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84화 (84/300)

# 84

일본을 강타한 충격

“공명진동파 발생기 메인전력 상태 이상무!”

“보조발전기 및 긴급 송신장치도 이상 없습니다.”

“지금은 실험에 사용될 빌딩내부의 센서들도 체크중에 있습니다.”

팀원들로부터 전해지는 보고내용.

그것을 들으며 야스오 박사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었다.

이론과 미니어쳐 실험.

그리고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실험까지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마지막 남은 것은 실용화를 위한 실제 테스트.

지금까지 모든 것이 성공적으로 되었다해도 여기서 실패하면 공든탑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야스오 박사의 두눈이 매처럼 번뜩이며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다.

나와 오해성이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야스오 박사팀을 믿고 지켜보는 것뿐.

면진설계의 실전 테스트를 위한 컨트롤센터(Control Center)는 실험으로 사용될 고층빌딩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실험용의 빌딩까지는 수많은 배선과 동력케이블 그리고 장치들로 연결된 상태다.

지하에는 엄청난 충격파를 만들어내는 공명진동파 발생기가 있었다.

공명진동파 발생기에서 진도 9.5 수준의 강력한 진동을 만들어내면 빌딩주변의 지면들은 한순간에 갈라지고 폐허로 변한다.

실험용의 빌딩주변에 만들어놓은 소형 주택이나 기타 시설들도 대부분 파괴될 것은 분명했다.

이것은 단 한번의 엄청난 인공지진과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재사용은 쉽지 않았다.

그럴 것이 진도 9.5 수준으로 만들어낸 인공지진에 대부분이 무너지고 묻혀버릴 테니까 말이다. 따라서 이번실험에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야스오 박사팀이 나를 만나지 못했다면 처음부터 시도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다.

수백개에 이르는 센서들을 체크하고 그만한 숫자의 케이블과 계기들을 점검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 때문에 야스오 박사팀원들의 표정은 극도로 긴장되었다. 일부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작업을 진행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미국의 대형 방송국들.

그리고 일본에서 파견된 NHK-뉴스의 기자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현재 야스오 박사팀이 테스트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면들은 컨트롤 센터에 있는 취재진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상황이었다.

“박사님. 모든 준비 완료입니다.”

“이제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야스오 박사가 외쳤다.

컨트롤센터의 전방에 있는 스크린에 숫자가 나온다. 20부터 시작해서 19, 18.... 카운트 다운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었다. 마지막 숫자가 제로(Zero)를 가리키자 야스오 박사가 외쳤다.

“메인동력 투입!”

지시에 따라 팀원중에 한 명이 동력 스위치를켰고 레버를 힘차게 올렸다.

우우웅! 막대한 전력이 지하에 설치된 공명진동파 발생기로 들어갔다.

컴퓨터를 통해 세밀하게 셋팅된 진동들이 여러 개로 합쳐지면서 거대한 충격과 진동파를 만들어 내었다.

드드드득! 실험용의 빌딩에서 상당히 떨어진 상황인데도 아래쪽의 땅이 세차게 흔들린다.

전방에는 대형 스크린이 있었고 화면이 나오는 중이다.

여기서는 아래쪽이 흔들리는 느낌이지만 2km 떨어진 지점에서는 메가톤급 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진도 9.5의 수준.

넓은 지역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좁은장소에 집중되도록 설계된 최강의 지진파다.

땅이 갈라지며 주변에 설치된 카메라의 영상들이 세차게 흔들렸다.

그중에 몇 개의 영상들은 카메라가 부서지면서 꺼졌고 곧바로 예비카메라의 영상들로 대체된다.

저 영상만으로 도시를 습격하는 지진의 충격과 위력이 어느 정도 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스펙터클한 장면은 공중에서 촬영중인 방송사들의 취재헬기에서 보내지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저것을 보십시요. 엄청난 광경입니다. 반경 1500m 내부에 있는 땅들이 완전히 갈라지고 일부는 아래쪽으로 함몰된 상태입니다. 이런 엄청난 충격과 공포에서 과연 살아남는 존재가 있을까요?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진도 9.5 수준의 초강진이 실험장소 주변을 강타하면서 거대한 흙먼지가 솟구쳤다. 그 때문에 공중에서 촬영중이던 취재헬기들도 긴급하게 고도를 높이면서 이탈했다.

