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02화 (102/300)

# 102

개인격투 디펜스 스킬

“놈들이 국내에서 이 정도로 활동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대응조차 못했다니!”

“어쩔 수 없네. 보통의 민간기업들 수준에서 방어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까 말일세.”

김태천의 말에 오창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은밀하게 목표를 추적 중에 있었다.

오창석은 이번 일에 참가한 것에 보람을 느꼈다.

김태천이 한국에 온 이유 중 첫 번째는 PMC(민간군사기업)에 참가할 유능한 인재들을 스카웃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김태천과 프리먼이 각자 나누어서 진행 중이다.

한국에는 다양한 특수부대들과 정보기관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활동했던 인원들의 자질은 우수했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으로 김태천은 그런 동료들과 인맥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오창석도 그들 중에 한 명이다.

그는 이전에 국가첩보국에서 일했고 해외에서도 활약이 뛰어났다. 국가첩보국에서 일하기전에 그는 김태천과 마찬가지로 한국군 특수부대에서 다양한 실전경험까지도 쌓았다.

이런 전력이 있기에 김태천은 가장 먼저 스카웃 대상으로 오창석을 생각한 것이다.

처음에 오창석은 김태천의 제안과 스카웃요청에 반신반의했다. 그럴 것이 엄청난 재력과 첨단기술을 보유한 조직과 세력이 있을 거란 예상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직을 주도하는 것이 한국인이다.

나이도 기껏해야 20대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나 오창석은 김태천의 설명을 듣고 그런 조직이 바로 자신이 원하던 곳이란 걸 깨달았다.

겉으로 드러난 공적인 조직이나 기관 등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

지금 자신들이 추적 중인 목표도 그중에 한 명이다.

KR-전지를 감시하고 기회를 노리던 세력.

그들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잠입해 들어온 요원들이었다.

그들의 위장된 신분은 다양했다.

일부는 한국에 유학생 신분으로 들어왔다.

그 외에 중국정부에서 한국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뒤에 직원으로 위장해서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또한 중국내의 조선족들 중에 중국정부에 포섭되어 스파이로 활동하는 인원들도 파악되었다.

중국정부의 수뇌부들.

그들 중에 상당수는 한국을 자신들의 속국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 따라 한국에서의 친 중파를 만들고 자신들의 세력과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한국경제의 약한 부분을 공략하고 한국기업들의 발전된 기술을 약탈하기 위해서 다양한 공작들도 펼친 것이다.

국내에서 최고의 스마트폰 제조기술을 가진 삼진(SamJin)이 여러 차례 기술유출로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이제는 KR-전지를 향해 그 마수를 뻗친 것이다.

“전략실장님의 지시사항은 어떤 것인가?”

“현재까지는 직접적인 행동보다는 추적과 정보수집에 집중해달라고 하더군.”

“좋은 판단이군. 솔직히 한 국내에서 크게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으로 곤란하니까.”

오창석이 동의했다.

한국 내의 활동과 상황은 미국과는 달랐다.

미국에서는 갱단들의 전쟁과 총기로 인한 살인. 그 외에도 수많은 사건들이 시시각각으로 벌어진다.

필요에 따라 상대를 제거하거나 습격하는 것도 평범한 갱단들의 구역전쟁등으로 위장할 수 있었다.

이전에 김태천과 프리먼이 강민과 함께 베트남 조직을 이용해 LA의 야쿠자 조직을 박살낸 것도 그런 방법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신중해야 했고 섣불리 총격전이 벌어지거나 무기를 쓴다면 불필요한 주목을 받게된다.

때문에 강민이 선택한 첫 번째 단계는 상대조직을 최대한으로 많이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전에는 김태천과 그의 동료들이 적격이었다.

***

“그런데 전략실장이란 사람은 어떤 인물인가?”

“딱히 한마디로 대답하기 힘들군.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20대의 청년이지만 그것은 단순한 위장에 불과할 뿐이지.”

“자네의 말을 들을 수록 더 기묘하군.”

오창석과 동료들이 고개를 내젓는다.

