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SS-18 새턴로켓
부아아앙! 프로펠러 수송기의 엔진음이 주위를 진동시켰다. 이 수송기는 구소련 시절에 제작된 것으로 카잔조직이 소유하고 있었다.
모스크바 시내인 탐보프에서 유리 이바노프와 만난 뒤.
우리들은 외곽에 있는 비행장으로 이동했다.
카잔조직과 연계된 바이칼 과학자들은 모스크바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그리고 위성을 발사하는 비밀기지도 광할한 시베리아의 동쪽에 위치한 장소다.
때문에 그곳까지 이동하는 빠른 방법은 항공기였다. 다만 카잔조직과 같이 가야했기 때문에 보통의 민항기를 쓸 수는 없었다.
나로서도 글로벌 스캐닝(Global Scanning)-프로젝트의 실행을 위해 비밀리에 위성을 발사하는 건 바이칼 과학자들을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두었다. 그럼에도 발사장을 포함해 여러 가지 부분들을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동시베리아까지 오는 여정.
그것을 통해 러시아의 국토가 얼마나 광대한지를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시베리아는 수많은 자원들이 잠들어있는 땅이다. 러시아 정부도 여기에 대해 알고 있지만 개발이 쉽지 않았다.
시베리아에 엄청난 자원들이 있다 해도 그 광맥들이 어디에 묻혀있는지 알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포괄적인 지질탐사를 할만한 여건도 안되었고 운 좋게 몇 개의 광산을 발견해도 개발은 또 다른 문제다.
때문에 지금도 러시아 정부는 새로운 자원탐사나 광산의 개발보다는 기존에 발견된 광산들을 집중해서 채굴하는 상황이다.
이후에 글로벌 스캐닝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시베리아에 잠들어있는 막대한 자원들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 자원들을 채굴하고 개발하는 데는 러시아 정부와의 커넥션도 필요하고 여러 가지 협상을 거쳐야할 것은 분명했다.
따라서 이번여행은 그것을 위한 사전탐사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카잔조직과 내 앞에 있는 이바노프는 러시아쪽의 실세들과 줄이 닿아있는 거 같았다.
그럴 것이 바이칼 조직이 벌이는 비밀 우주사업이란 것은 든든한 뒷배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후 조종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이바노프가 말했다.
“로버트강. 조금 후면 목적지인 야츠크 기지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상당히 깊숙한 곳에 있군요.”
“바이칼 과학자들도 신분노출을 꺼리고 그들이하는 비밀 우주사업도 보안이 최우선 사항이니까요.”
이바노프가 대답하며 손을 들어 창밖을 가리켰다. 우리가 탑승한 수송기가 조금씩 하강하며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먼저 보인 것은 시베리아의 광활한 영토를 감싸고 있는 타이가 수림지대다. 이 수림지대의 크기는 광대했고 끝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수림지대의 한폭판에 활주로를 닦아놓은 비행장이 보였다.
2개의 활주로가 보였고 주위로는 군사용으로 보이는 시설들이 있었다. 비행기지의 외부로 높은 철조망들이 둘러쳐진 상태다.
바이칼 과학자들이 벌이는 비밀 우주사업이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같이 널리알려진 장소에서 실시될 가능성은 없었다.
이들 두곳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우주기지에 속한다. 그리고 서방권이나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도 꽤 많은 편이다.
그에 반해 우리들이 도착한 야츠크 기지는 완벽하게 군사용이었고 인적이드문 장소에 있었다.
“여기는 평범한 곳이 아니군요.”
“맞습니다. 야츠크 기지는 과거에 러시아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발사기지로 사용되던 곳입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핵무기 감축협상이 실행된 뒤로 이곳에 있던 ICBM의 핵탄두들은 대부분이 폐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야츠크 기지도 가동률이 현격하게 떨어진 상태로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물론 이전에 러시아가 미국과 핵무기 감축을 했다해도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핵미사일의 숫자는 상당히 많은 상태입니다.”
이바노프의 대답을 들으며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면 바이칼 과학자들이 비밀 우주사업에 사용하는 위성발사용 로켓은 여기 야츠크 기지에 있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로켓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군요.”
