤의장의 뒤를이어 카르텔을 손에넣을건 자신밖에 없었다. 그런데 루벤의장이 자신의 체면을 구긴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대놓고 표시할수는 없었다.

아직도 루벤의장은 카르텔의 핵심이고 최고의 파워를 갖고있으니 말이다.

“루벤의장께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다면... 어쩔수 없군요.”

“사이먼 회장의 뜻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네르바가 이번일에서 큰 실수를 한것도 사실이요. 하지만 위싱턴에서의 로비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로비츠와 미네르바의 역활이 중요합니다.”

“.....”

로비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에 루벤의장이 나서지 않았다면 자신과 미네르바는 여기서 박살나고 말았을 것이다.

잠시 사이먼 회장과 눈길을 마주친 로비츠가 두려운듯 고개를 돌렸다.

지금은 몰라도 이후에 사이먼이 카르텔의 의장이 된다면 자신은 첫번째 제거대상이 될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아직은 자신에게 루벤의장이란 든든한 배후가 있었다. 로비츠가 잠시돌렸던 고개를 원위치하며 당당하게 쳐다보았다.

‘저놈이...?’

사이먼 회장의 심기가 불편했지만 이것을 더 문제삼을수는 없었다. 어차피 이번 사건으로 카르텔 멤버들에게 미네르바와 로비츠의 이미지는 상당히 실추된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본회의에서 어떤 발언권도없이 지켜보던 데니스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제까지 견고했던 카르텔 내부에 권력암투와 내분이 진행되고 있었다.

철옹성같던 요새에 균열이 생기는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것을 만들어낸 원인이 네오메디컬(Neo Medical)과 바이오테스(Biothes), 그리고 헥사인슐린이란 엄청난 신약이였다.

“사이먼 회장의 말대로 우리를향해 도전한 네오메디컬과 바이오테스를 그냥 둘수는 없소. 만약에 이번사건을 넘어가게 된다면 다른 녀석들이 우리를향해 반기를 들것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권위가 실추될것은 분명한 일이요.”

“그렇다면 루벤의장님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로비츠와 미네르바가 첫번째 대결에서 패배한 이상, 좀더 적극적이고 다른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요.”

“......!”

루벤의장의 말에 카르텔 멤버들이 한차례 웅성거렸다. 그리고 멤버들은 조금전 루벤의장이 내뱉은 말에 포함된 의미를 짐작했다.

지금까지 카르텔은 상대를 무너뜨리고 박살내기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했다.

가장 소프트하고 일반적인 방법이 워싱턴의 로비조직인 미네르바를 이용해 선제공격을 날리는 것이였다. 대부분의 적들은 이런 미네르바의 공세에 무너지고 제대로 대응조차 못했다.

하지만 이번상대는 틀렸다.

역으로 미네르바가 연타를 맞으면서 KO-된 것이다.

상대의 능력과 실력은 카르텔이 예상했던것 이상이란 뜻. 그렇다고 순순히 포기할 카르텔이나 루벤의장이 아니다.

“그말은 녀석들에게 우리 카르텔의 진정한 힘을 보여준다는 뜻이군요.”

“물론이요. 카르텔이 가진 힘이 단순히 로비조직인 미네르바가 전부란것은 아니지요. 알다시피 우리에게는 무한에 가까운 힘이 있소. 재력은 물론이고 무력 그리고 다양한 작전능력까지... 그래서!”

루벤의장이 말을끊었다.

멤버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루벤이 심복인 글라우드를향해 신호했다. 그가 밖으로 나갔고 얼마후에는 중년사내와 들어왔다.

중년사내의 눈매는 날카로웠다.

근육으로 다져진 체격과 강인함이 발산된다.

카르텔의 멤버들 대부분 다국적 제약회사의 경영자들이고 비지니스맨들인것에 비해 지금 들어온 사내는 분위기가 틀렸던 것이다.

“여러분에게 유세프 대령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루벤의장님. 이사람은 누구입니까?”

“혹시 하이브(Hive)에대해 들어본적이 있소?”