지금 그들은 김태천과 함께 힐튼(Hilton)호텔의 펜트하우스로 향하고 있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힐튼호텔은 국제도시인 서울에서도 Top-3 안에 들어갈만큼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60층에 있는 펜트하우스의 명성과 가격은 상당할 정도다.

강민은 미국에서의 활동을 위해 LA에 골든하우스(Golden House)란 호화저택을 마련했다. 뉴욕에는 명성높은 월돌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펜트하우스를 장기로 임대했다.

이제는 한국에서의 활동도 증가하는 상태였기에 작전기지 및 거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이 힐튼호텔의 펜트하우스다.

서울 중심인 여의도에 있었고 교통도 편리하다. 앞으로 이곳은 강민을 비롯해 팀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펜트하우스가 있는 60층부터는 모든 것이 달랐다.

힐튼호텔은 명성이높고 일반객실도 상당히 비싸고 화려했지만 특별층과는 비교조차 안된다.

“돈은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로군.”

“지금까지 내가 전략실장님에 대해 지켜봤는데, 단순히 돈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닌 거 같더군. 어차피 돈이라면 평생놀고 먹을만큼 있는 상황이니까. 그리고 내가 이일을 하는 것도 돈을 버는 것외에 다른 것도 있으니까.”

“자네는 뭣 때문에 하는 건가?”

“뭐라고 해야 할까. 이거라면 대답이 되려나? 전략실장님과 함께 활동하면 재밌으니까.”

“역시 네녀석이 좀 또라이 같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확인했군.”

김태천의 동료들이 피식 웃었다.

그를 따라 이동하는 동료들의 숫자는 모두 5명.

일당백의 수준을 지닌 실력자들이다.

김태천 본인이 인정한 인물들이고 이들과 함께라면 지옥 끝이라도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김태천이 강민과 함께 활동하는 것도 결코 돈 때문은 아니다.

이미 강민과 함께 작전을 여러 차례 성공시킨 팀원들은 그만큼의 보상을 받았다.

김태천이나 프리먼이 갖고 있는 재산만도 웬만한 수준을 능가할 정도다.

김태천은 강민을 통해 신세계를 경험했다.

그리고 김태천이 동료들에게 대답한 내용대로 매 순간이 새롭고 흥미로운 사건의 연속이었다.

얼마 후 그들앞에 펜트하우스의 정문이 보였다.

김태천과 같이온 동료들이 한차례 침을 삼켰다. 그리고 김태천과 가까운 오창석이 농담삼아 말했다.

“그런데 말일세.”

“어떤건가?”

“자네 말대로 전략실장이란 인물이 나름 실력이 있다면 시험해봐도 될까? 물론 상대가 민간인이니까 적당히 힘조절을 해야겠지만.”

“원한다면 해도 상관없겠지. 다만 기왕에 할 거라면 전력으로 도전하게. 괜히 봐주다가 졌다고 불평할 거라면 애초부터 안하는 게 좋을 테니까.”

“정말인가? 하지만 전략실장은 자네의 상관인데.”

“그가 나의 상관이란 건 사실이지. 하지만 이세상에서 어떤 경호나 보디가드가 필요없는 VVIP를 꼽으라면 나로서는 무조건 강민 전략실장을 선택하겠네.”

“......”

김태천의 그 말에 오창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가 알고 있기에 VVIP는 엄청나게 중요한 인물이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재벌총수 그 외에 유명 인사들까지.

그리고 이들에 대해서는 경호원들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만큼 중요하고 안전에 신경을 써야할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태천의 대답은 오창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쨌든 조금 후면 확인해볼 기회다.

펜트하우스의 문이 열렸다.

넓은 내부의 거실.

중앙의 테이블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하던 청년이 김태천을 확인했다.

“김태천 씨. 친구분들을 데려왔군요. 조금 전 프리먼에게도 연락이 왔는데 미국 쪽에서의 스카웃 활동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하더군요.”

“전략실장님. 이 녀석들이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는데 그래도 최소한 고용인에 대해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라서 같이 왔습니다.”

김태천이 대답했고 오창석이 앞으로 나섰다.

“오창석이라고 합니다.”

“전략실장인 강민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강민이 오창석이내민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오창석이 빠르게 돌진하며 파고들었다.