“거기까지 유추해 내다니 보통이 아니군요. 당신말대로 기지에 있던 핵탄두들은 해체가 되었지만 핵탄두들을 운반하는 발사체는 상당한 수량이 남아있습니다. 다만 과거에 제작된 것이기에 바이칼 과학자들이 새로 개량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핵탄두 대신에 인공위성을 탑재해서 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독특한 재활용 방식이군요.”
나의 말에 이바노프가 미소를 지었다.
상업용으로 제작된 로켓을 사용하든 또는 재활용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로켓을 사용하든 중요한 것은 한 가지다.
글로벌 스캐닝에 사용할 인공위성을 제대로 쏘아올리고 대기권에 안착시킬 수 있다면 상관없다. 오히려 ICBM으로 사용하던 로켓이 효율성은 더 좋을 수도 있었다.
***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안내할 바실리첸코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야츠크 기지 사령관이신 보리스 케렌스키씨입니다.”
중년 사내가 자신을 소개했다.
두터운 뿔테안경과 복장을 보니 바이칼 조직에 있는 과학자들 중 한 명인 게 분명했다. 기지 사령관인 케렌스키는 전형적인 러시아 군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기지 사령관인 케렌스키의 계급이 준장이라고 하지만 그 혼자만의 힘으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마도 러시아 군부나 정치계의 거물이 그들의 배후에 있는 건 분명했다.
그들과 인사를 한 뒤에 우리들은 이동을 시작했다. 공중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게 야츠크 기지의 규모는 상당했다.
지상으로 드러난 부분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하의 시설은 미로처럼 복잡했고 방대한 공간이 있었다.
“실장님과 다니다보니 러시아의 핵미사일 기지를 견학해보는 기회를 가지는군요.”
“저도 이런 기회는 처음입니다.”
프리먼이 대답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도 FBI에서 잔뼈가 굵었고 정보계통에서 경험이 많았다. 그러나 러시아 핵미사일 기지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핵미사일 기지는 소문으로 들었던 것에 비해 더 대단했다.
야츠크 기지를 보면서 러시아가 냉전시대에 미국과 라이벌의 위치에 있었던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위이잉! 우리들이 탑승한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내려갔다.
대략 지하 10층 이상을 내려간듯 생각된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정면으로 방대한 공간이 펼쳐졌다.
그중에 눈길을 사로잡는 건.
전방에 거대한 탑처럼 세워져 있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로켓이었다.
“저것이 당신들의 인공위성을 발사할 SS-18 새턴로켓입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미사일중에 가장 많은 중량을 탑재가능하고 러시아가 개발한 미사일들 중에 최고의 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실리첸코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SS-18 새턴로켓의 위용은 상당했다. 새턴로켓은 구소련의 시절에 개발되었다.
그당시는 미국과의 냉전시대였고 미국을 능가하는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만들겠다는 욕망으로 제작된 것이 SS-18 새턴로켓이다.
높이만도 40미터가 넘어가고 내부에는 3단계의 액체추진 로켓이 있었다. 그리고 로켓의 무게만도 200톤(ton)이 넘어갈 수준이다.
로켓의 상부에 탑재가능한 중량은 기본적으로 5톤(ton)이었고 적당한 개조를 하면 7-8톤까지 가능했다.
현재 미국에서 비밀리에 제작중인 글로벌 스캐닝(Globla Scanning) 위성은 4톤(ton)정도에 이른다.
이것은 1차로 발사할 위성이었고 이후에 5차까지 진행되면서 탑재되는 위성의 무게는 조금씩 늘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조를 통해 8톤(ton)까지 탑재가 가능할 정도로 대형인 SS-18 새턴로켓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어떻습니까? 로버트강. 만약에 당신이 결정을 내린다면 우리 바이칼의 과학자들이 최선을다해 임무를 완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바실리첸코씨. 지금 보여주신 SS-18 새턴로켓은 상당히 인상적이군요. 지금까지도 세계 최대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명성을 가진 이유를 알 거 같습니다. 저 새턴로켓이라면 제가 원하는 비밀 우주사업을 하는 데 있어 최적의 조건입니다.”
나의 대답을 듣자 바실리첸코의 표정이 밝아졌다.
***
“실장님의 덕분에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해성의 표정이 꽤 밝았다.
이전부터 K-타운 건설과 K-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왔다.
그리고 나를 만나면서 계획은 이전보다 더 확대되었다.
개정된 K-타운 건설은 엄청날 수준이다.