“물론입니다. 어둠의 용병조직이라 불리는 집단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저 유세프 대령이 하이브의 리더입니까?”

“그렇지는 않소. 하지만 지금 여기에온 유세프 대령이 최고 핵심중에 한명인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우리쪽 카르텔이 직접 나서는 방법도 있지만, 기왕이면 유세프 대령과 부하들의 실력을 확인해 보는것도 좋겠지요.”

루벤의장의 말을듣자 카르텔의 멤버들이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이브(Hive)는 지금까지 어둠속에서 무수히 많은 일들을 해왔다.

그중에 상당수는 불법적이고 지저분한 일들을 처리했다. 이것이 그들의 악명을 높이는 계기가 된것이다. 하지만 그런 악명에도 불구하고 하이브의 일처리는 확실했다.

로비활동도 실패했고 제약시장에서의 경쟁에서도 제대로 안된다면 남은방법은 비상수단이다.

그리고 카르텔이 사용한 비상수단은 제법 잘 통했다. 특히 하이브처럼 어둠에서 움직이고 냉혈하게 일처리를하는 조직에게 맡기면 더 확실했다.

“이걸로 눈에 가시같던 놈들이 없어질수 있겠군요.”

“잘되었지. 제대로된 실적도 없는 신생연구소와 제약회사가 우리를향해 도전했으니!”

카르텔 멤버들이 히죽거릴때.

로비츠는 불안감이 들었다.

자신이 파악한 상대의 힘은 이것보다 더 강했다.

어쩌면 카르텔처럼 어둠속에 숨겨진 힘이 있을것이다.

그 부분에대한 파악은 제대로되지 못했다.

좀더 시간이 많았다면 알아낼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루벤의장님. 하이브(Hive)를 동원하는건 좀더 시간을두고 나중에 하는것이 좋을거 같습니다.”

“뭣때문에 그런가?”

“제가 보기에 네오메디컬과 바이오테스-는 결코 단순한 상대가 아닙니다. 그들 뒤에는 더 큰 힘과 세력이 있다는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먼저 그 실체를 확인하고 난뒤에 시작해도 늦지는 않을겁니다.”

“로비츠. 자네는 워싱턴에서 그놈들에게 패배한뒤에 너무 소심해진거 아닌가?”

사이먼 회장이 나서며 질책했다.

그리고 나머지 카르텔 멤버들도 동조했다.

루벤의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일부러 로비츠를 비호해 줄려고 기회를 만들었는데 스스로 차버린 것이다.

“이번사건은 자네의 손을 벗어난 것이네. 앞으로는 더이상 이문제에대해 나서지말고 카르텔에서 내리는 명령에 충실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로비츠가 한발 물러났다.

더이상 자신의 힘으로 어쩔수없는 것이다.

그리고 본회의장으로 들어온 유세프 대령이 로비츠를향해 냉소를 보내었다.

“로비츠씨.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것입니다. 상대는 기껏해야 제약회사와 신약연구소일 뿐입니다. 그것도 이제 막 시작한 상태일 뿐. 놈들이 눈치채기도 전에 모든것은 깨끗하게 정리되고 말것입니다.”

“정말로 당신의 말대로 되었으면 좋겠군요.”

“믿어보시요!”

유세프 대령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

“실장님. 네오메디컬(Neo Medical)연구소는 대단하군요. 헥사인슐린(Hexa Insulin)의 성공으로 제약업계를 폭풍으로 만든것이 얼마전인데, 벌써부터 새로운 신약연구와 개발이 진척되고 있으니 말이지요.”

“이것은 바이오테스의 사장인 리빙스턴과 네오메디컬 연구소장인 길버트의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성과를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광석을향해 대답했다.

네오메디컬과 바이오테스-는 신약인 헥사인슐린의 개발을통해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떠오르는 신성이 된것이다.

헥사인슐린의 생산과 보급, 그리고 유통만으로도 바이오테스와 네오메디컬 연구소는 이후로도 엄청난 자금과 이득이 들어온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수는 없었다.

