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76화 (76/300)

# 76

TBC-방송국과의 협상

주차장에 랜드로버 메탈리카를 세운 뒤에 내렸다. 10일동안 서울의 럭셔리급 힐튼호텔에서 보낸 호텔휴양을 끝냈고, 또다시 분주해진 생활이다.

힐튼호텔에서 지낸 10일동안에도 이런저런 일들을 병행하느라 100% 휴양을 즐긴건 아니다. 그럼에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은 꽤 유익했다.

새로 시작한 연예기획사 사업.

그리고 KW-엔터테이먼트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때까지는 매일 이곳으로 출근을 하기로 결정했다.

부대표인 이호성의 실력이 탁월하다보니 KW-엔터테이먼트는 단기간에 인원들이 채워졌다.

내가 부대표인 이호성을 향해 2000억에 이르는 통큰 지원을 약속했는데도 그는 세심하게 모든 것을 확인하며 지출을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했다.

특히 KW-엔터테이먼트의 건물도 그가 선택한 것이었고 단기간에 이 정도까지 만든 것이다.

원래 이 빌딩은 얼마 전에 파산처리된 <카오스 프로덕션>이 사용하던 곳이었다.

종합연예 기획사라는 컨셉으로 출발은 좋았지만 <카오스 프로덕션>의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서진통상(株)이 급격한 자금압박을 받으면서 연예기획사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때문에 <카오스 프로덕션>은 좋은 설비와 시설을 갖추어놓은 상태였지만 모기업의 지원이 끊기면서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다.

연예기획사 사업을 포기한 상태가 되었지만 초기에 <카오스 프로덕션>에 투자된 설비나 자금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것을 매수할 다른 연예기획사들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의 자본과 자금력이 되는 건 국내의 3대 대형 연예기획사들인데 그들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건물과 시설들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매수에 나서봐야 중복투자에 손해만 생기는 것이다.

그러던중 나의 지원을 받은 이호성이 <카오스 프로덕션>의 건물과 내부시설 및 장비등을 모두 인수했고 KW-엔터테이먼트로 새롭게 간판을 바꾼것이다.

이처럼 KW-엔터테이먼트가 단시간에 준비를 마친 것에는 이호성의 탁월한 선택과 솜씨가 큰역할을 한 것이다.

“어서오십시요. 대표님.”

정문으로 다가가자 밖으로 나오던 직원들이 나를 향해 인사했다. 아직도 대표직함이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이것도 한시적일 뿐이다.

뭣보다 내가 외국으로 나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KW-엔터테이먼트의 업무는 상당부분 부대표인 이호성이 실질적으로 담당하게 될테니까 말이다.

***

경쾌한 댄스음악이 흘러나왔다.

새로 영입된 안무가가 다크벨벳 멤버들을 향해 동작을 수정하며 지시하고 있었다.

멤버들이 틀릴 때마다 매서운 눈초리로 포착해 내었다.

그러나 가르칠 때에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고 그것으로 제자들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다년간 댄스 트레이너로 활동한 노련함이 있었다.

“새로운 안무선생의 솜씨가 좋군요.”

“김동성이라는 친구인데. 세계 힙합댄싱과 비보잉 대회에서 우승한 전력도 있습니다. 원래는 방송에서 백댄서로 활동을 했는데 실력을 인정받아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또한 저친구는 힙합만이 아니라 웬만한 스트릿댄스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그 외에 다른 안무에도 꽤 능숙합니다. 요즘 아이돌 그룹의 댄스는 힙합이나 비보잉같은 스트릿댄스에 기존의 안무와 댄스를 추가해서 퓨전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컨셉에는 적격인 인재입니다.”

이호성이 대답했다.

이쪽 업계에서 이호성은 인맥과 발이넓었다.

비록 TM-엔터테이먼트에서 배신당하고 퇴출된 상태지만 그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명성은 상당했던 것이다.

이호성이 나의 도움을 받아 KW-엔터테이먼트의 부대표가되고 활동을 개시하자 그를 돕기 위해 나선 지인들도 나왔다.

지금 다크벨벳 멤버들에게 안무지도를 해주는 김동성도 그중에 한 명이다.

KW-엔터테이먼트에 온 뒤로 다크벨벳의 멤버들은 혼신의 힘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스케쥴이 빡빡하고 제대로 쉴시간도 없었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지금 안무실에서 멤버들은 데뷔를 위한 신곡을 준비 중에 있었다.

“미국의 작곡가인 번스타인에게 받은 곡들은 어떤 거 같습니까?”

“정말로 끝내줍니다. 특히 경쾌한 댄스곡인 빨간약(Red Pill)은 다크벨벳의 대표곡으로 사용하기에 최적입니다.”

