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26화 (126/300)

# 126

함정을 만들다

넓은 수영장에 10살짜리 꼬마 여자애가 아빠와 즐겁게 놀고 있었다.

서로 물을뿌리며 노는 모습이 흥겹다.

하지만 조금만 늦었어도 중년사내와 딸은 지금같은 즐거움을 누릴수 없었다.

두명다 잔인한 암살자들의 손에의해 시체가 되었을 것이고 두명을 바라보던 프랭크의 아내, 이자벨라도 잔혹하게 죽었을 것이다.

딸과 정겨운 시간을 보냈던 프랭크가 다가왔다.

“실장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였다면 지금쯤 우리가족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말하던 프랭크의 얼굴표정은 굳어졌다.

얼마전 일을 생각해도 등뒤로 식은땀이 흘렀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프랭크씨. 우리들이 조금만 더 일찍 갔다면 당신의 친구인 맥킨지도 살아남았을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정말로 좋은 친구였는데.”

자리에 앉으며 프랭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맥킨지에게는 프랭크처럼 가족이 없었기에 이정도로 끝난것이다.

잠시후 우리곁으로 김태천이 다가왔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일단 야마토 유니온 녀석들이 혼란에 빠진건 분명한거 같습니다.”

“당연할 겁니다. 코바야시의 암살팀이 한꺼번에 사라졌으니 말이지요. 그를통해 좀 알아낸것은 있습니까?”

“지금은 제법 버티고 있지만 반쯤은 굴복한 상태입니다.”

김태천이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에게 포로로잡힌 코바야시는 현재 골든하우스의 지하에있는 감옥에 갇혀있다.

나는 LA-의 골든하우스를 작전기지로 만들었고 여기에는 다양한 특수시설들과 장비들을 설치했다. 그중에는 코바야시가 갇혀있는 지하감옥도 포함된다.

이 감옥은 골든하우스의 지하에있는 통합시설들중에 하나다. 골든하우스가 정교한 대공레이더와 숨겨진 기관포, 그리고 지상에대한 방어장비까지 갖춘 강력한 요새인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만약의 사태란것이 생길수 있었다.

그것을 대비해 지하에는 비밀통로가 있었고 이 통로들은 여러개로 되어있는 상태다.

그리고 만들어진 통로들은 탈출용으로 쓸수도있고, 침입해온 적들을 유인해서 전멸시키는 용도로 쓰는것도 가능했다.

어쨌든 코바야시가 버티고 있지만 그가 꺽이는것도 얼마남지 않았다. 김태천의 손에걸리면 아무리 강한 정신력을 가져도 소용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실장님이 도청장치를통해 수집한 정보들을 코바야시에게 들려주었더니 녀석도 크게 당황한것은 사실입니다.”

“지금쯤 자신의 몸담고있던 조직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을 느꼈을테니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김태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인텔(Intel)의 루퍼트 사장과 스쳐가면서 그의 스마트폰에 설치한 스내쳐 프로그램(Snatcher Program)의 효과는 상당했다.

예상대로 루퍼트는 야마토 유니온(Yamato Union)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상태였다.

프랭크에대한 암살이 실패로 돌아가면 당황한 루퍼트가 반드시 야마토 유니온의 간부와 접촉할것은 분명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의짐작은 적중했다.

루퍼트가 미국내 야마토 유니온 부대의 리더인 사카다와 나눈 대화내용들은 내가 실시간으로 도청했다.

코바야시에게는 그 대화내용들을 전부 들려줄 필요는 없었다.

그의 저항을 꺽는데 필요한 부분만 알려주었고 그것으로 상당한 혼란을 겪은것이다.

“저로서는 친구인 맥킨지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여러분들을 돕고 싶습니다.”

프랭크가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이번 암살을 지시한것이 루퍼트 사장이란 사실을 알게되면서 더 분노했다. 자신만이 아니라 소중한 가족까지 모두 죽이려했다. 그의눈앞에 루퍼트가 있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죽이고 싶어할 정도다.

처음에는 프랭크가 루퍼트의 잔인함에 겁을 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에게는 엄청난 전투부대와 세력이 지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프랭크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프랭크씨가 도와줄 일이 있습니다.”

“어떤 것입니까?”

“당신이 우리에게 전해준 극비정보들도 큰 도움이 된것은 사실입니다. 그 자료를통해 현재 인텔에 들어와있는 일본계 자금의 루트와 규모, 그리고 행방까지도 충분히 파악될 수준이였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인텔에서 그런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당황했습니다.”

