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
상대는 프로다
“적이다.”
프랭크를 포박했던 두명이 당하는걸 본 나머지가 반응했다.
그래도 제법 실력을 갖춘건 분명했다.
이런 기습을 받으면 당황해서 주츰하는게 일반적이다.
남은 숫자는 3명.
그중에 두명이 품속에서 권총을 뽑았다.
조금전 어둠속에서 불꽃이 난 방향을 조준한 것이다.
탕! 타탕! 연달아 총성이 터진다.
하지만 반격타를 날렸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
당황한 두명의 미간이 구겨진다.
기만작전에 당한것이다.
상대가 재빨리 움직인 것이고 자신들은 유인했던 위치를향해 반격타를 날렸고.
그 결과는.
퓨슝! 퓽! 소음권총의 파공성이 울린다.
처음에 불꽃이터진 장소에서 우측으로 몇미터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소음권총이 불을뿜었다.
크억! 역으로 걸려버린 두명이 또 쓰러졌다.
마지막 남은 적의 리더.
코바야시는 경악했다.
상대는 프로였다.
자신들도 이런 상황에대해 훈련을 받았고 지금까지 능숙하게 해왔다.
그러나 세상에는 더 강한 실력자들이 있었다.
“비켜!”
프랭크를 밀치면서 고바야시가 달려갔다.
부하들 4명이 단번에 쓰러졌다.
숫적으로 불리한것은 둘째치고 상대의 위치조차 알수 없었다.
그러나 코바야시가 몇 발자국도 움직이기 전에.
어둠속에서 주먹이 날아왔다.
퍼억! 일격의 주먹은 강력했고 그의 턱이 순식간에 돌아갔다.
충격으로 나뒹굴었고 반사적으로 권총을 뽑았다. 이번에는 재빠른 발차기가 날아오며 코바야시의 손에있던 권총을 튕겨냈다.
그리고 코바야시의 가슴위로 묵직한 압력이 전해지며 꼼짝할수 없었다.
“그대로 있는게 좋을거야. 안그러면 너의 이마에 구멍이 날테니까.”
강민이 코바야시를 내려보며 냉소했다.
***
코바야시에게 밀려 바닥에 쓰러졌던 프랭크가 겨우 일어났다. 그의 다리는 아직도 후들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수없었다.
모든것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자신을 포박해 데려가던 두명이 쓰러지고 나머지 두명이 시체가 된 상황.
마지막으로 자신을향해 비웃었던 리더가 매복에걸려 포로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몇초다.
“역시 실장님의 솜씨는 확실하군요.”
“이놈이 팀장인 것은 분명한거 같습니다.”
“여러가지로 쓸모가 있겠습니다.”
김태천이 코바야시를 제압하며 수갑을 채웠다.
같이온 오창석은 바닥에 시체가된 코바야시의 부하들을 살폈다.
“예상대로 야마토 유니온(Yamato Union)의 조직원들 상당수가 일본에서 훈련받은 요원들인게 분명하군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프랭크씨. 당신을 노리던 이놈들이 소속된 단체의 이름입니다.”
표정을보니 프랭크는 인텔의 내부정보에 대해서는 파악했지만 배후에있는 야마토 유니온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잠시 당황했던 프랭크가 급하게 외쳤다.
“이놈들이 나를 노렸다면 저의 가족들이 위험할수도 있는데... 도와주신 것은 고맙지만 지금 당장 아내와 딸들을 구해내야 합니다.”
“프랭크씨의 집에도 지금은 대원들이 파견된 상태입니다. 걱정 마십시요.”
프랭크를향해 대답하며 김태천에게 신호했다.
김태천이 통신기를 들었다.
얼마후 통신기 반대편에 상대가 나왔다.
“그쪽은 어떻게 되었나?”
“실장님의 예상대로 여기에도 두명이 습격해 왔습니다. 프랭크의 아내와 딸을 노린것이 분명합니다.”
“결과는?”
“깨끗하게 처리를 했습니다.”
“수고했네.”
김태천이 대답했다.
수화기 반대편의 인물은 배기성이다.
나의 지시에따라 배기성과 대원 한명은 프랭크의 집으로 파견되었다.
그곳에서 프랭크의 가족들을 노리던 야마토 유니온의 습격자들을 처리한 것이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프랭크의 얼굴에는 감격의 눈물이 흐른다.
일단은 잘 처리된 셈이다.
우리에게 포로로 잡힌 코바야시를 바라보았다.
그는 조금전까지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프랭크의 가족을 암살하러 보낸 부하들까지 당했다는 소식을듣자 그의 표정은 여러차례 변했다.
“야마토 유니온의 습격조장인 코바야시지?”
“.....”
