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31화 (131/300)

# 131

복수의 시간이다

도쿄 외곽에있는 후지산 기슭-

여기에는 일본에서 최고의 시설과 의료진을갖춘 사립병원이 있었다.

이름은 <메이지병원>이였고 가끔씩 일본 언론에도 소개된적이 있었다.

여기에는 대부분 특실과 VIP-병실들이 있었고 보통의 일본서민들은 입원할 엄두조차 못낸다.

때문에 여기에 입원해있는 환자들중 상당수는 일본에서 돈많은 갑부거나 거물급 정치가, 또는 유명인사 들이다.

평소에도 유명인들이 자주 입원하는 메이지병원 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병원장부터 시작해서 의사들, 그리고 간호사들까지 모두 긴장했다.

그럴것이 일본최고의 재벌기업 총수인 야스히로 회장이 입원한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는 다르게 알려져있다.

야스히로는 본인의 집무실에서 쓰러진뒤에 도쿄 국립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발표되었다.

먼저 이송된것은 도쿄 국립병원이 맞다.

하지만 이것은 최측근인 카가미가 언론의 눈을 속이기위해 벌인짓이다.

이후에 야스히로 회장은 특별헬기를통해 후지산 기슭에있는 메이지병원으로 이동한 것이다.

“오다 선배님. 야스히로 회장이 실제로 입원중인 병원은 여기가 확실하군요.”

“야스히로 회장의 최측근인 카가미가 여기에 나타났다는 사실이 증거인 셈이지.”

오다가 후배를향해 대답했다.

두명은 아사히 신문의 기자들이다.

그리고 아사히 신문은 이전에 강민이 일본에서 야스오 박사의 면진설계와 그에대한 작전을 펼칠때에 협력했던 언론사다.

아시히 신문은 그것으로 여러번의 특종을 터뜨렸고 지금은 과거보다 위상이 훨씬 높아졌다.

그리고 강민은 그 댓가로 아사히 신문과 방송쪽에 상당한 금액의 광고료와 자금지원을 했다.

아사히 신문으로서는 거의 대박에 가까운 엄청난 돈이였지만 강민이 일본에서의 작전을통해 챙긴 막대한 거금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할 수준이다.

그리고 강민은 이번에도 아사히 신문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그것은 아사히 신문에 극비정보를 전해준 것이다.

미쯔비시의 야스히로 회장이 실제로 입원한 병원은 도쿄 국립병원이 아니라 <메이지병원>이라는 것.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오다와 후배기자가 투입되었고 병원 근처에서 잠복했다.

얼마후 그들이 기대하던대로 메이지병원에는 검은색의 승용차가 도착했다.

그곳에서 야스히로 회장의 최측근인 카가미가 내린것이다.

“조금전 장면을 확실하게 촬영했지?”

“물론입니다.”

“이것으로 확실한 특종이다.”

오다가 주먹을 쥐었다.

다른 방송국과 신문들은 도쿄 국립병원의 앞에 진을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야스히로 회장의 특별실을 방문하지 못했고 행방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것도 당연했다.

실제로 야스히로 회장은 후지산에있는 최고급의 사립병원인 메이지병원에 숨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단순히 언론의 눈을피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병원들도 많은데 여기로 온것은 좀 이상하네요.”

“너도 그렇게 느꼈지? 뭔가 수상한 부분이 많아. 어쨌든 좀더 조사해보면 나오겠지.”

오다의 눈빛이 예리하게 변하였다.

***

문이열리며 양복을걸친 사내가 들어왔다.

눈빛이 예리했고 양복한쪽이 불룩하다.

그것은 안쪽에 권총을 감추고 있다는 뜻이다.

“회장님. 카가미 실장이 왔습니다.”

“어서 데려오게.”

“알겠습니다.”

대답한 사내가 밖으로 나갔다.

그는 야스히로 회장의 병실을 지내는 경호원들중에 한명이다. 메이지병원으로 옮긴뒤에 야스히로는 최고급 VIP-병실로 옮겨졌다.

그리고 안전을위해 야마토 유니온에서 파견한 요원들이 24시간 철통같은 경비를서고 있었다.

때문에 카가미가 야스히로의 최측근이라해도 경호원에게 허락을 받아야 들어갈수 있었다.

얼마후 문이열리며 카가미가 들어왔다.

“어떻습니까, 회장님?”

“루퍼트 녀석의 병신같은 짓때문에 내가 쓰러졌지만 대일본제국의 부활을 보기전까지는 절대로 죽을수없지.”

