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
선배님, 푸틴 만나봤어요?
“슈퍼배터리의 탄생과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신 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최성준 사장이 나를 향해 인사했다.
정대현 사장을 통해 내가같이 온다는 걸 연락받았던 상태다.
삼진의 최성준 사장-
이전에 TV-뉴스와 경제신문의 기사에서 자주 보았다. 한국이 전세계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위권 자리를 차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리고 삼진(Sam Jin)에서 생산된 갤럭티카(Galactica) 스마트폰 시리즈가 미국 비플(Bipple)에서 만든 스마트폰과 함께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대산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저보다는 여기계신 정대현 사장님께서 진정한 공로자라고 할 수 있지요.”
“정대현 사장님과 KR-전지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전부터 KR-전지가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뛰어난 기술력으로 성장해온 것도 알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리고 슈퍼배터리가 KR-전지에서 개발된 것도 그런 과거의 업적과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다만 전략실장께서도 알다시피 전세계를 뒤흔들 획기적인 발명품들 중에는 제대로 된 지원과 홍보, 그리고 마케팅 부족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경우도 꽤 있습니다. KR-전지에서 개발한 슈퍼배터리가 미국과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와 이슈를 만든 것은 전략실장님의 덕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 미국 LA와 뉴욕에서 화제를 집중시킨 슈퍼배터리의 오프닝 행사와 전략적인 마케팅은 저로서도 놀랐을 정도입니다.”
최성준 사장의 말에는 진심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그가 한국의 스마트폰 개발과 역사에서 이룩한 공헌도 상당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 모토롤라와 노키아의 아성을 몰아낸 것이 삼진의 스마트폰 브랜드였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갖고 있는 명품 브랜드중에 하나로 올라있었다.
“앞으로도 KR-전지의 슈퍼배터리는 국내의 스마트폰 기업들을 향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올라온 판매실적만 보아도 KR-전지의 슈퍼배터리를 장착한 삼진의 스마트폰들이 세계시장에서 큰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쪽의 연구개발진들도 과거에는 배터리 용량의 한계때문에 제대로 못했던 성능향상과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시키는 것도 가능해진 상태라 모두들 의욕이 넘치고 있습니다.”
최 사장이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KR-전지의 슈퍼배터리는 이후에 KR-전지에서 미국내에 생산시설을 만들면 그 뒤에는 미국내의 스마트폰 제조기업들에도 공급된다.
그중에는 삼진의 스마트폰과 함께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비플(Bipple)의 스마트폰들도 슈퍼배터리를 장착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삼진의 최성준 사장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KR-전지나 내 쪽을 향해 어떤 불만도 없었다. 그만큼 최 사장은 자사제품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정대현 사장님과 함께 전략실장님도 같이 저를 찾아오신걸보니 다른 문제도 있는 거 같군요.”
“그렇습니다.”
최 사장을 향해 대답한 뒤에 설명을 하였다.
얼마 후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건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한 것이다.
“KR-전지를 향해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쪽도 신경 쓰고 있었지만 과거에 몇 차례 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대답하던 최 사장의 표정이 곤혹스럽게 변했다.
그 때문에 삼진이 입은 피해만도 상당할 정도니까 말이다.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KR-전지의 슈퍼배터리에 대한 핵심기술이 분명하겠군요. 제가 보기에는 중국내의 스마트폰 기업들과 배터리 기업들의 사주를받은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최 사장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의 설명을 통해 삼진기업이 중국기업들의 계략에걸려 몇 차례 기술유출을 당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삼진의 경우에는 KR-전지보다 규모가 월등하게 컸고 해외에도 생산시설이 여러군데 있었다.
또한 삼진이 국내에서 최고 기술을 가진 스마트폰 생산기업이기에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공략에 나섰던 것이다.
삼진이당한 기술유출은 여러 가지였다.
신제품의 디자인이 유출되고 카피당한 것은 물론이고 그 외에 스마트폰 내부의 핵심부품들에 대해서도 기술이 넘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넘어간 기술들은 이후에 중국내의 스마트폰 회사들이 그대로 차용해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이대로 두 손 놓고 있다가는 점점 심해질 거 같군요.”