“대답을 안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너와 부하들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얼마전부터 감시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뭣때문에 부하들을 모두 죽이고 너만 살려뒀다고 생각해? 너가 야마토 유니온에 속해있고 지금 야마토 유니온이 미국에서 인텔을 상대로 벌인 비밀공작등은 대충 파악하고 있어.”
나의말에 코바야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는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놈들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우리를 건드린것은 커다란 실수다.”
“그럴까? 상대가 누구인지를 모르는건 너와 야마토 유니온인거 같은데 말이지.”
나의 말에 코바야시가 당황했다.
지금 그의 심경은 복잡할 것이다.
자신들이 이처럼 철저하게 감시당하고 매복당할줄은 몰랐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상대의 전의를 박살내고 혼란스럽게 만드는게 심리전의 핵심중에 하나다.
잠시후 현장으로 몇대의 차량들이 도착했다.
이번 작전을위해 동원된 미스릴의 대원들이고 그들은 신속하게 행동을 개시했다.
“프랭크씨의 안전에 대해서는 당분간 우리쪽에서 보호해 드릴 겁니다.”
“그렇다면 저의 가족들은 어떻게 됩니까?”
“당신의 아내와 딸도 무사하니까 조금후에 만날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야마토 유니온이 당신을 노리고 있으니 사건이 끝날때까지는 비밀장소에서 숨어 지내야 할겁니다.”
“그 부분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프랭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동료였던 맥켄지가 죽었고 야마토 유니온의 암살자들이 가족들까지 노린 상태다.
현재 프랭크의 마음은 적들에대한 복수심으로 가득한 상태다.
그리고 프랭크가 인텔에서 찾아낸 극비정보들은 앞으로 유용한 수단이 될것은 분명했다.
***
“대장님. 아무래도 프랭크에대한 암살이 실패한거 같습니다.”
“그것이 정말인가?”
부하의 보고에 사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법 건장한 체구를지닌 사내다.
그리고 눈매도 매서웠다.
사카다는 얼마전까지 일본의 특수부대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때의 계급은 소령이였고 지금도 그의 부하들은 그를 사카다 소령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특수부대에서 활동하던 사카다에게 일본정부에서 극비명령과 임무가 내려왔다.
애초부터 일본 군부내에서 극우파 조직에 몸담고 있던 사카다였다.
그래서 자신에게 내려온 극비명령을 듣자 사카다는 환호성을 내지를뻔 했다.
대대로 극우파들은 일본제국의 부활을 꿈꿨고 사카다가 맡은 임무는 그것을위한 초석중에 하나였으니 말이다.
얼마후 사카다는 야마토 유니온이란 조직에 들어갔다. 그곳의 수장을 맡고있는 인물도 사카다가 이전에 몇번 소문을 들었던 인물이다.
사카다보다 더 깊은 제국주의의 극우파였고 사카다는 그를 상관으로 존경했다.
또한 자신이 들어간 야마토 유니온(Yamato Union)의 목적과 지원세력을 알게되면서 사카다는 모든것을 헌신했다.
야마토 유니온의 본부는 일본에 있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조직원들이 미국에 파견되어 활동중인 상황이다.
그리고 미국에 잠입한 야마토 유니온의 조직원들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사카다 소령이였다.
“이제까지 모든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는데 이해할수 없다. 프랭크 그놈이 혹시 전직 특수부대 출신이라도 되는건가?”
“그건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이력을 봤을때에는 기껏해야 평범한 민간인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실패할수 있다는 건가? 코바야시가 데려간 부하들의 숫자만해도 6명인데.”
사카다는 믿을수 없었다.
야마토 유니온의 조직원들은 평범한 수준이 아니다. 일본에서 악명높은 야쿠자같은 깡패조직과는 비교조차 안된다.
그들중에 상당수는 사카다처럼 일본 자위대내의 비밀 특수부대 출신이고 그외에도 일본의 첩보부에서 활동하는 요원들도 많았다.
저마다 비밀공작과 폭파, 암살등의 군사교육을 철저하게 받았고 명령을 받으면 여자와 어린애까지도 가차없이 해치울수 있었다.
결코 실패할수 없는 상황인데.
“코바야시와의 연락은?”
“계속 시도중인데 불통입니다.”
“그렇다면 코바야시 부하들에게도 해봤는가?”
“물론입니다. 프랭크의 암살에 투입된 코바야시 팀원들 모두가 연락도 안되고 단번에 사라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프랭크는?”
“녀석은 그뒤에 인텔(Intel)에 출근조차 안했고 집에서도 사라진 상태입니다. 특이한건 그의 아내와 딸까지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사카다의 미간이 꿈틀거린다.
당장이라도 부하를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싶었지만 냉정을 유지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활동하며 이런경우는 처음이다.