“당연하십니다.”

카가미가 대답했다.

야스히로가 리모컨을 들더니 병실에있는 대형 벽걸이 TV-를 켰다. 화면에서는 야스히로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들이 나오고 있었다.

태평양 전쟁때의 일본군들이 승리하고 적들을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야스히로가 특히 좋아하는건 난징대학살의 장면이다.

이것은 사진으로만 기록이 있지만 야스히로가 보는건 당시의 학살을찍은 영상이다.

야스히로는 이것을 극비로 입수해서 변태적으로 자주봤던 것이다.

“저 장면들을 볼때마다 과거에 우리 대일본제국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느낄수있지.”

“저도 볼때마다 피가 솟구칩니다.”

카가미가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동안 지켜보던 야스히로가 질문했다.

“그런데 프랭크의 배후세력에대한 추적에 성공했다고?”

“그렇습니다. 예상대로 놈들의 실체는 미국에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확실하겠지?”

“물론입니다. 사카다 소령이 야마토 유니온에서 추가병력까지 차출해서 출발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있는 야마토 유니온의 병력까지 합치면 200명이넘는 막강한 전투력입니다.”

“야마토 유니온의 대원들은 대일본제국이 키워낸 최강의 전사들이니까.”

야스히로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야마토 유니온의 지원을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다. 이제부터 그 결과가 나올 순간이다.

“한놈도 살려두지마라. 설령 포로로 일부를 잡더라도 고문하고 정보를 캐낸뒤에는 모조리 죽여라! 어떻게 죽이든 상관없다. 기왕이면 더 잔혹하게 죽이는것도 좋겠지.”

“사카다 소령의 실력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기대가 되는군. 기왕이면 여기서 우리 대일본제국이 탄생시킨 전사들의 활약을 보고싶군. 가능하겠나?”

“물론입니다. 사카다 소령을 포함해 작전에 참가할 야마토 유니온 대원들은 최첨단의 통신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야스히로 회장님께서 실시간으로 습격작전을 지켜보실수 있습니다.”

“좋아. 기대가 되는군.”

대답을마친 야스히로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

“이런곳에 숨어있었을 줄이야.”

“이제부터 복수의 시간이다.”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마사토가 입술을 깨문다. 그는 사카다 소령의 부하중에 한명으로 정찰팀을 지휘했다.

미쯔비시 본사의 특별부서에서 운좋게 찾아낸 흔적-

그것을 추적하자 미국 네바다 사막의 안쪽에있는 허름한 마을이 나왔다.

과거에 여기에는 광산이 있었지만 지금은 폐광된 상태다. 그리고 광산때문에 생겼던 마을은 몰락했고 주민들도 수년전에 떠나버렸다.

지금은 완전히 버려진 마을이다.

위치를 찾아낸뒤에 사카다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마지막 기회였고 실수는 용납되지 않았다.

그리고 확실한 습격기회를 잡기위해 먼저 정찰팀을 보낸것이다.

“마사토 팀장님. 저기에 움직임이 있습니다.”

“어디인가?”

“3시방향에있는 창고건물 입니다.”

“확실히 그렇군.”

부하의 말에 망원경으로 확인하던 마사토가 말했다.

3시방향에는 여러개의 창고용 건물들이 있었다.

중앙에있는 창고들의 유리창에 사람의 그림자가 왔다갔다 한 것이다. 이것을통해 프랭크의 배후세력들이 마을에 숨어있다는 사실은 틀림없었다.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들을 서둘러 사카다 소령님에게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지시를받은 대원이 통신을 시작했다.

***

“재밌게 진행되는군요.”

“사카다 녀석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이미 우리들이 쳐놓은 그물에걸린 상태입니다.”

김태천이 말했다.

박광석팀을 시켜 일부러 남겨놓은 흔적을따라 야마토 유니온은 걸려들었다.

함정을파고 매복을위해 고른 장소는 네바다 사막에있는 플래그빌(Flagville)이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마을도 5~60km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네다바 사막은 광대한 크기외에도 다양한 지형을 갖추고 있었다.

북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과는 또다른 형태다.

유인장소로 선택한 플래그빌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계곡이 있었다.

계곡의 정상에서는 마을안에서 움직이는 상황을 한눈에 관찰할수 있었다.

조금전 사카다 소령이보낸 야마토 유니온의 정찰팀이 마을 내부를 탐색하며 이동하는것도 파악한 상태다.

