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
100조의 재산을 지키고 힘을 키우는 방법
수영장을 향해 내리쬐는 강렬한 햇살.
그 때문에 수면에서 보석처럼 빛이 번진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물살이 일렁거렸다.
럼주를 이용해만든 칵테일 <모히또>를 마시자 청량감이 스쳐간다.
골든하우스(Golden House)에서 보내는 느긋한 시간.
LA에서 부촌이라고 일컬어지는 비버리힐스. 그곳에서 높은 언덕에 있는 최고급의 럭셔리 주택이다.
내부에는 수십개가 넘는 방들이 있었다.
저택의 정면에는 깨끗하게 손질된 정원과 국제규격 크기의 수영장. 그리고 뒤쪽에는 헬리콥터의 착륙장까지 갖춘 상태다.
현재 내가 미국에 만들어놓은 휴양겸 작전기지는 2곳이다.
동부쪽에는 뉴욕의 최고급 호텔인 월돌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펜트하우스를 장기로 임대해놓은 상태다.
이전 뉴욕월가에 대한 작전을 펼칠때에 그곳에서 팀원들이 활동하였고 지금도 요긴하게 쓰는 곳이다.
또한 월돌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펜트하우스는 미국에 설립한 MCU-펀드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장소중에 하나다.
이곳 LA의 골든하우스에서도 MCU-펀드를 포함해 다른 회사들과 사업체들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 두 번째로 만들어놓은 LA의 비버리 힐스에 있는 호화저택인 골든하우스는 또 다른 느낌의 장소다.
미국의 대표적인 도시라고 한다면 동부의 뉴욕과 서부의 LA-다. 이런 장소에 거점을 만들어 놓은 것은 여러 가지로 중요한 부분이었다.
“도쿄도 좋지만 역시 태평양의 바닷바람과 캘리포니아의 태양빛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여기도 끝내주는군요.”
“맞아. 그리고 도쿄에 비해 훨씬 더 느긋하게 지낼 수 있고 말이지.”
박광석팀의 후배들이 열대과일 주스를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일본에서의 작업을 마무리 한 뒤에 박광석팀은 미국의 LA로 복귀했다.
내가 그들에게 맡긴 임무는 여러 가지다.
지금 전세계는 인터넷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상태기에 이곳에서도 그들이 필요한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현장으로 가서 알아보는 것도 가능하니까 말이다.
미국월가와 일본의 도쿄증시에 대한 작전을 성공시킨 뒤에 그리고 확장시킨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해 나의 재산은 단번에 증가했다.
현재 추산으로 대략 95조가 넘어가는 상태다.
한국에서 떵떵거리는 재벌급 총수가 가진 재산도 내가 보유한 만큼은 되지 못할 것이다.
100조에 가까운 재산이 있지만 나에게는 이제 시작이란 느낌이다.
나와 결합된 AI(인공지능)인 하시를 통해 새로운 세계의 영역과 가능성을 보았다.
따라서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실장님의 지시대로 지금은 런던증시와 유럽권의 증시, 그리고 중국의 금융시장에 대해 본격적인 분석작업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정도 만으로 충분한 거 같습니다. 섣불리 들어가는 것보다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기회가 왔을 때 맹렬하게 밀어부쳐야 하니까 말이지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박광석이 대답했다.
미국월가와 일본 도쿄증시에서의 성공이후, 나는 좀 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전세계의 금융시장 규모는 엄청날 수준이고 지금도 수백조, 수천조의 돈이 단시간에 움직이고 있었다.
미국의 초대형 투자은행들이나 <조지 소로스>같은 공격적인 투자가들은 전세계의 다양한 금융시장을 상대로 돈 벌이에 나서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 쪽에서 활동이 두드러지면 그런쪽의 세력들과 부딪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그 때를 위해 정보를 모으고 대비를 해둬야 하는 건 필요했다.
그리고 박광석 팀원들에게는 총이나 칼대신, 노트북과 모니터 그리고 광속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그들의 무기와 장비였다.
그리고 나는 박광석팀의 지원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에 대한 투자가 이후에는 수백 배 이상의 가치로 돌아오니까 말이다.