프랭크가 말했다.

그의 정보를통해 일본계 자금과 일본정부가 얼마나 치밀하게 침투를 개시했는지 파악할수 있었다.

현재 인텔에서 지분을 소유하고있는 기업이나 펀드들중에는 미국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핵심이 일본계인것이 많았다.

즉 미국내에있는 위장기업이나 대리기업을통해 일본자금이 인텔로 침투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사건인데 더 중요한것은 따로 있었다.

“지금 루퍼트 사장이 야마토 유니온의 요구에따라 인텔에있는 핵심기술들을 빼내서 줄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프랭스씨도 알다시피 루퍼트가 사장으로 있는동안 여러가지 수법을써서 인텔의 기술들중에 일부가 이미 유출된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핵심기술에는 접근하지 못한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지 못할겁니다. 루퍼트도 자신이 살기위해서는 야마토 유니온의 요구를 들어줄수밖에 없으니 말이지요.”

“핵심기술이라면...”

“최근 10년사이에 인텔에서 개발하고 설계한 CPU-기술과 각종 하드웨어 기술들이 주로 해당됩니다.”

“.....”

나의 말을듣자 프랭크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리고 최근에 진행된 인텔의 각종 기술개발에는 프랭크가 참여한 경우도 많았다.

그럴것이 프랭크는 인텔내에서 R&D(연구개발)부서의 책임을 담당한 실력자이면서 임원급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막아야 됩니다.”

“우리쪽에서도 전략을 짜고있지만 쉽지는 않더군요.”

루퍼트가 인텔의 사장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핵심기술과 최신기술에 접근할수 있었다.

대놓고 하지는 못하고 적당한 기회를 만들겠지만 루퍼트의 위치로서 충분히 가능했다.

한동안 고민하던 프랭크가 손뼉을 마주쳤다.

“방법이 없는건 아닙니다.”

“뭔가 해결책을 갖고 있군요.”

“물론입니다. 다만 이것에는 여러가지 장비와 도움이 좀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것이라면 충분히 준비할수 있습니다.”

프랭크를향해 대답했다.

***

“선배님. 우리가 컴퓨터 거대기업인 인텔(Intel)을 해킹하는 것입니까?”

“정확히는 우리가 아니라 여기계신 프랭크씨가 하는 것이지. 물론 우리쪽도 지원을 해야하고 말이지.”

박광석의 대답에 후배들이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나와 송재동은 일단 뒤쪽에서 지켜봤다.

프랭크의 요구대로 엄청난 전산장비들이 준비되었다.

해킹이란건 영화에서처럼 주인공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하나 달랑들고 하는게 아니다.

실제로 해킹을 위해서 필요한 장비는 그야말로 막대했고, 시간도 꽤 소비된다.

그리고 대기업인 인텔(Intel)처럼 컴퓨터 관련업체이고 보안이 강력한 상대는 더 어렵다.

박광석팀이 컴퓨터 능력에 뛰어나고 네트워크 실력이 뛰어나지만 그들도 인텔(Intel)에대한 해킹은 엄두조차 못낸다.

“인텔의 전산망이 사용하는 방화벽은 엄청날 수준입니다. 단순히 한개만이 아니라 다층구조로 되어있고 잘못 들어가면 미로같은 공간에서 헤매다가 역으로 추적받기 딱 좋은 수준입니다.”

박광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처럼 인텔에대한 해킹이란건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는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그럴것이 인텔에서 R&D(연구개발)을 담당한 실력자이면서 인텔내부의 속사정을 충분히 알고있는 프랭크가 참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프랭크가 인텔(Intel)전산망과 서버에대한 해킹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비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러분들은 제가 메인으로 작업을 하는동안 후방과 측면지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맡겨만 주십시요.”

박광석 팀원들이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후방에서 지켜보던 송재동이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팔짱을 끼었다.

“컴퓨터에 목숨건 사람들끼리는 서로 통하는것이 있군요.”

“이제부터 재밌는 일이 벌어질거 같습니다.”

프랭크와 박광석 팀원들이 인텔에대해 벌이는 해킹작전의 목적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로 프랭크는 인텔이 보유하고있는 핵심기술들이 어떤 서버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에따라 이런저런 파일을 뒤진다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해커들이 침투했다가 전산보안망에 걸리는 상황중에 하나가 자신들이 찾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헤매다가 걸린다.

