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
인공위성 발사 (01)
철컥- 탄창을 결합하자 금속음이 경쾌하게 귓가를 울린다. SVD 드라구노프 저격총의 탄창은 제법 묵직했다.
7.62mm의 강력한 라이플탄을 사용했고 그 관통력과 파괴력은 상당할 수준이다.
그리고 드라구노프 저격총은 러시아에서 생산된 것이지만 전세계의 여러 곳에 널리 퍼져 있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모델의 저격총들 중에 가격이 저렴하고 진흙탕에서 굴러도 고장이 잘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커다란 장점이다.
그래서 SVD 드라구노프는 가난한 게릴라들의 저격총이란 별명도 갖고 있었다.
때문에 미군이 개입한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의 중동 게릴라들이 많이 사용했다.
또한 중동에서 악명을 날리는 IS-등의 테러단체들도 이 저격총을 주로 애용하는 것도 있었다.
SVD 드라구노프의 이런 장점은 기본 베이스가 AK-47 돌격소총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AK-47 돌격소총의 가장 큰 장점이 성능은 둘째치고 잔고장이 없고 험한 지형에서도 언제든지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회가 생길 때에 연습을 해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니까.”
탄창을 결합하고 노리쇠를 당겼다.
노리쇠를 당길 때의 촉감과 압력이 제법 묵직하지만 이것이 SVD 드라구노프 저격총의 강인함을 나타내는 증거중에 하나다.
러시아에 온김에 그리고 글로벌 스캐닝 프로젝트를 위한 위성발사까지 시간이 좀 남았기에 선택한 것중에 하나다.
위성발사 장소인 야츠크 기지는 기본적으로 군사기지다.
과거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발사장소였지만 지금은 핵탄두가 제거된채 발사용의 로켓들만 보관하고 있었다. 지금도 야츠크 기지는 군사용의 시설과 장비들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야츠크 기지를 방어하는 기지경비대에는 다양한 특수무기들이 있었고 그중에 하나가 지금 스나이핑 훈련용으로 사용 중인 SVD 드라구노프 저격총이다.
이것은 중동지역의 게릴라들에게 널리퍼진 초기형의 SVD 드라구노프 저격총에 비해 훨씬 개량된 형태고 성능도 좋은 편이다.
“로버트강의 자세를 보니 군대를 다녀온 거 같군요.”
유리 이바노프가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는 드라구노프 저격총이 익숙한 총기였지만 나에게는 조금 낯설었다.
이후에도 내가 러시아에서 활동하며 지내는 경우는 자주 생길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국내사정도 치안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악명높은 러시아 마피아들부터 시작해서 러시아의 내부는 부패와 혼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도 러시아는 법보다는 무력이 지배하는 사회였고 이것은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될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유리 아비노프에게 요청해서 러시아쪽의 총기들을 포함해서 장비들을 손에 익혀보는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했다.
또한 내가 김태천과 프리먼에게 지시해서 진행 중인 민간군사조직인 PMC의 경우에는 필요하다면 미국제 무기들부터 포함해서 러시아, 그리고 동유럽제까지 다양한 무기와 장비들도 채용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것은 그것을 위한 준비과정중에 하나다. 이번연습에 나보다는 총기매니아인 김태천과 프리먼이 더 좋아하고 있었다.
“역시 탈레반 놈들이 SVD 드라구노프를 좋아했던 이유가 있었군.”
프리먼이 탄창을 결합하고 드라구노프 저격총을 견착한 뒤에 말했다. 조금 전까지 정밀한 조준사격을 여러 차례 하였고 러시아 저격총에 대한 그의 평가는 높았다.
이것은 김태천도 마찬가지.
두 사람은 나름대로 군사무기에 정통했고 이들의 평가는 객관적이고 정확했다.
스코프의 배율을 조절하자 표적이 들어왔다.
SVD 드라구노프의 사격 정밀성은 이전에 내 쪽에서 고가로 구입했던 독일의 PSG-1 스나이퍼 라이플에 비해서는 떨어진다.
PSG-1의 경우에는 1500m에서도 정밀도를 유지할 정도로 뛰어나다.
그러나 SVD 드라구노프의 경우에는 대략 7~800미터 정도가 저격용의 사거리다.