“맞습니다. 삼진에서도 보안부서를 가동시키며 여러 가지 점검과 방어를 시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상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놈들이지만 우리 쪽은 기껏해야 민간기업에 불과하니까 말이지요.”
최 사장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정대현 사장도 KR-전지가 갖고 있는 기술유출을 걱정하고 있지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쉽지 않았다.
KR-전지의 직원들은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
그들이 자진해서 핵심기술을 중국놈들에게 넘겨줄 가능성은 없었다. 그러나 상대가 온갖 비열한 수법으로 나온다면 방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번에 최 사장님을 만난 것은 좋은 기회인 거 같습니다. 삼진을 포함해서 KR-전지가 처한 상황을 충분히 알게 되었으니 말이지요.”
“아무래도 전략실장님은 이번 일에 대해 뭔가 해결책을 갖고 계신 거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발견했으니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겁니다.”
나의 대답에 최 사장의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 쪽에서 어떤 방법을 쓸것인가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
그것은 정대현 사장도 마찬가지.
두 사람은 민간기업의 경영자이다.
따라서 그들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에 반해 내 쪽은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었고 그만큼의 힘과 능력도 있다.
지금까지 삼진을 상대로 계략을꾸민 세력들이 지금은 KR-전지를 노리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녀석들의 방식대로 성공했을지 모르나 이제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
에스프레소 커피의 진한향기가 후각을 자극했다.
이러다가 커피중독이 되는 거 같다.
하지만 노트북을 펼쳐놓고 일을 할 때에는 지금처럼 진한 원두커피가 오히려 더 좋다.
정신이 말끔해지는 기분이니까.
‘그나저나 돈이 많으면 느긋하게 놀러나 다닐줄 알았더니 오히려 더 바빠지다니?’
현재 나의 재산은 100조가 넘어간다.
보통사람은 1000억, 아니 100억만 있어도 평생을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사치를 한다면 100억이란 돈도 금방 없어질 테지만 적당히만 쓴다면 평생동안 갈 수 있다.
따라서 100조라는 나의 재산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대충 계산해 본다면 이렇다.
현재 한국의 1년 예산이 400조 가까이 된다.
따라서 내가 보유한 재산만으로도 한국 1년 예산의 1/4 수준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엄청날 정도다.
하지만 내가 가진 재산의 상당부분은 수많은 루트로 분산되어있다.
모두 합치면 100조가 넘어가지만 그것을 내가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 짠돌이 흉내도 필요하다.
“선배님 너무하네요. 오랜만에 학교에 후배들 보러와서 커피만 사주다니!”
“씨끄러 이 녀석들아. 그리고 커피말고 점심도 한턱 냈잖아. 이것도 빡빡한 월급에서 겨우 사주는 거야.”
나의 말에 후배들이 더 이상 반박을 못한다.
저 녀석들에게는 내가 투자회사에서 실장으로 일하는 선배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다만 내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실장이라는 직함이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단순한 실장.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JSE-(K)를 대표하는 역할이다.
다만 그런 걸 보통사람이 알 수는 없다.
그리고 후배들이 비싼 외제차라고 감탄하는 랜드로버 메탈리카(Metalica)도 사실은 JSE-(K)의 소유다.
하지만 JSE-(K)투자를 포함해서 미국에 있는 MCU-펀드도 모두 내 것이라는 건 숨겨진 비밀이다.
한국에 온김에 후배들도 볼 겸해서 대학교를 찾아왔다.
지금은 여러 가지 여건상 계속해서 학교수업을 듣는 것이 힘들었고 시간도 부족했다.
그래서 학교에는 일단 장기 휴학계를 내놓은 상태다. 어차피 학과수업이 급한 게 아니니까 말이다.
“저도 강민 선배처럼 투자회사 같은 데서 일했으면 좋겠어요.”
“보기엔 좋아도 일이 빡세!”
“그래도 월급이 좋잖아요.”
“하지만 대기업 사원들 연봉만큼은 안돼.”
“그렇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어디예요? 일 때문에 외국으로 출장도 많이가고.”
