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99화 (99/300)

# 99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실장님, 이것 좀 보십시요.”

박광석이 노트북 화면을 내 쪽으로 향했다.

모니터에는 CNN-뉴스가 나오는 중이다.

금발의 미녀 리포터가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내용은 LA의 전력 부족사태가 안정화 되었다는 것이다.

아래쪽 자막에는 솔라넷(Solar Net)이 LA의 구세주로 나서다!라는 자극적인 문구도 나온다.

솔라넷(Solar Net)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전력사업인 솔라팜(Solar Farm) 프로젝트에서 핵심을 담당하고 있었다.

솔라팜 프로젝트에는 솔라넷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참가중이다.

그들 중에는 솔라팜에서 생산된 전기들을 대도시까지 전송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 기업들도 있었다. 전력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생산된 전기들을 안전하게 보내는 것에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했다.

이들 기업들에 대해서도 나와 박광석, 그리고 송재동은 세밀하게 검토를 하였고, 몇 개의 기업들을 선정했다.

그들도 대부분 캘리포니아의 에코에너지 사업이 몰락하면서 적자에 허덕이거나 파산직전까지 있었다.

때문에 나의 MCU-펀드를 통해 기업매수를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솔라넷의 대표인 토마스 사장의 능력은 탁월했다.

예정된 날짜보다 더 빠르게 LA에 전력공급을 위한 작업을 완성시킨 것이다.

솔라넷의 작업이 완성되기 전까지 LA에서는 이따금씩 야간에 정전이 벌어졌다.

다만 커닝햄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LA시장이 긴급대책을 펼쳐서 한밤중에 6~7시간씩 정전이 일어나는 사태는 막았다. 그럼에도 LA의 정전사태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솔라넷의 작업이 완성되면서 LA에는 막대한 양의 태양광발전의 전기가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까지 솔라넷이 작업을 완료시킨건 LA의 전기중에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수준이다.

그것만으로 이미 솔라넷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것으로 추가적인 LA-폭동 사태가 발생하는 건 막을 거 같습니다.”

“그만큼 현대의 인류문명에 전기가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박광석을 향해 대답했다.

지금의 인류문명은 전기문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사용하는 수많은 장비와 기계들이 전기로 움직인다.

전기가 없어지거나 부족해지면 전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부터 무너진다. 또한 그 뒤에 벌어질 사건들은 상상을 넘어설 정도였다.

그야말로 전지구적인 재앙이 발생하는 것이다.

잠시 후 CNN-뉴스 화면은 솔라넷 사장인 토마스를 비추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번 성공으로 솔라넷은 전미국인들을 상대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이제는 해밀턴 상원의원도 워싱턴에서의 입지가 상당부분 올라가겠군요.”

“아마도 차세대 대권주자로서의 길에 한발더 다가갔을 겁니다.”

“만약에 실장님의 예측대로 이후에 해밀턴 상원의원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은 엄청난 성과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박광석은 고개를 내저었다.

나 같은 투자자에게는 내 쪽에서 지원하는 정치인, 그것도 미국의 정치인이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는 건 엄청난 사건이다. 다만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많았다.

“워싱턴의 로비스트인 맥퍼슨의 역할도 중요했습니다. 현재 맥퍼슨은 자신의 로비스트 능력을 발휘해서 해밀턴 상원의원을 지원할 세력들을 모으는데 참가하고 있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위싱턴 로비스트들의 역할이 다방면으로 펼쳐져 있는 거 같습니다.”

현재 맥퍼슨은 나의 지원을 받아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워싱턴 정계쪽에 내가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지금처럼 로비스트인 맥퍼슨과 팀원들을 이용하는 게 효과적이었다.

또한 맥퍼슨은 해밀턴 상원의원과 협력관계에 있었고 상원의원의 입지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작용도 있었다.

그것은 해밀턴 상원의원이 워싱턴에서 활약이 돋보일 수록 그를 견제하는 세력들도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세력들의 공격을 방어하고 대응하는 것도 로비스트들의 일중에 하나다.

