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77화 (77/300)

# 77

출발은 좋은 편이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신곡발표를 준비 중인 다크벨벳입니다. 저는 리더인 은지고요. 여기는 같은 멤버이자 동생들인 채영, 트위, 미나. 그리고 막내인 혜진이에요. 이렇게 시청자 여러분들께 인사를 드리게 되어 너무나도 기뻐요. 열심히 할게요.”

상큼발랄한 목소리로 은지가 소개를 하였다.

TBC의 인기 예능프로인 해피 하우스(Happy House)에 첫선을 보인 것이다.

아직 활동도 시작안한 신인 걸그룹이 예능프로에 나왔다는 게 좀 이례적이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해피하우스는 출연자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예능프로였고 이것이 제대로 먹혔다.

“와아! 다크벨벳. 저 애들 너무 상큼하잖아.”

“얼굴도 귀엽고 다 예뻐.”

“그리고 예능프로에서도 진짜로 열심히 잘 하잖아. 보통 아이돌 그룹 중에 예능프로에 나오면 자기들 노래만 광고한 뒤에 대충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크벨벳은 완전히 틀리네.”

“어서 데뷔곡이 나왔으면 좋겠다. 목소리도 좋고 음악성도 뛰어난 거 같고 말이지.”

다크벨벳 멤버들이 해피하우스에 출현한 뒤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단번에 포털사이트 실검 1위로 올라갔고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이호성 부대표님. KW-엔터테이먼트의 다크벨벳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소감을 한마디 해주십시요.”

연예가 뉴스를 담당하는 리포터의 질문에 이호성이 나섰다. 뒤쪽에 있는 다크벨벳의 멤버들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다.

뉴스취재를 대비해 이호성과 김보영이 미리 연습시켰고 카메라빨을 잘 받으면서 최대한 개성있게 나오도록 만들어진 포즈다.

이호성은 이전 SM-엔터테이먼트에서 유망주들을 여럿 발굴해서 키웠고 그들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노하우도 갖고 있었다.

이런 이호성의 노하우와 다크벨벳 멤버들의 재능과 스타성이 합쳐지면서 상당한 시너지를 낸 것이다.

“먼저 신곡발표와 데뷔도 하지 않은 우리 소속사의 걸그룹인 다크벨벳을 사랑해 주시는 시청자 여러분과 팬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크벨벳은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팬들의 응원에 보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다크벨벳의 신곡은 어떤 것입니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미국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작곡가의 곡을 받았다고 하던데.”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KW-엔터테이먼트의 대표님께서 미국에 알고 계신 작곡가들이 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다크벨벳이 발표할 신곡인 빨간약(Red Pill)은 빌보드차트에도 여러 차례 히트곡을 만들어내신 번스타인 씨입니다.”

“조금 전에 번스타인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리포터가 놀라고 있었다.

번스타인은 미국에서 탑급에 들어가는 작곡가들 중에 한 명이다.

뭣보다 이전 한국에 있는 몇몇 연예기획사들이 번스타인에게 곡을 요청했다가 번번이 거절당했다는 기사도 있었기에 그 충격은 상당했던 것이다.

“정말로 KW-엔터테이먼트의 능력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군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우리 회사는 다크벨벳의 본격적인 데뷔와 더불어 한국 연예계와 엔터테이먼트 산업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많은 성원과 함께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인터뷰를 하는 이호성의 표정이 여유로웠다.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말하는 다크벨벳 멤버들의 표정도 밝았다.

리더인 은지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전 자신들이 <동화 프로덕션>의 소속일 때에는 제대로 된 인터뷰도 받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지상파 방송국의 인기 예능프로에도 출연하면서 엄청난 인지도를 올리고 있었다.

여기에는 강민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설립한 KW-엔터테이먼트의 뒷받침과 이호성의 노하우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역할은 다크벨벳 본인들이었다.

TBC의 인기예능인 해피하우스(Happy House)의 경우에는 여성게스트들이 참가해서 몸을 사리거나 또는 도도한척을 한다면 단번에 표시가난다.

망가질 때에는 확실하게 망가지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과 성실함을 보이는 것이 성공의 비결중에 하나였다.

