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08화 (108/300)

# 108

정글속의 비밀통로

촤아앗! 투포레프-13 수륙양용기가 수면을 헤치면서 좌우로 물거품이 튀어올랐다.

수륙양용기를 조종하는 쉬니크의 실력은 탁월했다.

그는 얼마전까지 러시아 공군에서 활동했다. 이전에는 러시아가 참전했다가 쓴맛을본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도 조종사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그는 아프칸에서 미그-24(Mi-24)하인드 공격헬기를 조종했다. 아프칸전쟁 초기에 미그-24 하인드는 상당히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것도 당연했다.

러시아군에 저항하던 적들과 게릴라들은 기껏해야 경보병 수준의 무기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중에서 게릴라들을 공격해가는 미그-24 하인드 공격헬기는 <하늘의 악마>라는 악명으로 불리며 두려움의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단번에 역전되었다.

이후에 아프칸 반군인 무자헤딘은 대량의 스팅거 미사일을 도입했다.

휴대용 열추적 지대공 미사일인 스팅거는 단 한명의 무장게릴라가 여러대의 공격헬기를 상대할만큼의 수단을 준것이다. 그리고 스팅거의 등장으로 다수의 미그-24 하인드가 격추당했다.

그러나 쉬니크는 지상의 곳곳에서 날아오는 스팅거 미사일의 공격에서도 곡예비행을 펼치면서 살아남았다.

이처럼 쉬니크의 조종실력은 보통의 조종사를 능가할 수준이였다. 특히 위기상황에서 그의솜씨는 더 돋보이는 것이다.

쉬니크를 알게된것은 카잔조직의 추천을 통해서다.

앞으로의 특수작전을 위해서는 우리쪽에도 유능한 조종사들이 필요했다.

러시아 공군에는 실전을거친 뛰어난 조종사들이 많았다. 다만 러시아 조종사들이 받는 대우와 혜택은 너무나도 열악했다.

특히 쉬니크의 경우에는 뛰어난 전공을 세웠음에도 국가로부터 제대로 보상조차 못 받았다.

카잔조직을통해 만나본 그의 첫인상은 상당히 강렬했고 김태천도 실력을 알아보았다.

“러시아가 수륙양용기의 개발과 연구에서 탁월하다는 소문이 사실이였군요.”

김태천이 수면을따라 미끄러지는 투포레프-13 수륙양용기를 확인하며 감탄했다.

쉬니크가 조종하고 우리들이 탑승한 투포레프-13 수륙양용기는 최근에 개발된 러시아의 수송기였다.

보통의 활주로에서도 착륙이 가능하지만 뛰어난 부분은 바다위나 호수위에도 착륙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투포레프-13 수륙양용기의 동체가 특수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수면위에서도 미끄러지며 부력을 받을수 있도록 개발되었고 수송할수있는 인원이나 화물의 용량도 상당했다.

슈우웃! 부우웅! 착륙을마친 수륙양용기가 수면을따라 서서히 나아갔다.

정면의 선착장에는 프리먼 일행들이 나와있었다.

항공기가 정지했고 김태천 일행들이 하나둘씩 내렸다.

“쉬니크씨도 같이가는게 어떻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몇가지 점검을 마친뒤에 곧바로 합류하겠습니다.”

쉬니크가 나를향해 대답했다.

“프라스섬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실장님.”

프리먼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섬이 무인도가 된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20년 전만해도 이곳에는 사람들이 제법 살았다. 하지만 섬에 전염병과 풍토병이 휩쓸면서 섬에 살던 주민들은 서둘러 탈출했다.

원주민들을 학살한 풍토병과 전염병은 현대의학으로 충분히 해결할수 있는 수준이였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에게는 현대문명과 의학의 혜택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이전에 사람들이 살았기에 선착장을 포함해 섬의 내부에는 군데군데 시설들이 있었다.

“작전기지를 세우는 작업과 진행들은 어떻습니까?”

“예상보다 더빨리 완성이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실장님과 김태천에게 그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나머지 팀원들까지 데려왔으니 좋은 기회군요.”

프리먼의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얼마후 투포레프-13 수륙양용기에대한 점검을 완료한 쉬니크도 합류를 하였다.

김태천의 팀원들은 프리먼과 함께온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당신이 김태천씨군요. 여기있는 프리먼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한국에서 벌인 작전은 정말로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그건 여기있는 저의 팀원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김태천이 공을 팀원들에게 돌렸다.