그리고 여기저기 뒤적이다보면 시간이 걸리는건 물론이고 곳곳에 깔아놓은 덫을 건드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프랭크는 인텔의 내부자이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할 가능성은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들어갔다가 신속하게 나올수 있었다. 그러면서 루퍼트 사장이 원하는 인텔의 핵심기술과 최신기술들을 모조리 빼내는게 가능했다.

첫번째가 이것이고 두번째는 이렇게 빼내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가짜 정보들을 그자리에 심어두는 것이다.

프랭크는 인텔에서 R&D(연구개발)의 실력자이고, 아주 그럴듯한 가짜 정보와 데이터를 충분히 만들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CPU-와 하드웨어 개발에 관련된 전문 기술자가 아니면 그 진위를 구별하는건 거의 힘들 수준이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프랭크가 말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그의 양손이 신속하게 움직이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리고 모니터 화면에는 수십개의 명령어들이 차례로 나왔다.

보통 PC-유저들에게는 윈도우 화면이 익숙할수 있지만 해커들이 해킹을위해 사용하는 화면은 전혀 다른 것이다.

“제가 인텔의 전산망에 만들어놓은 백도어(Back Door)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을 쉽게 사용할수 있는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주위에서 핑공격(Pig Attack)을 실시해서 전산망의 백도어쪽에 일정부분 과부하를 걸어주셔야 합니다.”

“역시 프랭크씨의 실력은 대단하군요.”

박광석과 팀원들이 감탄했다.

그들도 나름대로 컴퓨터에 자신있다고 했지만, 프랭크의 솜씨는 차원이 틀렸던 것이다.

“실장님. 이렇게되면 인텔의 루퍼트 사장이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것이군요.”

“자업자득인 셈이지요.”

송재동을향해 대답했다.

프랭크와 박광석팀원들이 인텔에대한 해킹을 마치는데는 이틀동안의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인텔의 전산보안망은 꽤 두터웠고 그것을 뚫고 들어가서 데이터를 빼내고 가짜 정보를 심는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프랭크는 루퍼트가 원하던 인텔의 핵심기술과 정보들을 모조리 서버에서 빼내버렸다.

그 데이터의 용량만도 상당할 정도다.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이것으로 루퍼트에게 복수할 기회가 생겼군요.”

“모든것이 프랭크씨의 덕분입니다.”

“과찮이십니다. 이걸로 최소한 인텔을 지키고 더이상 상황이 악화되는걸 막을수 있습니다.”

프랭크가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

인텔의 본사건물의 앞-

그곳으로 몇대의 검은색 승용차들이 도착했다.

문이열리며 먼저 나온것은 사카다 소령이였다.

뒤를이어 그의 부하들 몇명이 내렸다.

현재 시간은 밤 12시.

대부분의 직원들이 퇴근한 시간이다.

그리고 사카다와 부하들이 인텔(Intel)본사에 온것은 한가지 목적 때문이다.

루퍼트에게 요청한 인텔의 핵심기술과 개발중인 기술들을 받기 위한것.

“지금까지 루퍼트에게 투자한 댓가를 드디어 받는군요.”

“그녀석은 지금까지 우리들의 요구대로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쓸모가 큰 셈이지.”

사카다가 대답하며 냉소했다.

만약에 이번에 루퍼트가 기술을 넘기는걸 거절했다면 극단의 방법을 취할 생각이였다.

다만 루퍼트가 지금까지 넘긴 기술과 데이터도 유용하게 쓰였다.

일본의 IT-기업들과 컴퓨터 기업들의 경우, 정교한 칩셋(Chipset)이 포함된 부품을 만드는 것에는 약했다.

하지만 인텔에서 빼낸 정보들을 바탕으로 상당부분 기술상승을 이룩해낸 것이다.

그리고 이제 루퍼트를통해 핵심기술과 최신기술까지 빼내면 인텔을 능가하는건 문제도 아니다.

그뒤에는 IT-와 전자산업에서 일본기업들은 다시 세계를 지배할수 있었다.

특히 일본의 이웃국가인 한국은 무서운 속도로 일본의 전자산업과 IT-산업을 추격했고 어떤 분야에서는 이미 넘어설 경지다.

일본의 자존심이 짓밟힌 상황.

그래서 사카다는 그것을 인정할수 없었다.

그러나 사카다는 지금 자신들이 루퍼트를통해 빼낼려는 인텔의 핵심기술과 최신기술들이 모두 가짜라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이것을 멀리서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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