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67화 (67/300)

# 67

글로벌 스캐닝(Global Scanning)

“이번에도 실패인가?”

야스오의 음성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올해 56세인 야스오는 평생을 한 가지 분야에 바쳐왔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어릴 때에 고베 대지진의 참상을 목격한 경험.

그 뒤로 야스오는 한 가지 결심을 하였다.

뭣보다 야스오의 부모가 고베 대지진의 참사에서 사망했고 그만이 겨우 살아남았던 것이다.

이런 과거가 있었기에 야스오는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한 가지 분야만 선택했다.

지진공학과 내진설계-

토호쿠 대학의 지진공학과를 졸업한 뒤 야스오는 관련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였고 박사논문까지도 발표했다.

그가 발표한 박사논문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다만 야스오는 이제까지 일본에서 진행되어온 지진공학과 내진설계의 연구가 한계에 부딪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본이 전세계에서 지진연구와 내진설계에 대해 선두적인 위치에 있다 보니 일본내에도 주류학계와 그것에 편입되지 못한 그룹의 사이에는 차별이 심했다.

또한 주류연구와 학설에 부딪치는 신개념의 이론과 연구에 대해서도 일본학계는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은 보수적이고 변화를 거부하는 일본사회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었다.

그럼에도 야스오는 포기하지 않았고 새로운 지진연구와 내진공학에 대해 매진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었다.

참담한 표정으로 야스오가 연구실의 문을 열었다.

그안에는 야스오가 진행 중인 면진설계와 개발에 관련된 연구팀원들이 있었다.

대부분이 토호쿠 대학의 졸업자들이거나 대학원생들이다. 이들 10여명의 연구팀원들은 모두 야스오의 제자들이다.

“야스오 박사님. 어떻게 되었습니까?”

“멍청한 일본정부 놈들! 편견과 아집에 잡혀서 미래를 볼줄 모르는 놈들!”

야스오가 분기에찬 음성을 토해냈다.

제자들은 어떤 상황인지 짐작했다.

야스오가 개척중인 면진설계라는 신개념의 지진공학과 건축공학.

그것은 현재 일본내 주류학계에서 인정을 못받고 있었다.

오히려 비웃음을 당하는 처지다.

또한 일본내 주류학계에서는 이제까지 자신들이 일구어온 지진공학과 내진설계가 변방에 불과한 야스오에게 도전받는 걸 싫어했다.

주류학계가 자신을 비웃는다해도 야스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건 신개념의 면진설계를 발전시키고 실용화 시키는 것.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막대한 연구자금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야스오는 일본정부의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꾸준히 설득했다.

연구비를 지원받고 면진설계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

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지금까지는 야스오 개인의 사비와 대출까지 얻어가며 버텨왔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자네들에게 정말로 면목이 없네.”

“아닙니다. 박사님. 지금까지 우리들은 박사님의 이론과 학설을 믿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일본정부에게 연구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 원통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수석원구원인 마에다가 말했다.

나머지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제자들의 모습을 보자 침울했던 야스오의 표정이 그나마 밝아졌다.

그럼에도 일본정부가 자신의 연구와 면진설계를 이런 식으로 취급하는 건 자존심이 무너졌다.

그 때 연구실의 문이 열리며 막내인 시미즈가 들어왔다.

“야스오 박사님. 미국에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건 무슨 뜻인가? 미국에서 나를 찾아올 사람은 없을 텐데.”

“저도 그것이 좀 이상했는데, 그분들이 말하는 걸 들어보니 박사님과 우리 연구팀의 면진설계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것이 정말인가?”

“박사님. 어쩌면 새로운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연구팀원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넘쳤다.

***

“소박한 연구실이군요.”

“만약에 그가 일본에서 내진설계로 주류에 편입된 인물이라면 상당한 지원을 받았을 겁니다.”

오해성이 대답했다.

