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
미국시장을 공략한다
경쾌한 리듬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KW-엔터테이먼트에서 독자적으로 갖고 있는 안무실에서 나오는 뮤직들이다.
이호성 부사장은 스타 프로젝트를 통해 신인발굴과 그들을 키워내는 과정이 본궤도에 오르자 먼저 한 것이 안무실을 확장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것은 좋은 선택이다.
뿐만아니라 녹음실과 보컬 트레이닝실도 추가했다.
어차피 KW-엔터테이먼트 빌딩은 20층 이상의 규모로 내부공간은 많았다.
“현재 안무실을 3개까지 확장했고 이후에는 모두 6개까지 증가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보컬 트레이닝실도 4개까지 증가시키려고 시도 중입니다.”
“아무래도 지금의 한국 뮤직시장과 엔터테이먼트가 댄스뮤직과 댄스그룹 위주로 흘러가는 것이 많다보니 적절한 선택인 거 같습니다.”
“다만 한국에는 가창력이 뛰어난 신인들도 많고 그들 중에는 댄스음악보다는 발라드나 블루스, 소울, 락음악등의 다른 장르에도 강점을 보이는 신인들도 꽤 있습니다. 앞으로 한류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개성을 갖추고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에도 준비를 해둬야할 거 같습니다.”
“댄스음악외에 발라드나 기타 장르의 음악에는 가사 전달력이 중요할 것입니다. 물론 국내에서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해외시장까지 생각한다면 언어적인 부분도 준비를 해야 될 거고 말이지요.”
“대표님의 말씀대로 그 부분이 어렵기는 합니다. 이전에는 미국이나 영어권 국가의 신인들을 발굴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영어권 국가의 한국인 가수들의 폭은 상당히좁고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니까 말입니다.”
이호성이 대답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과거에 나왔던 문제점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현재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음악의 주축은 댄스장르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순조로운 편이지만 여기에 만족하다가는 발전이 없다.
이호성의 말대로 한국에는 댄스장르 외에도 가창력이 풍부한 가수들과 신인들이 많았다.
이들이 한류뮤직의 대열에 합세한다면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댄스뮤직과 달리 다른 장르의 음악에는 가사를 전달하는 능력이 중요했다.
“과거에 스콜피온이나 에바, 그리고 유럽권의 가수와 그룹들은 대부분 영어로 노래를 불렀지요.”
“그렇습니다. 자국에서야 모국어로 자신들의 히트송을 부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해외로 나가는 콘서트나 또는 해외로 판매되는 앨범의 경우에는 가사를 모두 영어로 만들어서 불렀습니다. 그리고 대표님도 알다시피 전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시장은 미국입니다. 그다음이 영국인데 이들 2개 국가들이 가지는 뮤직시장의 규모가 상당할 수준입니다. 그리고 둘 다 영어권이고 여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유럽출신과 아시아 국가의 가수라도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게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 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닐 거 같군요.”
“맞습니다. 큰 무대와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려면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 외에도 가수활동을 하는중에도 인터뷰와 기타 사항에서 영어를 능숙하게 쓰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이호성의 생각에 동의했다.
내가 지금 미국에서 돈을 벌고 사업을 하는데에도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필요하다면 통역을 쓰는 것도 가능하지만 1:1의 대화와 중간에 통역이 참가하는 대화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얼마 후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것은 내가 KW-엔터테이먼트를 설립할 때에 계획했던 전략과 시나리오들 중에 하나다.
아직은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여겼는데 기왕 이렇게된 거 좀 더 빨리 추진하는 것도 필요했다.
“부사장님. 이제 KW-엔터테이먼트도 국내에서 그 입지가 제대로 올랐고 현재는 4대 기획사들 중에 하나가 되었으니 본격적인 해외활동을 위한 준비와 시도를 해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해외 활동이라면 이미 다크벨벳을 비롯해서 데뷔한 신인들이 저마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쪽 콘서트와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말한 것은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쪽의 공략입니다.”
“......”
나의 말에 이호성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제까지 한류 스타들이 여러 명 나왔지만 정말로 큰 무대와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중국의 뮤직시장이 상당히 커지고 이후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미국시장과 유럽시장의 공략에 성공하고 세계적인 뮤직스타가 된 뒤에 중국에서 받는 대우는 완전히 틀려진다.
즉 모든 몸값이 몇 배, 많게는 수십 배씩 뛴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시장의 공략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대표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로 기대가 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미국시장의 공략이란 것이 결코 쉬운것은 아닙니다. 아직까지도 그쪽의 주류시장에서는 아시아 그리고 한국의 뮤지션은 상당부분 인지도가 떨어지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라질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본격적인 활동기지와 거점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요.”
이호성은 눈치가 빨랐다.
조금 전 내 말의 숨겨진뜻을 단번에 이해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 KW-엔터테이먼트의 지부 사무소를 설립할 계획이십니까?”
“소규모의 사무실 수준으로는 그쪽 시장에서 제대로 명함도 내밀지 못할 겁니다.”
나의 대답에 이호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만큼 전세계의 주류인 미국 음악시장이 얼마나 높은벽인지 실감하고 있었다.
이호성도 과거에 한류 스타들을 키워내고 그들을 미국시장에 진출시키려고 노력을했다. 그 결과 초기의 작은 성공은 몇 번 거두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오히려 그것을 위해 상당한 투자를 했지만 결과는 처참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다.
이처럼 미국시장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자본과 홍보력, 마케팅, 그리고 한류스타의 잠재성과 스타성이 모두 갖추어져야 가능할 수준이다.
