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
워싱턴의 로비전쟁 (05)
워싱턴의 아침이 밝았다.
그리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여느때와 달랐다.
이른 새벽부터 미국의 국회의사당인 캐피톨힐(Capitol Hill) 앞에는 수많은 기자들과 취재진들이 모여들었다.
미국내의 메이저급 방송국인 CNN-을 시작으로 NBC와 ABC, 그리고 이번사건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로있던 FOX-TV의 기자들까지 도착한 것이다.
오늘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결정은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고 파급력도 상당했다.
미국처럼 비만문제와 당뇨병 환자비율이 높은 서유럽 국가들의 언론사들도 관심을 집중했다.
그때문에 영국의 BBC-방송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의 메이저급 방송사들도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상태다.
이들 취재진들은 어제밤부터 캐피톨힐(Capitol Hill)에 도착했고 밤새워 준비를 한것이다.
그전에는 링컨기념관 앞에서 매일마다 진행되는 대규모 시위를 취재하며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군요.”
“그렇네.”
팀원들을향해 맥퍼슨이 대답했다.
그도 긴장할수밖에 없었다.
강민의 작전대로 워싱턴에서 진행된 로비전쟁은 승패가 결정되었다.
철옹성이라 불리던 강력한 로비조직인 미네르바가 제대로 한방 맞았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불리했던 판세가 단번에 역전되고 말았다.
최근 몇주동안 미국내의 언론과 뉴스를 장식한것은 2가지다.
첫번째가 헥사인슐린(Hexa Insulin)이라고 불리는 엄청난 신약의 출현과 그것에대한 정책결정.
두번째가 워싱턴에서 전례없이 전개된 대규모 시위에대한 소식이였다.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카르텔, 그리고 미네르바가 본격적으로 대응하기전에 강력한 원투펀치를 먹인것이 중요했던거 같습니다.”
“그렇다해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수는 없는 것이지. 현재까지 상황이 우리들에게 유리하다해도, 저곳에서 최종적인 결정이 나와야하는 것이니까.”
맥퍼슨이 대답하며 캐피톨힐(Capitol Hill)을 가리켰다.
미국정치의 중심이자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그리고 저곳에서 결정되는 수많은 정책들과 규제법들은 미국을 포함해서 전세계에 파급력을 가졌다.
그때문에 미국내의 기업이나 단체들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국가들과 단체들이 워싱턴에서 엄청난 로비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이 신약인 헥사인슐린을 박살내기위해 워싱턴의 정치인들을 이용한 것처럼, 헥사인슐린이 정식적인 허가를받고 전세계의 당뇨병 치료제와 인슐린 시장을 점령하는것도 워싱턴의 정치인들을통해 결정되는 것이지.”
“맞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신약이라도 의약법을 비롯해서 관련법령으로 금지되어 버리면 그것은 한낮 휴지조각보다 못한 신세가 되니까 말이지요.”
맥퍼슨 팀원들의 말은 핵심을 나타냈다.
만약에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의 로비가 성공했다면 헥사인슐인(Hexa Insulin)은 마약과같은 금지약물로 취급을 받아서 사용은 물론이고 그에관련된 언급을 하는것조차 힘들어지는 것이다. 적들이 워싱턴에서 강력한 로비활동을통해 시도했던 목표는 헥사인슐린-을 법으로 금지된 부적격 약물로 규정하는 것이였다.
그렇게되면 헥사인슐린을 개발한 네오메디컬 연구소도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나중에는 제약회사의 압박에의해 네오메디컬 연구소가 폐쇄될 가능성도 생긴다. 이처럼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의 힘은 막강했던 것이다.
“로버트강의 실력은 대단합니다. 승산이 거의 없었던 판세를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여기 워싱턴에 오면서 미리 작전계획을 다 짜놓았다는 것이지.”
“역시 단순한 운만으로 된것은 절대 아니군요.”
팀원들이 맥퍼슨을향해 대답했다.
그리고 맥퍼슨은 이번사건을통해 로버트강과 MCU-펀드의 힘을 실감하게 되었다.
