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29화 (129/300)

# 129

가짜 증거를 남기다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를 지켜볼까.”

“실장님.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박광석이 질문했다.

적들사이에 첩자를 심어둔다는건 유용한 것이다.

하지만 첩자는 자신이 그런 역활을 한다는 사실은 꿈에서도 모를것이다.

“인텔의 루퍼트 사장이 일본으로 가는 중입니다.”

“그것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아마도 루퍼트가 일본으로 가는건 이번사건에대해 야마토 유니온을 포함해 관련된 일본 대기업들에게 설명하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루퍼트 자신도 똥줄이타는 상황이라...”

“듣고보니 그렇군요. 실장님이 루퍼트에게 암호통신으로 전화해서 300억달러(30조원)의 가격을 요구하셨으니까.”

“어차피 그들이 300억달러를 모두 내놓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얼마전 우리들이 보낸 자료와 데이터들을 검토했을 것이고 지금쯤은 상당히 고민하고 있을게 분명합니다. 그들로서도 이번거래를 무시해 버린다면 그렇게 손에 넣고싶은 인텔의 막대한 자료와 데이터들이 모두 날아가는 것이니 말이지요.”

“완전히 코너에 몰린 셈이군요.”

“따라서 지금 루퍼트가 일본으로 가는것은 야마토 유니온에 관련된 일본 대기업들을 설득하는걸 지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쪽에서 요구한 100억달러(10조원)의 선불가격도 결코 만만한 수준은 아니라서.”

“이번 작전은 정말로 마음에 듭니다. 일본 녀석들을 골탕먹이면서 엄청난 거금까지 챙길수 있다니.”

“작전이 원만하게 진행되어 일본기업들로부터 먼저 100억달러를 챙기는걸 성공하면 그돈은 인텔쪽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독특하시군요. 이유라도 있습니까?”

“이번 작전을통해 인텔의 루퍼트 사장은 퇴출시키거나 제거하는게 우선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인텔사장을 뽑아야 하는데.”

“나로서는 프랭크씨를 생각해두고 있습니다.”

“과연. 그리고 우리쪽에서 프랭크씨를 밀기 위해서는 역시 인텔쪽에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게 여러가지로 유리하겠군요.”

“맞습니다.”

대답을듣자 박광석이 미소를 지었다.

적의 돈줄과 자금을써서 우리쪽에 새로운 전략을 쓰는것.

이거야말로 일석이조다.

그리고 내가 인텔의 새로운 사장으로 프랭크를 추천하자 여기에대해 박광석도 찬성했다.

프랭크의 실력은 충분히 증명되었고 앞으로 인텔을 새롭게 이끌어나갈 인재임에 분명했으니 말이다.

***

도쿄의 중심에있는 테이코쿠(帝國)호텔-

수도인 도쿄에서 가장 비싸고 화려한 호텔중에 하나다.

역사도 깊었고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도쿄의 중심에있는 이 제국호텔에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졌다.

그래서일까?

이 호텔은 일본내에서 극우정치인들과 그 세력들이 비밀모임을 가지는 장소로 자주 활용되었다.

제국호텔의 정문쪽으로 여러대의 고급 승용차들이 멈춘다.

문이열리며 검은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나왔다. 얼마후에 노년의 대기업 사장이나 회장들이 비서와함께 나온다.

이들은 일본내에서 이름만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의 주인들이다.

“야스히로 회장님께 이런일이 생기다니!”

“멍청한 야마토 유니온의 녀석들. 그놈들이 일을 제대로 했으면 모든것이 완벽했을 것인데.”

소니(Sony)의 토리노 사장이 불만을 표시했다.

야마토 유니온에게 넘겨받은 인텔의 데이터를 검토했다가 가짜로 밝혀지면서 그도 폭발직전까지 갔던 상황이다.

야마토 유니온에 자금지원을 가장 많이 한것은 미쯔비시 재벌이였고 다음이 소니다.

이번에 인텔의 정보와 데이터만 제대로 들어왔으면 소니가 세계최고의 컴퓨터 기업과 전자기업이 되는것도 가능했다.

특히 소니는 후발주자로 추격해온 한국의 전자기업에게 밀리면서 어떤 분야에서는 추월당한 상태다.

그래서 소니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토리노 사장은 분개하며 밤에도 발광했다.

