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66화 (66/300)
  • # 66

    새로운 돈벌이가 보인다

    “이 개 같은 새끼. 이 모든 것이 전부 네놈이 꾸민거냐?”

    “그것보다는 당신 스스로 함정을 향해 뛰어든 것이지.”

    나의 싸늘한 대답.

    그것을 듣자 정삼택의 표정이 굳어졌다.

    녀석은 나에게 뭘 기대했던 것일까?

    얼마 후 정삼택의 표정은 자포자기로 빠졌다.

    애초부터 상대를 잘못보고 건드린 것이니까.

    이제야 그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이 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나라는 사실을 깨달은 듯 애걸했다.

    “그전까지 너를 향해 욕을 하고 비웃은 것은 모두 잊어줘. 본심이 아니었어. 그러니까 제발. 저 베트콩 새끼들한테 말해서 나를 풀어달라고 해줘. 만약 그렇게만 해준다면 시키는 건 뭐든지 할 테니까.”

    “글쎄요. 아무래도 늦은 거 같군요. 나는 이전에 골든하우스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기회를 줬는데 스스로 그 기회를 걷어찼더군요. 내가 여기에 온 것은 당신이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당신을 죽이고 살리는 건 여기 베트남 조직의 결정에 달려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베트남 조직과 찐흥티오씨가 당신을 꽤 신사적으로 대접해주고 있었군요. 여기 지하감옥에 가두어 놓기만하고 특별히 손을댄것도 아니니까. 어쩌면 내가 당신을 만날걸 생각해서 그전까지는 그냥 놔둔 거 같군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질 거 같군요. 아무튼 이제부터 내가 당신을 볼일을 없을 겁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정삼택 씨!”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전부다.

    정삼택을 향해 욕을 하거나 저주를 퍼부을 필요도 없었다.

    애초부터 정삼택은 나에게 라이벌조차도 못되었다. 그냥 하나의 방해물 일 뿐.

    그리고 이제 그 방해물을 처리하는 건 베트남 조직이다.

    “설마 이대로 가는 거야?”

    “아까도 말했듯이 당신을 죽이고 살리는 건 내 손에 달린 게 아닙니다.”

    “이 개 같은 놈아! 제발! 흐흐흑!”

    정삼택이 괴성을 내질렀다.

    그의 목숨은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다.

    내가 발길을 돌리자 주위에 있던 베트남 조직원들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퍽! 퍼퍼퍽! 둔탁한 굉음이 울릴 때마다 정삼택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쩐흥티오는 정삼택을 간단히 죽일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그리고 쩐흥티오가 정삼택을 어떤 방식으로 죽일지에 대해서는 내가 간섭할 부분이 아니다.

    아무래도 정삼택에게는 베트남타운의 지하감옥이 그의 무덤이 될 것이다.

    시체가 밖으로 나갈일도 없고 정삼택은 이세상에서 완전히 증발해 버리는 것이다.

    가장 확실하면서 뒤탈이 없는 방법이다.

    ***

    “해성 오빠. 정말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어.”

    “네 말대로 지금도 믿을 수가 없어.”

    오해성이 고개를 내저었다.

    어릴 때부터 코리아타운의 동네에서 같이자란 김유선은 오해성에게 여동생같은 존재였다.

    미국서부의 명문인 UC 버클리 대학의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수재였고 지금은 오해성의 파트너로서 <한성개발>과 K-프로젝트의 진행을 돕고 있었다.

    K-프로젝트를 위해 설립한 <한성개발>은 코리아타운에 본사를 만들었다.

    오해성과 김유선이 직접 직원들의 선발을 맡았고 회사의 규모도 대폭적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상당한 불안감은 있었다.

    이번 주 금요일에 한인회장인 정삼택과 그 패거리들이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집회.

    집회의 내용은 당연히 K-프로젝트와 K-타운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다.

    또한 정삼택과 간부들은 참석자들을 선동시켜서 <한성개발>로 난입해 유혈사태를 만들려는 계획까지도 세워둔 상태다.

    그렇게 되면 LA의 언론들은 유혈사태와 시위에 대해 집중보도 하면서 모든 것은 정삼택의 계획대로 흘러간다.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오해성과 <한성개발>의 직원들은 강민이 지시한 대로 코리아타운 주민들에 대한 설득에 나섰다.

    그리고 금요일이 되었을 때.

    놀라운 상황이 발생되었다.