한참후 모래폭풍같던 흙먼지가 빠르게 걷혀갔고 공중에서 방송하던 리포터가 경악의 외침을 토해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입니다. 주변에 모든 것이 다 파괴되고 부서진 상태인데. 오늘 실험을 위해 야스오 박사팀의 면진설계로 건설된 저 빌딩은 어떤손상도 없습니다. 마치 강인한 제왕처럼 버티고 있습니다. 정말로 기적 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CNN 뉴스의 기자만 경악한 것은 아니다.

생방송으로 지켜보던 수많은 시청자들도 눈을 믿을 수 없었고 일부는 탄성을 토해냈다.

진도 9.5의 엄청난 충격에서도 버티어내는 빌딩.

지금까지 인간의 건축술이나 내진설계의 공학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완전히 깨져버린 것이다.

테스트는 대성공이었다.

이것을 지켜본 컨트롤센터의 야스오 박사와 팀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들이 이제까지 인내해온 수많은 시간과 고난들이 드디어 보답을 받는 순간이었다.

***

[오사카 TV의 이노치입니다. 국민여러분, 조금 전의 영상을 보셨습니까? 미국서부인 네바다 사막의 아론빌에서 야스오 박사팀이 혁명적인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면진설계로 건설된 30층 이상의 고층빌딩은 진도 9.5의 메가톤급 강진을 견디어 냈습니다. 하지만 야스오 박사팀이 이번실험과 테스트를 미국에서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에게 숨겨진 아픈 사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테스트를 지원한 것은 LA에 본사를둔 <한성개발>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일본정부의 관계자들은 뭘 한 것일까요? 야스오 박사처럼 뛰어난 인재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고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입니다. 일본정부는 국민들을 향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사카 TV의 리포터가 열변을 토하였다.

방송을 보고 있던 일본의 시청자들은 차례로 불만을 터뜨렸다.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TV의 경우에는 야스오 박사팀의 실험성공에 대해 특별한 멘트없이 건조하게 보도했다.

그럴 것이 야스오 박사팀과 면진설계가 이슈화 될 수록 일본정부의 실책과 헛발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일본정부에서는 NHK-TV를 향해 긴급 보도지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오사카 TV처럼 독립성이강한 민영방송까지 통제할 수는 없었다.

또한 오사카 TV에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특종거리가 될만한 정보들이 연달아 들어왔다. 그 정보들은 대부분 성공을 거둔 야스오 박사팀과 면진설계에 대한 것들이다.

“선배님. 이번에는 미국의 월가를 상대로 작전 할 때와는 또 다른 상황인데요.”

“일단 오사카 TV가 나름대로 잘 해주고 있군.”

“당연하죠. 다른 방송사들은 알 수 없는 극비정보와 특종거리를 익명의 제보자가 던져주는데 말입니다. 오사카 TV로서는 이번이 제대로 시청율을 끌어올릴 기회가 되니까요.”

박광석의 후배들이 대답했다.

조금 전 오사카 TV가 보도한 영상들과 기사들은 일본에서 작전중인 박광석팀이 해낸 것이다.

이 정보들은 강민을 통해 은밀하게 제공받았고 여러 가지 정보들 중에 일부만 사용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네바다 사막의 아론빌에서 벌어진 실험과 사건은 전세계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일본정부와 국민들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지진으로 입은 피해가 막대했다. 그리고 매달마다 소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 일본 국민들에게 지진은 그들 삶의 일부이면서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일본이 지진공학에서 선두를 달리며 내진설계를 필수로 적용하며 건물을 세우고는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내진설계된 빌딩과 건물에 대해서 100%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럴 것이 지금까지 내진설계로 지어진 건물도 기껏해야 진도 6.0~7.0 수준을 버티는 게 한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스오 박사팀은 진도 9.5까지 충분히 버티는 최첨단의 기술을 선보였고 실험까지 성공했다.

이것은 일본 국민들을 지진의 공포로부터 구해낼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엄청난 기회를 놓쳐버렸다.