그리고 세계무대에서 소니는 한물갔다..! 라는 말이 나오면서 소니의 위치는 더 떨어져갔다.

‘인텔의 기술정보와 데이터만 있다면 삼진(Sam Jin)을 포함해 한국 놈들을 완전히 밟아버릴수 있는데...’

가짜 데이터로 가장 큰 충격과 손해를 본것이 소니(Sony)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야마토 유니온에 퍼부은 돈만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데 말이다.

“토리노 사장님. 지금은 화를 내기보다 사태를 수습하는것이 더 중요합니다.”

“알고 있소.”

토리노가 대답하며 냉정을 되찾았다.

얼마후 그들은 제국호텔의 입구에 대기중이던 수행원들을따라 내부로 들어갔다.

호텔에서는 오늘모임을위해 회의실이있는 20층은 완전히 비워두었다.

그곳에는 어떤 투숙객도 받지않았다.

그처럼 제국호텔에도 오늘모임은 중요했던 것이다.

***

넓은 회의실에는 다수의 중년사내들이 모여 있었다.

제국호텔의 20층에 마련된 회의실 주위는 철저하게 통제된 상태다.

야마토 유니온에서 파견된 조직원들이 주변을 경호했고 그들의 얼굴표정은 긴장된 상태다.

얼마후 문이열리며 두명이 들어온다.

하지만 두명다 회의실에있는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상황은 아니다.

들어온 두명은 카가미와 루퍼트였다.

원래 비밀회의를 주최하고 의장의 역활을 한것은 지금 병원신세로있는 야스히로 회장이였다.

그러나 야스히로 회장이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최측근인 카가미가 의장역활을했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의장이라니, 이제는 대일본제국 부활을위한 세력도 서서히 망가지는 순간이군.’

참가한 몇몇 대기업 사장들이 입가를 씰룩거린다. 그들이 야스히로 회장에게 가지는 신망과 존경심은 대단했지만 카가미에 대해서는 아니였다.

카가미도 이것을 느낀듯 미깐을 찡그린다.

그리고 카가미와 함께들어온 루퍼트 회장에 대해서는 싸늘하고 적대적인 눈길이 대부분 이였다.

카가미 조차도 같이들어온 루퍼트를 등신, 쪼다쯤으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번 사건의 책임이 루퍼트에게만 있는건 아니지만 결정적으로 프랭크에게 당한것은 루퍼트였다.

‘저런 병신같은 놈이 인텔(Intel)의 사장이였다니! 어차피 우리 대일본제국을위해 땔감으로 쓸 미국기업이니까 상관없지.’

자신을향해 파고드는 냉소적인 시선에 루퍼트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수없다.

오늘의 회의에서 저들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 될테니 말이다.

“카가미 의장. 야스히로 회장님의 상태는 어떻소?”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고 합니다.”“그나마 다행이군.”

카가미의 대답을듣자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이 안심했다.

그만큼 미쯔비시의 야스히로 회장이 일본 극우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했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계실테지만 우리들이 여기에 참석한 이유는 한가지 결정을 의논하기 위함입니다.”

“그놈들이 인텔이 수십년간 축적한 자료와 데이터에대해 300억달러(30조원)의 가격을 요구했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카가미 자네는 그것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하지만 인텔이 갖고있는 핵심기술과 연구개발의 데이터들은 그보다 더 가치가 있는건 사실입니다.”

“.....”

카가미의 말에대해 아무도 반박을 못했다.

인텔의 데이터만 있다면 여기에모인 일본 전자분야와 컴퓨터 대기업들은 단번에 세계최고의 수준으로 올라간다.

다시한번 일본의 전자산업이 전세계를 지배할수 있었다. 그 가치는 수백조원, 어쩌면 수천조원에 이를수도 있었다.

그리고 망가진 일본의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부분까지 생각한다면 인텔의 데이터와 자료가 가지는 가치는 더 크다.

“그래도 300억달러는 상당한 금액인데.”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쪽에서는 그 돈을 전부 적들에게 줄 생각은 없습니다. 선불로 줄 100억달러(10조원)를통해 프랭크의 배후세력을 끌어내고 섬멸시킬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랭크가 빼낸 인텔의 방대한 자료와 데이터도 되찾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100억달러 정도면 충분하다는 뜻인가?”

“물론입니다.”

카가미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근처에있던 루퍼트를향해 신호했다.

이자리에 루퍼트를 데려온 목적은 오로지 하나다.

