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
바이오 레이더(Bio Radar)
“중국놈들. 이곳을 자기들 땅인거처럼 활개치고 다니는군.”
“현재까지 파악된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태천을향해 말했다.
그러자 망원경으로 전방을 주시하던 김태천이 종이에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김태천이 그리는것은 적 군사기지와 캠프에대한 개략적인 구조다.
전투를위해 먼저 해야할것은 정보수집이다.
추격대로부터 구출한 리빙스턴을통해 여러가지 자료들을 수집했다.
그러나 직접와서 관찰하는것과는 다르다.
여기는 반나절정도 정글을 헤치고 나온뒤에 도착한 곳이다.
그래도 리빙스턴이 정글에서의 경험이 풍부했기에, 적에게 쫓기면서도 탈출했던 적 기지에대한 위치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 도착한뒤 김태천과 프리먼은 신속하게 지시를 내렸다. 적 기지를 관찰할수있는 고지대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대원들을 적이 올지도 모르는 장소등에 배치했다.
이것이 끝난뒤에 정찰이 시작되었다.
“내부에는 여러개의 건물들이 있지만 여기가 본부인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태천이 한지점을 가리켰다.
기지내에는 20여개의 크고작은 건물들이 있었다. 몇채는 현대식의 콘크리트로 지어졌고 나머지는 정글에서 얻을수있는 통나무와 기타 재료들을 이용해 건설된 것이다.
그리고 주변으로 나무목책과 철조망등을 세워놓았고 군데군데 감시용의 망루들이 보였다.
“현재까지 파악된 적들의 숫자는 대략 150명의 수준입니다. 아군보다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해볼만한 상황입니다.”
프리먼이 대답했다.
이곳에도 중국의 특수부대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숫자는 3~40명정도의 수준이고 나머지는 지역의 게릴라들이다.
포로로 잡은 두명의 게릴라들을 심문해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이 지역의 게릴라들은 산디노(Sandino)-라는 조직이다.
몇년전만해도 세력이 큰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중국의 지원을받아 상당한 규모로 증가된 상태다. 현재까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산디노 조직은 정세가 복잡한 니카라과(Nicaragua)를 위협하는 막강한 조직으로 떠오른 상태다.
중남미는 이전부터 정치와 사회가 불안했다.
멕시코와 남미의 마약카르텔이 중남미를 거쳐서 이동했다.
그리고 과거의 냉전시대에는 중남미에서 미국과 소련의 세력들이 서로간에 대리전쟁도 벌였다. 그중에서도 니카라과는 무장게릴라와 반군이 맹렬하게 활동했던 국가다.
이제 산디노(Sandino)가 강력한 반군세력으로 떠오르면서 니카라과는 다시 혼란의 정세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지금 우리들이있는 모세라(Moseira) 지역에있는 게릴라 부대들도 산디노 조직의 일부였다.
“다행히 납치되었던 탐사대원들은 무사한거 같군요. 그러나 리빙스턴의 말대로 저놈들이 언제라도 포로로 잡은 탐사대원들을 처형할수도 있으니 느긋하게 시간을 끌수는 없을거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김태천도 동의했다.
적들의 숫자가 아군보다 많지만 충분히 해볼만한 상황이다. 대원들의 실력은 뛰어났고 기습의 장점이 있었다.
그때 리빙스턴이 다가왔다.
“실장님. 한가지 더 말할것이 있습니다.”
“어떤 것입니까?”
“제가 탈출할때에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확인은 못했지만 저곳에는 납치된 우리쪽 탐사대원들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있었던거 같습니다.”
“이지역의 원주민들 입니까?”
“그렇습니다.”
리빙스턴이 말했다.
여기 정글지대에는 아직도 문명과 동떨어져 살아가는 원주민 부족들이 꽤 있었다.
리빙스턴이 도망치면서 들렀던 어떤 부족마을은 모든것이 불타고 폐허가 된곳도 있을 정도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중국 특수부대와 무장 게릴라들에게 원주민부족은 처음부터 상대가 안되었던 것이다.
리빙스턴의 요청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나혼자 단독으로 결정할수는 없었다.
잠시 시선을 김태천과 프리먼에게 향했다.
두사람도 납치된 탐사대원들을 구출하는것이 최우선이긴 했다. 그러나 저안에 다른 사람들이 잡혀있다면 그들을 구하는것도 필요했다.
“이번작전의 목적중에 하나는 저녀석들을 전멸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충분히 가능할거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전투와 작전을 위해서도 이지역의 원주민 부족들과 협력관계를 만드는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프리먼이 말했다.