“혹시 우리가 프랭크 그놈을 너무 얕본것이 아닐까요?”
“현재까지의 상황을볼때 그것은 절대 아니다. 이미 밝혀진 정보대로 프랭크는 군대경험조차 없던 민간인이다. 대학졸업후에 인텔에 들어와서 컴퓨터 연구만했던 기술자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습니다. 혹시 코바야시 그놈이 우리를 배신했을 가능성도 있기는 합니다.”
“설마 그놈이?”
“부하들을 모두 죽이고 다른 세력에 붙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무시할수는 없습니다.”
“그 부분은 좀더 생각해 봐야겠군.”
사카다가 말을 돌렸다.
코바야시는 자신이 키운 직속부하중에 한명이다.
실력도 괜찮고 조직에대한 충성심도 깊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락도 없다는건 뭔가 이상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부하가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대장님. 인텔(Intel)의 루퍼트 사장이 왔습니다.”
“어서 모셔오게.”
“알겠습니다.”
부하가 나갔고 잠시후에 루퍼트 사장이 들어왔다.
사무실로 들어오자 다급하게 질문부터 하였다.
“사카다 대장. 프랭크에대한 처리는 어떻게 되었소?”
“저의 팀원들을 파견했습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처리된 것입니까?”
“그 부분은 좀더 기다려야 할거 같습니다.”
“무슨 소리요? 그놈때문에 우리의 정보들이 모두 탄로나게 생겼는데.”
루퍼트의 음성이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야심은 가득했지만 실력이 없었던 루퍼트였다.
이런 그가 컴퓨터 대기업인 인텔(Intel)의 사장이 될수 있었던건 모두 야마토 유니온(Yamato Union)과의 비밀 결탁 때문이다.
이전 비행기 폭발사고로 죽은 볼턴 사장은 루퍼트를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볼턴사장이 몇년만 더 살아 있었다면 루퍼트는 인텔에서 퇴출되었을 것이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던 루퍼트에게 야마토 유니온이 접근한 것이다.
인텔을 노리고있던 상황에서 야마토 유니온은 포섭대상이 될만한 후보를 물색했고 그중에 루퍼트가 가장 만만했다.
약점이많은 루퍼트였기에 야마토 유니온이 던진 미끼를 물었다. 그리고 루퍼트는 야마토 유니온의 도움으로 출세했다.
먼저 볼턴 사장을 비행기 폭발로 암살했고 그뒤에는 루퍼트의 정적이 될만한 인물들을 차례차례 제거하거나 퇴출시켰다. 이제까지 모든것이 순조롭게 되었는데 돌발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루퍼트 사장님. 프랭크에대한 문제는 우리들이 책임지고 처리할 것입니다. 따라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겁니다. 그것보다 이제는 당신도 우리들과의 약속을 지켜주시면 좋겠군요.”
“이미 인텔(Intel)내의 기술들이 상당부분 당신들을통해 일본으로 건너가지 않았소?”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인텔이 갖고있는 핵심 기술들이 필요한 상태라서 말이지요.”
사카다가 루퍼트를향해 씨익 웃었다.
그 미소에는 여러가지 뜻이 숨어있었다.
만약에 루퍼트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때에는 보복을 하게다는 협박도 숨겨진 것이다.
루퍼트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존심에 손상을 당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자신은 그물에걸린 물고기 신세였다.
그리고 야마토 유니온에대해 공개할수도 없었다.
그전에 당하는건 물론이고 자신이 일본과 해온 수많은 범죄들이 드러날 것이니 말이다.
한숨을쉬던 루퍼트가 대답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소. 적당한 기회를 만들어서 당신의 조직원들이 인텔의 핵심기술에 접근할수 있도록 해주겠소.”
“정말로 감사합니다. 루퍼트 사장님.”
“그대신 프랭크 놈의 시체를 내앞에 가져오시요.”
“물론입니다.”
사카다가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퍼트는 자신이 사카다와 나누는 대화내용에대해 누구도 알지 못할것이라 확신했다.
이것은 루퍼트의 착각일 뿐이였다.
얼마전 루퍼트는 인텔의 본사에서 훤칠한 키의 동양인 청년과 잠시 마주쳤다.
대화를 나눈것도 아니고 복도에서 잠시 스쳐간 것이다.
루퍼트는 동양인 청년을 신경쓰지 않았다.
인텔의 본사에만도 직원들의 숫자는 엄청나게 많았고 자신이 일일이 신입사원들의 얼굴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다만 루퍼트는 그때 지나쳐간 인물이 강민이란 사실은 결코 몰랐다.
그리고 강민이 짧은 순간에 스내쳐 프로그램(Snatcher Program)-을 사용했다.
그리고 루퍼트는 자신의 스마트폰이 원거리 도청기로 변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