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27화 (127/300)

# 127

노망난 늙은이가 발광하다

“선배님. 이번작전은 상당히 재밌군요. 일본 녀석들을 상대로 크게 한방 먹일수 있다니.”

“이것도 강민 실장님의 덕분이지. 루퍼트 사장에게 그짧은 상황에서 도청장치를 심었으니까.”

김태천이 배기성을향해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는 강민이 AI-인 하시의 도움을받아 스내쳐 프로그램(Snatcher Program)을 사용한 것까지는 몰랐다.

스내쳐 프로그램은 가까이 접근한 상대의 스마트폰을 단시간에 도청장치로 만들수 있었다.

특별히 도청장치를 심을 필요도 없었고 강민이 원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가능했던 것이다. 인텔사장인 루퍼트는 본인의 스마트폰이 도청장치로 변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눈치채지 못했다.

조금전 인텔본사의 정문에 나타난 사카다 일행을 감시했던건 김태천과 배기성이였다.

예상대로 적들은 강민이던진 미끼에 제대로 낚인것이다.

김태천이 강민에게 연락을 하였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조금전 사카다와 부하들이 인텔(Intel)본사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루퍼트에게 핵심기술과 데이터를 받으러 들어간 상태입니다. 그들이 나타난 것부터 들어가는 장면까지 모두 촬영을 완료했습니다.”

“일단은 그곳에서 감시활동을 지속하다가 사카다 일행들이 나오면 미행을 계속해 주십시요. 미국에 들어온 야마토 유니온(Yamato Union)의 조직원들이 어디에 은신처를 마련해 두었는지 파악하는것도 중요한 것중에 하나입니다.”

“물론입니다.”

김태천이 대답했다.

적들은 완벽하게 아군의 손바닥위에 있었다.

사카다와 부하들은 루퍼트에게 인텔의 핵심기술을 빼내는데 정신이팔려 감시 당한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사카다도 일본 특수부대에서 잔뼈가 굵었고 조심성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이룩할려는 목표가 눈앞에 다가오자 경계심이 흐트러진 것이다.

이것이 결정적인 실수다.

“그런데 선배님. 사카다 녀석. 결코 보통은 아닌거 같습니다.”

“확실히 그렇군. 지금까지 미국에서 수년동안 잠복하며 야마토 유니온 조직을 이끌어 왔으니까. 본부는 일본에 있지만 야마토 유니온이 빼낸 기술들중에 상당수가 미국기업과 인텔쪽이지. 비록 적이지만 실력을 인정할수밖에 없겠군.”

“그렇다해도 우리손에 걸린이상 그냥 놔둘수는 없습니다.”

“당연하지.”

김태천이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야마토 유니온이 해온 악행만해도 엄청날 정도다. 그리고 야마토 유니온의 배후에는 일본 극우파 세력이 있었다.

그 세력이 노리는건 일본 제국주의의 부활이였고 그것을위해 자신들에게 협조하는 일본 대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야마토 유니온을 이대로 놔두면 나중에는 한국에있는 기업들이 다음번 사냥감이 될것이다.

***

“실장님. 신호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프랭크씨의 실력은 확실하군요.”

“정말로 대단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가짜 데이터도 만들고 인텔 서버에 바꿔치기한 가짜 데이터의 내부에 추적장치까지도 심었습니다. 역시 인텔(Intel)에서 R&D(연구개발)의 최고 실력자라는 명성이 진짜였습니다.”

박광석도 감탄했다.

골든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해킹과 전산장비들은 풀가동되고 있었다.

인텔에대한 해킹은 얼마전 성공적으로 끝냈다.

지금은 가짜 데이터에있는 추적장치를통해 장거리 신호들이 들어오는 중이다.

예상대로 루퍼트가 사카다 일행들에게 제공한 가짜 기술들은 신속하게 일본으로 건너갔다.

가공의 데이터에있는 인텔 기술들은 정교한 CPU-연구개발과 칩셋 그리고 하드웨어에대한 것들이다.

때문에 사카다 부하들이 그것을 판독할수는 없었다.

이것을 검토하는건 일본내에있는 IT-대기업들이나 컴퓨터 회사들.

그곳의 기술자들만이 가능했다.

“첫번째 신호는 역시 소니(Sony)인가요?”

“그렇습니다.”

박광석이 대답했다.

사카다로부터 가짜 데이터를 넘겨받은 첫번째가 일본의 대표기업중 하나인 소니(Sony)였다.

박광석이 지켜보는 모니터에서 깜박거리는 적색신호는 일본에있는 소니본사에서 확인된 것이다.

두번째로 신호가 잡힌곳은 미쯔비시(Mitsubish)다.

미쯔비시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극우 기업중에 하나로 인식된다.