150층짜리 초고층건물 3개를 한꺼번에 건설하는 수준이니까 말이다.
그것도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는 캘리포니아의 최대도시인 LA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최첨단의 내진설계와 공법이 필요했다.
그것을 위해 일본까지 건너가 면진설계라는 신개념을 창안해낸 야스오 박사와 연구팀을 데려온 것이다.
야스오 박사팀에게 1차로 1000억 원에 이르는 연구지원 자금을 결정했다.
오해성은 신속하게 연구소의 부지를 확보했다.
연구소는 <한성개발> 소속으로 편입되었고 위치는 LA 외곽에 있는 로키사이드-였다.
러시아에서의 인공위성 발사와 비밀 우주사업에 대한 협상을 끝낸 뒤에 다시 미국의 LA로 돌아왔다.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해 카잔조직과 접촉하고 상급간부인 유리 이바노프도 만났다.
전직 KGB-출신인 그녀는 상당히 유능했다.
그리고 그녀의 안내를받아 둘러본 야츠크 기지는 비밀리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광대한 국토를가진 러시아는 미개발된 지역이 엄청나게 많았고 새로운 돈 벌이를 위한 기회가 무궁무진 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바이칼 과학자들과 그배후에 있는 거물들의 존재를 확인한만큼 이후에 이들을 이용해 러시아에 발판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이런 일들을 끝낸 뒤에 지금은 야스오 박사팀의 연구소를 오해성과 함께 방문하였다.
오해성은 야스오 박사팀이 연구에 집중하도록 많은 것을 지원했다.
단기간에 연구소를 정상화 시켰고 필요한 장비와 인원들을 마련한 것이다.
면진설계에 있어 핵심적인 인원들은 야스오 박사와 연구팀원 들이다.
하지만 연구소에는 그 외에도 지원 인원들이 필요했고 이들은 LA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채용하였다.
“듣기로는 면진설계의 연구가 생각보다 빨리 진척된 상태라고 하던데 어느 정도의 수준입니까?”
“당신과 <한성개발>의 지원으로 이제는 실용화를 위한 준비단계까지 왔습니다. 다만 제대로 된 실용화를 위해서는 본격적인 테스트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야스오 박사가 대답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이론적으로 해왔던 면진설계의 개념과 기술들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만들어 내었다.
나와 오해성은 조금 전 야스오 박사팀이 완성시킨 시뮬레이션을 보았다.
그리고 나와 함께 면진설계에 관심을 가졌던 AI인 하시는 시뮬레이션을 검토하더니 좋은 평가를 내렸다.
“지금까지 진행된 시뮬레이션을 볼 때에 면진설계는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장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어떤 식의 테스트를 말하시는 겁니까?”
“실제로 건물을 만들고 인공지진을 발생시켜서 모든 것이 설계대로 진행되는지를 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야스오 박사의 말은 타당했다.
아무리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완벽해도 실제로 만들고 완성시키는 것과는 다르다.
“야스오 박사님. 조금 전에 인공지진이라고 하셨는데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까?”
“물론입니다. 솔직히 일본에서는 엄두를내기 힘들지만 이곳은 미국입니다. 뭣보다 광대한 국토가있고 황무지가 존재하는 곳입니다. 특히 인적이드문 네바다 사막을 이용하면 일정지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소규모의 인공지진을 만들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테스트를 위해 사용할 건물은 대략 30층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테스트용의 건물이기에 내부시설등은 제외하고 기본구조만 만들어도 충분할 거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단기간에 테스트용의 건물을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야스오가 설명을 하였다.
옆에 있던 오해성은 야스오의 계획에 감탄했다.
“박사님의 말대로 그 테스트가 성공한다면 엄청난 사건이 될 수도 있겠군요.”
오해성이 흥분했다.
야스오의 말대로 좁은 땅을 지닌 일본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실험.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능하다.
그리고 박사의 말대로 면진설계의 테스트가 성공한다면 이것은 세계적인 이슈가 될 것은 분명했다.
단번에 면진설계의 뛰어난 기술력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면진설계의 독점적인 기술은 나의 <한성개발>이 소유하고 있는 상태다.
“좋습니다. 박사님. 저와 MCU-펀드, 그리고 <한성개발>은 인공지진과 면진설계의 테스트를 위해 모든 지원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로버트 강.”
박사의 눈빛이 열정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