    원래 시위장소로 예정되었던 곳에는 몇몇의 주민들이 왔다가 그냥 돌아가 버렸다.

    나중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단 며칠사이에 코리아타운 한인회 사무실은 붕괴된 상태였다.

    그중에 가장 큰 뉴스는 현재의 한인회장인 정삼택의 행방불명이었다.

    정삼택은 한인회 간부들에게 플로리다의 마이애미로 간다고 한 뒤에 어떤 연락도 없었던 것이다.

    정삼택의 지시에 따라 로봇처럼 움직이던 그들이었고 정삼택이 행방불명이 돼버리자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자신들과 관계있던 야쿠자인 요시다가 리틀도쿄에서 부하들과 몰살당한 사건도 큰 공포를 주었다.

    얼마 후 한인회 사무실에 회장인 정삼택을 비롯해 간부들도 안보인다는 소문이 주민들에게 퍼졌다.

    금요일에 K-프로젝트 반대 시위를 한다고 잔뜩 선동을 해놓고는 사무실에 출근조차 안하는 그들에 모습에 주민들은 당혹감을 느꼈다. 하지만 상당수의 주민들은 속으로 좋아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제까지 거들먹거리던 놈들이 단번에 사라졌으니 말이다.

    얼마 후 금요일의 시위를 주동할 세력이 완전히 없어진 상태였고 나중에는 소문을 듣지 못한 일부의 사람들만이 왔다가 그냥 돌아갔다.

    강민이 오해성에게 한말.

    <금요일의 대규모 집회는 없을 겁니다.>

    그 말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누군가가 마술이라도 부린 것 같은 상황.

    하지만 이것이 그냥 된 것은 아니다.

    자신과 <한성개발>이 속해있는 MCU-펀드.

    그곳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사장님. 분위기가 완전히 우리 쪽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한성개발>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네.”

    “드디어 의욕이 생기는군요.”

    직원들의 눈빛이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들은 오해성이 주장한 K-프로젝트의 원대한 계획에 감명받아서 <한성개발>에 입사한 인재들이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해성이 주먹을 쥐었다.

    ***

    “실장님. 여기 감자탕은 끝내주는데요.”

    김태천의 입이 한껏 벌어진다.

    그에 반해 프리먼은 감자탕을 먹으면서 옆에 있는 물컵을 몇 차례나 벌컥거렸다.

    It's such a bloody of spicy라는 말을 연달아 뱉으면서도 감자탕 먹는 걸 포기하지는 않았다.

    코리아타운에 있는 식당 <김포댁>은 얼마 전 오해성이 우리에게 소개시켜준 곳인데 오늘은 오랜만에 일행들과 같이 찾아왔다.

    여기로 온 것은 오해성과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목적도 있었다.

    얼마 후 디저트로 나온 수정과를 마시면서 오해성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K-타운 건설에 있어서 한 가지 상의드릴 것이 있습니다.”

    “어떤 겁니까?”

    “실장님도 알다시피 K-타운은 지상 110층의 건물 3개를 하나의 패키지로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1층부터 60층까지는 하나의 패키지 그리고 61층부터 110층까지는 3개의 건물이 삼각기둥의 형식으로 나뉘어 집니다.”

    오해성이 태블릿-PC를 꺼내어서 조감도를 띄웠다. 조감도는 전에 본 것이고 새로울 것은 없었다.

    “아무래도 건물설계에 대한 변경이나 건의사항이 있는 거 같군요.”

    “그렇습니다. 여기 LA를 비롯해서 캘리포니아 지역이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기는 하지만 일본처럼 지진다발 지역은 아닙니다. 다만 한번 지진이 발생하면 최소 진도 7.0 또는 8.0 수준으로 강력한 지진파가 발생합니다.”

    “하긴 과거에 샌프란시스코 지진으로 상당한 피해가 난적도 있으니까요.”

    오해성을 향해 대답했다.

    LA를 포함해서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캘리포니아 지역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다. 지진발생 빈도는 일본에 비하면 현격하게 적지만 대신에 한번 발생할 때의 피해의 규모가 큰 편이다.

    과거에는 이런 지진 위험때문에 LA에도 고층건물을 세우지 않았고 그래서 뉴욕같은 마천루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LA에도 도시의 과밀화 현상과 고층빌딩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내진설계를 바탕으로 한 60층 이상의 건물들이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K-타운 건설에는 110층이란 규모이고 이것은 LA에서도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만약에 내진설계를 한다면 80층 정도까지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110층까지를 하거나 또는 그 이상의 높이를 원한다면 새로운 방법을 써야합니다.”