이호성이 만족하고 있었다.

번스타인은 뉴욕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겸 작곡가이다.

이전에 뉴욕에서 슈퍼배터리의 오프닝을 하면서 그곳에 참가한 아티스트 및 뮤지션들과 많은 인맥을 쌓아놓았다.

그것이 나름대로 도움이 되고 있었다.

번스타인의 경우에는 아무에게나 곡을 주지 않고 설령 곡을 준다고 해도 가격도 상당했다.

그러나 번스타인은 이제까지 빌보드차트의 상위권에 들어가는 히트곡들을 여러번 만들어낸 실력자였다. 따라서 투자한만큼의 가치는 충분히 나올건 분명했다.

또한 KW-엔터테이먼트에서 키워낼 스타들과 그룹들은 단순히 국내시장만 노리는 게 아니다. 한류를 통해 세계시장을 개척해야 했고 그것을 위해서도 큰무대와 세계시장에 맞는 코드가 필요한 것이다.

“정말이지 대표님의 인맥은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군요. 지금까지 한국 내의 어떤 대형기획사들도 번스타인에게 곡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어쩌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이호성을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일단 다크벨벳의 데뷔를 위한 준비는 순조로운 편이다. 하지만 멤버들이 준비를 열심히 하는 것과 그들이 제대로 활동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다.

“사실 저 애들의 실력은 지금 당장 방송데뷔를 시켜도 충분할 정도입니다. 팀이 해체되고 6개월이 지났는데도 안무나 발성, 음악적인 연습을 스스로 계속해왔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적응이 가능했던 것이군요.”

비지땀을 흘리면서 안무를 하는 멤버들의 모습.

이호성이 데뷔곡으로 준비 중인 빨간약은 춤동작이 어떤 걸그룹보다 격렬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불평없이 소화내는 모습을볼 때 저 애들이 얼마나 무대에 서고 싶은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부대표님 말대로 데뷔준비가 단시간에 완료될 수 있다면 지금부터 슬슬 방송과 언론에 노출을 시키는 게 좋을 거 같군요.”

“그렇긴 한데 한번 실패한 그룹을 다시 이슈화 시키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몰라도요. 그 외의 경우에는 관심조차 못받을 수 있습니다.”

이호성이 말은 사실이었다.

어쩌다가 실패한 걸그룹이 재평가 받으며 뜨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극소수다.

대부분은 첫 번째 데뷔후에 성적이 저조하면 그대로 끝이다. 잠시 다크벨벳 멤버들과 이호성을 바라보았다.

부대표가 다크벨벳의 성공을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럴즈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저 애들이 재평가받을 기회를 만들수 있을 거 같군요.”

“그것이 정말입니까?”

이호성의 나를 향해 되물었다.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 전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시도해볼 가치는 있었다.

***

TBC-방송국 주차장에 대형밴이 주차하자 다크벨벳의 멤버들이 하나둘씩 내렸다.

멤버들이 타고다니는 대형밴은 BMW에서 제작된 것으로 헐리우드의 스타들이 매니저와 함께 이동할 때에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내부에는 15인승까지 탑승이 가능했고 장거리를 이동할 때를 위해 여러 가지 편의시설들도 갖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대표님. 갑자기 방송국은 왜 온건가요?”

“앞으로 너희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기전에 저기 TBC-방송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인사를 해놓기 위함이지. 또한 너희들이 데뷔할 것을 알려 놓는 것도 좋을 거 같아서.”

“그렇다면 우리들로서는 너무 기쁜데요. 하지만 저기는 워낙에 유명한 스타들이 많아서요. 과연 그분들이 우리 같이 실패한 걸그룹에게 눈길이나 줄까 모르겠어요.”

리더인 은지가 풀죽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방송국에 왔다는 사실로 흥분되었지만 한편으로 자신들의 처지에 소극적으로 변한 것이다.

“일단 확인해보면 알겠지.”

은지를 향해 대답한 뒤에 앞장서 나갔다.

처음에는 당황했던 이호성과 김보영도 나를 향해 기대섞인 눈빛을 보내었다.

“저 애들은 누구야?”

“대충 보니 연습생들이거나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들 같은데.”

주변으로 지나가던 방송국 관계자들이나 PD-들이 힐끗보더니 수근거렸다.

그만큼 이곳에서 다크벨벳은 존재감이 없었던 것이다.

하긴 방송국내에서 넘치고 발에 채이는 게 걸그룹들이다. 그나마 데뷔후에 지상파 방송에 얼굴을 비출수만 있어도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정도다.

다크벨벳의 경우에는 전 소속사인 <한동 프로덕션>이 워낙에 개판이었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에는 한번도 못나갔다.

