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
블러드 차일드(Blood Schild) (01)
저벅! 저벅! 묵직한 발걸음이 연속으로 흘러나왔다.
다수의 사람들이 성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중요 VIP-인사들의 옆에는 항상 경호원들이 동행했다.
카르텔의 비밀본부인 카르마성(城)-
이곳의 규모는 상당했고 넓었다.
과거와달리 이제는 현대식의 무기와 장비들을통해 강력한 요새로 변해버린 것이다.
과거에는 단단한 화강암으로 건설된 군사용의 성이였지만 그후에 개조를통해 더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카르마성의 개조와 작업에는 수년의 시간이 투자되었다. 그리고 성의 지하에는 카르텔에 속해있는 조직원들도 모르는 시설들도 존재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장소.
그것이 카르마성(城)의 본질이다.
이곳에는 다수의 군대가 쳐들어와도 충분히 방어할수 있었다. 단순히 방어의 수준을넘어 공격해온 현대식의 부대를 압살할 정도다.
지상공격에대한 방어는 물론이고 공중에대한 방어도 철저했다.
그것을위해 성벽에 마련된 감시탑과 포대에는 최신형의 대공포와 지대공 미사일이 숨겨진 상태다.
전세계의 제약산업을 손에쥐고 흔드는 제약카르텔의 힘이 있었기에 이런 비밀시설이 존재할수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비해 분위기가 심상치않군.”“그러게 말입니다. 아마도 얼마전 벌어졌던 사건도 있었고 카르텔 최상부의 긴급소집 때문에 오늘의 모임은 결코 단순하지 않을거 같습니다.”
두명이 주변상황을 둘러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그들은 카르텔 내부에서도 존재감이 없었다.
숨죽이며 말하는 두명은 미국내에서 제법 유명하고 잘알려진 제약회사, 타비스(Thabis)의 사장과 보좌관이다. 미국내에서 제약업계 1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비중있는 수준이였다.
그러나 타비스의 존재감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에 비한다면 꽤 미약했다.
전세계의 제약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것이 유럽이다. 미국이 생명공학을 포함해 제약산업에 많은 투자를 한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 유럽계 기업들의 역사는 길었고 규모에서도 상당할 정도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미국계의 제약회사들도, 그 내부를 본다면 유럽계 제약회사의 자본과 기술에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타비스(Thabis)의 사장인 데니스와 보좌관인 토드는 주변을보며 긴장했다.
카르텔에 속하기는 했지만 타비스(Thabis)는 13개의 다국적 제약회사로 구성된 멤버들중에서 꼴찌인 13위의 자리다.
그리고 주변에는 자신들보다 훨씬 순위가높고 쟁쟁한 제약회사의 책임자들과 보좌관들이 있었다. 또한 그들이 두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냉소와 오만함이 가득했다.
“데니스 사장. 당신도 여기에 참석했군.”
“카르텔의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와서 말이지요.”
“그런가? 하지만 꼴찌에게도 참가자격을 주는것은 좀 그렇지. 어쨌거나 자네들이 본회의에 참가는 할지언정 기껏해야 옵저버(Observer)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맞습니다. 사이먼 회장님!”
상대의 도발에 데니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조금전 그말이 틀린건 아니다.
타비스(Thabis)는 카르텔에서 가장 꼴찌다.
카르텔의 멤버라는것 때문에 본회의에 참가는 하지만 결국 옵저버.
즉 본회의에서 발언권이나 의견을 낼수있는 제청권도없이 무조건 지켜만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카르텔에서 말단인 회사의 숙명이였다.
‘이런 취급을 받을줄 알았다면 그때에 죽이되든 밥이되든 끝까지 싸워보는 것인데...’
데니스의 마음에 후회가 생겼다.
하지만 곧바로 머리를 흔들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카르텔이 갖고있는 힘은 막강했다. 그들에게 대항했다가 처참하게 박살난 제약기업과 상대의 운명을 본것이 한두번도 아니다.