프리먼과 동료들은 프라스섬에 있으면서도 김태천이나 내쪽과 실시간으로 연락을 취하였다. 한국에서 중국 스파이들을 소탕하는 작전에는 프리먼과 그의 팀원들도 참가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기회는 다음에도 얼마든지 있었다.

한국으로 스파이들을보낸 상하이 보안공사와 배후에있는 중화무력국은 여전히 방심할수없는 상대다.

그리고 상하이 보안공사에 대해서는 KR-전지를향해 음모와 계략을꾸민 댓가를 치뤄줄 생각이다.

따라서 중국 스파이들과의 전투는 이제 시작된 것이다.

***

부우웅! 덜컹! 정글사이로 뚫린 길을따라 지프 차량들이 나아갔다.

프리먼과 동료들이 건설한 작전기지는 프라스섬의 중앙에 있었다.

프라스섬은 울릉도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섬의 대부분은 울창한 맹그로브 나무와 열대 수림들로 가득했다.

때문에 우리들이 탑승한 지프차량들이 지나가는 길도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도로는 아니다.

기껏해야 차량이 한대 지나갈만큼 좁았고 군데군데 구덩이와 자갈길이 가득했다.

따라서 여기서는 험한 지형에서 자유롭게 움직일수있는 지프차량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지금 차량들이 지나가는 길의 좌우로는 높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때문에 대낮인데도 위쪽 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공중에서는 지금 우리들이 지나가는 밀림속의 길은 어떻게 보입니까?”

“고성능 광학카메라로 근접촬영을 한뒤에 정밀분석을 해야만 겨우 눈치챌 수준입니다. 통상적으로 저공비행을통해 프라스섬의 위로 지나가는 경우에는 밀림속에 만들어진 이런 좁은 길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프리먼씨가 확실하게 준비를 했군요.”

“이것은 과거 베트남 전쟁때 베트콩들이 자신들의 보급로를 만들고 관리할때에 사용하던 방식입니다. 미군이 수십대의 정찰기들을 투입하고 베트남의 곳곳에 항공촬영을 했지만 베트콩들의 보급로와 은신처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프리먼이 설명했다.

그의말대로 우리들이 이동하는 길의 좌우에는 높은 열대림들이 빽빽하게 자라서 하늘의 상당부분을 가리는 수준이였다.

그래서 좀 어두운 상태였고 이정도면 공중정찰에서도 완벽하게 은폐할수 있었다. 나로서는 작전기지인 프라스섬이 적들에게 최대한 드러나지 않는것이 유리했다.

어두운 정글속의 좁은길을 1시간정도 달렸다.

그러자 전방으로 넓은 장소가 나왔다.

프라스섬의 중심인 다카계곡에 도착한 것이다.

이섬은 작전기지로 사용하기에 천혜의 지형과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섬의 중앙에는 다카계곡을 중심으로 다수의 협곡들이 있었다. 이런 협곡들의 사이로 크고작은 호수와 연못들도 존재했다.

이것은 프라스섬에있는 대원들이 식수문제를 해결하는데 적당했다. 그리고 협곡들 사이는 외부에서도 안보이는 사각지대가 많았다.

이런 협곡들 사이에 작전기지에 필요한 시설들과 건물, 무기창고와 보관소, 기타 여러가지등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솔직히 열대의 섬이라고해서 원시적인 집들이 가득할줄 알았는데 예상밖의 상황입니다.”

“군사기지의 수준을넘어 휴양지의 리조트같은 분위기도 나는군요.”

오창석과 배기성이 감탄했다.

나머지 팀원들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건물과 시설들은 협곡사이의 사각지대와 은폐가 가능한 장소등에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수영장까지도 있었다.

날씨가 좋을때에는 수영장의 근처에 썬베드를 가져다놓고 느긋하게 선탠을 즐겨도 좋을정도다. 팀원들이 여기에온 목적은 마냥 놀면서 시간만 때우는것은 아니다.

프라스섬의 중심에는 광대역 통신시스템이 있었고, 이것은 인공위성과 연결된다. 따라서 이후의 작전을위한 정보분석을 포함해 다양한 활동까지도 가능했다. 또한 대원들에게 중요한 전술 및 작전훈련, 그리고 사격과 생존기술까지도 완벽하게 연습할수 있었다.

“어떻습니까?”

“정말로 마음에 드는군요.”

