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
1시간이면 충분하다
“오빠! 그게 정말이예요?”
“당연하지.”
이재박이 우쭐거리며 대답한다.
그러자 맞은편에있는 두명의 여자들이 놀라고 있었다.
짙은 화장을 하였고 술이 몇잔정도 들어간뒤로 양볼이 발그레하게 변해있다.
그녀들의 옷차림이나 행동에서도 허영심이 가득했다. 이윽고 좌측여자가 기대섞인 표정으로 말한다.
“어머! 진짜로 대단하네요.”
“맞아. TM 엔터테이먼트라면 한국에서 최고의 기획사잖아. 거기에서 재박오빠가 매니저를 했었다니.”
“역시 최고로 좋은 기획사에서 일해서 그런지 이제보니 오빠도 멋있게 보이네.”
여자들의 칭찬에 이재박의 어깨가 들썩거린다.
한국에서는 별볼일없이 지냈던 그였지만 일본에 와서는 인기상승 중이다.
하지만 이것도 이재박이 여자들을향해 돈을 물쓰듯 펑펑 써대고 있으니 벌어진 상황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재박이 그런것까지 파악할만큼 머리가 좋은것도 아니다.
“만약에 너희들중에 재능이나 잠재력이 있다면, 내가 나중에 TM 엔터테이먼트의 정태만 사장님에게 말해서 스타로 키워줄수도 있어.”
“부탁해요. 재박오빠~”
여자들의 애교에 이재박의 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재박은 자신에게 닥쳐올 상황은 꿈에도 몰랐다.
그가 여자들과 놀고있던 테이블에서 좀 떨어진 자리.
그곳에는 두명의 사내가 있었다.
건장한 체격에 눈빛이 매섭다.
두명은 느긋하게 위스키를 마시면서 이따금씩 이재박쪽을 관찰했다.
“멍청한 놈은 어쩔수없군.”
“일본으로 도망왔으면 인테넷도 안되는 시골 구석진곳에 숨어도 모자랄판에 오사카의 유명 클럽에서 돈을 펑펑 쓰면서 떠들고 있다니.”
“너무 싱거워서 사냥할맛도 안날 정도군.”
김태천이 피식 냉소를 보인다.
이재박을 관찰중인 두명은 강민에게 지시를 받은뒤 일본으로 파견된 김태천과 오창석이다.
그리고 이후에 박광석팀이 합류했다.
예상대로 이재박을 추적하고 찾아내는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유성태를 배신한 댓가로 정태만에게 상당한 돈을 받았다.
그리고 이재박처럼 멍청한 기회주의자는 자신에게 큰돈이 생기면 앞뒤 생각없이 낭비하느라 정신이 없는것이다.
“술을 많이 마셨더니 화장실을 좀 갔다와야겠네.”
“아앙~ 한창 재밌어지고 있었는데.”
“걱정마. 갔다와서 또 이야기 해줄테니까.”
이재박이 우쭐거리며 일어났다.
***
“으으, 취한다.”
소변을보던 이재박이 중얼거렸다.
입가가 찢어지고 기분까지 좋아졌다.
자신에게 이런날이 오다니?
이제까지 수많은 여자들에게 투명인간 취급받고 인기조차 없었는데 말이다.
“유성태 그 새끼가 처음부터 잘난척한 것이 실수지. 감히 정태만 사장님을향해 덤벼? 킥킥! 꼴좋다.”
이재박이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그때 이재박의 뒤쪽으로 두명이 나타났다.
이재박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건장한 체격이다. 그러자 이재박이 본능적으로 움찔한다.
등장한 두명중에 한사내가 이재박의 어깨에 한손을 올리며 말했다.
“여자들하고 돈 펑펑 쓰면서 노니까 재밌지?”
“너 뭐야?”
“지금부터 너랑 재밌는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 그러고보니 너 저기서 꽤 재밌게 떠들던데 말이야.”
“너희들 깡패야? 이거 놔!”
“역시 말로해서는 안되겠군.”
김태천이 냉소했다.
순간 이재박이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
퍼억- 이재박의 복부로 강타가 들어왔다.
내장이 끊어질듯한 고통.
헛기침을 삼키며 이재박의 상체가 앞으로 구겨졌다.
“이거 맷집이 형편없군. 혹시라도 죽을까봐 일부러 살살 쳤는데 말이야.”
김태천이 피식 냉소를 지었다.
그에반해 이재박의 얼굴은 완전히 구겨졌다.
잠시후 김태천이 이재박의 뒤덜미를 내려쳤다.