지금은 수모를참고 인내할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꼴찌의 운명이니까 말이다.
***
“카르텔의 멤버분들은 준비를 해주십시요. 조금후에 본회의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본회의에는 카르텔 멤버와 보좌관만 들어갈수 있습니다. 경호원들은 회의실 앞에서 대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검은 양복을입은 사내가 말했다.
그의 이름은 글라우드.
카르텔의 최상부에 속하며 의장인 루벤의 참모다. 그리고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카르마성(城)의 주인이였다.
때문에 그의 말에대해 모두가 경청했고 누구도 반론을 꺼내지 않았다.
본회의에 참석하는 VIP-멤버들의 존재만봐도 엄청날 정도다. 여기있는 VIP-들중에 상당수가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블름버그채널-같은 유명 경제뉴스와 언론에 자주 나온다.
따라서 이곳에모인 사람들의 존재감만 보아도 미니 다보스(Mini Davos)-회의를 연상시킬 수준이였다.
“드디어 시작되는군요.”
“카르텔의 역사이래 가장 큰 사건이 벌어졌으니까.”
데니스가 토드를향해 대답하며 이동을 시작했다.
본회의로 사용되는 장소는 웅장했다.
내부에는 고급스런 장식과 조각 그리고 인테리어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100명 이상이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 수준이다.
그러나 두사람은 여기에 올때마다 항상 거부감이 느껴졌다. 본회의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은 대체로 2가지다.
첫번째는 카르텔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기위해 전세계의 수많은 환자와 의료진에게 더 많은 돈을 뜯어내는것.
두번째가 카르텔에 대항하는 상대를 박살내는것.
한때 여기서는 데니스가 사장으로있는 타비스(Thabis)의 운명을 결정짓는 회의도 열렸다.
그때 데니스는 자신과 타비스가 카르텔의 표적이 된것을 깨닫고 갈등했다.
선택은 두가지였다.
맞서 싸울것인가? 아니면 굴복할 것인가?
하지만 데니스가 카르텔의 엄청난 힘을 알게된 뒤에는 하나밖에 없었다.
굴복과 굴종-
자신이살고 타비스가 살수있는 유일한 길이였다.
하지만 댓가로 데니스는 엄청난 것을 잃었다.
본래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제약회사를통해 신약을 개발하고 전세계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싸고 좋은 치료제를 보급하는것. 하지만 그것은 카르텔이 원하는것이 아니였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스스로 한탄하며 데니스가 회의실로 들어갔다.
***
꽤 엄숙한 분위기.
하지만 참석자들중 몇명은 귓속말로 소근거렸다.
여기서 기침소리라도 제대로 낼수있는건 카르텔에서 상위권의 멤버들 뿐이다. 데니스의 경우에는 기껏해야 참석만 가능할뿐 어떤말도 꺼낼수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긴장되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잠시후 카르텔의 최고 리더인 루벤의장이 나올 차례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카르텔은 그 역사가 꽤 깊었다.
그리고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엄청난 자산과 규모를 갖고 있지만 제약회사의 지분들중에 상당수는 한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블러드 차일드(Blood Schild)-
처음에 데니스는 그것이 단순히 음모론자들이 만들어낸 허구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카르텔에 들어오고 난뒤에 이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존재란걸 깨달았다.
일부는 블러드 차일드(Blood Schild)-에대해 유럽의 암흑금융과 투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카르텔을 만들게된 결정적인 역활도 블러드 차일드의 존재 때문이다.
과거에 로스차일드(Rothschild)라는 엄청난 재력을지닌 가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 로스차일드는 블러드 차일드-라는 존재를 감추기위한 연막에 불과했다.
다만 로스차일드가 보유했던 수많은 재산들과 권력 그리고 지위가 실제로는 블러드 차일드에서 나온것이다.
“루벤의장님이 들어오십니다.”
“.....!”
모두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했다.
문이열리며 노년의 사내가 들어온다.