그것에대해 같은 생각이다.
중국이 니카라과의 산디노(Sandino)조직을 지원하는건 어떤 목적이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잘만 이용하면 내쪽에도 상당한 이득이 될수있다. 우리들이 동의하자 리빙스턴의 표정이 밝아졌다.
***
흐릿한 초승달이 밤하늘에 걸려있었다.
가끔씩 지나가는 먹구름에 달빛이 가렸다.
그때는 주위가 칠흙같은 어둠으로 변하였다.
슥! 스윽! 대원들이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위장크림을 얼굴에 발랐고 군용대검과 침투용의 장비들도 점검했다.
이번 전투에서 강력한 위력을지닌 컴파운드 보우(Compound Bow)는 상당한 효과를 나타냈다.
대원들 중에는 컴파운드 보우외에 특수용으로 제작된 석궁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컴파운드 보우에비해 발사속도는 느리지만 대신에 정확하게 조준할수 있다는것이 장점이다.
“침투루트는 여기가 적당할거 같습니다.”
“적에게 들키지않고 최단거리로 접근할수 있는 통로군요.”
“그렇습니다.”
프리먼이 말했다.
그곳에도 망루가 있었고 경계병이 배치된 상태다.
하지만 수풀이 키높이만큼 자랐고 이것을 이용하면 충분히 근처까지 도달할수 있었다.
“배기성과 오창석팀은 좌우쪽에. 그리고 램버트팀은 정문쪽을 맡아주게.”
“알겠습니다.”
램버트가 대답했다.
그는 러시아의 특수부대인 스페츠나츠 출신으로 실력이 뛰어났다.
나의 미스릴(Mithril)부대에는 국적을 상관하지 않는다. 때문에 다양한 국가의 특수대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침투조의 구출이 끝나면 공격을 개시한다. 적들의 숫자가 아군보다 많지만 저놈들에게 프로의 전투가 무엇인지를 보여줄때다.”
“기대가 되는군요.”
배기성이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후 침투가 시작되었다.
스윽! 슥! 수풀을 헤치면서 천천히 나아갔다.
이번의 침투조에는 나와 김태천, 그리고 프리먼을 포함해서 대략 10명으로 구성되었다.
내부에있는 탐사대원과 원주민 부족들의 구출이 성공하면 신속하게 두번째 작전이 진행된다.
그것은 외부에 대기하고 있던 배기성, 오창성, 그리고 램버트팀이 적을향해 막강한 화력을 퍼붓는 것이다.
적을 교란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적들의 주력이 정문쪽으로 모이면 구출된 인원들을 탈출시키며 내부에서 적의배후를 급습하는 것이다. 구출된 사람들을 탈출시키는건 리빙스턴이 담당하기로 하였다. 그가 직접 총을들고 싸우는건 무리지만 대신에 이런 부분에서는 탁월했으니 말이다.
“저놈들 완전히 방심하고 있군요.”
망루를 쳐다보던 김태천이 냉소했다.
두사람이 강력한 컴파운드 보우(Compound Bow)에 화살을 장전했다.
거리는 제법되지만 두사람의 실력은 확실했다.
쉬잇! 핑! 낮은 파공성이 터지며 망루에있는 경계병을향해 화살이 날아갔다.
큭! 짧은 비명이 터지며 양쪽 망루에 배치된 경계병이 쓰러졌다. 그것을 확인하자 같이온 대원들이 철조망을 자르기 시작한다.
딸깍! 몇분사이에 2~3명이 거뜬히 지나갈수있는 통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대원들은 우리들이 통과한뒤에 잘라냈던 부분을 테이프로 다시 붙여놓았다.
이것은 혹시라도 순찰병이 지나가며 둘러봐도 철조망이 뚫렸다는걸 찾아내지 못하도록 하는것이다.
***
어둠속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들.
김태천과 프리먼의 동작이 날렵하다.
함께온 리빙스턴은 그것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이정도로 감쪽같이 침투하다니? MCU-펀드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군요.”
“평소에는 주로 비니지스 활동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또 다른 대응을하는 팀원들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리빙스턴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그를 만난것은 한번정도다.
그때 리빙스턴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정글탐험에 경험이 많다해도 열대우림은 언제나 위험한 곳이다.
언제 어디서 긴급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런데도 리빙스턴은 네오 메디컬(Neo Medical)연구소의 프로젝트를위해 자진해서 탐사대를 이끌고 여기까지 온것이다.