단순하면서 강력한 동작.
진정한 프로의 솜씨다.
“커억!”
단 두방으로 끝이였다.
바닥으로 쓰러진 이재박을향해 오창석이 갖고왔던 위스키병을 뿌렸다. 진득한 술냄새가 확 피어오른다.
“그럼 데려나갈까?”
오창석과 김태천이 기절한 이재박을 부축하며 나갔다. 화장실에서 이재박이 질질 끌리며 나오자 클럽에있던 종업원이 당황했다.
“손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친구가 술을 너무 마셨지 뭡니까?”
“자식! 그러길래 적당히 마시라고 했는데.”
김태천과 오창석이 맞장구쳤다.
그리고 이재박의 몸에서 진동하는 술냄새를 확인하자 종업원도 옆으로 피했다.
클럽에서는 가끔씩 술이 떡이되어서 친구들에게 실려나가는 취객들도 꽤 있었다.
따라서 특별히 이상한 일도 아니였다.
얼마후 클럽을나온 두명은 부축해왔던 이재박을 차의 트렁크에 쑤셔넣었다.
***
촤악- 차가운 냉수가 뿌려진다.
그러자 기절해있던 이재박이 정신을 차렸다.
“으아아...!”
처음에는 괴성을 질렀지만 나중에는 표정이 굳어진다.
눈동자가 흔들렸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자신은 단단한 철제의자에 묶인채였다.
딸깍! 후레쉬의 불빛이 이재박을향해 비추어졌다.
“뭐야? 여기는 어디야?”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거 같군.”
“네놈들은....”
김태천의 음성을듣자 이재박의 등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자신의 기억이 어디서 끊겼는지 확인되었다.
화장실에서 기절했고 그때 나타났던 두명중에 하나다.
“먼저 네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줄까?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자 내부가 조금 밝아진다.
주위는 칙칙한 콘크리트로된 벽이다.
문은 오로지 한개.
그리고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서 네가 비명을 아무리 질러도 밖에 사람들은 모를거야.”
“이건 납치야. 납치가 얼마나 큰 범죄인지 알아?”
“그래서 경찰에 신고 하겠다고?”
“.....”
김태천의 말에 이재박은 움찔했다.
잠시후 문이열리며 강민이 들어왔다.
“이녀석 이군요. 유성태의 전 매니저.”
“그렇습니다. 실장님.”
“너희들 대체 뭐야? 뭣때문에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겁니까.....”
기세좋게 따지던 이재박의 음성이 잦아든다. 이쯤에서 녀석도 분위기가 파악된 것이다.
“어느정도 걸릴거 같습니까?”
“1시간이면 충분할 겁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그것보다 저를 여기서 풀어주세요.”
“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따라 다르지.”
김태천이 말하며 양손을 깍지낀다.
그러자 뚜두둑-하며 뼈소리가 나왔고 이재박의 얼굴은 공포로 휩싸였다.
김태천에게 간단하게 지시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잠시후.
퍽! 퍼퍽! 둔탁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뒤를이어 이재박이 고통으로 울부짖는 비명이 시작된다.
***
“생각보다 괜찮은 정보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재박을 잡은것은 역시 효과가 있군요.”
“맞습니다.”
김태천이 말했다.
처음에 1시간 정도라고 했지만 이재박이 1시간을 버티는건 불가능이다.
30분이 지난뒤에 녀석은 지옥같은 고통에서 살려달라고 애걸했다. 그리고 나머지 30분은 자백의 시간이였다.
“정태만이 그정도로 비열한 짓을 해왔다니. 실장님. 절대로 그냥 놔둘수 없습니다.”
박광석이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박광석이 분노한 큰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장미연의 자살에는 정태만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신문에는 자살로 나왔지만 이것도 좀 의심스럽다.
장미연은 TM 엔터테이먼트 소속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몇달전 자신의 숙소에서 투신자살을 하였다.
그리고 장미연이 자살하게된 결정적인 원인이 정태만의 강압에 못이겨 일본에서 성접대를 하게된 것이였다.
이전에도 한국의 연예계에서 속칭 성접대 사건과 스캔달이 있었다. 그런데 정태만은 소속사의 여자 연예인들을 상대로 일본에서 그런짓을 한것이다.
“여기에는 정태만 녀석이 크게 한몫을 벌려는 욕심과 야쿠자들과의 결탁이 있었을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일본으로 끌려가서 원정 성접대를 하게된 연예인들도 장미연 한명만이 아닌듯 합니다. 아직 TM 엔터테이먼트에서 스타로 뜨지못한 연습생들과 스타 지망생들을 데려가서 성접대를 시킨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번에 정태만이 원정 성접대를위해 신인들을 데리고 또 온다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오히려 잘 되었군요. 스스로 무덤을향해 들어오니까.”
