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85화 (85/300)

# 85

지금부터 시작이다

“끝이 없을 정도로군.”

야스오 박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바다 사막의 아론빌에서 면진설계의 실험을 성공시킨 뒤. 그는 전세계의 주목을끄는 학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공개실험은 미국내의 메이저 방송사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언론들에게 생중계된 상태였다.

만약에 실패했다면 야스오 박사의 명예는 바닥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야스오 박사의 공개실험이 실패하기를 바랬던 사람들이 꽤 많았다.

특히 박사와 같은 분야에 속해있던 지진공학의 학자들은 제발 실험이 실패하기를 빌면서 고사까지 지냈을 것이다.

이들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일본정부였다.

언론을 통해 일본정부가 야스오 박사와 팀원들을 냉대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어쩔 수없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본정부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다만 실험이 실패했다면 일본정부는 대놓고 야스오 박사팀을 비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정부는 공식성명도 없이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상태다.

여기에 대해 언론사의 기자들이 질문하자 일본정부의 관계자는 야스오 박사의 실험성공은 어차피 일개 공학자가 이룩한 자그마한 성과일 뿐이다.

때문에 여기에 대해 일본정부가 공개성명을 낼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떻게봐도 비겁한 변명이고 그 때문에 더 많은 분노를 만들어 내었다.

이처럼 일본내의 주류학계와 일본정부가 애써 냉담하는 사이에 야스오 박사의 성공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조금 전에도 야스오 박사는 미국의 메이저 방송사인 NBC-뉴스와의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 한숨을 돌리는 상황이다.

박사팀이 잠시 휴식을 취할 때 강민과 오해성이 나타났다. 강민을 발견한 박사의 표정이 밝아진다.

“이제 박사님의 면진설계와 관련기술이 전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과 오해성 사장님의 덕분입니다.”

야스오 박사가 대답했다.

강민과 <한성개발>이 아니었다면 그의 꿈은 실패하고 말았을 테니까 말이다.

“여기 한성개발의 오해성 사장을 통해 야스오 박사팀에 대한 미국체류와 서류절차, 그리고 법적인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된 상태입니다. 여러분들은 현재 <한성개발>에 소속된 직원으로 되어있습니다. 때문에 미국노동법과 이민법에 따라 영주권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시민권 획득을 위한 절차에서도 최우선 후보군으로 오를것입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실장님? 야스오 박사님. 이제부터 우리들은 어떤 걱정도 없이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할 수 있겠군요.”

박사의 팀원들이 기뻐하고 있었다.

일본을떠나 미국으로 건너온만큼 야스오 박사팀의 체류신분을 최대한으로 보장해 주는 것도 필요했다.

일본에서 신문기사가 나간후에 야스오 박사팀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여론은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일부 극우파들은 야스오 박사팀을 일본의 배신자! 라고 부르며 욕설을 내뱉는 중이다.

따라서 이제 그들에게는 미국이 제 2의 고향이 된 것이다. 때문에 그들이 미국에서 정착하기 위한 모든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야스오 박사팀에게는 <한성개발>이란 강력한 스폰서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부분은 어렵지 않게 해결되었다.

“앞으로 야스오 박사님과 팀원들이 이룩한 성과를 더 높이기 위해 우리 쪽도 노력할 예정입니다. <한성개발>과 우리의 MCU-펀드는 야스오 박사팀의 면진설계를 통해 얻은 수익중에 1~20%는 계속해서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할 계획입니다.”

나의약속에 야스오 박사는 감격했다.

면진설계와 실험의 성공에는 야스오 박사의 역할이 상당했다. 따라서 그의 연구개발을 더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R&D(Research & Development)는 중요한 전략중에 하나다.

특히 면진설계와 같은 첨단공학에는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당분간 <한성개발>과 야스오 박사팀에 대한 업무는 오해성에게 맡겨두면 충분했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박광석과 팀들이 작전기지를 마련해놓은 일본으로 향하는 것이다.