이것은 근접격투전에서의 기술중에 하나다.

일부러 상대의 손을 잡아서 봉쇄하며 유리한 일격을 먹이는 것이다.

‘제대로 걸렸다.’

오창석이 자신했다.

하지만 돌진했던 오창석은 자신의 펀치가 허공을 친 것처럼 빗나간걸 깨달았다. 기습적인 선방이었고 상대가 피할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실패했던 것이다.

회심으로 날린 펀치가 빗나간 순간 오창석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자신도 모르게 공중에서 반바퀴를 회전했고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것이다. 강민이 당황한 오창석을 내려보며 빙긋이 웃었다.

“오창석 씨. 아무리 반가워도 너무 성급하시면 곤란하죠.”

“완전히 당했군요.”

오창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로서는 강민이 어떻게 자신의 기습을 알아챘고 순식간에 대응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창석이 강민을 향해 적의를갖고 도전했을 때 이미 강민은 대응을 갖추고 있었다.

[개인격투 디펜스 종료]

나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것은 AI인 하시를 통해 보상으로받은 개인 스킬들 중에 하나다.

나를 향해 적대감을 가지거나 살기를 표시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근접거리에서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스킬이다.

이 원리는 간단하면서도 복잡하다.

기본원리는 거짓말 탐지기에서 파생된 것인데 실제로 적용하는 데는 여러 가지 첨단기술이 들어가는 것이다.

인간은 상대를 향해 전투의지를 가지거나 공격하려고 할 때 심장박동부터 시작해서 신체에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긴다.

이것은 눈으로 감지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나와 합체된 AI인 하시에는 다양한 감지센서가 있었고 이것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조금 전 오창석이 나를 향해 다가올 때 겉으로는 표정이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향해 공격하려고 준비했다. 그에 따라 오창석의 호흡이나 심장박동 그 외에 미묘한 신체변화가 단번에 일어났다.

그리고 <개인격투 디펜스> 스킬이 가동된 상태이기 때문에 오창석의 공격의도를 먼저 알아챌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완벽하게 당해버린 오창석은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

“현재까지 파악된 녀석들의 정보입니다.”

김태천이 자료를 내밀었다.

서류들을 하나씩 확인하며 넘겼다.

틈틈이 김태천과 함께온 5명의 동료들을 보았다. 이번에 김태천이 가져온 자료와 추적에는 여기온 5명의 동료들도 참가한 것이다.

이들은 김태천이 실력을 인정한 인재들이고 다양한 특수분야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었다.

앞으로 이들을 주축으로 한국에서 더 많은 PMC(민간군사기업)에 관련된 인원들을 보충할 예정이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PMC에는 한국인들 만으로 구성하는 건 아니다.

프리먼도 미국 쪽에서 스카웃을 진행 중이고 그 외에 필요하다면 러시아를 포함해 다른 국가의 인재들도 추가할 것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인원들은 대략 10명 정도쯤 되는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들을 지휘하는 또 다른 핸들러(관리자)가 있는 거 같습니다. 다만 그 핸들러에 대해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걸로 생각됩니다.”

김태천이 대답했다.

자료들을 검토해봐도 한국에서 활동 중인 10명 정도의 중국 요원들이 보통은 아니다. 대부분 한국어에 능숙하고 위장된 신분도 다양했다.

“요즘 한국과 중국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한국으로 오는 중국유학생들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여기 있는 몇 명은 중국 유학생이란 신분으로 들어와 있군요.”

“중국 첩보원들이 한국으로 침투하기 위해 자주쓰는 방법들 중에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다양하게 있고 조선족을 포섭해 이용하는 경우도 여러번 있습니다.”

김태천의 설명만으로 중국 첩보원들이 한국 내로 얼마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지 짐작되었다.

한중간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평범한 관광이나 유학의 목적으로 오는 중국인들도 꽤 많았다. 그러나 한국기업을 노리고 들어오는 중국쪽 스파이들의 존재는 치명적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숫자만도 10명 정도.

어쩌면 더 있을 가능성도 많았다.

이대로 두 손 놓고 있으면 완전히 당한다.

“상황이 재밌게 되었군요.”

나의 입가에 냉소가 떠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