이호성은 다크벨벳이 해피하우스(Happy House)에서 성공할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꿰뚫고 있었다.

다만 재능이 없거나 제대로 못하는 걸그룹은 이런 노하우를 전달받아도 성공하지 못한다. 그에 반해 다크벨벳은 해피하우스를 통해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재능과 끼를 마음껏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도 수고 했어.”

“아니에요. 매니저 언니가 더 고생했죠.”

멤버들의 대답에 김보영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KW-엔터테이먼트에서 이호성의 파트너로서 운영부장과 다크벨벳의 매니저를 겸하고 있었다.

현재는 다크벨벳이 소속사의 스타프로젝트 1호이기 때문에 그녀가 직접 매니저로서 참가하는 중이다.

이후에 KW-엔터테이먼트 소속의 스타들과 인원들이 많아지면 그 후에는 전문적인 담당 매니저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그 때에는 김보영이 매니저들을 관리감독하는 총괄책임과 함께 KW-엔터테이먼트의 운영부분을 책임지는 역할이 될 것이다.

이윽고 다크벨벳 멤버들을 인솔하던 김보영을 향해 이호성이 누군가와 통화를 끝내더니 활짝웃었다.

“오빠.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당연하지. 다크벨벳이 TBC의 해피하우스에서 나온 반응이 좋아서 다른 방송사에서도 예능프로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이왔어.”

“그게 정말이에요?”

김보영이 놀라고 있었다.

그럴 것이 다크벨벳은 해피하우스에서 이제 겨우 2회 출연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반응이 좋아서 다른 지상파 방송국에서도 요청이 온 것이다.

이것은 다크벨벳의 스타성과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뜻이다.

“오빠. 저 애들 진짜로 대박 스타가 될 거 같네요.”

“물론이야. 지금까지 여러 차례 신인들을 발굴하고 키워왔지만 이번처럼 확실한 느낌이 왔던 적은 처음이야.”

이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후 두 사람이 BMW-사의 대형밴안에 대기중이던 멤버들에게 소식을 전하였다. 그러자 전원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장시간의 녹화로 피곤에 지쳐있던 표정은 금방 사라졌고 멤버들은 단번에 활기찬 모습으로 변하였다. 이처럼 다크벨벳은 제대로 준비된 걸그룹이었고 앞을 향해 전진하는 것만 남은 것이다.

***

“겨우 이 정도인데도 처리할 업무들이 급속하게 늘어나다니.”

기지개를 켜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복에겨운 푸념일지도 모르겠다.

원래 높은자리에 있으면. 그리고 30조 이상의 재산을 가진 경우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동시에 나는 30조의 재산을 단순히 은행에 쳐박아 둔것도 아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이돈으로 투자를 하면서 여러 가지 사업과 일을 벌리는 중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은 필연적인 것이다.

지금은 한국에 있지만 전세계의 곳곳에 벌려놓은 일들도 산더미처럼 많았다.

LA에서는 오해성의 <한성개발>이 K-타운과 K-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었다.

야스오 박사의 연구팀은 면진설계의 공개 테스트를 위해 미국 네바다의 아론빌에서 밤낮으로 준비 중에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일본으로 보낸 박광석과 팀원들은 이후에 일본 증권시장을 상대로 진행할 작전을 위해 사전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또한 미국의 다른 장소에서는 글로벌 스캐닝을 위한 인공위성의 조립이 실시되고 있었다. 물론 러시아의 야츠크 기지에서의 로켓발사 준비도 빼놓을 수 없겠다.

지금 한국에 있지만 전세계의 곳곳에서는 나의 계획에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일들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나의 JSE-(K)가 투자한 유비콘(Ubicon)에 대한 부분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었다.

얼마 전 유비콘의 최병관 사장으로부터 실적과 경영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현재 유비콘은 내가 제안한 프로젝트에 따라 모바일게임을 개발 중에 있었다.

그것을 위해 게임개발부를 신설했고 새로운 인원들도 충원된 상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모바일게임의 출시나 개발이 좀 늦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시간을 내서 확인해봐야 될 거 같았다.

그리고 지금은 새롭게 뛰어든 연예기획사와 엔터테이먼트 분야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들도 있었다.

