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
언론기자를 포섭하다
“어머! 여기 진짜로 잘생긴 오빠가 오셨네.”
“여태까지 마담의 눈빛이나 표정이 지금처럼 변한 적이 없었는데 역시 실장님의 능력은 탁월하십니다.”
박광석이 웃었다.
“마담인 요시코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마담이 나를 향해 애교까지 부려가며 소개한다.
나이는 30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전에 유흥가에서 상당한 미모로 인기를 모았을 거 같았다.
“오늘은 실장님께 아사히 신문의 기자를 소개시켜 드리려고 합니다.”
“저번에 미국에 있는 야스오 박사팀에 대한 기사를썼던 기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기자와 함께 편집부장도 소개를 해드릴까 합니다.”
“적당한 기회에 적당한 자리군요.”
나의 대답에 박광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에서의 작전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본 언론사중에 하나를 우리편으로 만들어 두는 것도 필요했다.
그리고 아사히 신문은 일본내의 메이저 언론사들 중에 하나다.
또한 아사히 신문은 일전에 야스오 박사팀에 대한 특종뉴스와 보도를 성공시킨 신문이기에 적절한 대상이었다.
박광석은 일본의 상황과 관례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고 그것에 맞는 작전을 진행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 오는군요.”
박광석이 신호했다.
잠시 후 바로 들어오는 두 명이 보였다. 한 명은 50대로 보였고 다른한 명은 30대 초중반이다.
조금 전에 박광석이말한 아시히 신문의 기자인 엔도와 편집부장인 츠바키다.
잠시 둘러보던 두 명이 박광석을 발견한 뒤에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알프스같이 유명한 캬바쿠라로 우리를 초대해 주시다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두분의 신분과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조촐한편에 속합니다. 그리고 여기는 미국에 있는 MCU-펀드에서 오신 분입니다. 참고로 MCU-펀드는 얼마 전 미국의 네바다에서 공개실험을 성공시킨 야스오 박사팀의 <한성개발>을 설립한 곳입니다.”
“그렇군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두 명이 나를 향해 인사했다.
간단하게 소개와 인사가 끝난 뒤에 박광석이 눈치 빠르게 마담을 불렀다.
“한시간 정도 비지니스 이야기를 한 뒤에 아가씨들을 준비시켰으면 하는데.”
“호호~ 그 정도는 문제없죠.”
마담인 요시코가 교태롭게 대답했다.
이런 박광석의 모습을 보며 두 명은 기대섞인 표정을 지었다. 박광석이 두 사람을 여기로 부른 것은 일종의 포섭작전이다.
그리고 아사히 신문에서 활동하는 엔도과 편집부장인 츠바키를 우리 쪽에 유리하도록 만들려면 그만큼의 투자는 필요했다.
또한 이세상의 비니지스에는 항상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의 거래가 성립하는 것이다.
“아사히 신문에서 야스오 박사팀에 대한 진실과 면진설계의 테스트에 대해 객관적인 기사를 써주셔서 우리로서는 감사를 드립니다.”
일부러 객관적인 기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확히는 우리 쪽에 호의적인 기사지만 그런 것을 일부러 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과찮입니다. 저로서는 그것이 언론인과 기자의 자세라고 생각해서 행동에 옮겼을 뿐입니다. 그리고 여기계신 츠바키 편집부장님도 저의생각에 동의를 해주셨고 말입니다.”
엔도가 대답하며 웃었다.
역시 노련하다.
내가 이들을 향해 내입으로 <한성개발>이나 야스오 박사팀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써달라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기사만 쓰면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아사히 신문은 나의작전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두 명도 나름 노련했기에 내가 말하는 것의 숨겨진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듣기로 현재 일본에서는 야스오 박사팀의 실험성공과 면진설계에 대한 이슈가 꽤 뜨거운거 같은데. 이런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진행될 거 같습니까? 그리고 일본정부의 입장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거 같습니까?”
“여기계신 편집부장님이나 제가 일개 언론기자라서 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야스오 박사팀의 실험성공이 일본사회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런 분위기는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최소 2~3달은 지속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그리고 일본정부내의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관련부처와 상부에서는 이번사태를 어떻게 무마하고 해결할지에 대해 논란이 되는 상황입니다. 뭣보다 이전에 야스오 박사를 내친 것이 일본정부다보니 그 때문에 국민여론이 좋은 것도 아니지요. 다만 일본내에 있는 대형건설사들이 관료들과 정치인들을 상대로 로비를 시작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들로서는 이번사태가 잘 무마되고 덮어지기를 바라고 있으니 말이지요.”
