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74화 (74/300)

# 74

연예기획사 KW-엔터테이먼트

“이놈들아. 이거놔! 나는 정태만을 만나야해.”

중년 사내가 악다구니를 쓴다.

하지만 경비원들의 우왁스런 힘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갔다. 경비원들의 뒤에는 젊은사내가 따라나온다.

이윽고 끌려나온 중년 사내가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 엉덩방아를 찧었고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중년 사내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눈앞에 있는 높은 빌딩-

위쪽에 TM-엔터테인먼트라는 대형간판이 보인다. 한국에 있는 연예기획사와 업계에서 Top-3에 들어가는 회사다. 지금 끌려나온 이호성은 여기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이호성은 TM-엔터테인먼트에서 날고긴다는 인물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배척당하고 있었다. 경비원들 뒤에서 따라나온 사내가 이호성을 내려보며 씨익웃는다.

“호성선배. 더 이상 고집부리면 추해집니다. 이미 선배의 시대는 갔습니다. 그것보다 TM-엔터테이먼트의 대표이신 정태만 사장님의 눈밖에 났으니 당신도 이쪽 업계에서는 끝이군요. 어차피 그전에 끝난 셈이긴 하지만.”

“새파란 신참인 네놈을 여태까지 키워줬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 치는 거냐?”

“글쎄요. 당신덕분에 큰 것이 아니라 정대표님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오른 것이지요. 그러길래 상대를 보고 덤벼야되고 너무 잘난체하면 안되지요.”

조명진이 이호성을 향해 냉소를 지었다.

그것을 보며 이호성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처음부터 자신은 철저하게 이용만 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튼 더 이상 여기는 찾아오지 마십시요. 정대표님도 과거의 정을 생각해서 오늘은 적당히 넘어갔지만 다음번에 여기로와서 행패를 부리거나 업무방해를 한다면 그 때에는 법대로 처리할 겁니다.”

“개 같은 놈. 이대로 당할 거 같으냐?”

“그렇다면 어쩌실려고요? 감히 업계 Top-3에 들어가는 TM-엔터테이먼트를 향해 덤비겠다는 겁니까? 그래봐야 선배님만 다칠 뿐인데요.”

“......”

상대의말에 이호성은 설움이 복받쳤다.

그 때 이호성의 뒤로 여성이 다가왔다.

나이는 30대 초반쯤.

그녀가 이호성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전방에 있는 조명진을 향해 쏘아부친다.

“배은망덕한 놈.”

“보영누님이 호성선배를 감싸는 건 소용없는 짓입니다. 그것보다 정대표님이 보영누님에 대해서는 좋게 보고 계시니까 이참에 우리 쪽으로 다시 오시죠.”

“네놈이나 정태만 그자식 밑에서 아부하면서 잘 살아봐.”

“이거 고집불통 이시네.”

조명진이 피식웃었다.

얼마 후 처량한 신세로 변한 두 명이 그 자리를 떠나갔다. 부축을 받아 걸어가는 이호석의 발걸음은 축 처진다.

지금까지 자신이 이룩했던 모든 것이 단 한 명 때문에 무너졌다. 너무나도 억울했지만 상황은 정태만에게 유리했다.

그리고 TM-엔터테인먼트는 이호성이 덤비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했던 것이다.

“호성 오빠. 너무 상심하지 마. 이대로 그냥 끝나지는 않을 거야. 지금까지 오빠가 이룩한 성과만 봐도 오빠의 실력은 업계 최고라는 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과거에 불과할 뿐이야.”

이호성이 힘겹게 고개를 내젖는다.

연예계 짬밥을 좀 먹는 사람이거나 또는 연예부의 기자라면 이호성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천재적인 스타메이커(Star Maker).

유망주 발굴가. 그리고 한류의 개척자까지.

그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구가 붙는다.

뭣보다 그는 업계 Top-3에 들어가는 TM-엔터테인먼트의 간판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TM-엔터테인먼트의 정태만이 수많은 스타들을 키워낸 것으로 알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TM-엔터테인먼트를 지금의 위치로 만들고 엄청난 기업으로 만든 것이 이호성이다.

하지만 이호성의 뛰어난 능력은 언제나 정태만에게 질투와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에 따라 정태만은 계략을 꾸몄다.

이제까지 TM-엔터테인먼트가 커오는 과정에서는 이호성의 힘이 필요했지만 더 이상은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또한 TM-엔터테인먼트에서 이호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했기에 그것을 이참에 없애버릴 계략이었다.

얼마 후 정태만은 이호성에게 제의를 하였다.

TM-엔터테인먼트의 하부에 새로운 기획사를 만들고 그것을 이호성이 담당하면서 TM-엔터테인먼트와의 파트너십 관계를 하자는 것.