얼마 후 김태천이 프리먼이 다가왔다.
“실장님. 조금 전 카잔조직의 유리 이바노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그린힐에서 조립을 마친 인공위성은 현재 미국을 출발해 러시아로 순조롭게 향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운반하는 배는 카잔조직이 소유하고 있는 로빈스키호인데, 북극해의 바다를 통과해서 얼마 후면 도착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북극해를 이용하다니. 카잔조직도 나름대로 수완이 좋군요. 북극해는 빙하부터 시작해서 항해가 상당히힘든 곳인데.”
“보통의 선박으로는 중간에 조난사고를 당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조립된 인공위성을 운반중인 로빈스키호는 러시아가 개발한 최신형의 쇄빙선입니다. 지금까지 수차례 북극해를 통과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거라 봅니다. 또한 이번 운송작전에는 유리 이바노프, 그녀가 직접 지휘를 담당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프리먼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의 카잔조직은 전직 KGB-출신인 유리 이바노프가 실세로서 활동 중이다.
얼마 전 우리들은 그린힐에 있는 지하시설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볼드윈이 조립을 마무리한 인공위성을 보았다.
그곳에서 나와 합체한 AI(인공지능)인 하시는 글로벌 스캐닝(Global Scanning)을 위한 인공위성에 대한 시스템을 정밀하게 체크했다.
인공위성의 설계부터 조립과정까지 모두 AI인 하시가 준비한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것을 확인하는 건 하시가 담당할 일이었다. 시스템에 대한 체크와 조립완성에 대한 체크를마친 하시의 평가는 제법 괜찮았다.
[볼드윈이라는 인간 과학자가 제법 쓸만하군요. 미항공우주국인 NASA가 저런 인재를 놓친 것은 상당한 손해인 거 같습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하시가 볼드윈에 대해 큰 찬사를 보낸 것이다. 어차피 볼드윈이 아무리 날고기는 재주가 있다 해도 전우주적인 AI를 모체로둔 하시에게 상대가 안되는 건 분명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볼드윈이 NASA에서 뛰어난 실력자였고 명문 MIT를 나온 수재라 해도 하시가 인공위성에 설치해놓은 여러 가지 장치를 모두 파악한 것은 아니다.
아무튼 AI인 하시의 최종적인 평가와 체크를 통해 인공위성의 조립은 완료되었다.
다음단계는 조립이 완성된 인공위성을 발사기지가 있는 러시아까지 이동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카잔조직이 나섰다.
카잔조직은 러시아의 여러 기관들에 커넥션이 있었다. 따라서 미국에서 조립된 인공위성을 은밀하게 러시아 내부로 반입하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은밀한 수송을 위해 험난한 북극해를 항로로 선택하는 치밀함도 있었다.
프리먼의 말대로 특수하게 제작된 쇄빙선이 아니라면 통과하기힘든 항로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북극해를 이용하면 미국에서 러시아까지의 항해루트가 훨씬 단축된다.
어차피 발사장소인 야츠크기지가 있는 곳이 동시베리아의 깊숙한 곳이다. 미국에서 출발한 인공위성이 발사장소까지 은밀하고 신속하게 이동하는 데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유리 이바노프가 지휘를 한다면 충분히 믿을 수 있겠군요.”
“저로서도 그녀와 1:1로 대결하면 승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프리먼이 멋쩍게 웃었다.
어떤 상대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프리먼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그녀의 실력에 대해 충분히 납득된다.
“일단 인공위성의 수송은 카잔조직과 유리 이바노프에게 맡겨두면 되겠군요. 그리고 이제부터 두 사람은 다른 부분에 참여를 해주셔야겠습니다.”
“어떤 것입니까?”
“이후에 MCU-펀드는 아프리카를 포함해서 여러지역의 자원개발에 뛰어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런 자원개발이 진행될 국가들은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를 정도로 위험이 많지요.”
“실장님의 생각에 충분히 동감합니다.”
