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
샌디에고의 솔라넷(Solar Net)
샌디에고(San Diego)는 캘리포니아주의 남쪽에 있는 도시다.
샌디에고 파드리스라는 메이저리그의 야구팀이 있었고 미국서부를 대표하는 도시들 중에 하나다.
샌디에고는 이전부터 여러 가지 산업들과 기업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에코 에너지(Ego Engery)에 관련된 기업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과거에 비해 이런 에코 에너지-관련 기업들의 성장이나 활동은 상당부분 정체된 상태다.
에코 에너지의 기업들 중에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발전에 필요한 태양광전지를 생산하는 것도 포함된다.
과거에 샌디에고를 중심으로 하는 태양광전지의 생산회사들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수가 몰락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중국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시장점유율의 확대도 원인이다.
전세계의 태양광전지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발전효율이 비교적 높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싼 제품군. 그리고 발전효율이 낮으면서 가격이 싼 제품군이다.
발전효율이 높으면서 고가의 태양광전지들은 아주 특수한 경우들에만 사용되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발전효율이 다른 것보다 높다해도 기껏해야 50% 미만의 수준이다. 즉 이것은 지표면으로 내려오는 태양에너지중에 최대 50% 정도만 겨우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외에 일반적으로 태양광발전에 사용되는 건 저효율에 가격이 낮은 제품들이다.
이 부분에 대해 중국에서 태양광전지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공략을 시작했고 미국에 있던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나중에는 상황이 역전되어 미국에서 태양광발전을 시도하는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오히려 중국산 태양전지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미국내의 에코 에너지 산업분야는 상당부분 위축되었고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기본기가 탄탄하고 쓸만한 기업들도 있었다. 내가 주목한 솔라넷(Solar Net)이 그중에 하나다.
AI인 하시를 통해 현재의 태양광발전 수준을 단번에 올릴 수 있는 최신기술과 태양전지의 개발에 대한 부분은 입수한 상태였다.
남은 것은 미국내에서 이것을 해낼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
몇 개의 후보대상을 선정한 뒤에 조사를 하였고 최종적으로 솔라넷(Solar Net)을 선택했다.
솔라넷은 센디에고의 외곽에 제조공장을 갖고 있는 태양광전지 회사다.
회사가 설립된 것은 10년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설립자인 토마스는 미국서부의 명문인 UCLA에서 에코 에너지와 재료공학을 연구한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신제품도 내면서 회사의 운영이 잘 되었다.
하지만 이후에 중국의 태양광전지 회사들이 저가공략에 나서고 미국내 에코에너지 산업이 위축되면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이 상태면 1년 안에 회사가 공중분해 될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솔라넷의 설립자인 토마스는 연구개발에 주력했고 에코 에너지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나로서는 솔라팜(Solar Farm)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인물이고 기업이었다.
이후에 송재동과 함께 MCU-펀드를 통해 솔라넷(Solar Net)을 신속하게 매수했다.
설립자인 토마스의 경영권과 사장지위를 인정해주고 현재 일하고 있는 솔라넷 직원들의 고용보장까지 포함된 종합 패키지 형식의 매수였다.
내가 미국에 설립한 MCU-펀드의 주된 활동은 산하에 있는 기업과 조직들을 총괄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안에 소속된 기업들의 경영과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까지 간섭하는 건 불필요한 일이었다.
***
“어서 오십시요. 연락받고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나와 송재동이 도착하자 솔라넷(Solar Net)의 정문에는 사장인 토마스가 마중나와 있었다. 얼마 전에 본 그의표정은 나락으로 떨어지던 상태였다.
실제로 솔라넷(Solar Net)이 갖고 있던 기업부채는 그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만 그 부채의 규모란 것도 MCU-펀드의 입장에서 본다면 얼마 되지 않는 푼돈이다. 그러나 솔라넷에게는 사활이 걸린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이처럼 솔라넷은 지옥에서 구출된 상태다.
그렇다 보니 사장인 토마스는 처음에 나와 송재동이 기업매수를 제안했을 때 놀랬다.
그가 보기에도 폭락직전인 솔라넷을 구매할 상대가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다음에 일어났다.