지금까지 맥퍼슨은 워싱턴내의 인맥과 정보망을 통해 다양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맥퍼슨이 얻은 이런 정보들은 내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돈을 버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확실히 LA에서의 전력상황이 개선되면서 해밀턴 상원의원에 대한 여론의 평가도 높아진 상태입니다. 다만 실장님과 MCU-펀드쪽에서 솔라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성공시키고 가동하면 미국내에서도 여기에 대해 견제하는 세력들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들은 이전부터 에코에너지(Eco Energy)에 대해 거부반응이 심했던 조직들이나 기업들일 거 같군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박광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코에너지(Eco Energy)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생소한 부분이다.

캘리포니아주가 과거에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한차례 시도했지만 다른 지역의 주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친환경 정책이 과거에 실패하면서, 에코에너지를 반대하는 세력은 더 큰 힘을 얻은 것이다.

현재까지 에코 에너지에 대해 거부감이 가장 심한 부류는 미국내에서도 전통적인 보수세력이나 그와 관련된 기업들이다.

여기에는 메이저급의 정유회사들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부류의 에너지 기업들이 있었다.

이들도 워싱턴에서 로비를 하거나 공화당쪽의 정치인들과 연계해서 압박하는 공세를 취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 중인 것이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입니다.”

“적들이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지요.”

박광석이 대답하며 싱긋 웃었다.

만약 그가 나와 만나지 않았다면 비관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전세계의 에너지 기업들이 강력하다해도 내 쪽에도 여러 가지 비장의 무기들이 있었다. 솔라넷을 통한 태양광 전지사업과 프로젝트는 단지 그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때문에 지금 박광석은 상대에 대한 두려움보다 도전정신으로 가득했다.

***

“선배님. 다크벨벳의 이번 신곡도 엄청 좋은데요.”

“어쩌면 이번에도 대히트 예감입니다.”

“작곡가가 미국의 히트곡 제조기인 번스타인 이잖아. 이것도 실장님의 뛰어난 인맥으로 된 것이지만.”

후배들을 향해 박광석이 대답했다.

조수석의 송재동도 지금 흘러나오는 다크벨벳의 신곡을 감상하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KW-엔터테이먼트를 방문한다는 사실에 박광석의 후배들이 아침부터 들썩거렸다.

박광석도 애써 냉정한척 했지만 그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거 같았다. 그것을 느낀듯 후배중에 한 명이 넌지시 약점을 찌른다.

“선배님. 나중에 다크벨벳을 만나면 싸인해 달라고 졸라대는 거 아닙니까?”

“이 녀석들. 내가 아무리 그 애들의 아재팬이라고 해도 공사는 충분히 구별한다구. 그리고 진정한 아재팬은 말이야. 걸그룹 쫓아다니며 싸인 해달라고 떼쓰는 게 아니야. 말없이 앨범사주고 한발 물러서서 응원해주는 게 진정한 아재팬이지.”

박광석이 다크벨벳의 앨범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그런데 박광석이 저 앨범을 여러장 샀다는 건 숨겨진 비밀이다.

그것도 같은 앨범을.

박광석의 말로는 아재팬이 걸그룹을 지원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나름 그럴듯 하다.

지금 다크벨벳은 한국에서 정상급 걸그룹의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첫 번째 데뷔곡이 대박히트를 쳤고 지금 발표한 신곡 반응도 좋은 편이다.

또한 KW-엔터테이먼트의 이호성 부사장의 탁월한 마케팅 방식도 한몫을 하였다.

그는 한국 연예계 산업에서 잔뼈가 굵었고 한류스타를 발굴하고 키워낸 경험이 풍부했다.

이제 그 능력이 KW-엔터테이먼트에서 제대로 발휘되고 있었다.

얼마 후 차량은 강남에 있는 KW-엔터테이먼트의 빌딩에 도착했다. 그리고 한국 연예계 산업에서 급부상한 KW-엔터테이먼트의 위상을 반영하듯 주변에는 언론사의 취재진을 비롯해서 많은 팬들이 있었다.

***

“어서 오십시요. 대표님.”

“요즘 이호성 부사장님의 활약이 대단하신 거 같더군요.”

“과찬이십니다.”

이호성이 대답하며 멋쩍게 웃었다.