내가 KW-엔터테이먼트의 대표직함을 맡고 있지만 부대표인 이호성에게 지시해서 소속사 대표의 집무실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

어차피 KW-엔터테이먼트의 업무 중에 상당부분은 부대표인 이호성에게 맡겨두는 게 최선이다.

나의 경우에는 KW-엔터테이먼트에만 모든 걸 집중할 수 없었고 다른 일 때문에 해외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때문에 부대표인 이호성이 대표 집무실을 쓰고 그곳에서 업무를 하도록 했던 것이다.

오늘은 꽤 한 적하다.

밀린 일거리를 처리하며 KW-엔터테이먼트에서 시간을 보냈더니 벌써 12시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다른 직원들은 대부분 퇴근한 상태라서 좀 썰렁하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몇 시간째 앉아 있었더니 피곤한데 잠시 바람이라도 쐬야 할 거 같네.”

사무실을 벗어나 복도로 나갔다.

KW-엔터테이먼트의 빌딩이 강남에 위치해 있다 보니 주변 변화가의 네온사인 불빛들이 창문으로 보였다.

그래도 내가 이 정도로 빡세게 일하면서도 멀쩡한 것은 역시나 내 몸에 있는 나노봇과 힐링기능 때문인 거 같다.

[강민 유저의 피로도가 30% 증가했습니다. 나노봇의 힐링기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너무 무리한 업무량은 육체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AI인 하시의 경우 평소때에는 전면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패시브 형식으로 작동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피로도가 급격하게 증가한다거나 이상징후가 있을 때에는 전면으로 나오며 액티브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만 AI인 하시가 평소에 패시브 형식으로 있다 해도 녀석이 아무것도 안하는 상태는 아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AI인 하시의 핵심적인 목표중에 하나가 진화단계를 거쳐 발전하는 것이다.

또한 그 진화를 위해서는 AI와 합체된 인간의 왕성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에는 그 활동영역으로 비지니스와 돈 벌기를 선택한 것이다.

뭣보다 AI인 하시의 요구가 아니라 해도 이건 내가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을 위해 대학전공을 경영학과로 선택한 것도 있었다.

“뭐지? 전부 퇴근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왔는데 저쪽에 불이 환하게 켜진 부분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저쪽은 안무실이다.

KW-엔터테이먼트는 앞으로 발굴할 신인들과 유망주들의 실력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시설들을 갖추어 놓았다.

전용녹음실과 스튜디오.

보컬 트레이닝실과 영상작업실.

그리고 백 명 이상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큰 안무실까지.

보통의 신생 연예기획사들은 이 정도의 시설과 규모를 엄두조차 못내지만 KW-엔터테이먼트는 출발부터 다르니까 말이다.

그리고 단기간에 국내 엔터테이먼트 산업에서 확실한 자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제대로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안무실로 다가가자 내부에서는 경쾌한 댄스음악이 흘러나왔다.

다크벨벳의 멤버들이 저마다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열정적인 안무연습을 진행 중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호성이 말하기를, 이번에 다크벨벳이 발표할 신곡 빨간약(Red Pill)의 댄스와 안무는 어떤 걸그룹도 시도하지 못한 획기적인 컨셉이라고 했다.

그것은 걸그룹들이 소화하기 힘든 남성적인 파워댄스(Power Dance)인데, 이런 파워댄스는 대부분 남성 아이돌 그룹에서나 하는 게 보편적이다.

그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보니 걸그룹에는 처음부터 무리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다크벨벳의 멤버들은 이런 편견을깨고 파워댄스를 상당부분 소화해내고 있었다.

물론 남성 아이돌 그룹처럼 100%의 파워댄스는 아니다.

대신 이전 걸그룹들과 확실히 대비되는 힘이 넘치는 댄스인데 여기에는 안무가인 김동성의 역할이 중요했다.

안무가로서 김동성의 실력은 탁월했고 시청자들이 화면으로 보기에 힘이 넘치는 동작들을 연구해서 안무로 넣은 것이다.

그렇다 해도 보통 걸그룹들의 댄스에 비한다면 엄청난 체력과 힘이 요구되는 건 사실이기에 쉬운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안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갈까 하다가 잠시 동안 밖에서 지켜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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