이호성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뭣보다 자신과 함께했던 정태만이 도와준다는 약속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에 따라 이호성은 그동안 모았던 자금과 지분을 모두 투자했다.

하지만 이것은 정태만이 자신의 물먹이기 위해 꾸민 작전이란 게 드러났다.

정태만은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끌면서 파트너십으로 체결된 계약사항을 지키지 않았다.

동시에 언론플레이를 펼치며 이호성을 몰아넣었다. 얼마 후 이호성이 담당한 기획사는 자금압박과 동시에 위기로 치달았다.

채 일년도 안되어서 이호성이 담당했던 기획사는 공중분해 되어버렸고 그가 갖고 있던 수많은 권리들도 정태만에게 빼았겼던 것이다.

“......!”

이호성이 후배인 김보영과 함께 일어날려는 찰나.

이호성의 눈빛이 흔들렸다.

눈앞에서 한 명의 사내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이는 20대 초반쯤으로 생각된다.

훤칠한 키.

180cm는 넘어보인다.

하지만 이호성을 놀라게 한 것은 다가오는 청년이 풍기는 이미지다.

‘혹시 연예인인가? 하지만 내가 모르는 얼굴은 없는데.’

그야말로 비주얼의 끝판왕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저 정도의 외모와 비율.

그리고 풍기는 이미지라면 단번에 한국최고의 탑스타가 될만한 재능과 조건을 갖추었다.

만약 자신이 지금도 TM-엔터테인먼트에 있었다면 당장에 길거리 스카웃을 하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몇 년, 아니 1년에서 6개월만 잘 준비해도 엄청난 스타성을 발휘할 테니까 말이다.

“저기....”

“혹시 이호성씨 되십니까?”

“그런데요. 당신은 누구신지?”

“저는 JSE-(K)의 강민입니다. 이번에 우리 쪽 JSE-(K)에서는 연예기획사와 엔터테인먼트의 사업에 진출할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당신이 TM-엔터테인먼트에서 배신을 당하고 쫓겨난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업계에서의 평판도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지요. 그러나 JSE-(K)에서 원하는 건 실력이고 그 외에 다른 부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습니까? 우리와 힘을합쳐 새롭게 도전해 보실 생각이 있습니까?”

나의 말에 이호성의 눈동자가 커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영문을몰라 당황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얼마 후 이호성이 나와 자신을 쫓아낸 TM-엔터테인먼트의 빌딩을 번갈아 보았다.

속으로 갈등하고 있지만 결론은 내려진 상태다.

***

“호성 오빠. 그 사람 진짜로 보통거물이 아닌가 봐.”

“확실히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그 정도의 엄청난 비주얼과 스타성을 갖고 있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지.”

“단지 그것만이 아니야.”

김보영이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인터넷을 연결했다. 그리고는 검색을 하더니 뭔가를 보여주었다.

“이게 정말이야?”

“사실 어제 처음 봤을 때는 긴가민가해서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어디서 본 얼굴이라는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잠시 뒤져봤더니 진짜로 이사람이네.”

후배인 김보영의 말에 이호성도 확인을 해보았다. 얼마 전 한국의 대형 포털사이트인 세이버(Saver)에 검색어로 올라간적도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가인 워렌버핏이 한국방문을 했을 때 미디어들은 워렌버핏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하지만 일부 신문이나 기사에서는 워렌버핏의 기자회견과 입국시에 동행했던 한 명의 동양인에 대해 기사를 쓴 경우도 있었다.

이것도 원래는 워렌버핏의 기자회견 사진에서 강민의 모습이 잠깐 나오면서 단번에 네티즌들의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이다.

그에 따라 강민에 대해서는 워렌버핏의 연관검색어로 나왔다.

워렌버핏과 동행하는 동양계 미청년이란 검색어로 나왔는데 그 사진이 곧바로 네티즌들의 페북에 퍼지면서 화제를 모은 것이다.

특히 여성 네티즌들의 사이에서는 순식간에 퍼지면서 엄청난 리트윗이 되었다.

때문에 이보영도 이제 기억이 난 것이다.

“설마 이 정도의 인물이었다니!”

“호성 오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기회가 온 거 같아.”

“그렇다면 더욱더 놓칠 수 없지.”

이호성이 주먹을 쥐었다.

세계적 갑부인 워렌버핏과 동행하는 인물이다. 어느 정도의 거물일지는 상상조차 안되었지만 지금은 그가 자신들을 초대한 것이다.