저것은 단지 겸손함일 뿐이다.

그가 단시간에 KW-엔터테이먼트를 이 정도까지 올린 것은 사실이다.

연예기획사가 성장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필요했다.

그중에 자금도 중요하다.

돈이 부족한 연예 기획사들이 운 좋게 한두 번 정도 스타를 키워냈지만 그 후에 제대로 못해서 망하거나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연예기획사가 성장하는 데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제대로 된 스타들의 발굴.

그것을 통한 성장과 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주는 능력과 인맥이다.

내가 KW-엔터테이먼트를 향해 JSE-(K)에서 수백억 이상의 자금지원을 해줄 수는 있었지만 그다음 부터는 이호성 부사장의 능력에 달렸다.

한때 이호성 부사장은 한국 연예계에서 끝났다는 소문까지도 돌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국내의 대형 지상파 방송국들로부터 계속해서 섭외요청이 들어오고 있었다.

현재 다크벨벳은 콘서트와 음악프로그램에 출현하면서 지상파 방송국들의 예능프로에도 참가하고 있었다.

다크벨벳 멤버들의 개성이 뚜렷하고 상큼한 이미지가 제대로 먹힌 것이다.

아무리 예능에 얼굴을 자주비추고 인지도를 높여도 걸그룹에서 핵심은 노래다.

걸그룹이 정상을 유지할려면 계속해서 히트곡들을 만들어내야 했고 두 가지가 성공하면 몇 배나 더 큰 시너지를 낸다.

현재 다크벨벳의 활동이 그런 방식이었다.

“대표님이 이번에 방문하신다고 하니까 다크벨벳 멤버들이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표자리에 있으면서도 다른 업무 때문에 KW-엔터테이먼트에 크게 신경 쓰지 못해서.”

“아닙니다. 저는 대표님께서 저를 믿고 지원해주신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번에 오신김에 우리 KW-엔테테이먼트에서 진행 중인 스타 프로젝트의 다른 신인들과 유망주들을 만나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그들도 대표님에 대해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고 있으니 말이지요.”

이호성이 이렇게 말하니까 왠지 쑥스럽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KW-엔터테이먼트의 대표이기 때문에 상황이 될 때에는 그만큼의 역할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얼마 후 이호성이 건넨 서류철을 받았다.

그것은 꽤 두툼했고 이호성이 발굴하거나 기획중인 유망주들의 명단도 있었다.

KW-엔터테이먼트가 국내 4대 대형기획사중에 하나로 올라가면서 이제는 재능이 뛰어난 신인들이 스스로 KW-엔터테이먼트로 찾아오고 있었다.

스타의 꿈을 갖고 신인들이 온다해도 모두 받아주는 건 아니다. 이호성의 매서운 눈초리와 기준을 통과해야 했으니 말이다.

“TM-엔터테이먼트쪽은 어떻습니까?”

“우리 쪽 KW-엔터테이먼트가 단기간에 성장하면서 가장 위협을 느낀듯 보입니다. 그리고 대표님도 알다시피 TM-엔터테이먼트와 MBT-엔터테이먼트는 이전부터 전략적 제휴를 해온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것 때문인지 이제는 그 둘이 연합해서 우리 쪽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관련기사를 보니 TM-엔터테이먼트에서 기획한 그룹들과 소속된 연예인들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더 노골적으로 나온 거 같군요.”

“그것도 한 가지 이유입니다.”

이호성이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KW-엔터테이먼트에서 다크벨벳이 신인 데뷔를할 때 TM-엔터테이먼트에서는 걸유닛(Girl Unit)이라는 15명으로 된 걸그룹을 내놓았다.

하지만 걸유닛은 애초부터 다크벨벳의 상대가 못되었다.

걸유닛의 경우에는 초반에 반짝하더니 그 후로는 지지부진했다. 그에 반해 다크벨벳은 최고의 걸그룹으로 성장한 것이다.

TM-엔터테이먼트의 정태만이 발광할만한 상황이다. 이제는 KW-엔터테이먼트를 상대로 전쟁을 걸고 있는 중이었다. 나로서는 정태만이 싸움을 걸어온다면 피할이유는 없었다.

녀석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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