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71화 (71/300)

# 71

일본 증권시장을 노린다

“실장님의 언플(언론 플레이)능력은 탁월하십니다.”

박광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거실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얼마 전 CNN과 NBC 등의 미국 메이져 방송사에서 탐방온 취재진들이 찍어간 영상들이다.

야스오 박사가 진행 중인 면진설계의 테스트-

그 테스트를 위해서는 최소 200억 이상의 비용이 필요했다.

이 정도의 비용을 투입해 대규모 테스트를 하는 것이라면 그에 따른 선전효과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건 당연하다.

CNN-뉴스에서는 리포터의 취재에 대답하는 박사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박사님의 말씀은 인공지진을 이용해서 신개념의 내진공법을 테스트 하신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네바다 사막의 아론빌(Aronville)이란곳에 반경 4-5km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인공지진을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지는 인공지진의 진도는 사상최대가 될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요?]

[현재 우리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면진설계는 이제까지 인류가 만나보지 못했던 메가톤급의 지진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공지진의 규모는 진도 10.0 이상으로 정했습니다.]

[대단하군요. 그 정도면 인류역사에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수준일 거 같습니다만, 제 말이 맞습니까?]

[물론입니다. 저로서는 면진설계가 앞으로 인류가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미래의 건축술과 공법을바꿀 혁명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야스오 박사가 힘차게 대답했다.

영상은 잠시 후 야스오 박사팀이 연구를 진행 중인 로키사이드의 지진공학 연구소 내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정도면 확실하게 이슈를 선점한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지진은 일본인들만큼 두려운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 역사에서도 몇 차례 대지진이 발생했고 그것에 대한 대비책을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많았다.

때문에 이번사건은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의 주목을 끄는 상황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실장님이 이런 식으로 대규모 언플을 시작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면진설계의 테스트를 넘어서 다른 목적도 있는 거 같습니다.”

박광석이 넌지시 말했다.

역시나 노련하다.

돈 벌이의 좋은 기회는 급격한 변동이다.

“이번사건을 통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어디라고 생각됩니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일본이지요.”

박광석의 대답.

간단하지만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전세계에서 지진에 대해 가장 민감하고 그 때문에 내진설계를 위해 수십 년을 연구하고 엄청난 자금을 투입한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인에게 지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공포다.

일전에 야스오 박사팀을 만나러 일본의 고베에 갔을 당시.

우리들이 머물렀던 기간은 대략 1주일도 안되었다. 그 짧은 시간에도 고베와 오사카의 주변으로 진도 3.0 수준의 낮은지진을 한두 차례 경험했을 정도다.

지진 다발국가인 일본에서 진도 3.0 수준의 지진은 보통으로 경험하는 수준에 속한다.

평소에는 낮은 진도의 지진을 여러 차례 경험하지만 일본대중들은 미래에 닥쳐올 대지진의 공포를 항상 느끼고 있었다.

“지금쯤 일본의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내진설계와 관련된 건설업계들도 당황하고 있을 건 분명하군요.”

“하지만 대부분은 야스오 박사팀의 면진설계가 너무나도 생소한 것이라서 크게 취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면 애써 냉정한척을 유지하던가 말이지요.”

박광석이 대답했다.

그리고는 노트북을 통해 관련기사들을 검색했다.

“여기 있군요. 조금 전 일본 지진공학 협회에서는 야스오 박사팀과 <한성개발>의 면진설계와 테스트는 기껏해야 소규모의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성명을 발표했군요.”

“역시 보수적인 그들의 대응답군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다.

잠시 후 박광석이 넌지시 질문했다.

“실장님의 표정을 보니 이번에는 일본에서 뭔가 작전을 구사해볼 생각이신 거 같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야스오 박사팀이 면진설계의 테스트를 하는 것과 이슈들은 우리들이 과거에했던 슈퍼배터리만큼의 강력한 충격은 힘들거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증권시장은 뉴욕의 월가에 비해 그 규모도 작은 편이고 활동폭도 제한이 생기니까 말이지요.”