***

“승객여러분 안녕하십니다. 본 JAL(Japan Airline) 항공 495편은 미국의 LAX 공항을 출발하여 얼마 후면 일본의 나리타 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조금 후에 기수와 고도가 하강할 수 있으니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기장의 안내방송이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작업하던 노트북을 닫은 뒤에 창밖으로 시선을 향했다.

아래쪽으로 도쿄만의 바다가 보였고 그 옆으로 일본의 관문인 나리타 국제공항의 모습이 있었다.

원래 일본의 대표적인 공항은 하네다 공항이었다. 하지만 하네다 공항은 설립된지 오래였고, 공항부지에 한계가 생겨서 이후에 나리타 공항이 새로운 관문역할을 하게 되었다.

미국에 있으면서도 일본내의 정세와 상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파악했다. 그중에서도 도쿄에 파견된 박광석팀이 보내온 정보들이 여러 가지로 큰 도움이 되었다.

이후에 일본의 증권시장과 금융시장을 상대로 어떤작전을 구사할 것인가를 생각하는데 밑바탕이 된 것이다.

잠시 후 여객기의 기수가 아래로 내려가며 활주로를 향해 착륙을 시도했다.

랜딩기어가 지면에 닿으면서 덜컹-하는 충격이 동체로 전해졌다.

드디어 일본에 도착한 것이다.

***

“실장님. 여기입니다.”

공항터미널을 나서자 한쪽에 차를 주차시킨 박광석이 손을 들었다. 박광석 주위에는 팀원으로 활동 중인 후배들 두 명도 있었다.

내가 일본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서 공항으로 마중을 나온 것이다.

“잘 지내고 계시군요.”

“물론입니다. 이제는 저 녀석들도 도쿄생활에 익숙해진 상태입니다.”

박광석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들이 나의 지시에 따라 일본으로 파견된 것이 한달전이다.

중간에 한번 정도 한국에 오기는 했지만 줄곧 일본의 도쿄에서 지내면서 작전준비를 한 것이다.

박광석은 이전에 일본을 자주갔던 경험이 있기에 일본에서 활동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얼마 후 우리들은 박광석이 준비해온 차량에 탑승한 뒤에 이동을 시작했다.

나리타공항이 도쿄시내와 거리가 좀 떨어져 있기에 한참을 가야하지만 그사이로 보이는 여러 가지 전경들은 인상이 깊었다.

일본은 한국인들에게 가깝고도 먼나라라는 인식이 있었다.

지금도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광이나 유학, 비지니스등으로 일본을 방문하지만 서로간의 차이는 엄청나게 많았다.

과거 일본의 버블경제때는 경제력으로 미국을 능가할 거라는 예측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버블(거품)이 꺼지면서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또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사이에 경제력으로 세계 2위였던 일본은 중국의 급부상으로 중국에게 2위자리를 내준 상태다.

그럼에도 현재 일본의 국가 GDP는 세계 3위에 속했고 미국의 유명 경제잡지인 포츈지(誌)에서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안에 여전히 일본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경제가 과거의 영광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요즘은 여러 가지 산업에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2위인 중국과의 차이가 상당히 벌어졌기에 이전처럼 2위자리를 다시 탈환하는 건 무리일 겁니다.”

박광석의 분석은 나름대로 정확했다.

지금은 일본경제가 조금씩 활성화되면서 일본증시도 상황이 좋아지는 추세였다.

하지만 일본내의 분석가들도 현재의 일본증시 상황은 위험한 살엄을판을 걷는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럴 것이 일본증시는 예측못한 악재나 돌발 상황에서도 많이 흔들렸다. 그것은 과거 일본증권가의 역사를 통해 증명되고 있었다.

지금부터 우리들이 해야 할 것은 그것을 한 번 더 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막대한 시세차익과 수익을 얻은 것이 우리들의 목표였다.