태평양 전쟁시에는 일본군부를향해 각종 무기를 공급했다.

그리고 미쯔비시는 생산공장에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한국인들을 사용했다.

또한 미쯔비시 회장인 야스히로는 일본이 패망한 뒤에도 일본극우파에 상당한 자금지원을 했다. 이것을통해 극우 정치인들과 인맥을 맺었고 자신의 기업확장에 사용한 것이다.

“이걸보니 야마토 유니온(Yamato Union)에 가장 많은 자금지원을 하는건 미쯔비시가 틀림없는거 같습니다.”

“미쯔비시가 주도하고 소니나 도시바 그리고 NEC-등이 동조하는 상황이군요.”

“그렇다고 봐도 될겁니다.”

박광석이 동의했다.

미쯔비시는 일본내에서 최고의 거대 재벌이다.

과거 일본이 전자산업에서 명성이 높을때에는 소니(Sony)가 일본의 대표기업 역활을 하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것 뿐이다.

소니가 주로 전자산업과 컴퓨터의 메이커라면 미쯔비시는 전자, 중공업, 컴퓨터, 금융, 기타 제조업까지 막대한 숫자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기업이다.

기업규모에서는 미쯔비시가 소니를 능가했고 일본의 대표 자동차기업인 도요타마저 넘을정도다.

그리고 일본에서 덩치가 큰 재벌기업이 극우기업인 것이다.

“일단 박광석씨와 팀원들은 추적작업을 진행해 주십시요.”

“물론입니다. 이것을통해 야마토 유니온(Yamato Union)과 관련된 일본기업들의 규모와 숫자를 파악할 기회입니다.”

박광석의 얼굴에는 전의가 가득했다.

오랜만에 흥분된 순간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야마토 유니온의 조직원들을 직접 상대하는건 김태천과 배기성같은 특수훈련을받은 미스릴의 대원들이다.

하지만 박광석 팀원들의 후방지원이 없다면 지금같은 작전을 펼치는건 불가능했다.

***

일본 도쿄에있는 미쯔비시(Mitsubish) 본사.

양복을 빼입은 사내가 서둘러 복도를 걸어갔다.

그의 눈빛은 예리했고 지나가는 다른 사원들도 그에게 고개를 숙인다.

카가미 켄이치로-

그는 일본의 거대재벌인 미쯔비시에서도 핵심부서의 팀장을 맡고있었다.

그리고 현재 미쯔비시 회장인 야스히로의 최측근이다. 또한 카가미는 회장의 지시에따라 무슨 일이든지 하였다.

카가미는 미쯔비시가 후원하는 일본의 비밀조직인 야마토 유니온(Yamato Union)에대해 알게되면서 더욱 흥분했다.

그는 일본 도쿄대에있는 극우모임에서 활동했고 이후에도 비슷한 성향을 갖고있었다.

명문 도쿄대를 나온 그가 극우기업인 미쯔비시에 입사한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지금부터 미쯔비시를 포함한 일본의 대기업들이 미국을넘어 세계 최고가 될것이다.’

흥분된 표정으로 카가미가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가 도착한 곳은 본사의 내부에있는 특별부서다.

여기에는 미쯔비시에서 컴퓨터와 IT-에 관계된 인원들이 모였고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일은 한가지였다.

미국에서 활동중인 야마토 유니온의 조직원들이 빼내온 첨단기술들을 연구해서 미쯔비시를 포함해 야마토 유니온을 후원하는 기업들과 나눠갖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활동은 성과를 거두었다.

얼마후 그곳에 도착한 카가미가 말했다.

“어떻게 되었나?”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술자중에 한명이 대답했다.

카가미의 옆에는 또다른 사내가 다가왔다.

카가미를 지원하는 부팀장이다.

“이번에도 사카다 소령님이 귀중한 정보를 보내주셨군요.”

“그렇네. 이제까지 우리들이 얻은 기술과 데이터를 월등하게 뛰어넘는 수준이지.”

“이걸로 미국의 거대기업인 인텔(Intel)의 핵심기술과 연구개발은 모두 우리들이 가지게 되는군요.”

“멍청한 루퍼트 녀석. 인텔사장이 되고 싶다는 욕심으로 우리들이 던진 미끼에 걸려든 것이지.”

“어차피 양키놈들의 수준은 그정도가 전부입니다. 전 지금도 대일본제국이 태평양 전쟁에서 양키놈들에게 패배한것을 인정할수 없습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카가미가 대답하며 주먹을 쥐었다.

세계를 지배하는건 일본제국이 되어야한다.

그 목표를위해 자신과 미쯔비시 재벌 그리고 야마토 유니온이 활동하는 것이다.