K-타운 건설과 <한성개발>의 발전을 위해 면진설계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비지니스에서 한번 결정을 내리면 행동은 신속하게 해야 했다.

또한 AI인 하시는 오해성이 제공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분석한 뒤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그 뒤에 나는 오해성과 김유선 그리고 송재동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온 것이다.

여기로 오기전에 일본에서 최초로 면진설계라는 독특한 신기술과 아이디어를낸 야스오란 인물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다.

예상대로 일본내 주류학계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고 일본정부로부터 연구비도 지원받지 못한 채 단독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도착한 곳도 과거에 대지진이 벌어졌던 고베시의 외곽에 있는 창고다.

야스오는 허름한 창고건물을 임대해서 연구시설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후 우리들은 안내를받아 내부로 들어갔다.

연구실은 창고를 개조한 것이여서 제법 어수선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반갑습니다. 야스오 박사님. 우리들은 미국에 있는 <한성개발>과 MCU-펀드에서 왔습니다.”

“저로서는 처음듣는 이름인데.”

“그럴겁니다. 지금부터 MCU-펀드와 <한성개발>은 LA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K-타운 건설이 그 첫 번째이고 이후에도 대단위 건설 프로젝트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던중 우리들은 야스오 박사님이 새롭게 창안하신 면진설계라는 공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온 것은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이후의 연구개발 지원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한 것입니다.”

“......!”

야스오의 표정이 당황하고 있었다.

일본정부로부터 수차례 연구자금을 거절당하고 절망에 빠진 상황였다. 그런데 미국에서 구원의 손길이 왔으니 말이다. 얼마 후 야스오가 연구팀원들을 지휘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 프리젠테이션은 야스오가 일본정부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다.

야스오와 팀원들이 발표하는 내용들은 AI인 하시를 통해 세밀하게 평가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하시가 내린 결론은 야스오 박사의 연구가 상당부분 진척되었다는 것이다. 즉 주변에서 조금만 더 지원을 해준다면 곧바로 실용화가 가능한 수준.

뭣보다 야스오 박사의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계속해서 연구자금이 지원된다면 단기간에 면진설계 기술은 급격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지원을 하고 처리할 부분에 대한 것이다.

“지금의 연구를 계속하고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나의 대답에 야스오의 표정에는 갈등이 나타났다. 그럴 것이 야스오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줄곧 살아온 인물이다. 그것은 야스오와 함께 연구를 진행 중인 그의 제자들도 마찬가지.

내 쪽에서 내건 조건에 그들이 당황한 부분도 이해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한성개발>과 MCU-펀드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연구자금과 지원을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만약에 야스오 박사님과 여기 있는 연구팀원들이 조건에 동의해 준다면 1차로 100억엔. 그리고 이후의 연구성과에 따라 자금지원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금 100억엔이라고 하셨습니까?”

야스오의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100억엔이라고 한다면 한화로 900억이 넘어가는 막대한 자금이다. 얼마 전까지 야스오는 일본정부에게서 2천만엔의 연구자금도 받지못해서 자신의 사비를 털어넣어야 했다.

내가 100억엔이라는 액수를 제시하자 주위에 있던 연구팀원들도 놀라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돈이 많길래?

하지만 이 정도는 결코 큰 액수가 아니다.

야스오 박사팀의 면진설계가 실용화되면 그 가치는 단번에 수십조를 넘어갈 수준이다.

잠시 갈등하는 야스오를 향해 제자들이 제안했다.

“박사님.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일본을 떠나서 미국에서 지내야 하는데 말이네. 전혀 낯선곳이고 적응도 쉽지 않을텐데.”

“그 정도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뭣보다 미국이란 큰 무대에서 우리들의 연구성과를 마음껏 펼쳐보일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박사의 제자들도 결심을 굳힌 듯 보였다.