물론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술이 필요했고 무기도 필요하다. 이제는 그런 조건들이 갖추어진 상태였다.

“저곳이 긴자입니다.”

“도쿄내의 최고 번화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화려하군요.”

“긴자에는 일본내의 유명 백화점들은 물론이고 쇼핑가. 그리고 은행들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빌딩들이 있습니다. 또한 일본금융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도쿄 증권거래소도 긴자의 근처에 있으니까요.”

일본을 자주 다녀온 경력자답게 박광석의 설명은 탁월했다.

“광석 형님이 긴자를 좋아하는 건 그것외에도 유흥가와 술집 때문이잖아요. 여기가 진짜로 도쿄 최고의 환락가인데. 유명 캬바쿠라부터 시작해서 퇴폐 유흥업소들도 많고....”

“그거야 또 다른 문제고 말이지.”

박광석이 후배 두 명을 째려본다.

낮이나 밤이나 긴자가 도쿄의 중심인 것은 사실이다. 얼마 후 차량은 박광석팀이 숙소를 잡고 있는 임페리얼 긴자(Imperial Ginja)호텔로 향했다.

임페리얼 긴자호텔에 있는 프리미엄 스위트룸은 이전에 뉴욕에서 지냈던 월돌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펜트하우스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그리고 박광석이 이 호텔을 잡은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이곳 스위트룸에서 아래쪽으로 일본의 금융중심인 도쿄 증권거래소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도쿄시내의 주변야경이 잘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우리들의 작전목표인 도쿄 증권거래소가 보인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스위트룸에 짐을풀고 휴식을 취할즈음 박광석이 후배들과 함께 왔다.

“실장님. 오늘은 첫날이니까 간략하게 주변도 돌아보시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가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박광석의 제안에 찬성하며 준비를 하였다.

***

“여기가 꽤 유명한 곳인 거 같군요.”

“그렇습니다. 긴자에서 Top-3에 들어가는 캬바쿠라중에 한곳입니다.”

박광석이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인다.

간단하게 짐을푼뒤에 박광석 일행들과 밖으로 나왔다.

긴자주변의 밤거리를 감상한 뒤에 이동한 곳이 알프스(Alps)라는 캬바쿠라였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국가중에 상위권으로 스위스가 있다. 그 때문에 상당수의 일본인들이 알프스의 스키장이나 리조트로 여행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 우리들이 찾아간 캬바쿠라는 그런 일본인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이름중에 하나였다.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본 건물의 규모만도 제법 되었고 내부로 들어가자 화려함이 상당했다.

박광석의 말대로 Top-3에 들어갈 수준의 규모와 시설 그리고 상당히 많은 호스테스 여성들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가격면에서도 Top-3에 걸맞게 상당히 비싼편이다.

“여기가 박광석씨의 단골집중에 하나인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을 거 같군요.”

“사실입니다. 실장님도 알다시피 일본에서 비지니스와 여러 가지 사업은 술집과 유흥업소에서 진행된다는 말이 있지요. 물론 일본정치도 그와 같은 상황이고 말입니다.”

“그렇군요.”

박광석의 말을 들으며 이해가 되었다.

여기 바에 손님으로 온 많은 사람들. 일단 그들의 나이대는 대부분 중년들이다. 얼핏봐도 대기업의 중상급 관리자들부터 시작해서 정치쪽의 인물들도 보였다.

이처럼 미국에서 비니지스를 하는 것과 일본에서 사업적인 일을 하는 데에는 많은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도 이전부터 내려온 관습에 따라 여러 가지 비밀스런 거래들이 술집이나 유흥업소에서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일본은 그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있는 곳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내가원하는 작전을 성공시키고 수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일본내의 관습과 관례를 철저하게 이용해 내 쪽에 유리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했다.

얼마 후 우리들의 테이블로 바의 마담이 다가왔다.

박광석이 여기를 자주왔기에 그녀가 금방 알아봤다. 마담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하며 교태어린 표정까지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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