프리먼과 김태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세계의 선진국과 제조업 국가들이 자원개발과 탐사를 위해 모여드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그리고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등은 상당수가 저개발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에는 지하자원이 풍부하지만 대신에 정치가 혼란하고 내전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리고 주변국과의 전쟁이나 전투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런 곳에 자원개발과 탐사를 위해 참여할려면 그만큼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돌발상황에 대처하고 상황을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만들려면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한 군사력과 무력의 힘도 필요할 때가 생긴다.
앞으로 글로벌 스캐닝의 자원탐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를 대비해 준비를 해놓아야 했다.
김태천과 프리먼은 그것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들이고 능력이 있었다.
“저와 프리먼도 MCU-펀드의 규모가 커지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활동을 개시한다면 조직과 세력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김태천이 대답했다.
100조에 가까운 엄청난 재력이 생겼다면 이후에는 그것을 지키고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제가 원하는 건 언제든지 전세계의 다양한 장소로 이동하고 전투가 가능한 신속파견부대입니다. 외부로는 민간군사회사인 PMC(Private Military Company)와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와 MCU-펀드가 원하는 건 우리 쪽의 인원과 조직 그리고 이익을 보호하고 확대하는데 최우선 사항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원하는 PMC 조직은 미국이나 다른 국가의 PMC 들처럼 민간군사활동과 비지니스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런 것도 가능하지만 최우선 목표는 내 쪽의 조직과 이익을 지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PMC 회사들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전문적이고 은밀하게 활동하는 게 중요했다.
“작전기지 및 본부는 미국내에 1곳, 그리고 다른 1곳은 중남미쪽 카리브해의 무인도를 구입해서 만드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처음에는 일단 2곳을 거점으로 잡고 이후의 상황에 따라 해외의 다른 곳에도 작전기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또한 인원의 선발에 대해서는 두 사람에게 전적으로 위임을 하겠습니다.”
“미국내라면 남부쪽에 적당한 장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카리브해의 무인도라면 재정적으로 돈이급한 국가들도 있어서 충분히 교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리먼이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두 사람에게 맡겨두면 충분했다.
***
오랜만에 찾아온 워싱턴 DC는 조용하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미국정치의 중심이면서 이곳에는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사건들과 정책결정들이 일어난다.
송재동과 함께 서부의 LA에서 바로 날아왔고 우리를 마중나온건 로비스트인 맥퍼슨이다.
그는 내 쪽에서 미국 워싱턴에 커넥션을 두고 있는 거물정치인 해밀턴 상원의원과의 다리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또한 맥퍼슨은 나와 같이 몇 차례 일을 하면서 능력과 활동폭이 더 커졌다.
이번에 내가 워싱턴에 온 것은 해밀턴 상원의원을 만나 중요한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도 저번에 슈퍼 배터리에서의 협상과 마찬가지로 서로 간에 이익이 되는 Win-Win 전략이 가능했다.
“어서오십시요. 로버트 강(Robert Kang)! 워싱턴 DC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맥퍼슨씨의 표정을 보니 여기는 항상 역동적인 곳이군요.”
“요즘 백악관과 캐피틀 힐(미국의회)간에 몇건의 법안때문에 분위기가 상당히 고조된 상태입니다.”
맥퍼슨이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한다.
워싱턴에서 양대축을 이루는 것이 백악관과 미국의회다.
서로 간에 견제하며 미국의 정치를 이끌어 나갔고 상황에 따라서는 물밑협상도 이루어진다.
그리고 미국에서 대규모의 사업을 하고 비지니스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워싱턴과의 커넥션은 반드시 필요했다.
얼마 후 우리들은 맥퍼슨의 안내를받아 해밀턴 상원의원의 사무실로 향했다.
맥퍼슨이 사전에 준비를 해놓았기 때문에 수석보좌관이 우리들을 해밀턴 상원의원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창밖을 지긋이 보고 있던 상원의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그의표정이 좋은 건 아니다.
요즘 LA를 포함해 캘리포니아 지역에 발생한 사건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해밀턴 상원의원과 함께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지금쯤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꽤 고전하고 있었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캘리포니아주와 해밀턴 상원의원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