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06화 (106/300)

# 106

미국 CIA 와의 연합작전 (03)

파지짓! 정면에서 전기불꽃이 튀어오른다.

그것을 바라보던 번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중국의 인민해방군 특수부대에서 활동했다. 이후에는 중국내 최강의 첩보조직중에 하나인 중화무력국에서 특수요원으로 제법 명성까지 날렸다.

자신이 받은 훈련중에는 적에게 잡혔을때 고문을 이겨내는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번진은 눈앞이 캄캄하게 변했고 머리속이 하애질 지경이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당했다.

상대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행적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번진과 동료인 고청은 상관인 양패의 지시를받아 KR-전지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내려진 명령은 KR-전지의 핵심인 슈퍼배터리의 기술을 빼내는 것.

그것을위해 양패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그에따라 두명은 KR-전지에서도 중심에 속하는 R&D(연구개발)부서의 직원들을 밀착 마크했다. 그중에서도 두명이 타겟으로 잡은건 선임연구원인 최재일이다.

하지만 KR-전지의 직원들은 회사에대한 충성도가 높기에 돈을이용해 매수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을게 분명했다.

대신에 최재일을 중간에서 납치한뒤에 공갈협박을통해 정보를 빼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상대는 기껏해야 보통의 민간인-

두명이서 한명을 상대하는건 식은죽 먹기다.

적당한 기회를 노리기만하면 되었다.

그러나 번진과 고청은 자신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선임연구원인 최재일을 납치하기위해 기습을 준비하던중 그들의 앞뒤로 건장한 사내들이 나타났다.

“누구냐?”

“.....!”

상대는 어떤 대답도 없었다.

섬광처럼 빠른 펀치와 공격을 펼쳐왔다.

번진과 고청도 실력이 있다고 자부했지만 상대의 솜씨는 차원이 틀렸다. 제대로 반항조차 못한채 두명은 완전히 당했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깨어난곳이 여기다.

자신들이 어디에 갇혀있는지 알수조차 없었다.

빛조차 제대로 들어오지않는 지하시설이란건 예상할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부터가 지옥이였다.

자신들을 고문하는 사내들.

그들의 솜씨는 뛰어났고 더 악랄한것은 어떤 요구사항도 없다는 것이다.

뭔가 정보를 자백하라는 말도 없었다.

48시간동안 지속되는 고문.

자신들을 고문하러 들어오는 상대들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이 개같은 놈들아. 차라리 날 죽여라!”

“겨우 이정도의 전기고문으로 죽지는 않아. 대신 지옥같은 고통을 경험할 뿐이지.”

파지지짓! 오창석이 냉소하며 전극을 번진의 몸에 대었다. 그러자 번진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지며 온몸을 부들거렸다.

‘이놈들은 진짜로 악마다!’

고통속에서 번진의 뇌리를 채우는 생각은 이것이 전부였다.

***

“당신 팀원들은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는군요.”

매직미러로 건너편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지켜보던 나탈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의 팀원들은 포로로 잡아온 두명의 중국 스파이들에대해 교대로 고문을 개시했다.

그것이 장장 48시간동안 이어졌다.

지금은 오창석이 교대해서 번진을 상대로 지옥의 전기고문을 진행중에 있었다.

그녀가 이상해 하는것도 당연하다.

그녀가 고문에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나탈리가 속해있는 CIA-에서도 중동의 테러리스트를 잡았을때 비밀시설에 감금해두고 고문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 경우에는 주로 정보를 캐내기위한 것이다. 그래서 CIA-에서 고문을 전문으로 하는 요원들은 적당한 육체적 고통과함께 상대에게 정보를 자백할 기회를준다.

하지만 나의 팀원들은 지금까지 포로로잡힌 중국 스파이를향해 어떤자백도 강요하지 않았다.

이것이 가장 무섭고 잔인한 방법이다.

“지금 나의 팀원들이 사용하는건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기위한 전략입니다. 한국에 잠입해 들어온 중국 스파이들이 손쉬운 상대는 아닙니다. 그들도 포로로 잡혔을때 적의 고문에 버티는 훈련도 받았을 것이고 말이지요. 따라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시간만 걸리고 제대로된 효과를 얻을수 없을겁니다.”

“정말이지 당신들은 무섭도록 치밀하군요.”

나탈리의 음성이 살짝떨렸다.

그때 우리들 옆으로 김태천이 다가왔다.

“어떤거 같습니까?”

“앞으로 1시간이면 한계를 넘을거 같군요.”