나와 MCU-펀드가 솔라넷을 매수한 뒤에 하려는 프로젝트의 규모와 정체를 알고난 뒤에는 경악한 것이다.
처음에 그는 믿지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UCLA의 공대를 졸업하고 오랜동안 태양광전지의 분야에서 일해왔다.
때문에 지금의 태양광전지를 월등하게 능가하는 신제품의 개발에 대해 당황한 것이다.
그것도 85~90%의 발전효율을 지닌 태양광전지는 혁명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토마스는 내 쪽에서 제공한 기술의 스펙과 서류들을 검토하더니 희망을 가졌다.
자신이 여태까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과 제작과정이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도전할 의욕이 생긴 것이다.
이런 토마스의 자세.
내가 다른 곳보다 솔라넷과 그를 선택한 이유다.
“현재 솔라넷의 제작공정과 생산은 어느 정도 입니까?”
“오랜만에 모든 직원들이 활기를 되찾은 거 같습니다. 생산공정에 있는 작업원들은 휴일도 반납하고 제품생산에 뛰어든 상황입니다.”
“놀랍군요.”
토마스의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미국 근로자들의 관념상 휴일까지도 반납하면서 일하는 건 생각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만큼 솔라넷(Solar Net)의 직원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MCU-펀드에서 솔라넷을 매수한 뒤에 모든 직원들에 대한 고용보장을 한 것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그들에게 솔라넷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 것이니 말이다.
“현재까지 개발되고 생산되는 태양전지의 발전효율은 어느 정도 입니까?”
“제작공정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서 본래 계획했던 85%까지는 부족한 81%의 수준이지만 이것으로도 대만족입니다. 실장님도 알다시피 현재 전세계에서 생산중인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태양전지의 발전효율은 많아 봐야 25% 미만입니다. 따라서 우리 쪽 솔라넷에서 생산한 태양전지는 혁명적인 제품의 수준입니다.”
토마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의 말대로 솔라넷에서 생산중인 태양광전지의 발전효율이 81% 수준이라 해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이후에 기술개발을 통해 조금씩 더 높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솔라넷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전지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솔라팜(Solar Farm) 프로젝트에 전량공급 될 예정이었다.
나와 송재동은 토마스의 안내를받아 생산시설들을 둘러보았다.
태양광전지를 제작중인 작업원들의 표정이 꽤 밝았다.
이전까지 이곳의 생산설비는 대부분이 멈춰진 상태였고 가동율도 극도로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기회를 얻었고 활기에 넘치는 중이었다.
“앞으로 솔라넷은 캘리포니아를 넘어 전 미국을 대표하는 에코 에너지(Eco Energy)기업이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실장님과 MCU-펀드의 덕분입니다.”
토마스가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
“우우욱~ 이거 장난이 아니군요.”
볼드윈이 몇 차례 헛구역질을 해댔다.
그러자 카잔조직원중에 한 명이 고개를 내젓는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건 볼드윈만이 아니었다. 이번 여행에는 볼드윈과 함께 그린힐에서 연구하던 기술자들도 몇 명 참가했다.
그들 모두가 우주항공에 관련된 기술자들이다.
“나도 처음에 프로펠러 비행기를 탔을 때에는 볼드윈처럼 꽤 고생했으니까.”
송재동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 우리들이 탑승한 프로펠러 비행기는 민간용의 것이 아닌 군용의 수송기다.
때문에 승객을 위한 편의시설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다.
이것은 카잔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러시아 군에서 돈을 주고 몰래 빼낸 것이다.
지금은 외부도장을 새로한 뒤에 민간용 수송기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지만 이 수송기를 조종하는 토라코프는 과거 러시아 공군출신의 파일럿이다.
카잔조직의 실세인 유리 이바노프의 솜씨는 탁월했다.
미국에서 조립을 마친 인공위성을 북극해를 이용해서 러시아 내부로 신속하게 반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인공위성을 운반했던 로빈스키호는 북극해의 얼음을 깨면서 갈 수 있는 러시아의 쇄빙선으로 뛰어난 항해술을 발휘했던 것이다. 또한 유리 이바노프가 직접 로빈스키호에 부하들과 동승해서 수송을 했기에 더 믿을 수 있었다.