만약에 워싱턴의 대규모 집회를통한 압박이 통하지 않았다면 추가적인 계획이 또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도 워싱턴에서 오랜기간 로비스트 활동을 해왔지만 지금같은 상황은 처음이였다.
강력한 로비조직인 미네르바를향해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에 성취감은 몇배나 커졌다.
맥퍼슨과 로비스트팀은 워싱턴에서 대박을 터뜨린 존재로 올라섰다.
이제는 정치인들이 맥퍼슨을 직접 찾아오며 그와의 친분관계를 맺을려는 상황까지도 벌어졌다.
명성을얻은 로비스트에게는 유력 정치인들이 먼저 찾아온다는 말.
그것을 제대로 실감하고 있었다.
***
“오늘의 승리를위해 샴페인을 준비했지.”
“법률자문님, 그거 얼마짜리 입니까?”
“한병에 500달러, 한화로 50만원이 좀 넘어가는 것이지.”
“저렇게 많이 준비하셨습니까?”
“맥퍼슨과 로비스트 팀원들에게도 줘야하니까.”
송재동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샴폐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송재동이 준비한 샴페인 상자들이 그냥 버려질 가능성은 별로없었다.
“벌써부터 나오고 있군요.”
“미국내 메이저급 4개 방송사들이 모두 특집으로 보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박광석이 말했다.
한달간 진행된 워싱턴의 로비전쟁-
최종적인 결과가 오늘 나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상당한 자금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오늘 결과에서 승리를 거두면 이후에 헥사인슐린(Hexa Insulin)이 가져올 이득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면에있는 대형 TV-에서는 벌써부터 CNN-리포터의 현장보도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저는 CNN-의 리포터 알랭입니다. 우리들은 지금 워싱턴에서 결정될 헥사인슐린(Hexa Insulin)에대한 취재를위해 아침부터 나와 있습니다. 현재까지 헥사인슐린에대한 문제는 수많은 화제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또한 워싱턴의 링컨기념과 앞에는 지금도 수십만명에 이르는 군중들이 모여있고 오늘의 결과를 지켜보는 중입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캐피톨힐(Capitol Hill)로 의원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방향을 리포터에서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오는 정치인들을 향했다. 그리고 오늘의 정책결정에서 중요한 역활을 담당할 유력인사들에대한 집중적인 취재가 개시되었다.
“엄청난 열기군요.”
“그것보다 저 의원들의 표정을 보십시요. 이미 반쯤은 체념한거 같지 않습니까?”
“저들중에 상당수가 처음에는 로비조직인 미네르바의 공세에 넘어가 헥사인슐린(Hexa Insulin)에대해 반대 의견을내던 사람들이였으니 말이지요.”
박광석을향해 말했다.
카메라에잡힌 유력 정치인들의 표정.
그것을통해 오늘 결과를 예상할수 있었다.
미국내의 수많은 시청자들과 세계의 눈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캐피톨힐에서 조금 떨어진 링컨기념관 앞의 광장에는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지금도 엄청난 목소리를 내는중이다.
이런 압박속에서 헥사인슐린에대해 반대하는 정책과 결정을 내리면?
그뒤에는 어떤 결과가 생길지는 그들도 충분히 짐작하고 있을것이다.
“그래도 실장님께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캐피톨힐(Capitol Hill)에 맥퍼슨과 로비스트팀을 파견해 놓은건 좋은 선택인거 같습니다.”
“지금 그들이 실시간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만약에 돌발변수가 생긴다면 우리쪽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할수 있을겁니다.”
“그렇군요.”
얼마후 전화벨이 울렸다.
맥퍼슨에게 온것이다.
“그곳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의 로비스트 경력중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는 의원들의 표정과 상태를보니 이미 그들도 대세가 기울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인거 같습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될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맥퍼슨의 보고를 들으며 TV-뉴스를 보았다.
오늘은 긴 하루가 될것이 분명했다.