따라서 그가 헌신한 만큼 충분한 보답을 받을필요가 있었다. 얼마후 몇개의 건물들을 지나칠때 리빙스턴이 멈추었다.
“실장님. 저쪽에서 뭔가 소리가 난거 같은데.”
리빙스턴의 말에 김태천과 프리먼에게 신호를 보낸뒤에 집중했다. 거리는 좀 떨어져 있지만 고통에찬 신음소리다.
“저기부터 먼저 확인을 해봐야 겠군요.”
“알겠습니다.”
프리먼이 대답했고 소리가 들린곳을향해 나아갔다.
그러자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끄아악! 사내의 신음소리다.
그리고 간간이 여성의 흐느끼는 울움도 뒤섞여 있었다. 건물의 벽면까지 접근하자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소독용 알코올과 각종 약품냄새까지.
“설마 했는데... 역시나!”
리빙스턴이 분노했다.
하지만 지금은 침투상황이기에 큰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저안에서 벌어지는 광경들-
건물에있는 창을통해 내부를 들여다 보았다.
흰색의 가운을걸친 몇명의 의사들이 있었다.
자기들끼리 중국어로 대화중이다.
그들의 아래쪽에는 수술대처럼 보이는 장비가 있었고 그위에 한명의 사내가 묶여진채 몸부림쳤다.
명백히봐도 환자를 수술하는건 아니였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중국놈들이 원주민 부족과 마을을 습격한 이유가 저것이였군요. 그들을 생체실험에 사용할 재료로 쓰기 위해.”
프리먼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김태천과 대원들이 돌입준비를 하였다.
권총에 소음기를 장착했고 프리먼의 신호를 기다렸다.
덜컹! 문이열리며 선두로 프리먼이 뛰어들었다.
내부에있던 중국인 의사들이 당황하며 대응했다.
퓽! 퓨퓽! 소음권총에서 탄환이 발사되며 정면의 의사를 쓰러뜨렸다.
나머지 대원들이 돌진해 들어갔다.
내부에서 대원들이 전투를 벌일때 눈앞에 메세지가 나타났다.
[ 바이오 레이더(Bio Radar), 우측에서 1명 접근중! ]
신속하게 움직이며 벽뒤에 숨었다.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음권총에 놀란 상대가 속도를 높였다.
흰색가운위에 군복을걸친 중년사내.
이녀석이 중국인 의사들의 팀장인게 분명했다.
“적이.... 퍽! 크억!”
소리칠려는 중년사내의 뒤통수를 소음권총을 내리쳤다. 바닥에 쓰러지자 옆으로 대원이 다가왔다. 신속하게 수갑을 꺼내어서 결박했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적들을 전부 죽이는것 보다는 한두명정도 살려두는게 필요했다.
저안에서 중국인 의사들이 생체실험을 했다면 그것에대한 정보를 얻는것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끄으으윽!”
수술대위에 해부를 당했던 원주민 사내는 더이상 버티지 못할거 같았다.
김태천에게 신호했고 그러자 소음권총을 겨누었다. 원주민 사내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더이상 살수 없다는걸 인식한듯 보였다.
퓽! 소음권총이 발사되며 원주민 사내의 이마를 관통했다. 바닥에는 대원들의 사격에의해 고깃덩이로 변해버린 중국 의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안쪽에는 각종 컴퓨터와 장비들도 있었다.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자료들부터 챙기는게 좋겠군요.”
“알겠습니다.”
두명의 대원이 다가갔고 컴퓨터에서 하드와 메모리등을 빼냈다.
이곳에서 중국인들이 무슨짓을 하고 있었는지는 나중에 자료를 분석해봐야 알것이다.
내부에는 두명의 원주민 여자들이 갇혀있었다. 그녀들은 대원들에의해 구출되었고 리빙스턴이 통역을 하였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아도 여기가 단순한 군사기지가 아니란것은 충분히 알수 있었다.
어쩌면 다른곳에 이런 시설이 더 있을 가능성도 많았다.
“짱개놈들이 이제는 전세계를 상대로 미친짓을 하는군요.”
“어느정도 예상했던 부분인데, 그동안 비밀리에 하느라 우리쪽에서 몰랐던 것이지요.”
“이렇게 된이상 철저하게 박살을 내버려야 겠습니다.”
김태천과 프리먼이 냉소를 지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중국이 나의 조직과 부하들을 건드렸으니 그 댓가를 받을 차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