“러시아의 시베리아가서 얼어죽는 줄 알았다.”
“와아~ 그런데도 가세요?”
시베리아는 괜히 꺼냈나?
단번에 후배들의 눈이 반짝거린다.
내가 시베리아, 그리고 야츠크기지에 간 것은 글로벌 스캐닝의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그런 걸 말해줄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출장으로 시베리아를 간 이유는......”
기대감어린 후배들을 향해 적당히 둘러대었다.
JSE-(K)에서 러시아의 지하자원에 대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사전탐사로서 간 것이라고 말이다.
저 애들에게 러시아 마피아와 카잔조직.
전직 KGB 요원인 유리 이바노프.
그리고 야츠크기지가 과거에 핵미사일 기지였다는 사실등을 말하면 놀라 자빠질 테니까.
아무튼 핵심적인 내용은 빼고 적당히 둘러댄 이야기인데도 내 말을 듣던 후배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이제는 궁금한 것도 상당히 많았다.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는 어떤가요?
그 외에 러시아 음식은 어때요?
그중에 제일 황당한 건, 푸틴 만나봤어요?
저 황당한 질문을 한 후배 녀석은 나의 응징을 받았다. 후배들을 보고 있으니 내가 1학년 때의 상황이 연상된다.
그 때에는 미래에 대한 꿈도 많았지만 모르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AI인 하시와 만나면서 내가 보는 세상과 지식은 엄청나게 넓어진 것이다.
“어쨌든 호기심 천국은 여기까지. 너희들 스터디하러 왔다면서.”
“맞아요. 선배님 이야기 듣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라서....”
내 말에 세연이 생각난 듯 배시시 웃었다.
그녀와 경영학과 후배들은 시험준비를 한다고 꽤 열공이다.
상경계가 졸업 후에 취업에 유리한 전공이라 해도 학점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요즘은 시험준비 스터디를 학교주변의 카페 등에서 하는 경우도 많았다.
후배들만이 아니라 다른과의 학생들도 카페안의 큰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서 공부하고 있었다.
일단 선배로서 한턱 쏘기로 한 거라 커피외에도 카페안에 있는 다른 것도 내이름으로 주문하게 했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부터 펜케이크까지 잔뜩 시키다니?
평소에 먹고 싶었던걸 이번 기회로 한풀이 하는 거 같다.
그래봐야 얼마 하지 않지만 녀석들도 너무 많이 시킨 것에 미안한지 멋쩍은 표정까지 해댔다.
후배 녀석들에게 시험준비 스터디를 열심히 하라고 한 뒤에 테이블을 옮겨서 업무에 몰두했다.
어떤 경우에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다.
그런데 조금 전 후배들에게 이야기 하던 것중에 뇌리에 남는 게 있었다.
러시아쪽의 자원개발-
현재 글로벌 스캐닝 위성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자원과 기타 자료들은 서서히 쌓여가고 있었다.
그리고 후배 녀석이 황당한 질문을 했지만 푸틴에 대한 것.
내가 러시아에서 본 결과 푸틴이 러시아에서 갖고 있는 권력과 입지는 상상을 넘어설 정도였다.
서방언론에서는 푸틴을 러시아의 독재자라고 하면서 비판하고 있지만 실제 러시아에서 그의 위치는 상당히 튼튼했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거뜬할 수준이다.
다만 정치적으로 푸틴이 러시아에서 독재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과 비지니스는 또 다른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자원개발과 비니지스를 위해서는 역시나 푸틴을 포함해서 러시아의 핵심인물들을 포섭해 두는 것도 필요했다.
여기에는 카잔조직이라는 한 가지 방법이 있었고 그 외에도 커넥션을 할 수 있는 조건은 많았다.
워싱턴에서 로비스트를 이용해서 정계와의 커넥션을 만드는 것처럼 러시아에서도 그와 비슷한 방법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즈음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김태천이다.
현재 김태천은 한국에 들어와서 활동 중이다.
내가 김태천과 프리먼에게 지시한 PMC(민간군사기업)을 위한 준비와 함께 또 다른 임무도 수행중에 있었다. 지금 김태천에게 연락이 왔다는 건 그가 본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