그러자 야스오가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한번 해봅시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여기계신 송재동 법률자문님께서 준비한 서류들이 있습니다. 핵심내용들은 지금부터 야스오 박사님과 연구팀원들은 MCU-펀드의 산하에 있는 <한성개발>의 지진공학 연구소로 편입이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연구결과와 개발들은 <한성개발>과 MCU-펀드를 위해 우선적으로 적용됩니다. 물론 여러분들의 신분과 보수에 대해서는 최대한으로 보장될 것입니다.”

야스오 박사와 팀원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을 마쳤다. 송재동이 미리 준비한 계약서와 서류들을 꺼냈다.

일본정부로부터 냉대받고 지원까지 거절당한 그들이었다. 따라서 내 쪽에서 제안한 내용들에 대해 대부분 찬성했다.

야스오 박사와 팀원들은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킬 기회를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

“글로벌 스캐닝이라.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이지?”

[기본적으로 지구의 대기권에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그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의 지표면을 탐색하는 하이테크 기술입니다.]

AI인 하시가 대답했다.

얼마 전 뉴욕월가를 통해 31조라는 대박을 얻은 뒤에 AI인 하시를 통해 보상으로 받은 최첨단 테크놀로지들 중에 하나다.

그중에는 단기간에 사용이 가능한 것들도 있었고 나름대로 중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한 것들도 있다.

그중에서 관심을 가진 것은 글로벌 스캐닝(Global Scanning)이란 것이다.

일본에서 면진설계의 연구를 하던 야스오 박사팀에 대한 이주와 진행은 <한성개발>의 오해성이 처리하고 있었다.

이미 LA-외곽에 연구소를 위한 부지를 확보했고 야스오 박사팀은 <한성개발> 소속의 연구인원으로 편입된 상태다.

그렇게하면 그들이 미국에서 지내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신분이나 절차등이 손쉽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K-타운 건설과 <한성개발> 그리고 야스오 박사팀에 대한 부분은 오해성에게 맡기뒤에 나는 다른부분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그중에 첫 번째로 목표를 잡은 것이 글로벌 스캐닝이다.

“그렇다면 대기권에 쏘아올린 위성을 통해 글로벌 스캐닝을 실시하고 그것을 통해 지하에 묻혀있는 자원탐사도 가능한 거야?”

[글로벌 스캐닝을 위해 쏘아올릴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탐색장비와 프로그램, 그리고 데이터해석의 알고리즘의 개발을 통해 충분히 가능합니다. 만약에 인공위성에 장착할 탐색장비를 자원탐사에 특화된 오메가파(Omega Wave) 발생기로 한다면 지표면 5000미터의 내부까지 투과해서 조사할 수 있습니다.]

하시의 대답을 듣자 나의 머릿속으로 뭔가가 스쳐갔다. 글로벌 스캐닝의 자원탐사 기능은 엄청난 수준인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전지구적인 규모로 광물 및 자원탐사가 가능해질 수 있었다.

지금도 전세계에는 발굴되지 않은 광산과 지하자원들이 무수히 많았다.

검은황금이라고 불리는 석유는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광구가 개발된다.

또한 해저유전의 경우에는 곳곳에 유전지대가 있지만 찾아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

그리고 엄청난 가치를 지닌 희토류 금속들까지.

글로벌 스캐닝을 통해 활용할 사업과 돈 벌이는 다양했다.

인공위성을 통해서 광물을 탐사한다는 개념은 이전에도 나왔다.

때문에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도 위성을 발사해서 광물탐사를 진행 중에 있지만 기술수준은 상당히 낮았다.

그것도 당연했다.

현재까지 인류가 인공위성에 탑재하는 탐색장비들은 기껏해야 지표내부의 수십미터 부분만 조사할 수 있었다.

그것도 대부분은 정확도가 떨어졌고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탐사하는 건 시도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남이 발견하지 못한 광산과 자원을 찾아낸다는 것.

그것만큼 멋진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것은 엄청난 돈이 굴러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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