최종적인 결정이 나오는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아마도 오후 늦게쯤에 결과가 나올것이고 그때가 이번작전의 최종화가 되는것이다.
***
“다국적 제약회사와 카르텔은 반성하라!”
“지금도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정의를!”
“이번에는 질수없다!”
수십만명이 질러대는 함성-
엄청난 위세가 주위를 압도하고 있었다.
워싱턴의 인구는 5~60만명이 겨우 될 정도다. 그런데 워싱턴에 대규모 시위를위해 모인 인원들은 4~50만명에 육박했다. 이것은 워싱턴 역사이래 전례가없는 사건이다.
“협회장님.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는데, 결과가 어떻게될지 모르겠군요.”
“앞으로 한두시간 안에 결과가 나오겠지.”
리베트가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그는 강민의 지원을받아 워싱턴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전미 당뇨병환자 협회의 리더다.
National Diabetes Patients Association.
통칭 NDPA-라고 불리는 이 단체는 이번 시위를통해 미국내에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워싱턴의 집회를위해 수십만명의 군중과 인원을 동원한 능력은 앞으로 누구도 무시할수 없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번 시위와 집회는 상당히 조직적이고 많은 자금이 들어갔다. 시위대의 정면에는 대형의 무대와 연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주위에는 초대형 전광판이 있었고 그곳에서 여러가지 영상과 뉴스들이 나왔다.
뉴스들의 내용은 워싱턴에서 벌어진 시위내용에대한 언론사들의 방송도 있었다.
이것을보며 시위대는 더욱더 강한 자신감을 얻은것이다. 그리고 이들중에 상당수는 여기에서 숙식을하며 1주일이상이나 참가하고 있었다.
이것을위해 상당한 자금과 인력이 들어가지만 NDPA-는 그것을 충분히 해냈던 것이다.
얼마후 시위대가 웅성거렸다.
정면에있는 대형 전광판들에서 새로운 뉴스가 나오는 중이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내용은 캐피톨힐(미국 국회의사당)의 대변인이 직접나와서 발표하는 내용이다.
“조금전 캐피톨힐(Capitol Hill)에서 헥사인슐린-에대한 최종적인 결정안이 나왔습니다. 정책결정에 참가한 수많은 의원들의 토론과 의견들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모두가 합리적인 타협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에있는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의 편의와 복지, 그리고 전세계에 만연중인 당뇨병의 개선과 치료를 위해서도 이번에 논의가 진행된 헥사인슐린(Hexa Insulin)에 대해서는 의학계에 전면적인 보급과 활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에따라.....”
대변인의 성명은 제법 길었다.
하지만 리베트와 집회 참가자들은 앞부분만 듣고도 확신할수 있었다. 자신들이 그렇게 원하던 헥사인슐린(Hexa Insulin)의 대중화가 결정된 것이다.
“리베트 협회장님.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와아아!”
“NDPA-만세!”
“이번에는 우리가 이겼다!”
곳곳에서 함성과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주변에 배치된 각 언론사의 취재기자들이 이것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또한 워싱턴 집회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TV-를통해 지켜보던 미국내의 수백만명의 당뇨병 환자들과 가족들까지도 환호성을 내질렀다.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개된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카르텔의 로비와 압박을 이기고 네오메디컬 연구소에서 개발된 헥사인슐린(Hexa Insulin)이 의학계에 대중화되는 정책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것으로 미국내에있는 수백만명의 당뇨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게되고, 엄청난 혜택을 입을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4대 메이저 방송국들이 특집으로 보도를 시작했다.
워싱턴에 취재팀을보낸 전세계의 유명 언론사들도 이번사건을 특종으로 다루었다.
제약업계에 이변이 벌어진 사건이였고 이것이 상징하는 부분은 엄청났던 것이다.
“역시 이럴줄 알았다니까! 하하!”
펑! 퍼펑~ 송재동이 준비된 샴폐인을 연거푸 터뜨렸다. 한병에 50만원이 넘어가는 것이지만 결코 아깝지 않았다.
이것이 승리의 기쁨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