“그건 사실입니다. 면진설계라는 부분이 슈퍼배터리와는 다르게 전문적인 내진공학에 관련된 것이기에 일반 대중에게도 크게 와닿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지진이 실생활과 밀접한 일본에서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 따라서 이번 이슈와 사건들도 관련 산업에 있는 기업들이나 투자가들에게는 혼란과 불확실성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박광석이 대답했다.

투자시장에서 돈을 버는 최고기회는 혼란과 충격이다. 시장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예측이 된다면 대박 치는 돈 벌이는 나오기 힘들다.

“박광석씨는 팀원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출발해 주십시요. 필요한 경비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지원될 것입니다.”

“정말입니까? 안그래도 월가의 작전이후에 큰사건이 없어서 실력이 녹슨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활동할 기회가 왔군요.”

박광석의 눈빛이 살아났다.

일본에서 전개할 작전에는 박광석팀을 먼저 보내기로 하였다.

그들은 뉴욕월가를 상대로 할약하며 나름대로 많은경험을 쌓은 것이다.

얼마 후 우리들은 일본의 투자시장과 금융시장에서 펼칠 작전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

일본의 금융시장과 증권시장은 전세계에서도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상태다.

시장의 변동사항들이 미국월가나 영국의 런던 증권시장등과 연동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독자적인 형태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았다.

때문에 월가에서 성공한 투자회사들 중에는 일본의 증권시장을 파악하지 못한 채 들어갔다가 실패한 경우도 종종 나온다.

그러나 나와 박광석에게는 일본의 금융시장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과 방법들이 있었다.

현재 자금은 충분한 상태다.

이번에는 목표를 크게 잡은 건 아니다.

이전처럼 월가에서 슈퍼배터리를 이용해 200배 이상의 대박을 성공시킨 것처럼 되지는 못한다.

대신에 투자한 것에 비해 몇 배의 이득을 챙기는 건 가능했다.

월가의 작전에서는 투자금이 기껏해야 2억 5천만 달러, 즉 한화로 2500억정도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조단위로 투입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공격할 화력이 엄청나게 증가된 것이다.

“그런데 실장님. 화력은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고 계십니까?”

“박광석씨와 팀원들이 사용할 화력과 자금으로 50억 달러까지 지원을 하겠습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50억 달러면 한화로 5조의 수준인데. 그 정도면 충분히 해볼만 합니다.”

박광석의 얼굴이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작전은 월가를 상대로했던 개념과 비슷하다.

이번에는 개별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매도와 옵션전략에 비해 좀 다른 쪽이다. 대신에 일본의 증권과 금융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대상으로 한 전략이었다.

***

“지금쯤 공항에는 기자들이 잔뜩 모여있을 거 같군요.”

“당연할 겁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의 천재>라고 불리는 인물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니까요.”

송재동을 향해 대답했다.

한국의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735편. 기내의 1등석에는 워렌버핏을 포함해 수행원들로 채워진 상태다.

워렌버핏이 평소에 지내는 곳은 고향인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다.

정확히는 오마하 외곽에 있는 대형목장과 그곳의 저택이다. 나와 송재동은 이전에 워렌버핏의 초대를받아 그곳을 방문한 적도 있었다.

이처럼 평소에 은거생활을 하던 세계최고의 갑부가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워렌버핏이 경제계의 유명인사다보니 그가 방문하는 장소, 그리고 그가 하는말과 행동들이 모두 언론의 집중을 받았다.

이번에 워렌버핏이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는 슈퍼배터리의 성공을 만들어낸 KR-전지에 대한 투자다.

워렌버핏이 가진 투자원칙중에 첫 번째가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투자할 기업이나 대상에 대해서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얼마 전 워렌버핏측에서 연락이왔다.