엔도가 대답했다.
경험도 많았고 이전에 몇 차례 특종을 터뜨린 능력 좋은 기자였기에 판세를 잘 분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일본내의 대형 건설사들이 당황한 것은 사실이다. 야스오 박사의 면진설계와 신기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게 그들이니까 말이다.
“앞으로 우리 MCU-펀드와 <한성개발>은 아사히신문이 객관적인 보도를 해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며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협조를 하겠습니다.”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츠바키 편집부장이 말했다.
이것으로 거래조건은 이루어진 셈이다.
앞으로 야스오 박사팀과 면진설계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은 아사히 신문을 통해 선독점의 형태로 조금씩 내놓으면 되는 것이다. 엔도기자의 말대로 앞으로 2~3개월은 지금의 이슈때문에 일본사회가 들썩일것은 뻔했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공략목표인 일본내의 대형 건설사들과 일본정부를 타겟으로 작전을 진행시켜 나갈 차례다.
대략적인 협상이 끝난 뒤에 박광석이 요시코 마담을 향해 신호했다.
그녀는 이런 일에 익숙했기에 알프스에서도 에이스급에 속하는 호스테스걸들을 준비시켜 놓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마리코예요.”
“에리카입니다.”
“하루미예요.”
마담인 요시코가 데려온 호스테스걸들이 인사를 하였다. 현재 일행들의 숫자가 나까지 포함해서 6명이었지만 박광석은 그보다 2배나 많은 12명 이상의 여자들을 부른 것이다.
이렇게하면 돈이 제법 들어가지만 이 정도는 푼돈에 불과했다.
나는 박광석에게 이런저런 포섭과 공작비를 포함해서 2~300억 정도는 임의로 쓸 수 있도록 해놓은 상태다.
그리고 박광석은 자금을 이용해서 일본내에서 다양한 인맥과 커넥션을 만들어놓은 상태다. 이번에 여기로온 아시히신문의 엔도와 편집부장인 츠바키도 그들 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들도 박광석이 아무리 돈을 쓴다해도 쉽게 이쪽으로 포섭되는 건 아니다.
그 때문에 내 쪽에서 나서는 것이다.
미국에서 엄청난 자금을 보유하고 굴리는 MCU-펀드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야스오 박사팀의 스폰서기업인 <한성개발>이라는 강력한 배후가 필요한 것이다.
얼마 후 에이스급의 호스테스걸들이 우리와 합류를 하였다.
요시코 마담은 우리 쪽보다 손님으로온 아사히신문의 두 명에 대해 특별히 더 신경을 쓰도록 지시를 내렸다.
역시 눈치 빠르고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마담이다.
테이블위에 최고급의 양주들이 차려졌고 본격적으로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에서 온 두 명은 요시코 마담이 준비해준 호스테스걸들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물론 우리 쪽에도 그녀들이 합석했고 박광석과 후배두 명도 분위기를 맞추면서 양주를 마셨다. 이것이 일본식의 비지니스이고 거래방법이다.
나의 경우, 전세계를 상대로 비니지스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런 식의 상황에도 익숙해질 필요는 있었다.
그리고 박광석의 말대로 Top-3에 들어가는 캬바쿠라 업소이기에 여기에 있는 호스테스걸들의 수준도 상급이다.
박광석에게 듣기로는 과거 몰락했던 아이돌 걸그룹의 멤버들도 있었고 그 외에 연예인 지망생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잠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선배님. 여기 여자애들 너무 귀엽고 이쁜데요.”
“당연하지. 하지만 정신 못차리고 이런 곳에 빠지면 인생 쫑난다.”
“그건 명심하고 있습니다.”
박광석의 말에 두 명의 후배들이 대답했다.
그를 포함해서 후배들이 여기에서 분위기를 맞추면서 호스테스걸들과 웃고 즐기며 시간을 보내지만, 이후에 본격적인 업무와 작전에 들어가면 제몫을 철저하게 해내는 것이다.
이것은 팀장인 박광석이 제대로 중심을 잡고 있기에 가능했다.
일단 일본내의 작전계획 중에 하나인 기자들과 언론사를 포섭하는 작업은 나름대로 성공한 것이다.