김태천의 예상은 정확했다.

48시간동안 지속된 고문에서도 제법 버티던 번진이 나중에는 광인처럼 괴성을 내질렀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이성과 인내가 끊어진 것이다.

“이제 들어가도 되겠군요.”

“믿을수 없군요.”

나탈리가 당황했다.

그녀가 보기에 중국 스파이인 번진은 쉽게 무너질 상대가 아니였다. 만약에 CIA-요원들이 번진을 다루었다면 이처럼 단시간에 굴복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후 나는 김태천 나탈리와함께 번진이 갇혀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지금 번진의 상태는 완전히 무너졌다.

실성한 것처럼 입에서는 거품이 흘러내렸고 눈마저도 흰자위가 보일 정도다.

그리고 환상을보듯 헛소리까지 해댄다.

“번진. 지금까지의 고통은 맛보기에 불과할 뿐이야.”

“제발. 원하는건 뭐든지 할테니까.”

“우리들이 바라는건 하나뿐이야. 너의 상관인 양패한테 연락하는거.”

“.....”

번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더이상 거부할수는 없었다.

김태천의 말대로 그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니까.

***

“드디어 번진이 해냈군.”

양패가 주먹을 쥐었다.

자신에게 내려온 직속명령.

그것은 KR-전지의 슈퍼배터리 기술을 획득하는 것이다. 만약에 실패하면 이후에 상부로부터 어떤 문책과 벌을받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때문에 양패는 상당히 초조했다.

그러던중 자신이 아끼는 부하로부터 좋은 소식이 들어온 것이다. 그것은 슈퍼배터리의 핵심기술을 갖고있는 선임연구원을 확보했다는 것.

이것은 정대현 사장을 납치하는것보다 더 좋은 소식이다.

정대현 사장이 KR-전지의 경영인이고 슈퍼배터리의 개발에 참가했다고 하지만 그가 슈퍼배터리의 기술을 제대로 알고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에반해 R&D(연구개발)부서의 선임연구원이라면 확실한 대상이다. 하지만 번진이 보내온 소식중에는 불안한것도 있었다.

같이 활동하던 고청이 부상을 당했고 상대를 납치하던중에 한국경찰에 추격을받아 위기상태라는 것이였다.

한국경찰의 무장수준이나 전투력을 본다면 결코 중국 스파이의 상대가 못된다. 하지만 숫적인 열세는 확실했고 잘못하면 다잡은 고기를 손에서 놓치는 것이다.

“양패 대장님. 이대로 나두면 번진과 고청이 한국 경찰들에게 체포당할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무장부대를 준비해라. 만약에 한국 경찰이 방해가 된다면 죽여도 상관없다.”

“어차피 녀석들은 우리들의 상대가 안됩니다.”

양패의 부하들이 냉소를 지었다.

얼마후 그들은 지시에따라 아지트의 무기고에 숨겨두었던 자동소총과 장비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중국 스파이들이 국내로 반입해 들어온 무기들의 수준은 상당했다.

AK-계열의 자동소총부터 시작해서 각종 폭약과 수류탄, 그리고 기관총까지 다양했다.

그들말대로 기껏해야 소구경의 권총이나 휴대하는 한국경찰들은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면 엄청난 학살을 당할것은 분명했다.

얼마후 준비를갖춘 양패의 무장부대가 아지트를 출발했다.

한국내의 스파이 활동을위해 중국에서 추가로 보충된 인원들은 상당했고 아지트에는 모두 50명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양패는 그들중에 30명정도를 중무장 시킨뒤에 직접 이끌고 나간것이다. 그러나 양패는 자신과 부하들이 지옥을향해 스스로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

“놈들이 걸려든거 같습니다.”

“아지트를 감시중인 CIA-쪽 요원들로부터 연락이 온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양패가 우리들의 던진 미끼를 물었고 30명의 무장부대를 지휘하며 출발했다는 보고입니다.”

“양패도 이번에는 끝장을 보겠다는 결심이군요.”

“아무튼 이것으로 상황은 우리쪽에 더 유리해진 상태입니다. 아지트에 틀어박힌 녀석을 생포하는것 보다는 밖으로 끌어낸뒤에 잡는것이 더 쉬운 법이니까요.”

“CIA-와의 약속이니 어쩔수 없지요.”

김태천을향해 대답했다.

CIA-가 이번 작전에서 최우선으로 원하는건 양패의 생포였다.