    “당신이 뭔가 돌파구를 발견한듯한 표정이군요.”

    “사실은 그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자료를 조사해보고 우리 쪽 <한성개발>의 직원을 파견해서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오해성이 나를 향해 대답했고 태블릿-PC에 다른 화면을 띄웠다.

    그것을 보자 흥미가 생겼다.

    “면진설계라....”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지진에 대한 내진설계중에서 가장 최신의 공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해성이 설명을 시작했다.

    보통 내진설계라고 한다면 지진이 발생했을 때에 건물의 내구성을 튼튼하게 만들어서 버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의 내진설계는 이것을 기본으로 해서 발전되었다. 그에 반해 면진설계는 내진설계를 통해 건물의 구조를 강하게 만드는 것에 더해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땅에서 전달되는 지진력 자체를 줄여버리는데 핵심을둔 설계방식이다.

    상당히 새로운 개념이고 이것을 완성시키면 진도 8.0 이상도 거뜬하게 버티고 진도 9.0 이나 10.0 이상의 메가톤급 지진에서도 안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해성이 말한 면진설계 개념을 도입한다면 현재의 110층에서 40층을 더 높여 150층의 극초고층 마천루(Megatall Skyscraper)의 건설도 가능해진다.

    “확실히 150층짜리 초고층빌딩 3개를 패키지로 계획한 K-타운이 건설된다면 앞으로 최소 2-30년 동안은 LA를 대표하는 최고의 마천루와 랜드마크가 될 것은 분명하군요.”

    “그렇습니다.

    오해성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것은 단순히 K-타운 건설이라는 부분을 넘어서 LA의 핵심을 이루는 장소중에 하나로 승격되는 것이다.

    꽤나 야심찬 계획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그것을 증명하듯 오해성의 표정이 밝은 편은 아니다.

    “다른 부분에서 난제가 있다는 뜻이군요.”

    “예. 먼저 조금 전 제가 설명한 이 면진설계란 개념은 내진설계와 지진연구에 있어 선두주자인 일본에서도 실용화가 된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실험적인 단계라는 뜻입니다.”

    “그 말은 우리가 면진설계의 기술을 도입한다면 K-타운 건설이 최초로 적용된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또한 아직 연구중에 있는 면진설계를 단번에 150층의 초고층빌딩에 적용한다는 게 상당히 큰 모험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기술검토는 이쪽에서도 가능할 거 같습니다. 일단 그 부분은 놔두고 두 번째의 것은 무엇입니까?”

    “만약에 MCU-펀드에서 150층의 초고층빌딩을 결정한다면 건설비가 좀 더 증가될 거 같습니다. 저의 예상으로는 10 ~ 15억 달러까지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은 분명합니다.”

    오해성이 대답한 뒤에 나의표정을 살폈다.

    면진설계라는 신개념.

    그리고 추가비용 15억 달러.

    오해성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서 나에게 제안을 한 것이다.

    수정과를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먼저 추가비용 15억 달러는 큰 문제가 아니다.

    미국내에 있는 MCU-펀드의 자산만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다.

    내가 두 번째로 주목한 것은 면진설계라는 새로운 공법과 건축술이다.

    어쩌면 이것은 이후의 고층빌딩 건축에 있어서 혁명적인 기술이 될 것은 분명했다.

    현재 오해성을 시켜서 설립한 <한성개발>은 1차적으로 코리아타운에 K-타운 건설과 K-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발전이 없다.

    한성개발을 더 크게 만들고 발전시키는 기회.

    그것은 <한성개발>이 고층빌딩을 건설하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전문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전세계에서 고층빌딩의 수요는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LA-나 도쿄처럼 지진 위험이 없는 도시에서 세우는 빌딩들도 이제는 내진설계와 공법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내진설계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에 반해 면진설계는 기존의 내진설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도약이다.

    엄청난 돈과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는 오해성이 조금 전 설명한 면진설계라는 신개념이 정말로 실용성이 있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이 실용성을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는 조력자가 나에게는 있었다.

    [면진설계라. 현시대에 이런 걸 생각해낸 공학자가 있을 줄이야. 갑자기 흥미가 생기는군요.]

    AI인 하시가 나를 향해 메시지를 보내었다.

    하시가 관심을 표시하는 부분이 생기다니, 이걸로 출발은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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