얼마 후 미국에 있던 나에게 유리 이바노프로부터 연락이왔다.
로비스킨호가 운반한 인공위성이 무사히 러시아 내부로 들어갔고 그 뒤에는 발사기지인 동시베리아의 야츠크기지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이 연락을 받자 난 로키산맥의 그린힐에 있는 볼드윈을 포함해서 몇 명의 기술자들과 함께 러시아로 향했다. 여기에는 송재동도 동행했고 김태천과 프리먼도 함께였다.
송재동은 내가 카잔조직과 유리 이바노프를 만난 뒤에 몇 차례 더 러시아로 향하는 길에 동행했다.
처음에는 지금 우리들이 탑승한 이 군용 수송기에 제대로 적응못해 볼드윈처럼 비행시간내내 헛구역질을 해댔다.
그러나 지금은 나름 익숙해졌고 휘파람까지 불면서 꽤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런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정말로 감사를 드립니다.”
“아닙니다. 인공위성의 발사는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저로서는 볼드윈씨와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위성발사가 무사히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볼드윈을 향해 대답했다.
이번여행에 볼드윈과 그린힐의 기술자들을 참가시키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 번째가 바이칼 조직으로 불리는 러시아 과학자들과 그린힐의 기술자들이 만나서 서로 간에 교류를 하는 것이다.
카잔조직과 연계된 바이칼의 과학자들은 항공우주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인원들이 있었다.
그것은 그린힐도 마찬가지다.
현재 바이칼의 과학자들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스스로의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었다.
따라서 내 쪽에서 적당한 수준의 자금지원과 투자를 한다면 바이칼의 과학자들까지 충분히 끌어들이는 게 가능했다.
이미 그들은 정부에게 배신을 당한 상태이기에 러시아 정부에 대한 큰 미련은 없었다.
때문에 바이칼의 과학자들과 그린힐의 연구자들이 서로 간에 교류를 하면 더 큰 성과를 낼 수가 있었다.
두 번째로는 인공위성의 발사에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고 정교한 준비작업이 진행된다.
특히 AI인 하시의 설계도를 통해 미국에서 조립된 인공위성은 최신기술이 들어갔다.
바이칼의 과학자들도 인공위성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우수하지만 이것을 직접 조립한 볼드윈과 팀원들의 능력도 필요했다.
이런 두 가지 목적으로 이번에 볼드윈과 팀원들이 러시아로 온 것은 여러 가지 효과가 있었다.
얼마 후 나는 시선을 유리 이바노프에게 향했다.
전직 KGB-출신의 냉혈한 여성 첩보원답게 그녀에게는 어떤 빈틈도 없었다.
김태천과 프리먼이 1:1의 대결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허풍은 아니다.
“요즘 카잔조직의 활동은 어떻습니까?”
“조직의 보스인 빅토르 비소츠키 씨가 노쇄한 상태라 쉽지는 않군요.”
대답하던 유리 이바노프의 표정이 굳어졌다.
카잔조직은 러시아내의 여타 마피아 조직들과는 달랐다.
러시아내의 마피아 조직들 중 상당수가 쓰레기짓을 하는 것에 비해 카잔조직은 원칙을 중시했다.
그 때문에 내 쪽에서 이들을 신뢰하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카잔조직이 러시아내에서 규모가 큰 마피아 조직은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조직의 견제와 위협이 항상 존재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유리 이바노프를 포함해서 카잔조직의 구성원들이 뛰어났기에 버티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로서는 앞으로 진행될 <글로벌 스캐닝 프로젝트>를 위해서도 카잔조직이 계속해서 그 세력과 조직을 유지해 주는 게 좋은 편이다.
“나로서는 당신을 포함해서 카잔조직과 이렇게 인연을 맺고 사업을 같이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서로 간에 더 많은 협력을 할 기회가 생길 겁니다. 여기 있는 김태천과 프리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실장님.”
프리먼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그에게 유리 이바노프는 경쟁상대이면서 나름 마음에 든 여자인 거 같았다. 얼마 후 파일럿인 토라코프가 기내 스피커로 말했다.
“조금 후에 야츠크기지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송기가 하강을 시작했다. 그리고 볼드윈 팀원들은 동시베리아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야츠크 기지를 보며 탄성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