대신에 가격이싸고 잔고장이 없기 때문에 반군이나 게릴라 조직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몇 차례 심호흡을 하면서 스코프의 표적을 십자선에 맞추었다.
타앙- 가볍게 방아쇠를 당기자 단발의 총성과 함께 어깨로 충격이 전해진다.
기분 좋은 반동이다.
발사된 탄환은 600미터 거리에 있는 표적을 정확하게 맞추었다. 군대시절 특공연대에 있을 때에 사격은 그런대로 잘하는 편이었다. 그 때는 저격용 스코프가 없는 단순한 가늠자 형태의 K-2 소총이었다.
이번에는 정교한 스코프가 장착된 SVD 드라구노프 저격총이란 게 다른 점이다.
그리고 전직 KGB-출신이면서 총기를 다루는데 능숙한 유리 이바노프의 도움도 한몫하였다.
결합한 탄창의 저격탄이 모두 빌 때까지 연속 사격을 하였고 그 뒤에 간단하게 안전점검을 하였다.
“실장님. 러시아제 무기의 성능들도 상당히 좋다는 걸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PMC(민간군사회사)의 장비구입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도 좋겠군요.”
“좋은 생각 같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무기와 장비를 구입하는 루트는 유리 이바노프와 카잔조직을 이용하면 더 편리할 것도 같습니다.”
프리먼이 대답하며 유리 이바노프를 바라보았다.
“프리먼씨의 요청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현재 러시아에는 군부에서 유출된 잉여무기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서요.”
“군부에서 유출된 무기들이라.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도 가능한 것입니까?”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카잔조직이 보유한 수송기도 그중에 하나이고 상황과 가격에 따라서는 공격헬기들도 거래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경우에는 좀 가격이 평소보다 비쌀 수밖에는 없지만요.”
유리 이바노프가 대답했다.
전세계의 무기시장과 블랙마켓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다.
러시아의 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군부에서 빼내거나 흘러나온 무기와 장비들을 숫자도 엄청날 수준이었다.
그중에는 군부의 지휘관급이나 수뇌부들 중에 일부가 작정하고 무기를 빼내거나 파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카잔조직은 러시아 군부의 상부쪽과 커넥션이 있었고 그녀의 말이 결코 허풍은 아니었다.
***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전방으로 넓은 공간이 나왔다. 지상으로 드러난 야츠크 기지의 모습은 일부에 불과했다.
이것은 보안을 위한 부분도 있었고 러시아의 특수한 군사기지들 중에 상당수가 이런 방식을 많이 채용했다.
기지의 지하에는 다양하고 방대한 시설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가 본모습중에 하나다.
정면으로 보이는 거대한 크기를 지닌 로켓-
이번에 조립을 마친 글로벌 스캐닝의 인공위성을 장착할 SS-18 새턴(Satan)로켓이다.
과거에 저 로켓의 탄두에는 메가톤급의 위력을 지닌 핵탄두가 장착되에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폐기된 상태다.
대신에 야츠크 기지에 보관된 수십 발의 SS-18 새턴(Satan)로켓은 나의 글로벌 스캐닝 프로젝트와 이후계획에 필요한 인공위성을 발사하는데 중요한 도구들이 되는 것이다.
“작업은 어떻습니까?”
“순조로운 편입니다.”
볼드윈이 대답했고 그의 얼굴은 열정으로 가득했다. 볼드윈팀은 야츠크 기지에 도착한 뒤 러시아의 과학자들과 많은 교류를 가졌다. 지금은 그들과 함께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마무리 작업단계에 들어가는 중이다.
발사체인 SS-18 새턴로켓의 주변은 물론이고, 한쪽에 준비된 인공위성에도 여러 명의 기술자들이 참가해서 작업을 진행 중에 있었다.
미국에서 미리 조립된 인공위성을 여기까지 운반해온 상태였지만 조립된 인공위성을 SS-18 새턴(Satan)로켓의 탄두에 장착하는 데는 좀 시간이 걸렸다.
그것이 대략 1주일 정도 필요했다.
그 외에 발사체인 SS-18 새턴로켓을 점검하는 절차도 중요했다.
인공위성의 발사에는 수백억 이상의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이것은 미국에서 조립을 마친 인공위성을 제외한 것인데도 이 정도의 수준이다.
따라서 발사가 실패하거나 인공위성이 제대로 대기권의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그에 따른 손실은 막대한 수준이다.