그리고 나도 녀석을 산채로 잡고싶은 마음도 있었다. 김태천과 팀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전투장소를 선택했고 함정을 제대로 파놓은 것이다.

남은건 그물에 걸려든 고기를 잡는것.

***

“저곳인가?”

“번진이 보내온 연락에 의하면 여기가 틀림없습니다.”

양패를향해 부하가 대답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서울외곽에있는 창고였다. 과거에는 물류창고로 쓰던 곳이지만 오래전에 폐쇄된 곳이다.

주위로는 민가의 흔적도 별로 없었다.

그들이 도착한 창고지대의 근처에서 사이렌 소리가 몇차례 들려왔고 그것으로 한국경찰이 주변으로 수색작업을 펼치는 중이란 사실은 직감할수 있었다.

“대장님. 한국경찰이 오기전에 서둘러 동료들을 탈출시켜야 합니다.”

“알겠다.”

부하의 재촉에 양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에 차량을 주차시킨뒤에 양패의 부하들이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만약의 상황을위해 자동소총을 정면으로 겨누었고 전투대형을 펼치면서 이동했다.

그때 창고의 지붕쪽에서 갑자기 서치라이트가 켜졌다. 강렬한 불빛에 양패와 부하들이 당황했다.

“설마 함정인가?”

양패의 뇌리로 공포가 스쳐가는 순간.

퓽! 퓨퓽! 소음기가 장착된 저격용 라이플에서 연사가 시작되었다.

양패의 부하들은 서치라이트로 완전히 노출된 상태였고 정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날아온 저격탄은 정확하게 그들을 타격했다.

단번에 3-4명이 피를뿌리며 쓰러졌다.

당황한 양패가 소리쳤다.

“대응해라! 먼저 창고지붕의 서치라이트부터 조준해라.”

“개같은 놈들!”

“죽어라!”

이제는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걸 깨달았다.

중국 스파이들이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자동소총을 난사했다.

하지만 이것은 허무한 반항에 불과했다.

중국 스파이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상대의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햇다.

그에반해 김태천과 팀원들은 정확하게 조준사격을 펼치면서 적들을 하나씩 해치우는 상황이였다.

챙그랑! 적들이 자동소총을 난사하던 상황에서 창고지붕의 서치라이트가 깨졌다.

그러자 양패와 부하들은 겨우 한숨을 돌렸다.

최소한 어둠속이라면 자신들도 대응하게 싸울수 있다고 생각한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착각에 불과했다.

“전대원 야시장비로 전환해라!”

김태천이 헤드셋 통신기로 말했다.

그러자 팀원들이 신속하게 고성능의 야시장비를 착용했다.

어둠속에서도 대낮처럼 볼수있는 야시장비를 통해 팀원들은 신속하게 이동하며 적들의 측면을 공격했다.

“대장님. 함정에 빠졌습니다. 놈들은 처음부터 우리를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크억!”

양패를향해 소리치던 부하가 피거품을 토했다.

부하들이 전멸을 당하는 상황.

양패의 얼굴이 구겨졌다.

자신이 데려온 30명의 부하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채 전멸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자신까지도 여기서 시체가 될 상황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양패가 뒷걸음질 쳤고 후방으로 달아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양패가 도망칠 기회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딜가시나?”

양패가 도주하던 길목에서 나와 나탈리가 나왔다.

특히 나탈리를 발견했을때 양패의 두눈이 커지면서 당황했다.

그가 자동소총을들어 사격할려는 순간 내손에 쥐어진 소음권총이 먼저 불을 뿜었다.

퓽! 퓨퓽! 발사된 탄환이 정확하게 양패의 허벅지를 관통했고 녀석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꿈틀거리던 양패가 다시 자동소총으로 손을 뻗었지만 가볍게 발로차서 튕겨냈다.

내뒤에온 나탈리가 양패를 내려보며 말했다.

“미국에서는 잘도 도망쳤지만 여기서 잡혔군.”

“이 모든것이 네놈들의 공작이였다는 것인가?”

“양패. 그리고 너의 부하들이 KR-전지와 삼진(Sam Jin)을 상대로 수작을 부릴때부터 알고 있었지. 외신과 한국언론에 너희들에대한 기사가 나왔을때가 순순히 물러날 기회를 준것인데. 포기할줄을 모르더군. 어차피 이렇게 될줄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양패를 내려보며 대답했다.

그의 처참하게 일그러진 표정.

이제는 자신이 처음부터 누군가의 손바닥위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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