참석한 일본 대기업 사장들을 설득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이번작전이 성공해서 프랭크를 없애고 녀석의 배후세력, 그리고 인텔의 자료들을 되찾으면 저는 인텔의 사장으로서 앞으로도 우리 인텔의 모든 데이터들과 기술들을 일본에게 무제한으로 제공할 것입니다. 인텔에는 현재 연구중인 여러가지 신기술들이 있습니다. 그것으로 일본의 전자산업과 컴퓨터산업, 그리고 수많은 기업들이 단번에 성장할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여기모인 여러분들이 전극적인 협조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루퍼트가 말하자 참석자들이 잠시 술렁거렸다.

카가미는 이것을보며 냉소를 지었다.

역시 루퍼트를 여기에 데려온 효과가 있었다.

얼마후 소니(Sony)의 토리노 사장이 말했다.

그가 미쯔비시의 야스히로 다음으로 여기에서는 존재감이 있었다.

“좋소. 카가미 의장의 말을 들어보니 미쯔비시도 이번 작전을위해 100억달러중에서 상당부분을 내놓을거 같은데.”

“물론입니다. 야스히로 회장님과 면담한 결과, 미쯔비시에서는 100억달러 중에서 1/2에 해당하는 50억달러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역시 야스히로 회장님은 배짱이 두둑하시군요. 그렇다면 나의 소니(Sony)에서도 참가하겠소. 그리고 나머지 회사들도 조금씩 돈을낸다면 충분할거 같군요.”

“감사합니다. 토리노 사장님.”

카가미가 토리노를향해 고개를 숙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루퍼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목이 잘릴뻔하다가 겨우 붙어있는 상태가 된것이다.

“프랭크의 배후세력에게 100억달러를 주는대신 철저하게 역추적을 해서 놈들의 장소를 알아내시요. 가능하겠소?”

“물론입니다. 여기있는 야마토 유니온이 가진 장비와 인원들을 모두 가동시켜서 찾아내고 말겠습니다. 또한 이번사건을 일으킨 프랭크의 배후세력에대해 야스히로 회장님도 반드시 복수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안심이 되는군. 야스히로 회장님이 자네를 최측근으로 둔 이유를 알거 같군.”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대답하던 카가미가 주먹을 쥐었다.

대일본제국의 부활을위해 방해가되는 존재는 모조리 없앤다. 그것이 카가미의 목표중에 하나였고 이제는 자신에게 실권이 생긴것이다.

***

“일본놈들이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군요.”

김태천이 냉소를 지었다.

조금전 루퍼트의 스마트폰에 심어놓은 스내쳐 프로그램과 도청장치를통해 수집한 대화내용을 들려주었다. 예상했던 부분이라 별로 놀라운건 아니다.

“일단 100달러의 선불을통해 우리의 행방을 역추적 하겠다는 수작이군요.”

“그렇다면 우리쪽에서는 일부러 약간의 증거를 남겨주는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수 있습니다.”

“듣고보니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김태천이 대답했다.

내쪽에서 작정하면 일본 대기업들로부터 챙기는 100억달러의 행방을 감쪽같이 숨길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박광석팀과 스몰츠팀도 상당부분 노하우가 있었다.

그리고 내쪽에는 제 3 세계쪽의 텍스해븐(Tax Heaven)같은 조세피난처가 여러군데 있었다.

따라서 이런 루트를 몇가지만 사용하면 일본기업과 야마토 유니온에서 역추적해도 소용없다.

다만 그렇게되면 미국내의 야마토 유니온을 끌어내고 박살낼 기회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그것보다는 적들이 내쪽에서 만든 함정을향해 스스로 오게 하는것이 더 좋은 전략이다.

“어떻습니까, 적들에게 일부러 증거를 몇개 남기고 나머지는 흔적을 모두 지우는 것인데 가능할거 같습니까?”

“역추적을 방지하기위해 흔적을 아예 지우는것보다 여러가지로 신경쓸 부분이 있지만 불가능한 수준은 아닙니다. 저로서는 이걸로 녀석들을 꾀어낸다는 것이 더 재밌고 흥분됩니다.”

박광석이 대답했고 같이있던 팀원들도 의욕이 넘쳤다.

“그렇다면 저는 실장님의 지시에따라 미스릴(Mithril)의 대원들을 준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김태천이 행동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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