카가미와 부팀장이 기대섞인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조금전받은 대량의 데이터들을 분석하던 기술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상한데.”

“무슨 뜻인가?”

“카가미 팀장님에게 받은 데이터와 자료들을 분석중인데 자료들중에 일부가 빠져있거나 다른 부분으로 교체된 상태입니다.”

“그럴리가 없다. 지금 그 데이터는 인텔 본사에있는 중앙서버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것도 인텔의 루퍼트 사장이 우리를향해 직접 빼낸것이다. 결코 틀릴 가능성이 없다. 한번더 확인해봐라!”

카가미가 소리쳤다.

이제까지 루퍼트가 야마토 유니온에게 전해준 기술들은 모두 진짜였다.

때문에 이번에 가짜를 준다는건 있을수 없었다.

그리고 루퍼트는 인텔에서도 기술계통의 인물이 아니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컴퓨터에대한 전문기술을 익힌것도 아니다.

이런 그가 일부러 가짜 데이터를 만들어서 준다?

결코 불가능한 상황이였다.

카가미의 명령에따라 기술자들은 다시 검토를 시작했다.

그들로서도 계속 진짜 정보만 받았기에 현재의 상황이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들은 카가미와 다르게 컴퓨터 하드웨어와 칩셋, 그리고 CPU-에대한 전문기술자였다.

따라서 분석하던 데이터가 완전히 틀리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얼마후 수석기술자가 말했다.

“카가미 팀장님. 틀림없습니다. 이것은 가짜입니다.”

“정말인가?”

“혹시나 싶어 몇번이나 재검토를 했습니다. 지금 가져온 데이터와 자료들로 컴퓨터 부품이나 하드웨어를 만들면 내부 서킷(회로)에 과전압이 걸리면서 모조리 타버리고 말것입니다.”

“루퍼트 이놈이 미쳤군.”

카가미의 두눈에서 불꽃이튄다.

지금까지 충견으로 잘 해왔던 루퍼트가 마지막에 배신을 한것이다.

“카가미 팀장님. 이런일이 발생하다니! 믿을수가 없군요.”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볼때 확실하네.”

“어떻게 하실겁니까?”

부팀장의 말에 카가미가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은 정해진 상태다.

***

“회장님. 카가미 입니다.”

“들어오게.”

문이열리며 카가미 팀장이 들어왔다.

일본의 거대재벌인 미쯔비시의 총수, 야스히로가 안에 있었던 것이다.

야스히로의 집무실에는 대형의 벽걸이 TV-가 있었다. 화면에는 오래된 흑백필름의 영상이 나오는 중이다.

“오늘도 보고 계시는군요.”

“물론이지. 우리 대일본제국의 영광스런 시대니까.”

야스히로가 대답하며 히죽거렸다.

TV-에서 나오는 화면은 여러가지다.

일본전투기들이 미국의 진주만을 기습해서 폭격을 하는 장면.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초기에 승리하는 장면들까지 다양했다.

화면을보며 히죽거리던 야스히로가 질문했다.

“사카다 소령이 가져온 데이터들의 분석은 잘되고 있나?”

“.....”

“왜 대답이 없는건가?”

야스히로의 음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올해 80살이 넘어가는 야스히로는 일본 극우파 세력의 거두다. 그는 매일마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영상을보며 과거의 부활을 꿈꾸고 있었다.

야스히로의 질책을듣자 카가미가 머뭇하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미쯔비시내의 최고 기술자들을 동원해서 사카다 소령이 보내준 데이터와 자료들을 분석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몇번이나 재검토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번에 루퍼트가 우리에게 제공한 데이터와 기술들은 모두 가짜입니다.”

“하지만 사카다도 허술한 인물은 아니다. 그전에 미리 확인을 해봤을 것이다.”

“물론입니다. 그러나 가짜 데이터는 너무나도 정교해서 전문기술자들이 아니면 판독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이것은 루퍼트가 인텔내의 기술자들을 동원해서 우리를 완전히 물먹인 것입니다.”

“그것이 확실한가?”

“예. 이번에 동원된 기술자들은 미쯔비시내에서 최고의 인재들입니다. 그들이 틀렸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도 확신하고 있습니다.”

카가미의 그말을듣자 야스히로의 표정이 구겨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괴성을 내지르며 옆에있던 골프채를 휘둘렀다.

성질을 이기지못해 집무실에있던 대형 벽걸이 TV-를 박살냈고 나중에는 입에서 거품까지 물었다. 그러자 놀란 카가미가 인터폰을 들었다.

“긴급 상황이다. 야스히로 회장님이 쓰러지셨다.”

얼마후 본사에있던 응급구조반이 도착했다.

그들이 방안에 들어와서 본것은 입에서 흰거품을 토해내는 노망난 늙은이의 모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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