허리는 구부정하게 보이고 얼굴에서도 죽음의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저 노인이 갖고있는 힘과 잔인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얼마후 루벤의장이 측근인 글라우드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소집된 인원들도 착석을 시작했다.
루벤이 한차례 인원들을 쏘아보았다.
그의 심기가 좋지않은건 분명했다.
이번의 긴급소집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으니 말이다.
“워싱턴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보고를 받았네. 우리를향해 도전해온 적이 있었다는게 특별히 놀라운건 아니였지. 어차피 과거에도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우리 카르텔은 그 적에대해 승리를 거두었고 확실하게 짓밟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가 당해버렸지.”
“죄송합니다. 의장님!”
고개숙여 말하는 인물-
그는 얼마전까지 워싱턴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카르텔이 워싱턴을 장악하고 미국의 정치인들을 주무르기 위해서만든 로비조직.
미네르바의 책임자인 로비츠가 참석한 것이다.
그가 카르텔의 핵심을 이루는 제약회사의 사장이나 경영자에 있는건 아니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카르텔의 중요한 하부조직중에 하나였다.
때문에 지금같은 카르텔 회의에서는 항상 참가하는 인원들중에 한명이다.
“처음에 미네르바가 워싱턴에서 상대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군.”
“하지만 아직까지 반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
로비츠가 항변했지만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루벤의 표정은 냉소적이고 참가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사장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상당한 손실과 적자를보고 있었다.
헥사인슐린(Hexa Insulin)의 보급과 전파는 엄청나게 빨랐다.
이것은 강민이 미리부터 뛰어난 제약회사인 바이오테스(Biothes)를 준비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장인 리빙스턴의 활동도 중요했다.
“우리가받은 타격은 어느 정도인가?”
“초기인데도 벌써 5~60억달러가 넘어선 상태입니다.”
참모인 글라우드가 설명했다.
회의실 정면의 대형 스크린에서 각종 수치와 지표들이 나오고 있었다. 헥사인슐린의 대중화 이후에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피해를본 액수들이다.
제약회사들의 규모에따라 조금씩 틀리지만 그 수치는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이것은 겨우 초반에 불과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는 눈덩이처럼 커질것이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정보들을보며 데니스는 숨을 죽였다. 자신의 제약회사인 타비스(Thabis)는 이번의 헥사인슐린을통해 그다지 피해본것이 없었다.
어차피 카르텔에서 말단인 꼴찌였고 인슐린의 제조와 보급같이 엄청난 이득이 생기는 이권은 자신에게 주어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네오메디컬의 신약이 저정도의 위력을 내고 있다니?’
데니스의 눈동자가 잠시동안 흔들렸다.
그때 루벤의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우리 카르텔의 역사에 이런 수치와 모욕은 처음이다!”
“......”
참석자들이 저마다 숨을 죽였다.
잠시후 사이먼 회장이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카르텔에서 업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럽에서 초대형 다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엘(Bayer)의 리더이다. 그리고 이번 헥사인슐린의 사건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본것도 그의 회사다. 때문에 그가 갖고있는 분노와 모멸감은 상당했다.
“루벤의장님. 카르텔이 이렇게 큰 손해를보고 위기에 몰린것은 처음부터 상대를 적당히 대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무슨 뜻이요?”
“이제까지 해왔던 방법대로 단순하게 워싱턴의 로비조직인 미네르바를 이용한것이 첫번째 실수입니다. 로비활동과 정치인들을 압박하면 모든것이 순조롭게 될것으로 예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결과는 어떻습니까? 상대는 미네르바의 그런 대응을 예상한듯 워싱턴에서 수십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를 만들어 냈습니다. 또한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들과 카르텔을향해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언론에 우리들의 존재가 상당부분 노출된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이 피해를 복구하는데만도 엄청난 돈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사이먼 회장의 말이 핵심을 파악한거 같군요.”
루벤의장이 대답하자 나머지 참석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는 그들의 시선이 미네르바의 책임자인 로비츠에게 쏠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