때문에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했다.
지금까지 볼드윈팀과 바이칼의 러시아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며 준비를 진행 중에 있었다.
“실장님의 덕분으로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미국 기술자들과 러시아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뭔가를 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힘든 상황인데 말이지요.”
“앞으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할 것입니다. 이후에는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연구개발을 하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저로서는 나중에 러시아의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로키산맥의 그린힐로 데려와서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는 것도 생각 중에 있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볼드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이들을 통해 내가 계획 중인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인 것들이 계속해서 탄생활 것이다.
***
아침부터 일찍 기상한 우리들은 간단하게 조식을 먹은 뒤에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이 위성발사의 D-day인 것이다.
지난 1주일 동안 볼드윈팀과 바이칼의 러시아 과학자들은 철야작업까지 해가며 몰두했다.
조립을 마친 위성을 발사체인 SS-18 새턴로켓에 탑재한 뒤에는 수차례 모의실험과 점검도 하였다.
위성발사가 진행될 야츠크기지는 동시베리아의 깊숙한 곳에 위치했다. 기지주변으로 수십km 이내에는 민간의 마을조차 없을 정도로 외진 곳이다. 따라서 은밀하게 위성을 발사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기상상태는 어떻습니까?”
“현재까지는 순조로운 편입니다.”
볼드윈이 말했다.
인공위성의 발사에는 날씨도 중요한 요인중에 하나다. 적당히 구름이낀 하늘정도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그것보다 더 악화된 폭우가 쏟아지거나 번개등이 친다면 위성발사를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야츠크기지 주변의 날씨는 청명하게 좋은 편이다.
“현재 SS-18 새턴로켓에 액체연료를 주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피커를 통해 보고가 올라왔다.
우리들이 있는 곳은 야츠크 기지에 있는 발사통제센터다.
인공위성의 발사를 담당하는 핵심적인 곳이고 이곳을 통해 모든 것이 진행된다.
하지만 여기가 위성발사의 모든 명령을 내리는 곳이라면 지하에 있는 다른 장소에서는 더 많은 작업들이 진행 중에 있었다.
그중에 첫 번째가 SS-18 새턴로켓에 연료를 넣는 작업이다. 이것은 상당히 정교한 것이고 또한 위험이 따른다.
SS-18 새턴로켓은 지금까지 개발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중에서 가장 대형이었다.
그리고 이런 대형 로켓에는 대부분 액체연료를 사용하는데 그것이 주로 액체산소와 수소이다.
산소와 수소는 대부분 기체의 상태이지만 이것을 극한으로 냉각시키면 액체가되고 이것이 대형로켓의 연료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액체산소와 액체수소의 연료는 평소에 다른장소에 보과하고 있다가 로켓의 발사직전에 주입을 하는 방식이다.
로켓에 연료를 주입하는 과정이 끝나자 볼드윈팀과 바이칼의 과학자들이 점검을 시작했다.
“SS-18 새턴로켓의 점화장치 이상무!”
“탑재된 인공위성의 시스템 점검완료!”
“1단계 로켓 부스터 점검!”
“2단계 로켓 부스터 점검!”
“3단계 로켓 부스터 점검!”
연속해서 스피커로 보고 내용들이 들어왔다.
로켓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서 대기권으로 돌입하거나 탈출하기 위해서는 초속 11km라는 엄청난 속도가 필요하다.
때문에 SS-18 새턴로켓 같이 액체산소와 수소를 사용하고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경우라도 다단계의 분리방식과 점화를 통해 가속시킨다.
그래서 SS-18 새턴로켓은 총 3단계의 방식으로 가속을 시키는데 연료를 모두 소모한 로켓은 각각의 정해진 고도에서 신속하게 분리된다. 그에 따라 분리된 부분에 있던 다음 단계의 로켓이 점화하면서 속도를 더욱 증가시키는 것이다.
현재까지 인간의 기술로 만들어낸 대기권 탈출과 로켓의 성능은 이처럼 수톤에 이르는 인공위성을 지구밖의 궤도로 쏘아올리기 위해 수백톤에 이르는 연료와 다단계 로켓을 사용해야 겨우 가능할 수준이다.
그리고 오늘 SS-18 새턴로켓에 의해 궤도에오를 글로벌 스캐닝의 인공위성은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