기껏 방송에 나간 것이 케이블의 음악채널이 고작이었을 정도다.

그것도 한두 번 정도 얼굴을 비춘게 전부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실력이 있다 해도 제대로 성공하기 힘들다.

“부대표님. 저 애들이 본격적인 신곡발표때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일단은 예능프로에 출연시켜서 얼굴을 알리는 것도 필요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약에 된다면 너무나도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아직 데뷔도못한 신인급 걸그룹을 예능프로의 PD-들이 제대로 써줄까요? 물론 여기 TBC-방송국에는 제가 알고 있는 예능국의 PD-들이 좀 있기는 하지만 신인 걸그룹 멤버를 단번에 예능프로에 캐스팅 시키기에는 쉽지가 않습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TBC의 간판 리포터와 관계자들이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겠지요.”

“TBC의 간판 리포터라면 송윤아인데, 설마 대표님이 송윤아 리포터와 친분이 있다는 뜻입니까?”

“글쎄요. 친분이라기보다는 서로 간에 기브엔 테이크(Give & Take)의 협상은 가능할 거 같습니다.”

이호성을 향해 대답했고 지켜보던 멤버들이 놀라고 있었다.

“송윤아 리포터라면 TBC의 스타잖아요.”

“대표님 다이스키~”

“강민 오빠. 워아이니!”

트위와 미나가 감격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하더니 이럴 때에는 자신들 모국어가 무심코 튀어나오고 있었다.

내가 저 애들을 데리고 TBC-방송국으로 온 것도 송윤아 리포터와의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전에 나를 향해 인터뷰 시도를 몇 차례나 했지만 일부러 거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크벨벳 멤버들을 방송출연 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녀에게 특종이나 단독보도의 건수를 줄 필요는 있었다.

***

“설마 세계적인 갑부인 워렌버핏의 측근이신 분이 우리 방송국을 방문해 주시다니. 우리로서는 고마울 따름입니다.”

시사보도국 PD의 입이 찢어질 수준이다.

그것도 당연할 것이다.

워렌버핏은 한국방문 후에 가진 공식기자회견을 제외하고는 어떤 취재에도 응하지 않았다. 워렌버핏이 원하는 건 사업적인 투자에 있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언론의 촛점을 받고싶은 건 아니다.

이미 유명세를 너무타서 언론노출을 피할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방송국과 미디어에서는 워렌버핏에 대한 기사에 목말라 있었다.

그중에서 워렌버핏과 같이 동행했고 언론에 노출되면서 많은 관심을 집중시킨 내가 직접 찾아왔다. 그러니 시사보도국 PD로서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느낌일게 분명했다.

그리고 내가 여기온 이유가 송윤아 리포터를 만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듣고 PD는 그녀를 향해 엄지손가락까지 치켜든다.

“그러니까 현재 진행 중인 KW-엔터테이먼트에서 키우는 저 애들을 우리 쪽 TBC-방송국의 예능프로를 통해 소개시키고 싶다는 뜻이군요.”

“예. 지금은 제가 KW-엔터테이먼트의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 그 말씀만으로도 엄청난 특종인데요. 워렌버핏의 사업파트너가 한국의 연예기획사쪽에 뛰어든 것이니 말이지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일 뿐입니다.”

그렇게 대답했지만 상대방은 다르게 생각할 뿐이다. 또한 그들이 조금만 판단한다면 이후에 한국 연예계와 엔터테이먼트 업계에 막대한 지각변동이 생긴다는 걸 의미하니까 말이다.

“조금 전에 제가 요청한 부분이 된다면 우리 쪽에서도 워렌버핏에 대한 여러 가지 취재기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워렌버핏 씨도 언론에 너무 집중 받는 건 부담스러워 하시니 적당한 수위조절은 필요할 겁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표님의 도움으로 국내 방송국에서 유일하게 독점적인 형태로 보도하고 취재할 기회가 생겼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입니다.”

시사보도국 PD가 대답했다.

어차피 방송국내 PD-들끼리는 서로 간에 업무협조가 진행된다.

그리고 다크벨벳의 경우에는 신인급이고 인지도가 없다는 걸 빼고는 멤버들의 비주얼이나 톡톡 튀는 개성들이 예능프로의 게스트로 최적이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요.”

시사보도국 PD가 대답했다.

그리고 서둘러 어딘가로 연락을 시작했다. 아마도 TBC-방송국에 편성된 인기 예능프로의 PD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후의 상황은 부대표인 이호성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일단 이것으로 다크벨벳의 데뷔를 위한 인지도 상승과 얼굴 알리기 작업은 순조로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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