그것은 리빙스턴과 길버트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개발이 가능한 신약들의 숫자는 엄청나게 많았고 수요는 점점 늘어갈 것이다.

그에따라 네오메디컬 연구소에서는 다수의 연구팀을 편성해 신약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앞으로 몇달후면 또다른 신약이 차례차례 개발될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신약들은 이미 대중화된 헥사인슐린처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게 분명했다.

또한 바이오테스와 네오메디컬의 힘이 커질수록 워싱턴에서 활동중인 맥퍼슨과 로비팀의 활동도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실장님. 지금 미네르바 녀석들은 완전히 패잔병같은 신세입니다.’

얼마전 맥퍼슨을통해 들어온 보고내용이다.

그만큼 워싱턴에서 로비조직인 미네르바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뜻이다.

그에반해 맥퍼슨과 로비팀은 날개를 단것처럼 엄청난 활약을 하였다.

이런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면 미네르바가 무너지는것은 물론이고, 다국적 제약회사의 카르텔이 워싱턴에서 우리를 상대하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잠시 바이오테스의 판매와 영업실적에대한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을즈음, 송재동이 다가왔다.

“실장님. 오랜만에 워렌버핏씨쪽에서 손님이 왔군요.”

“그것이 정말입니까?”

자리에서 일어났다.

워렌버핏과는 얼마전 통화를 하였다.

예상대로 그는 사건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탁월했다.

헥사인슐린의 성공에는 내쪽에서 펼친 여러가지 작전들이 있다는걸 눈치챈 것이다.

여기에대해 크게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것이 나와 워렌버핏과의 신뢰관계에 금이 갈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워렌버핏은 통화 마지막 부분에서 나에게 충고를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이다.

워렌버핏의 그말은 허풍이 아닐것이다.

그리고 지금 워렌버핏이보낸 손님이 왔다는건, 역시나 나의예상이 맞았다는 뜻이다.

***

“설마 깁슨씨가 직접 오실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사인이 중대하기 때문에 제가 직접 올수밖에 없었습니다.”

깁슨이 대답했다.

그는 워렌버핏에게는 파트너와 마찬가지다.

원래의 직책은 보좌관이고 비서지만 워렌버핏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전에 워렌버핏의 저택에 방문해서 며칠간 지낼때에 그것을 충분히 깨달을수 있었다.

“저의 예상대로 워렌버핏씨가 당신을 여기로 보낸것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카르텔 문제때문이군요.”

“역시 로버트강씨의 판단은 예리하시군요.”

“워렌버핏씨와의 통화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셨기에.”

“지금 로버트강이 상대하고있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카르텔에 대해서는 우리쪽에서도 좋지못한 경험이 있습니다. 워렌버핏씨의 모든것이 한순간에 날아갈뻔한 위기상황도 그때였으니 말이지요.”

“......”

깁슨의 말에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워렌버핏이 깁슨을통해 어떤말을 하고 싶은지 짐작이 되었다.

“이것은 워렌버핏 회장님께서 로버트강에게 주는 자그마한 선물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들이 해줄수있는 최선의 수단입니다. 알다시피 우리쪽에서도 크게 관여할수는 없는 부분이라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깁슨이 선물로 가져온것은 고용량의 USB-드라이브 였다. 그안에 상당한 정보가 담겨있는 것이다.

“우리쪽에서는 이후에 벌어질 상황과 전투를 대비해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에대해 정보를 수집해고 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로버트강이 먼저 싸움을 시작하고 그만큼의 세력을 갖춘 상태이니, 우리쪽에서는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워렌버핏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주십시요.”

“승리를 기원합니다.”

깁슨이 나를향해 대답하며 떠났다.

그의 표정에는 각오가 대단했다.

한발 물러난 상태라고 하지만 이번 싸움에서 내쪽이 패한다면 워렌버핏과 깁슨에게도 상당한 타격이 갈것이다. 따라서 깁슨이 여기에 온것은 워렌버핏의 각오가 어떤 것인지를 짐작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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