매우 힘들지만 제대로 성공을 거둔다면 단순히 한류 스타라는 명칭이 아닌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것이다.
단번에 레벨과 급이 달라지는 상태다.
“제가 갖고 있는 앞으로의 전략과 계획 중에는 한류 스타들이 미국의 빌보드차트를 석권하거나 또는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에도 주연이나 조연급으로 출연하면서 세계적 스타들의 반열에 올라서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먼저 미국 서부의 LA에 KW-엔터테이먼트의 미주지사를 설립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그리고 미주지사의 규모는 지금 한국에 있는 KW-엔터테이먼트와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까지도 생각 중에 있습니다.”
“정말로 대표님의 계획대로 된다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도전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호성이 주먹을 쥐었다.
그의눈빛이 열정으로 가득했고 새로운 목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번뜩인다.
***
“와아~ 대표님 오빠가 왔다.”
“너무해요. 보고 싶었는데.”
“애들아~ 대표님은 항상 바쁘시잖아. 어서오세요.”
리더인 은지가 나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했다.
과거에 나를 향해 이마에 뽀뽀를 해달라고 조르기까지 했던 애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정상급 걸그룹 리더로서 든든한 모습이다.
다크벨벳의 성공에는 리더인 은지의 역할도 상당했다.
나와 일행들이 안무실에 도착했을 때 다크벨벳의 멤버들은 안무선생인 김동성과 함께 신곡을 위한 안무를 새롭게 개선하고 있었다.
신곡발표후에 나온 안무도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안무선생인 김동성은 다크벨벳의 댄스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실력이 있었다.
그에 따라 조금 전 확인해본 안무는 신곡발표후에 보였던 댄스안무와 좀 틀렸지만 확실히 좋아보였다.
오랜만에 다크벨벳 멤버들을 보니 반가운 기분이다.
다만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들의 활약이나 TV에 출연한 방송을 확인하기는 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멤버들을 다시 만난 것은 신인데뷔 이후에 처음이다. 이번에 한국에 왔을 때 KW-엔터테이먼트에 온 것도 부사장인 이호성이 나에게 요청한 부분도 있었다.
“여기에 자주는 못오지만 다크벨벳이 활약하는 모습은 지켜보고 있었어.”
“정말이에요? 저와 멤버들은 혹시라도 대표님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대답하던 은지의 표정이 수줍게 변했다.
멤버들은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뛰어난 활약을 하였다. 특히 KW-엔터테이먼트가 지금의 위치에 오는데 다크벨벳의 역할이 상당했으니 말이다.
안무선생인 김동성이 휴식시간을 알렸다.
그도 나와 부사장인 이호성이 같이 온 것을 보고 새로운 뉴스가 있다는 걸 직감한 것이다.
“나와 대표님이 여기에 온 것은 너희들을 잠깐 만나는 것 외에도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기 위한 것도 있어.”
이호성이 말을 꺼내자 멤버들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얼마 후 이호성은 조금 전에 나와 논의했던 부분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떤 뉴스인지도 몰랐던 그녀들의 눈동자가 커지고 있었다.
“은지언니. 진짜로 엄청나!”
“정말로 믿기지 않아.”
“우리들이 미국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니?”
해외멤버인 미나와 트위까지도 놀란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준비과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제부터 다크벨벳은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게 될 거야. 그리고 이미 활동 중인 일본과 중국, 동남아쪽도 신경 써야 하는 건 당연하지. 다만 이후에는 미국시장을 노리는 비중이 훨씬 더 커질 것은 분명하지.”
“이전부터 미국의 LA-나 뉴욕도 가보고 싶었는데.”
막내인 예진이가 배시시 웃었다.
나머지 멤버들이 미국에서 활동한다는 소식에 기뻐했지만 리더인 은지는 생각이 깊었다.
“부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미국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기쁘지만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시장이고 거기는 엄청난 가수들이 정말로 많잖아요. 제대로 준비안하면 지금까지 우리들이 쌓아왔던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을 거 같아 걱정이네요.”
“그런 위험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지. 하지만 나는 너희들을 믿고 있어.”
은지와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이럴 때에는 대표인 내가 그녀들에게 확신을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윽고 이호성이 멤버들에게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등과 여러 가지를 설명했다.
은지부터 시작해서 멤버들 전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들었고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다. 그녀들의 걸그룹 활동에서 전환점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제부터 영어로 노래부르고 인터뷰도 영어로 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거네요.”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익숙해질 거야. 그리고 여기계신 이호성 부사장님이 영어능력을 높이기 위한 개인과외 선생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지원을 시작할 거니까, 너희들은 열심히 따라주면 될 거야. 미국에서의 활동에 필요한 나머지 부분들은 우리들에게 맡기면 되고.”
“정말로 감사합니다.”
은지가 고개 숙이며 대답했다.
미국 활동을 위한 준비가 멤버들에게 쉬운 건 아니다.
댄스부터 시작해서 가창력, 그리고 여러 가지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했다. 하지만 나와 이호성은 다크벨벳의 잠재성을 믿었고 저 애들이 충분히 해낼것이라 확신했다.
***
“실장님께서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번 일은 KR-전지만이 아니라 우리 쪽 JSE-(K)투자. 그리고 한국의 스마트폰 산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상황이니 그냥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나의 대답에 정대현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KR-전지는 위기상황에 있었다.
KR-전지의 경영이나 슈퍼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순조롭다.
그러나 기업에 위기상황이 오는 것은 단순히 내부적인 문제만이 아닐경우도 있었다.
즉 외부의 위협이 더 큰 문제였고 이것은 정대현 사장의 힘만으로 불가능했다.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직접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