***
“실장님의 지시대로 조사해본 결과 우리 쪽에서 투자 및 배팅이 가능한 닛케이 225 지수에 관련된 파생상품들은 대략 20여개 정도가 있습니다. 그 외에 나머지 10개 정도의 인덱스 파생상품들도 기본적으로 닛케이 225 지수를 베이스로 하는 것들입니다.”
박광석이 말했고 노트북으로 정보를 보여주었다. 한국에서 주가지수를 대표하는 것은 코스피(Kospi)지수다.
그리고 일본증시의 경우에는 닛케이(Nikkei)225라는 지수를 대표로 사용한다. 이것은 각국의 증권시장마다 개별적인 인덱스와 지수가 존재한다.
미국월가의 경우에는 다우존스 지수와 나스닥 지수라는 두 개가 대표적이다.
일본증시에서 닛케이 225-지수가 증시를 대표하는 인덱스 지표이기 때문에 관련된 파생상품들의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이번에 일본 증권시장과 금융시장을 상대로 펼치는 작전은 닛케이 225-지수와 관련된 파생상품들에 대한 배팅이다.
“30개 정도라면 50억 달러의 자금을 분산시키기에 충분할 정도군요.”
“맞습니다. 막대한 자금이 한곳에 몰린다면 일본 증시쪽에서도 이상함을 느끼거나 방어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30여개의 파생상품 종목과 수백개의 소규모 계좌로 분산이 된다면 쉽게 알아채지는 못할 겁니다.”
박광석이 대답했다.
일본내에서 50억 달러, 한화로 5조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분산시키고 운영하기 위해서 박광석은 4-5개의 프런트(Front)들을 설립했다. 이것은 이전 월가의 작전때에도 사용했던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좀 더 변형을 시켰다.
따라서 기술이 월가의 작전때보다 더 정교해진 것이다.
“만약에 현재의 닛케이 225-지수가 5~10% 정도 폭락을 한다면 관련 파생상품과 인덱스 지수를 기본으로 한 배팅은 어느 정도의 수익이 나올 거 같습니까?”
“그 정도만 해도 엄청난 수준이긴 합니다. 대략적인 계산을 해본다해도 최소 4~5배는 가능할 수 있겠군요.”
박광석이 대답했다.
닛케이 225-지수는 일본증시의 상황을 나타내는 인덱스 지수다.
현재 닛케이 225-지수에 포함되는 일본내 대기업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중에 일본을 대표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차지하는 부분도 꽤 높았다.
일본의 대표 재벌들인 미쯔비시부터 시작해서 스미토모, 미쓰이등도 각각의 대형 건설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대형 건설사들이 악재로 타격을 받게 되면 일본내 재벌그룹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으로는 회복이 될테지만 단기적으로는 급락이 예상되고 이것은 일본의 증시지수인 닛케이 225-지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실장님의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일본증시를 최대한으로 흔들어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뭔가 생각해둔 부분이 있습니까?”
“일단 첫 번째 목표는 일본내 대형건설사들과 일본정부 쪽입니다. 지금까지는 아시히신문을 비롯한 일본내 언론쪽을 이용해서 흔들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그것도 맞습니다. 확실히 일본내의 여론이 바뀌고 있지만 급격한 변화를 만들기에는 동력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적당한 불씨를 당기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뭣보다 지금 일본에는 지진때문에 대책을 요구하거나 그 피해를 줄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지요. 듣기로 일본내에 있는 시민단체들 중에 전일본 지진안전협회(全日本 地震安全協會)가 상당한 규모를 지닌 시민단체라고 하더군요. 지금부터 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좋겠군요.”
“실장님의 생각은 탁월하시군요. 만약에 일본내의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일본정부나 정치인들도 그냥 무시하지는 못할 테니 말이지요. 또한 일본내 대형건설사들도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니 일본사회 전체가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겠군요.”
“현재 그것을 위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면진설계의 실험에 대한 영상과 야스오 박사팀의 인터뷰. 그 외에 공개된 자료들 중에 일부를 업로드 시켜놓은 상태입니다. 물론 이것은 오해성의 <한성개발>쪽에서 손을 쓴것이고 영어버전과 일본어 버전까지도 준비된 상황입니다.”
“그것이라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겁니다.”
박광석이 주먹을 쥐었다.
1차로 언론사를 이용해서 작전을 펼쳤다. 이것만으로도 제법 성공적이지만 아직도 부족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일본내의 시민단체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행동에 나서면 그 충격파는 더 강력해질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