***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법률자문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든든하군요.”

“실장님이 한국에서 연예기획사쪽과 엔터테이먼트에 투자를 결심한 것에는 지금 LA에서 진행 중인 K-타운 건설과 K-프로젝트와의 연관성과 시너지 효과를 위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K-타운은 이를테면 하드웨어와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하드웨어만 가지고는 K-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없을 겁니다. 뛰어난 하드웨어에 버금갈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 전세계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건 한류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한류는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케이팝(K-Pop)이나 K-드라마, 그 외에 한국방송의 예능까지. 저마다 개별적으로 따로 놀고 종합적인 전략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그것에는 각각의 영역이란 것도 있지만 규모의 문제도 있을 겁니다. 듣기로 현재 한국 내의 대형기획사들이 나름대로 꽤 성장했다곤 하지만 아직도 미국이나 유럽 등의 대형 에이젼시에 비하면 덩치가 작은 편이라서 말이지요.”

“제대로 보셨습니다.”

송재동을 향해 대답했다.

한류가 나름 전세계에서 인기와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류에는 속하지 못했다. 속칭 하위권 문화.

즉 서브컬쳐(Sub Culture)의 문화그룹에서는 한류가 꽤 강세다. 그러나 서브철쳐의 수준에만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었다.

“저기 오는군요.”

송재동이 두 명을 발견하고 손을 들었다.

식당내로 들어오는 두 명은 이호성과 그의 후배인 김보영이다.

두 사람을 만나기로한 장소는 힐튼호텔에 있는 고급레스토랑인 노르망디-다.

이곳은 프랑스 요리가 전문이었고 미슐렝 가이드에도 좋은평가로 소개된 곳이다.

어제는 나혼자 두 사람을 만났지만 오늘은 송재동도 동행했다.

이제부터 진행할 연예기획사의 사업은 지금 들어온 이호성과 김보영을 핵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두 명의 실력은 뛰어났고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도 상당했다.

“어서 오십시요.”

“여기로 초청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호성이 인사했다.

어제는 패배자의 표정과 눈빛이었는데 오늘은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십니까?”

“우리 쪽 JSE-(K)의 법률자문이신 송재동씨입니다. 오늘 두분을 오시라고 한 것은 앞으로 설립할 연예기획사에 대한 법률처리, 그리고 이후의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해보고 싶어서입니다.”

“정말로 추진력이 대단하시군요.”

이호성이 고개를 내저었다.

반대편 자리에앉은 김보영이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검색했고 뭔가를 찾아냈다.

“혹시 죄송한데 당신이 여기 사진에나온 인물이 맞나요?”

김보영이 건넨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일전에 워렌버핏과 함께 한국의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리고 프레스센터에서 워렌버핏과 동행할 때에 찍힌 사진이다.

언론에 내얼굴이 노출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파급력이 있을 줄이야.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제와서 숨겨도 소용없을 거 같군요. 일전에 워렌버핏 씨와 함께 한국에 왔을 때 찍힌 사진이군요.”

“......”

나의 대답을 듣자 두 사람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었다. 연예기획사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으니 이런 식으로 인지도를 높여 놓는 것도 괜찮다.

다만 김보영이 사진으로 나를 알아본 것은 그녀가 평소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다. 보통사람들은 내가 옆으로 지나간다 해도 대부분 알아채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얼마 후 연예기획사 설립에 대한 토론에 들어갔다. 자금은 나의 JSE-(K)에서 투자하고 설립된 연예기획사는 JSE-(K) 산하의 회사로 편입된다.

설립할 연예기획사의 이름은 KW-엔터테이먼트로 결정했다.

KW는 한류를 뜻하는 영단어 Korean Wave에서 따온 것이다.

나의목표는 KW-엔터테이먼트를 성장시키고 한국 내의 유망주들을 키워내서 그들을 더넓은 시장으로 진출시키는 것이다.

한국 내의 연예계와 엔터테이먼트 산업이 성장했다해도 국내만 노려서는 제대로 돈 벌이가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KW-엔터테이먼트에서 대표는 명목상 내가 담당하고 실질적인 활동은 부대표인 이호성이 하게 될 예정이다.

이호성의 파트너로 일하게 될 김보영은 운영부장으로 앞으로 많은활약이 기대되었다.

여기까지 진행된 뒤에 이호성을 향해 질문했다.

“KW-엔터테이먼트의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업계를 뒤흔들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둔 부분이 있습니까?”

“예. 스타성과 장래가 촉망되는 신인들이 있습니다. 비록 첫 번째 데뷔에서는 실패했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제대로 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장님이 저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신 것처럼 저도 그들에게 기회를 줄려고 합니다.”

“당신이말한 신인들에게 상당한 믿음을 갖고 계신듯 하군요.”

“물론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스타로 키웠지만 그들의 잠재력은 누구보다 뛰어다나고 생각합니다.”

이호성이 대답했다.

눈빛이 확신에 차 있었다.

그가 이 정도로 말하는 걸보니 기대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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