얼마 후 박광석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확인해보니 미국에 있는 강민에게서 온 것이다.

“실장님.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축하를 받을 대상은 제가아니라 야스오 박사팀이지요.”

“물론 야스오 박사팀이 최고 공로자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은 실장님인 거 같군요. 아무리 야스오 박사가 좋은 기술과 능력이 있다 해도 실장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완전히 묻혀버렸을 테니까 말입니다.”

박광석이 미소를 지었다.

기술의 발전에는 엄청나게 큰 돈이 들어간다.

특히 야스오 박사처럼 대규모의 프로젝트와 면진설계를 실현시키는 데는 몇십억, 몇백억 단위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보다 더 큰 규모와 몇천억에 이르는 돈이 투자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내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요약해서 충격과 공포입니다.”

박광석의 짧은대답.

그것만으로 모든 설명이 되었다.

일본의 어떤 신문에는 <열도충격> 이라는 헤드라인까지 내놓았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일본의 증권시장을 향해 작전에 들어갈 수 있겠군요.”

“물론입니다. 모든 준비는 완료된 상태입니다.”

박광석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강민의 지시를받아 일본에 작전본부를 만들었고 5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까지도 들여온 상태다.

그것을 위해 박광석은 일본내에 투자용의 지주회사들을 몇 개세웠고 금융쪽의 인물들도 포섭해놓은 상태다.

“이쪽의 일들을 신속하게 처리한 뒤 곧바로 일본으로 출발해야 될 거 같군요.”

“알겠습니다. 실장님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대답한 뒤 박광석이 통화를 마쳤다.

그 때 노트북으로 정보를 수집하던 후배들이 외쳤다.

“선배님. 현재 일본내의 여론 반응이 장난 아닌데요.”

“당연하지. 일본정부가 희대의 삽질을 했으니까.”

“일단 일본내의 수많은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에서 일본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을 엄청나게 올리고 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지진피해와 대책에 관련된 시민단체들. 그리고 이들과 연합된 다른 시민단체들도 행동에 나설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일본국민들이 지진에 대해 갖고 있는 컴플렉스와 트라우마의 강도가 엄청나군.”

박광석이 분석했다.

그의 말대로 일본사회와 여론은 한바탕 거대한 돌풍을 일으킬 상태였다.

앞으로 짧게는 한두달.

많게는 몇 달 동안 지진 실험에 대한 이야기로 모든 방송과 언론이 휘말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일본의 증권시장과 금융시장을 뒤흔들만큼 거대한 폭풍이 될 것이다.

“상황은 우리 쪽에 유리하군.”

“물론입니다. 벌써부터 도쿄 증시쪽에 온갖 소문과 찌라시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 집중할 목표는 일본의 대형 건설사들인데, 그쪽은 어떤 상황이지?”

“현재까지는 큰 반응이 없지만 일본국내의 여론이 악화되거나 또는 일본정부의 발표나 대응에 따라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겠지요.”

후배의 대답을 들으며 박광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사태에서 일본내의 수많은 기업들이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1차로 타격을 받을 대상은 당연히 일본의 대형 건설사들이다.

이들 중에 어떤 회사들도 미국에서 벌어진 실험 성공에 대해 공식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내부적으로는 초비상 사태란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잠시 동안은 그런대로 버틸 수 있겠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불리한 것은 저쪽이지. 그리고 우리한테는 다양한 무기들이 있으니까.”

“맞습니다. 이거 상황이 점점 더 재밌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도쿄 증권가의 상황을 체크하던 후배들이 미소를 지었다. 얼마 전 그들은 세계최대의 금융중심인 뉴욕의 월가까지 흔들었다.

그것을 통해 귀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고 이번에는 일본의 도쿄 증시가 목표다.

첫 번째 심리전과 교란작전은 제대로 먹히는 중이다.

이미 일본열도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고 여러 곳에서 헛점을 노출시키고 있었다.

빈틈이 보이면 파고들고 최대한의 이득을 챙긴다.

박광석의 눈빛은 자신감에 넘쳤다.

이후에 전략실장인 강민이 일본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전투와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벌써부터 그의 온몸이 흥분으로 달아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