“정태만 녀석. 지옥을 경험할거 같습니다.”
박광석이 주먹을 쥐었다.
그는 아이돌의 아재팬으로서 정태만에대한 분노가 엄청났다. 때문에 이번사건에서 박광석은 정말로 열정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제 그 보답을 받을 차례다.
***
“사장님. 정말로 고마워요.”
“우리들같이 이름도 없는 신인들을 벌써부터 데뷔시켜 주시다니.”
“다만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서부터 먼저 데뷔라서 좀 그렇지만,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뒤에 한국으로 다시 진출하면 되니까.”
“맞습니다. 사장님. 국내의 연예인들중에 그렇게 뜬 한류스타들도 많지요.”
“당연하지.”
정태만이 조명진을향해 맞장구쳤다.
조명진은 이호성이 TM 엔터테이먼트에 있을때에 매니저일을 배우던 후배였다.
하지만 이후에 이호성을 배신하고 정태만에게 달라붙었다.
조명진은 정태만이 신임하는 부하가 되었고 이제는 일본에서 진행되는 원정 성접대에도 같이 참가한 것이다.
두명의 속셈은 전혀 모른채, 일본에 도착한 열명의 소녀들은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스타의 꿈을가지고 한국최대의 소속사인 TM 엔터테이먼트에 지원했고 덜컥 오디션에 합격한 것이다.
실제로 그녀들은 가창력이나 댄스실력도 그닥이였다. 다만 귀여운 외모와 비쥬얼은 좀 괜찮지만 그것으로 스타가 되기는 힘들다.
‘멍청한 계집들. 너희들이 오디션에 합격한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목적을 위해서일 뿐이지.’
조명진이 히죽거렸다.
정태만과 함께온 10명의 소녀들은 공항청사를 나섰다.
처음 방문한 일본의 모습에 설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신인데뷔를 한다는 사실에 정신이 없었다.
마치 꿈만 같았다.
잠시후 그들의 앞으로 검은색의 승용차들이 도착했다.
그안에서 내리는 사내들은 검은색 양복에 인상이 좀 험악했다. 몇명은 머리를 빡빡밀었고 문신이있는 경우도 있었다.
“사장님. 저사람들은 누구예요?”
“너희들이 일본에서 데뷔를 하기위해서는 일본에있는 기획사들과 공동업무를 해야하거든. 저분들은 그곳은 직원들이야. 너희들은 아무 걱정할 필요도 없어.”
“그렇네요.”
정태만의 대답에 10명의 소녀들은 안심했다.
차에서내린 사내가 정태만에게 다가왔다.
“이번에는 제법 많은 숫자를 데려오셨군.”
“당신들이 원하면 더많은 조선의 어린 계집들을 데려올수도 있소. 어차피 조선에는 스타가 되겠다고 우리에게 찾아오는 골빈 계집들이 많아서 말이요.”
“크흐흐. 그런가? 하긴 조선은 언제나 일본을위해 봉사하는걸 숙명으로 여기는 국가였지.”
“맞습니다. 형님. 지금도 조선에서는 과거 일본의 식민지 시대를 그리워하는 조센징들도 있고요.”
정태만과 접선한 야쿠자들이 킬킬거렸다.
그리고 정태만과 그들의 대화는 일본어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나머지 소녀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전혀몰랐다.
부하들을 데리고온 간부가 10명의 소녀들을 훑어보았다.
눈빛이 음흉했다.
“확실히 쓸만하군. 조선의 계집들은 얼굴도 괜찮고 몸매와 피부가 확실히 좋단말이지. 이번에도 우리의 고객들이 기뻐하겠군. 이것도 모두 당신 덕분이요.”
“감사합니다.”
정태만이 간부를향해 고개를 숙였다.
얼마후 아무것도 모르는 10명의 소녀들은 정태만의 지시에따라 차에 올라탔다.
정태만은 이번에도 모든것이 순조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커다란 착각일 뿐이다.
“선배님. 정태만과 야쿠자 놈들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데려온 10명의 어린 소녀들도 같이 있습니다.”
배기성이 김태천을향해 보고했다.
이재박의 정보에따라 정태만이 일본으로 오는걸 파악했다.
그뒤에 감시하고 추적하는건 충분했다.
얼마후 보고를마친 배기성과 동료들이 미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