프리먼을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후 일행들과함께 내부 시설들을 하나둘씩 둘러보았다.

“현재까지는 작전기지내의 시설들에 집중한 상태지만 이후에는 섬의 방어시설과 경계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만들어야 할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적들에게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은것이 최선이지만 만약의 상황이 되었을때에는 여기를 지키고 상대를 먼저 발견하는것도 중요하니까 말이지요. 그 부분에대해 필요한 자금은 얼마든지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리먼의 표정이 밝게변했다.

그는 프라스섬의 기지건설에 적극 참여했고 주도적인 역활을 담당했다. 주변시설에서 그가 쏟은 열정이 충분히 느껴질 정도였다.

나로서도 프라스섬이 최강의 군사시설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이번에 중국 스파이들을 상대하고 전멸시킨것은 내쪽에서도 운이좋았다. 그들의 행적이 먼저 발견되었고 내쪽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든것이다.

하지만 이후에 만나게될 적은 더 강할수도 있고 우리들의 약점을 치고들어올 가능성도 많았다. 따라서 시간이 있을때 철저한 준비를 해놓는것이 중요했다.

***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는 보통의 미국인들에게 특별할것 없는 장소다.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것도 아니고 도시가 큰것도 아니다.

오히려 랭글리는 미국 시골에서 볼수있는 자그마한 도시였다.

그러나 전세계의 첩보계와 정보전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랭글리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적있는 장소다.

그럴것이 여기 랭글리에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기관인 CIA-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외에 전세계의 강대국들은 저마다 첩보기관과 정보기관을 갖고있었다.

그럼에도 CIA-가 유명한것은 그만큼 미국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함께 이제까지 CIA-가 수많은 비밀작전과 공작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냉전시대에는 구소련의 KGB-와함께 전세계 첩보전쟁에서 양대산맥을 이루었다.

“CIA-본사에서 우리를 초청하다니 예상밖의 상황이군요.”

“초청이라기 보다는 당신들과의 협상을 위해서라고 보는게 좋을겁니다.”

나탈리가 대답했다.

프라스섬에서 잠깐동안의 일정을 보낸뒤에 나와 프리먼, 김태천등은 미국의 LA-로 돌아왔다.

그동안 한국에서 중국 스파이들을 소탕하는 작전에 참가하느라 LA-에서의 비지니스에대한 부분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필요한 업무들을 진행시키고 그외에 솔라팜(Solar Farm) 프로젝트를위한 새로운 태양광발전 장소를 섭외하던중 CIA-요원인 나탈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실은 그녀가 직접 LA-까지 찾아온 것이다.

그녀가 나의 비버리힐스의 저택인 골든하우스(Golden House)를 방문한 목적은 하나였다. CIA-의 본부가있는 랭글리로 나와 일행들을 초청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기꺼이 환영이다.

안그래도 한국에서의 작전이후에 CIA-와 추가적인 협상을 해야할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

“저기가 CIA-의 본부건물 이군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관공서의 빌딩과 비슷할 정도인데요.”

“평범한 민간인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적당한 위장도 필요한 법이라서요.”

나탈리가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세계적인 첩보기관인 CIA-의 본부건물에대해 기대를 해봐야 소용없다.

그녀의 말대로 겉으로 드러난것은 지극히 평범하다.

또한 CIA-에서 일하는 요원들중에 상당수는 1년에 단 한번도 권총을 쏴볼일없는 평범한 운영요원들이다.

이들 운영요원들 중에는 현장에서 뛰지않고 오로지 사무실에서만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업무란것도 주로 정보분석 및 데이터처리, 그외에 평범한 데스크업무를 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첩보전쟁의 최선두에서 총격전을 벌이거나 적과 직접 전투하는 경우는 거의없다. 다만 기초적인 군사훈련과 첩보훈련은 익히지만 직접 참가할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와 동행하는 나탈리처럼 CIA-의 본부에서 활동하면서 필드요원(현장요원)까지 겸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요원들의 경우에는 소수이지만 CIA-의 내부에서 핵심적인 역활을 담당했다.

그만큼 생명의 위협도 큰편이다.

얼마후 우리들이 탑승한 차량은 첫번째 검문소에 도착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평범한 관공서 빌딩처럼 위장했지만 출입통제는 상당히 까다롭다.

마지막 3번째의 검문소를 통과한뒤에 도착한곳은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였다.

지금부터가 CIA-본부의 숨겨진 시설과 본모습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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