나의 JSE-(K)가 현재 KR-전지의 최대 지분소유자이기 때문에 한국방문을 포함해서 KR-전지에 대한 안내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건 내 쪽에서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워렌버핏이라는 엄청난 거물의 존재만으로도 KR-전지의 위상은 단번에 올라갈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또한 KR-전지에서 생산하는 슈퍼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매출이 증가하면 그것도 주가에 반영될 것입니다. 지금도 KR-전지의 주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워렌버핏이 KR-전지에 본격적인 투자를 개시하면 주가의 상승폭은 더 커지는 것이다.

워렌버핏도 KR-전지와 슈퍼배터리의 가능성을 충분히 판단했기에 한국방문을 결정한 것이다.

얼마 후 우리들이 탑승한 여객기가 하강을 시작했다.

아래로 인천공항의 넓은 활주로가 보인다. 한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은 전세계에서도 순위권에 들어가는 공항이 되었다.

그리고 저곳에는 외신기자들을 포함해서 한국의 대형방송국과 신문사에서 파견된 취재기자들이 모여있을 것이다. <투자의 천재>인 워렌버핏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말이다.

***

사방에서 카메라 플레쉬가 터진다.

공항에 모여든 취재기자들의 숫자는 엄청날 정도였다.

“워렌버핏 씨. 한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이번방문의 목적을 말씀해 주실수 있습니까?”

“저는 얼마 전 한국의 중견회사인 KR-전지가 슈퍼배터리를 개발했고, 그 부분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가보기에 슈퍼배터리는 미래의 배터리 산업을 변화시킬 혁명적인 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워렌버핏 씨의 이번방문의 첫 번째 목적은 KR-전지에 대한 투자인 것입니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KR-전지가 이룩한 성과들은 상당히 뛰어나다고 판단됩니다.”

워렌버핏의 대답을 듣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한국에서 KR-전지와 슈퍼배터리는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주가도 엄청나게 상승했고 존버(존나게 버티기)를 하며 그전까지 폭락했던 KR-전지의 주식을 갖고 있던 소액주주들은 한방에 대박을 맞기도 하였다.

KR-전지의 주식을 보유하고 존버-했던 사람중에는 팀원으로 활동 중인 박광석도 있었다.

물론 박광석과 팀원들은 뉴욕월가에서 성공시킨 작전을 통해 엄청난 인센티브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은 돈걱정 없이 넉넉할 정도다.

이처럼 KR-전지가 한국 증권가에서 단번에 빅히트가 되었지만 여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는 분석가들도 많았다.

그들의 주장중에 하나가 현재 KR-전지가 이룩한 슈퍼배터리의 성공과 매출증가는 기껏해야 거품일 뿐이다.

조만간에 꺼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반박을 하였고 그 결과로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던 KR-전지의 주가가 하락세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워렌버핏이 한국을 방문했고 KR-전지에 대해 본격적인 투자를 실시하면 상황은 역전되는 것이다.

프레스센터(Press Center)에서 진행된 워렌버핏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 우리들은 이동했다.

인천공항에서는 워렌버핏과 수행원들을 위해 특별 게이트를 준비해 주었다. 그곳을 통과해 나가자 우리를 환영하는 또 다른 인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쪽에서 미리보낸 연락을 받고 인천공항으로 마중나온 정대현 사장과 KR-전지의 인원들이다.

정대현 사장의 모습은 이전과 다름없었다.

지금은 슈퍼배터리의 성공과 KR-전지의 부활로인해 열정이 가득했다.

“워렌버핏 씨. 이쪽은 KR-전지의 정대현 사장입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정.”

“저야말로 명성이 자자한 워렌버핏 씨를 직접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정대현 사장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정 사장과 같이온 KR-전지의 직원들도 감격한 표정이다.

당연할 것이다.

워렌버핏같은 엄청난 인물이 자신들을 만나러 한국에 온 것이니 말이다.

“실장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설마 워렌버핏 씨같은 분을 직접 한국으로 데려오실 줄이야.”

“저보다는 여러분들이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KR-전지의 직원들을 향해 대답했다.

얼마 후 나와 워렌버핏은 정대현 사장과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출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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