“선배님. 이것도 재밌는데요.”

배기성이 장난스럽게 말하며 리모컨을 조작했다.

적을 속이기위해 김태천은 기발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것이 창고안에 사람 크기의 마네킹과 레일을 깔아놓고 주기적으로 움직이게 한것이다.

멀리서보면 사람이 있다고 착각할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창고안에는 김태천과 대원들이 미리 군데군데 폭발물들을 숨겨둔 상황이다.

이후에 야마토 유니온의 습격부대가 창고내부로 들어오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할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나의 지시대로 김태천과 미스릴 대원들은 습격해오는 야마토 유니온을 확실하게 섬멸시킬 함정과 준비를 해두었다.

***

“사카다 소령님. 지금까지 들어온 자료와 정보를볼때 확실합니다.”

“맞습니다. 저곳이 프랭크의 배후 세력들이 숨어있는 은신처가 분명합니다.”

부하들이 말했다.

그들의 눈에서는 적개심이 가득했다.

부하들과함께 사카다도 조금전 정찰팀이 보내온 영상을보는 중이다.

여러개의 창고들이 찍혀있는 영상과 그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것은 저곳이 적의 은신처라는걸 나타내는 결정적인 증거다.

그럼에도 사카다는 신중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조심해서 나쁠것은 없었다.

하지만 사카다에게 가해지는 상부의 압력과 재촉은 더 강했다.

“사카다 소령. 이렇게 시간만 끌다가는 그놈들이 언제 도망칠지 모르는 상황이요. 설마 다잡은 고기를 놓치겠다는 것입니까?”

루퍼트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로서는 어떻하든 이번일을 마무리짓고 다시 인텔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다.

루퍼트는 회사내에 일본으로 비니지스 출장을 간것으로 해놓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시간을 끌수는 없었다.

사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야마토 유니온이 미국에 마련한 작전기지에는 200명에 이르는 대원들이 있었다.

저마다 일본 자위대의 특수부대 출신이다.

그리고 작전기지에 보관중인 무기와 장비도 상당할 수준이다.

자동소총부터 시작해서 기관총, 그리고 각종 전투차량과 폭발물과 로켓탄까지... 그야말로 전쟁을해도 충분할 정도다.

사카다도 여기까지와서 물러날수는 없었다.

자존심이 걸렸고 실패하면 모든것이 끝이다.

“사카다 대장님!”

“알겠다.”

사카다가 대답하자 부하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이정도로 증거와 정보가 완벽한데 더이상 기다릴수는 없지. 지금부터 출동준비에 들어간다. 전대원에 무장지시를 내린다.”

“한바탕 해볼수 있겠군요.”

사카다의 명령이 떨어지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그들로서는 태평양전쟁때 미국에 박살났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에서 자신들이 특수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전투준비가 하달되었다.”

“서둘러라!”

간부들이 소리쳤다.

얼마후 작전기지에있는 무기고에서 자동소총과 기관총 그리고 다양한 무기들이 대원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런 무기들을 미국으로 숨겨오기 위해서 야마토 유니온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철컥! 자동소총의 노리쇠를 당겼고 탄창을 결합하는 금속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사카다는 부하들의 전투준비를 지켜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신중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생겼다.

이정도 수준이면 미국의 정예특수부대나 SWAT 부대와 싸워도 충분할 수준이다.

“이제부터 놈들에게 야마토 유니온과 대일본제국의 진정한 힘을 보여줄 것이다.”

“완전히 전멸시키고 말겠습니다.”

기세가 등등해진 부하들이 외쳤다.

루퍼트는 그것을보며 만족했다.

“나도 당신들과 같이 가겠소. 내눈으로 프랭크 그놈의 시체를 보고 싶으니까.”

“알겠소. 루퍼트 사장. 하지만 전투에는 참가하지 말고 후방에 있도록 하시요. 그것은 미쯔비시에서 온 기술자들도 마찬가지요.”

“당연합니다. 괜히 나섰다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루퍼트가 움찔하며 대답했다.

어차피 총들고 싸우는건 자신의 몫이 아니다.

그것은 야마토 유니온과 사카다 소령에게 맡겨두면 되는것이다.

루퍼트가 원하는건 자신은 곤경에 빠뜨린 프랭크를 직접죽이거나 그 시체에다가 권총탄을 마음껏 먹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사카다를 포함해 함성을 내지르는 야마토 유니온의 조직원들.

그리고 루퍼트까지도 자신들이 무덤을향해 스스로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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